퀵바

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364
추천수 :
72
글자수 :
129,313

작성
18.08.06 23:52
조회
88
추천
4
글자
11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2. 친구 (1)


사무실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테이블 위의 램프와, 구석의 벽난로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에이레네와 행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무어라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내가 들은 말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눈썹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으로 창문이 덜컹거리고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밤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행크를 돌아보았다.


“마일즈가 실종됐다고요?”


그저 들은 이야기를 읊은 것에 불과했다. 그 말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행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종이라고 말하긴 좀 거창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좀 걱정이 되네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마일즈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저께 트로닉 씨를 만난 이후로요.”


행크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에이레네가 나를 잠깐 쳐다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지만, 그녀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눈가만 실룩였다가 다시 행크를 쳐다보았다. 행크는 그녀를 보지 못한 채 말을 계속했다.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었긴 했어요. 그날 사무소를 나온 다음에 마일즈가 그랬거든요. ‘조수가 둘이라고 안 될 것도 없지 않아?’ 전 그냥 투덜거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마일즈를 만나러 갔더니 마일즈가 안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오늘도 안 돌아왔다더군요. 그래서 트로닉 씨를 찾아왔는데요.”


그렇게 말하고 행크는 에이레네를 힐끗 보았다. 에이레네가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행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트로닉 씨는 안 보이고 키르헨펠 씨가 있더군요. 트로닉 씨도 어제부터 안 보였다고요.”

“음.”


나는 낮게 신음했다. 행크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어디에 있다 오신 거죠, 트로닉 씨? 혹시 마일즈를 보셨나요?”

“브랜던을 찾느라 나가 있었죠. 마일즈는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행크는 아주 약간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이어진 그의 물음은 당연한 순서였다.


“허버트 병원에 다녀오셨나요?”

“그곳에도 다녀왔죠.”


내 대답에 행크의 고개가 조금 더 기울어졌다. 그러나 그가 무어라 더 묻는 것보다 내 질문이 빨랐다.


“조수가 둘이라고 안 될 것도 없지 않으냐고 말한 것 이외에, 마일즈가 무언가 더 말한 것은 없습니까?”

“어, 아뇨. 그 후로는 그냥 말이 없었어요. 사실은 그게 좀 신경 쓰였네요. 그렇게 말이 없는 친구가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본 건 어디서입니까? 램버츠까지는 같이 돌아갔나요?”

“······.”


행크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가, 창밖을 한 번 쳐다보았다. 다시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진 것처럼 보였다. 그가 말했다.


“트로닉 씨를 만난 후 아래에서 그대로 헤어졌어요. 들를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디인지는 말해주지 않았고요.”


행크는 내 표정을 살피려는 듯이 나를 보았지만,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내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조차 내쉬지 않았다. 행크가 천천히 덧붙였다.


“전 그게 트로닉 씨와 상관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마일즈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마일즈를 보지 못했어요.”


행크의 말투는 누군가를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사람이 행크 자신이나 에이레네는 아닐 듯했다. 그가 알고 나도 아는 누군가, 그리고 아마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일 누군가.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차분히 말했다.


“마일즈가 왜 보이지 않는지 짐작되진 않지만, 다니는 중에 알아볼 수 있다면 알아보지요.”

“······마일즈는 트로닉 씨를 돕고 싶어 했어요.”

“저도 그가 걱정됩니다. 하지만 지금 제겐 맡은 의뢰가 있습니다. 이 의뢰보다 마일즈를 우선할 수는 없어요.”

“······.”


행크는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 듯했지만, 결국 그는 속으로 삼키기로 작정한 듯했다. 그는 속에 있는 생각이 얼굴로 드러나지 않게 잘 감출 수 있는 타입의 남자는 아니었다. 그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그는 약간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말했다.


“마일즈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해요.”

“저도 그랬으면 합니다.”


행크는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가 몸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이쪽을 한 번 바라보았지만, 특별히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보인 그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없앤 듯 보였다. 그는 나갈 때 문을 거세게 닫지도 않았다. 문 저편으로 별 감정 없는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에이레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을 질책하려는 건 아닌데요, 얀.”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도 화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가에 웃음이 전혀 없었고, 입가는 굳은 듯이 보였다. 목소리도 차갑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한 톤 낮게 느껴졌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말했다.


“이해는 해요. 어느 정도.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당신도 이젠 어느 정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할지 알지 않아요? 멀쩡히 인사하고 난 다음 날 갑자기 사람이 사라져 있고, 아무 소식도 없다가, 그 다음 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허버트 병원에 대해 듣게 되면 기분이 어떨지 말예요. 그리고는 얀도 안 보이고, 스톤 씨도 사라졌대고, 그러면 어떤 생각이 들게 될지도 말이죠.”

