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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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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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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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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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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1. 실종자 (7)


우리는 적당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고, 이후 저녁이 되기까지 램버츠 구를 돌아다녔다. 해가 질 즈음이 되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으므로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레이치 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 사무소야 그레이치 구에 있었지만, 에이레네의 집은 빌런트 구에 있었으므로 너무 늦게 돌아가게 되면 좋지 않았다.


“금방 찾기 쉽진 않겠죠?”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에이레네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릴 걸 감수해야죠.”


저녁은 럼블버즈에서 먹었다. 일레인은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벌써 뭔가를 알아낼 수 있다면 그게 더 놀라울 것이라고 답했다. 일레인은 작게 웃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저녁때의 럼블버즈는 늘 분주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에이레네가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그럼, 내일 봐요.”

“그래요.”

“같은 시간에?”

“적당하겠죠.”

“좋아요.”


완전히 돌아서기 전에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고, 그녀가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몸을 돌려 내 사무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날이 이미 어두워져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캄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무심코 사무실이 있는 3층을 올려다보니 창문으로 불빛이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잠깐 창문을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건물 계단 입구로 들어섰다. 타니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사무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으니까.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3층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 옆 우편함에 아무것도 꽂혀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싸늘한 공기 너머로 테이블 위의 램프가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이 램프 불빛을 받아 주황빛으로 밝혀졌다. 두 명의 입으로부터 희미하게 입김이 피어올랐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둘 다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중 한 명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눈썹을 약간 찌푸리고 그 이름을 불렀다.


“마일즈.”


마일즈는 나를 보고 환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밝은 목소리로 그가 외쳤다.


“오셨네요. 한참 기다렸어요.”

“자네가 왜 여기 있어?”

“그야 트로닉 씨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죠.”

“자네까지 나설 일은 아니라고 했잖아.”

“아, 분명히 그런 말을 듣긴 했죠. 하지만 트로닉 씨, 제가 데려온 이 친구의 말을 들어보시면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없을걸요.”


마일즈는 들떠 보였다. 나는 마일즈를 따라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킨 청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마일즈보다 키가 약간 작았지만 체구는 좀 더 좋았다. 코끝이 매부리처럼 약간 내려가 있었으며 눈은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조금 가늘었다. 그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행크 파머입니다.”

“얀 트로닉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지요?”

“아, 그,”

“브랜던을 봤대요.”


마일즈가 끼어들었다. 톤이 높은 목소리였다. 나는 마일즈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행크를 보았다. 행크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벽난로로 걸어가 불을 피웠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 뒤 몸을 일으켜 마일즈와 행크를 돌아보았다. 마일즈가 흥분되어 보이는 데 비해 행크는 조심스러워 보였다. 나는 신중하게 말했다.


“브랜던을 보신 겁니까, 아니면 브랜던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보신 겁니까?”

“브랜던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지만, 아마 브랜던일걸요.”


대답한 사람은 마일즈였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고 난 뒤 마일즈를 향해 미소 지었다.


“마일즈, 자네 의견은 고맙지만, 먼저 파머 씨의 이야기를 듣게 해 주지 않겠나. 이야기를 듣게 해주려고 데려왔을 텐데.”

“아, 그렇죠, 그렇죠. 제가 좀 흥분했죠?”

“일단 앉지.”


우리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내가 말했다.


“난로라도 좀 피우고 있지 그랬어?”

“있을 만해서요. 슬슬 피울까 싶긴 했지만.”

“그렇다면야.”


대답하고 나는 행크를 보았다. 그는 친구의 아버지를 만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브랜던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보셨다고요?”

“어, 확실하진 않은데요. 그냥 부딪혔을 뿐이라서요.”

“부딪혔다고요?”

“길을 가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뛰어나왔거든요. 부딪혀서 넘어졌죠. 어, 근데 나보고 조심하라더라고요. 그랬어요.”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십니까?”

“아뇨, 음, 솔직히 다는 아니고. 갈색 머리였고, 좀 말라 보였다는 것만 기억해요.”

“눈 색깔은 기억나지 않고요?”

“어? 아마 녹색? 근데 자신 없네요.”


행크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키는 어느 정도였죠?”

“잘 모르겠어요.”

“대강 어느 정도인지만이라도요.”

“그게, 어, 음.”


행크는 주저하다가 말했다.


