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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367
추천수 :
72
글자수 :
129,313

작성
19.02.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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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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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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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2. 친구 (8)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팔짱을 꼈다. 브랜던은 흥미롭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능력은 있지만, 마법사는 아니다. 오너도 아니다. 허버트 병원에서 무얼 한 거지?”


브랜던은 입을 조금 벌렸다. 그의 눈동자도 같이 커졌지만, 이내 눈이 가늘어졌다. 입가도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꽤······ 냉정하네? 아저씨.”

“스스로 모습을 감췄던 거겠지. 알려져서는 곤란한 무언가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내게 얼굴을 보였다. 어째서지?”


브랜던이 미소 지었다. 두서너 살 더 어린 아이의 미소처럼 보였다. 이어 들린 그의 목소리도 마치 어린이의 것 같았다.


“궁금한 게 많네, 아저씨는.”

“얼굴을 보여줄 정도의 친절함이라면, 이 질문에도 답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내 말에 브랜던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함께 터져 나온 입김이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이내 브랜던이 고개를 흔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럴 마음은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 아저씨가 내게 그런 걸 듣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브랜던은 내 뒤쪽을 눈짓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무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에이레네가 쓰러져 있었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채였다. 어쩌면 그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신중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봐선 내가 그녀를 데려가도록 할 모양이군.”

“데려가야 할 사람이 있는 건 아저씨만이 아니니까.”


브랜던은 고갯짓을 했다. 그의 말대로, 내가 호되게 때려눕힌 남자 역시 아직 정신을 차리는 기색이 없었다. 브랜던이 입가를 비틀었다.


“어차피 아저씬 금방 쓰러질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봐주는 건 고맙군.”


나는 시선을 브랜던에게 둔 채로 에이레네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를 살폈다. 그녀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지만, 호흡에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내 뒤를 따라온 브랜던이 한가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생명을 위협받거나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알잖아? 아저씨에게 쏜 것도 비슷한 정도였거든.”


그의 말에 약간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에이레네를 둘러업으며 아무 의미 없이 답했다.


“그래? 그 정도라면 의사에게 보일 것까지도 없겠군.”

“으흠.”


그렇게 말한 브랜던이 침묵했다. 무언가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곧바로 그가 말했다.


“뭐, 그런 정도지.”


브랜던을 돌아보자 그는 쓰러진 남자에게로 가까이 가 몸을 굽히고 있었다. 남자의 눈을 까뒤집어본 브랜던이 나지막이 투덜거렸다.


“완전히 뻗었잖아, 젠장.”

“원한다면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지.”

“경찰이라거나, 말이야?”


브랜던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나는 고개만 까닥했다. 브랜던이 입가를 비틀었다.


“서로에게 의미 없는 짓은 그만두지. 키르헨펠 양이나 데리고 가시라고.”

“이렇게나 그녀를 생각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하.”


브랜던은 그냥 그렇게 답했다. 비웃음 같았다. 에이레네를 업은 채 내가 몸을 돌리자, 등 뒤로부터 그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굳이 말해두는 건데 말이야.”


그를 돌아보았을 때, 그는 다시 후드를 덮어쓰고 있었다.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계속 나를 찾아다니라고 얼굴을 보여준 건 아니거든. 누나한테 나를 찾았지만 내가 당장은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어차피 누나 오지랖 때문에 이러고 다니는 거잖아?”

“그렇게 말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대답으로 벤터스 양이 만족해하실지는 잘 모르겠군.”

“때가 되면 어차피 내가 누나를 만날 거라 상관없을 텐데.”

“전달은 해보지.”

“아, 고마워.”


브랜던이 씩 웃었다. 마치 내가 그녀에게 그 말을 전달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를 보다가 불쑥 말했다.


“마일즈나 토미는?”

“어?”


그가 움찔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 애들도 찾아야 하는데.”

“어.”


브랜던의 입가가 조금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 그의 목울대가 가볍게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이내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조금 지나치게 차분하게 들렸다.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한테 할 이야기가 아닌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그렇게 답하고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골목을 돌아들기 전, 슬쩍 브랜던을 쳐다보니 그는 우두커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려주세요.”


갑자기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은 브랜던과 싸운 골목으로부터 벗어나 5분쯤 걸은 뒤의 일이었다. 목소리의 크기는 작았지만 아주 힘이 없지는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음도 멈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일어났습니까?”

“내려주세요.”


에이레네가 반복했다. 이번엔 목소리가 좀 더 또렷했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살짝 밀어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뒤로 깍지 낀 손을 풀자 그녀가 내려갔다. 그녀는 지면으로 내려설 때 잠깐 휘청거렸지만 곧 균형을 잡고 섰다.


나는 그녀의 눈을 살펴보았다. 약간 찌푸려지긴 했지만 눈동자는 맑아 보였다.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합의하에 헤어졌습니다.”

“······그래요.”


