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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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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글자수 :
12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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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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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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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3. 선택 (4)


패트릭 그랜트는 나를 알아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가 작아졌다. 그의 시선이 내 뒤의 에이레네에게 향했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그 눈동자가 잠시 흐릿해졌지만 그리 오래는 아니었다. 그가 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시죠.”


이곳의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좁은 거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사실 거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곳에는 거실이 없고 조금 큰 복도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어느 쪽이건, 세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만한 공간에 식탁이 놓여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앉았다.


그의 피부색이 이전에 볼 때보다 좋았다. 기미와 두드러기는 그대로였지만, 적어도 피부에 탄력이란 게 조금쯤은 붙어 있었다. 수면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애 엄마는 나가 있습니다······. 알아볼 게 있어서요.”


패트릭이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미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다행이지요.”


패트릭이 차분히 답했다. 그가 물었다.


“찾으신다던 소년······ ······브랜던이라고 했던가요. 찾으셨습니까?”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패트릭의 눈살에 주름이 생겼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안타깝군요.”

“찾게 되겠지요.”


내 대답에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럴 겁니다.”

“토미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묻자 그는 잠깐 집 안쪽으로 시선을 주었다가 조용히 나를 돌아보며 답했다.


“휴식이 필요한 상태지요.”

“어떻게 찾으셨는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어떻게······라고 물으셔도, 별것이 없군요.”


패트릭은 천천히 말했다.


“어제 아침에 집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자 그 앞에 쓰러져 있더군요······ 그게 다입니다.”

“어디에 다녀왔다고 말하진 않던가요?”


패트릭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내 말의 어딘가가 그를 불편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그가 말했다.


“토미와는 아직 대화를 하기 힘듭니다. 좀 더 쉬어야 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토미를 볼 수 있을까요.”


패트릭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가 내 말을 실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또한 그렇다고 바로 거절할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의 시선이 내 의도를 살피는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일의 특성상 여러 사람을 보고 다닙니다. 어쩌면 제가 적절한 의사를 소개시켜드릴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


패트릭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앉은 채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등을 돌려 집 안쪽으로 걸어갔다. 작은 방문 앞에서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여기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문을 열자, 안으로부터 작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가느다란, 힘없는 숨소리였다. 어딘가가 걸리는 듯 껄끄러웠다. 나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찾아 시선을 향했다.


창으로부터 들어온 햇빛이 침대 아래쪽에 드리워 있었다. 침대 위로 부드러워 보이는 이불이 덮여 있었는데 거의 미동하지 않아 보였다. 이불 위로 작은 머리가 보였다. 머리 쪽에는 햇빛이 드리우지 않아 정확하지 않았지만, 이마까지 내려온 머리 색깔은 아마도 갈색 같았다. 언뜻 보기에도 어린이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며 간혹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깨어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패트릭은 이 소년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토미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피부가 10살 소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거칠었으며, 지독하게 말라 눈두덩이 엿보이는 눈 밑에는 그늘이 졌고 말라붙은 입술은 이곳저곳이 터져 있었다. 볼은 홀쭉했으며 목도 지나치게 가늘었다. 목 아래로는 이불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몸이나 팔다리도 앙상할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토미는 채 20kg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집 앞에 쓰러져 있었던 그를 이곳으로 들어 옮기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패트릭에게는 토미가 무거웠어야 했을 것이다. 토미가 쉽게 들린 만큼, 그를 들고 오는 일이 오히려 어려웠을 것이다. 마일즈가 무겁지 않았던 것이, 그래서 그를 마차로 옮기는 일이 쉬웠던 것이 내게 전혀 기쁜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


토미의 입이 달싹였다. 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를 보았지만, 토미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그저 무의식 중에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꿈을 꾸는지도 몰랐다.


토미의 입이 다시 움직였다.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모양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보였다.


-아빠.


“······.”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귓가에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져, 길게 숨을 한 차례 내쉬어야 했다. 토미를 내려보았다. 그는 입을 아주 약간 벌린 채 다시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간헐적인 숨소리만 들려왔다.


“······이런 경우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에게 내 목소리가 지나치게 애도를 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 패트릭은 가만히 나를 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별다른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말을 이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는지는 압니다. 지금과 같은 경우, 일반적인 휴식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합한 치료가 필요하죠. 좋은 의사를 알고 있습니다. 소개해드리고 싶군요.”


나는 수첩을 꺼내 닥터 헨슨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페이지를 찢어 패트릭에게 건네주었다. 패트릭은 묵묵히 페이지를 내려보았다. 내가 말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패트릭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담담해 보였다. 희망을 가지고 싶지만 희망을 가지길 두려워하는 사람의 눈동자 같았다.


우리가 나올 때 패트릭이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트로닉 씨.”


그를 돌아보자,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나는 마주 미소지으며 답했다. 패트릭이 고개를 숙여, 나도 마주 숙였다.


토미의 집으로부터 한참을 걸은 후, 내가 문득 말했다.


“에이레네.”

“네?”


옆에서 걷고 있던 그녀가 나를 올려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긴장이 드리웠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허버트를 끝장내야겠습니다.”



===================


천천히 쓰고 있습니다. 연재가 더뎌져서 죄송합니다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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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4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69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8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5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7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8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7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0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4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59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6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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