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359
추천수 :
72
글자수 :
129,313

작성
19.07.08 23:34
조회
75
추천
2
글자
9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3. 선택 (5)


에이레네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내가 한 말을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주의 깊게 내 눈동자를 쳐다보았고, 나는 가만히 그녀를 마주 보았다. 천천히, 그녀는 미간을 오므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지금 당장 물리적으로란 의미가 아니길 바라요.”

“물론 적절한 기간을 두고 사회적으로죠.”


나는 쾌활하게 답했다. 에이레네는 고개를 기울였다.


“허버트 병원을 탐색하는 건 한 번 실패했어요. 아주 많이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쪽을 탐색할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요.”

“그렇다면······.”


에이레네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이름을 내어놓았다.


“탐색 대상은 버나드 로웰이겠군요.”

“어쩌면, 브랜던 벤터스일 수도 있겠죠.”

“그 말은 무력 충돌을 염두에 두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에이레네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고른 편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종종 있는 일이죠.”

“아주 많이 종종이겠죠.”


그녀가 정정했다. 나는 그냥 씩 웃어주었다.




“이 일은 아주 위험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크로켓과 호두 파이를 먹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음식은 맛있는 편이었지만 에이레네는 그다지 음식 맛을 즐기지 못하는 듯해 보였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식당에 우리 외의 사람은 없었고, 식당 주인도 주방 안쪽에서 한가로이 늘어져 있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문제 되지 않을 듯했다.


에이레네는 심드렁했다.


“언제는 위험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하는군요.”

“나만 위험한 게 아니라, 아가씨도 위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참에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얀.”


에이레네가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


“내가 위험한 줄도 모르고 당신 조수를 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난 아무것도 모르고 조수놀이를 하려고 당신 옆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당신 일로 당신이나 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서도 조수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아니.”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다소 얼빠진 듯이 들렸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했다.


“보통 그런 각오까지 하면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탐정 조수라는 게.”

“필요한 걸 어쩌겠어요? 당신 조수를 하려면.”

“난 아가씨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각오를 하고 내 조수를 하는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요.”

“그러셨겠죠.”


에이레네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입을 다물려던 모양이었지만,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생각을 안 한 거죠.”


옳은 지적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말이 그저 조수에 관해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저 조수에 관한 이야기였고, 따라서 나는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그렇긴 합니다.”


에이레네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조금 찡그렸지만, 무어라 말하진 않고 그냥 작게 한숨만 내쉬었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그녀의 마음에 들려던 대답은 아니었다. 나는 화제를 되돌렸다.


“리처드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경고해주었지요.”

“경고, 라고요?”


에이레네는 신중하게 말했다. 그녀는 충분히 영민했지만, 리처드의 경고를 이해하려면 영민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리처드는 브랜던과 토미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토미를 알고 있는 것을 내게 말해주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조심해야 한다고요.”

“그랬죠.”

“그리고 전에도 말했죠, 확신 없이는 움직이지 말라고요.”

“그랬다고 했죠.”

“그렇다면, 국가 오너들은 이 건에서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흠.”


에이레네는 그렇게만 말했다. 완전히 이해한 눈치는 아니었다. 그녀가 물었다.


“국가 오너들이 관여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뜻인가요? 무언가의 사정으로?”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사건이라는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후에 만만치 않은 상대가 있으리라는 뜻이지요.”

“상대는 마법사 협회? 아니면 그림자? 혹은 양쪽 다일까요?”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았던 사건에서 상대가 마법사와 그림자였기 때문에, 에이레네는 종종 그 둘을 마찬가지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나는 등을 의자에 기대고 팔짱을 꼈다.


“둘이 결탁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좋겠죠.”

“그 정도라면, 내가 이미 아는 종류의 위험인데요.”

“제가 아는 종류의 위험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이라면 리처드가 굳이 경고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었겠죠.”


에이레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국가 오너들이 조심스러워할 만한 사람, 혹은 단체가 상대라는 뜻이군요. 단지 마법사나 그림자가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서 이득을 얻으려고 할 만한 누군가.”

“우리가 본 논문에서 비정신성 마법이란 건, 본디 마법사가 아닌 사람이 능력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점이었죠.”

“그게 가능하다면 그걸 원하려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거예요.”

“브랜던은 능력을 사용했죠. 그것이 기프트가 아니라고 말했고, 자신은 선택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에이레네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그를 떠올리는 것이 크게 달갑지는 않아 보였다.


“다시 싸워서 못 이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꽤 강한 능력이었죠.”

“그 정도면 충분히 가시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는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금방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보통 연구를 한참 진행해야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를 그렇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죠.”

“브루너 때문에 나도 알아요. 연구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해요. 이론 정립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많은 실험이 필요하죠. 많은 실험을 통해 성과를 내는 데에 이르려면 마법사 자신이 부자이거나, 부자인 후원자를 찾아내야 하고요.”

“비정신성 마법에 후원해줄 만한 부자는 찾기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군요.”

“그래서 브랜던 같은 성과가 나온 거겠죠.”

“다만, 부자라고 말하긴 했지만, 특수한 능력에 관심을 가지는 부자라면 그냥 부자는 아니겠죠. 어떠한 형태로든 권력을 지닌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오너가 껄끄러워할 정도의 권력 말이군요.”


말하고 나서 에이레네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당신은 그런 권력을 두려워해요?”


나는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에이레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건 그런 게 아니죠.”


그녀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런 권력을 두려워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에이레네는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라고 묻기에 적절한 대화였지만 나는 그렇게 묻지 않았다. 대신에 말했다.


“그게 누구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헤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죠.”

“우리가 파헤치든, 그가 나타나든 하겠죠.”


에이레네는 생긋 웃었다. 지어낸 미소 같았지만, 완전히 지어낸 미소이기만 한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그녀는 다시 웃었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버나드 로웰은 어떻게 살펴볼 생각이에요? 브랜던이 나타날 확률이 꽤 높은데.”

“그의 집을 살펴봐야죠. 그가 없을 때.”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전 항상 나쁘지 않은 방법을 고르죠.”


내 말에 에이레네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음 같지는 않았지만, 동의하는 웃음 같지도 않았다. 떨떠름해진 내 표정을 무시하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브랜던이 나타난 이야기 하니 말인데······ 브랜던을 만났다고 타니아 씨에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요?”

“타니아 씨의 의뢰는 동생을 찾아달라는 거였지, 만나 달라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흠.”


그녀의 손가락이 식탁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녀가 물었다.


“타니아 씨 나름대로 브랜던을 찾고 있는 듯하던데, 타니아 씨는 브랜던을 못 만났을까요?”

“아마도. 브랜던은 타니아 씨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흐음.”


에이레네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지만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몸을 일으켜 식당을 나왔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식당 주인이 우리가 나가는 것을 보고 엉거주춤 일어나서는 애매하게 인사했다. 우리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어쨌거나 3주 1회 연재는 가능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여기서 더 늦춰지면 완결이 언제일지 기약이 없어서..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탐정 얀 트로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한시 연중 공지 +6 19.09.04 129 0 -
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3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69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8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5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7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8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7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0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4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59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6 6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