에이레네의 어깨가 살짝 내려갔다. 그녀의 눈이 내 뒤의 어딘가를 향했다. 응시하는 듯한 눈이었지만, 어딘가에 초점이 맞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가 상대한 사람이 브랜던 벤터스였다고 말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지금 말하지는 않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다. 대신에 물었다.


“몸은 어떻습니까?”


그녀는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폈고, 이어 눈썹을 잠깐 찡그렸다가 말했다.


“조금 저린 느낌이 있지만, 괜찮아요.”

“흠.”


브랜던의 공격은 강렬했지만 지속적이지 않았다. 에이레네는 그저 쇼크를 받았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고 말하는 데 지장이 없어 보이고, 쓰러진 직후에도 호흡에 문제가 없었던 이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럼 오늘은 이제 집에 돌아가서 쉬도록 합시다.”

“난 괜찮아요.”


에이레네가 다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에이레네가 괜찮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기절했던 사람을 밤늦게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못 돼요.”

“하지만, 정말 괜찮은데요.”

“그렇겠죠. 그래 보입니다.”


나는 그렇게 답하고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내 얼굴을 에이레네가 고개를 기울이고 보는 듯해 보였는데, 어쩌면 내 미소가 내 생각만큼 밝지 못했는지도 몰랐다. 내가 말했다.


“그냥 내 마음을 좀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여기서 아가씨를 쉬게 해주지 못하면 내 마음이 어려울 것 같아요.”


에이레네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그녀의 미소는 어딘지 끝이 흐린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차분히 말했다.


“그래야 편하다면, 그럴게요.”


그녀가 걷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를 뒤따르자,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입가가 움직여 미소지어졌다. 이번에는 끝이 분명한 미소였다. 그녀가 말했다.


“혼자 가도 돼요. 항상 그랬듯이.”

“하지만 오늘은······.”

“아뇨.”


에이레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난 이제 괜찮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요.”

“그렇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레네도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골목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그녀는 나를 한 번 돌아보았고, 의식적인 것으로 보이는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사라진 골목을 잠시 바라보다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쨌든 내 마음은 편치 못할 모양이었다. 그래도 에이레네를 쉬게 했으니, 아주 나쁜 건 아니라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럼블버즈에 들렀다. 시간은 여덟 시 삼십 분이 되어가고 있었고, 일레인은 바빠 보였다. 나를 알아본 그녀가 저녁은 먹었느냐고 묻자 나는 먹었다고 답했다. 그녀가 눈을 찡그렸다.


“에이레네는?”

“집으로 갔어.”

“으흠.”


일레인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녀의 시선이 탐탁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에이레네는 항상 네 도움이 되고 싶어 해. 알지?”

“······난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응, 그냥 말한 거야.”

“음.”


그저 쾌활하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도 조금 탐탁지 않았다.


“여기 주문!”


창가 쪽 테이블에서 그녀를 불렀고 일레인은 “네!” 하고 대답한 후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빠르게 말했다.


“오늘 찾아낸 건 없었어. 내 감각으론, 적어도 오늘은 거기 지하에 누가 있진 않은 거 같아.”

“그렇군.”

“내일 또 찾아볼게. 잘 쉬고 내일 보자.”


그녀가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긴 후 주문을 받으러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곧 럼블버즈를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은 유달리 길었다. 에이레네와 헤어지고 돌아온 길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퍼뜩 눈을 떴을 때는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으로 방이 환했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양손을 올려 얼굴을 덮었다. 얼굴에 난 땀과, 손바닥에 난 땀으로 축축했다. 손가락으로 얼굴을 싸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근래 들어 꿈을 너무 자주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쿡쿡 쑤시는 듯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풀었고 심호흡을 했다. 손을 얼굴에서 떼고 다시 눈을 떴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지붕에 눈이 쌓여 있었다. 햇빛을 반사한 눈이 반짝거렸다. 나는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갔다. 거리는 눈밭이었다. 어느 정도는 눈이 길가로 치워져 있었지만, 눈을 치우기 전에 지나간 마차 바퀴 자국이나 사람들의 발자국이 눈을 짓눌러 누른 형태로 남아 있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사무실로 나갔다. 반사된 빛 때문에 평소보다 사무실이 더 환해 보였다.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에서 깨끗한 흰옷을 입은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를 알아본 그가 깔끔한 미소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안녕하십니까, 트로닉 씨.”


그의 검은색 눈동자가 맑고 투명해 보였다. 나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닥터 허버트?”

“건강해 보이시니 다행이군요.”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아 악수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냥 들렀습니다. 괜찮으신지 걱정이 되어서.”

“걱정이라고요?”

“우린 친구잖습니까, 트로닉 씨.”


허버트가 선하게 미소지었다.



===================


2장 끝났습니다. 다음 편에서부터 3장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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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4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70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9 2 13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6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8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9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7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0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4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60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7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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