“음.”

“스톤 씨는 조수가 둘이면 안 될 게 뭐냐고 했다지만, 난 그 조수가 둘은커녕 하나가 되긴 하는지도 좀 의심스럽네요.”

“에이레네가 조수인 건 맞습니다. 다만······.”

“다만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거겠죠.”

“음.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각오 없이 탐정의 조수를 한다고 생각해요?”


에이레네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다. 표정은 사라진 채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답했다.


“충분한 각오가 있겠죠, 에이레네에겐.”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아마 나에게 각오가 없을 겁니다. 에이레네가 다쳐도 괜찮다는 각오가요.”

“······.”


에이레네의 눈썹이 조금 찡그려졌다. 그녀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가 다시 나를 향했다. 그녀의 입가가 아까보다 살짝 풀어진 듯 보였다. 그녀가 말했다.


“다칠 만한 일이 있으면 더욱 함께해야죠. 우린 팀이 아닌가요?”

“미안합니다.”

“위험하다 싶으면 쏙 빼놓고 혼자만 사라지면, 난 뭐가 돼요?”

“미안해요.”

“또 그러면, 진짜 화낼 거예요.”

“그러지 않도록 하죠.”

“정말이죠?”


에이레네는 나를 살피려는 듯 들여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에이레네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물었다.


“그제 밤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허버트 병원에 갔었죠.”

“거기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설마 지금까지 계속 거기 있었던 건 아닐······.”


그렇게 말한 에이레네가 불현듯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입은 검은 옷에 주목했다.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계속 거기 있었나요?”

“지금까지는 아니죠. 걸어오는 시간도 있으니까.”


에이레네는 내 말을 듣지 못한 척했다.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만.”


나는 허버트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중간 부분에서 기억이 혼란스러웠지만, 밤에 병원을 찾아가 비밀 통로와 지하실을 발견하고 토미를 찾았던 것만은 분명했다. 비록 그 일들이 꿈이 아니었느냐고 허버트가 묻긴 했지만.


“꿈이 아니었느냐고요?”


에이레네가 눈을 찡그렸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무 거리낌 없는 사람처럼요.”

“흠.”


에이레네는 내게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는 약간 몸을 뒤로 뺐지만, 그녀에게 별다른 의도가 있는 듯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내 안색을 제대로 살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멀어졌다.


“좀 아팠던 사람처럼 보이긴 하네요. 하지만 하필 병원에 잠입했을 때 갑자기 아팠다니, 허버트의 설명은 좀 의심스러운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확신하진 못하겠습니다만.”

“그 부분도 의심스럽고요.”


에이레네가 신중하게 말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고서 말을 이었다.


“그 병원을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이번엔 좀 조심스럽게요.”

“저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신중하게, 혼자서 말고 말이죠. 알죠?”

“알겠습니다.”

“좋아요.”


에이레네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앉은 채로 그녀를 올려보았다. 그녀가 살짝 웃었다.


“당신, 지금 굉장히 피곤해 보이거든요.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고맙습니다.”


내 목소리가 결이 거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에이레네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서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허버트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해볼 생각이었지만, 그다지 머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에이레네의 말이 맞는 듯했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것 말고도 그녀의 말이 맞겠지, 대부분.”


나는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거 공간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약간 비틀거렸다. 침대에 엎드리자 푹신한 이불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나는 침대에 엎드린 채였고 이불은 내 몸 밑에 깔려 있었다. 약간 몸이 추웠지만 감기에 걸릴 정도는 아닌 듯했다. 머리 한쪽이 쿡쿡 두들겨지는 듯했지만, 손으로 지압하자 괜찮아졌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배가 고팠으므로 빵을 찾았지만, 빵은 지나치게 딱딱해져서 먹기 어려울 정도였다. 새로 사 오는 쪽이 좋을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로 나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깨끗하게 줄이 잡힌 정장과 코트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금발은 그의 자부심이었다. 나의 오래된 친구이자, 국가에 소속된 오너인 리처드 하워드였다.


“좋은 아침일세.”


그가 빙긋이 웃었다.



===================


가장 더운 시기를 휴가로 보냈습니다. 제대로 못 돌아다녀서 아쉽지만, 그 더위에 일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2장 개시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 작성자
    Lv.2 n1******..
    작성일
    18.08.07 00:04
    No. 1

    더운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작가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네이시
    작성일
    18.08.07 00:16
    No. 2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탐정 얀 트로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한시 연중 공지 +6 19.09.04 129 0 -
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4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69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8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5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8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9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7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0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4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60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7 6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