“넘어진 게 저만 넘어져서, 그 사람은 그냥 그러고 가 버려서 잘 몰라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일단 특별히 아주 크거나 아주 작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어, 그래도 될 것 같은데요.”

“좋습니다. 그런데 파머 씨만 넘어졌다고 했는데, 그 사람 힘이 좋은 느낌이었나요?”

“아니, 그땐 나도 잠깐 딴 데를 보고 있었거든요.”

“물론 파머 씨는 보기에 힘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부딪혀서 넘어진다면 상대가 힘이 없는 사람일 수 없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죠.”

“아, 그렇죠. 좀 단단한 느낌이긴 했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그 사람의 나이는 어느 정도 돼 보였습니까?”

“나이가, 아마.”


행크는 눈을 약간 찡그렸다가 답했다.


“10대 중반? 나보다 많을 것 같진 않았네요.”

“흠. 파머 씨도 열아홉인가요?”

“맞아요.”


대답한 사람은 마일즈였다. 끼어들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얼굴이었다. 그가 말했다.


“어때요, 트로닉 씨? 브랜던 같지 않아요?”

“브랜던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브랜던이 아니라고 할 요소는 없군. 그래, 알아볼 만하겠어.”

“그렇죠?”


마일즈가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나는 다시 행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그 사람을 본 건 언제였습니까?”

“나흘 전이요. 저녁쯤이었죠.”

“저녁이라. 어디서 보셨죠?”

“음. 여기 그레이치 구, 허버트 병원 앞에서요.”


나는 눈을 두 번 깜빡였다. 행크와 마일즈를 보았으나, 이 말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 얼굴이었다. 나는 마일즈에게 허버트 병원에 관해 언급한 적이 없음을 기억해냈다.


“음.”


나는 신음했다. 불편한 신음처럼 들렸다. 잠깐 생각하다가 행크에게 물었다.


“여기 그레이치 구에 사십니까?”


행크는 내가 미심쩍어하는 이유를 알았다는 듯이 밝게 웃었다.


“아뇨. 램버츠 살지만, 제가 배달부를 해서요. 들렀다가 그랬죠.”

“허버트 병원이 5번가에 있는 그 허버트 병원이 맞습니까?”

“어, 아시는가 보네요?”

“트로닉 씨는 아시는 게 많거든.”


이유를 알 수 없이 왠지 의기양양해 보이는 마일즈가 끼어들었다. 나는 가볍게 답했다.


“어쩌다 보니 알고 있지요. 허버트 병원 앞에서 부딪혔다는 건, 그 사람이 허버트 병원에서 나왔다는 뜻입니까?”

“나오는 걸 보진 못했지만, 그렇다 싶네요.”

“흠.”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램프 불과 벽난로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흐늘거리며 일렁이고 있었다. 잠시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테이블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얌전한 얼굴의 행크와 기대에 찬 얼굴의 마일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버트 병원에 한번 가볼 필요가 있겠군요.”

“좋네요!”


마일즈가 활기차게 답했다. 나는 그를 지긋이 보았다가 물었다.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마일즈?”


마일즈가 움찔했다. 눈동자가 굴러가는가 싶더니 혀가 입술 밖으로 잠깐 나왔다 들어갔다. 이어서 나온 목소리는 다소 주눅이 든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더 큰 도움을 드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마일즈, 내게 이미 조수가 있는 건 알고 있지?”

“아, 네, 키르헨펠 씨요.”

“혹시 내가 자네한테 나는 조수가 두 명 이상 필요하진 않다고 말한 적 있던가?”

“어, 아뇨.”

“그럼 지금 말하지. 난 조수가 두 명이나 필요하진 않아. 자네의 열의는 고맙지만, 돌아다니는 데엔 사람이 좀 적은 쪽이 수월하거든. 너무 많은 사람이 가면 상대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마일즈는 풀죽은 얼굴이 되었다. 다루기 편치 않은 친구였다.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행크 씨를 소개해준 건 고맙네. 이번 일에 아마 도움이 될 거야.”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아주 기쁘진 않은 표정으로 마일즈가 답했다. 행크가 물었다.


“제가 본 사람이 브랜던일까요?”

“그걸 알려면 움직여 봐야겠죠. 어쨌든 오늘은 이제 늦었습니다만.”


행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소파에서 일어났고, 헤어지기 전에 악수했다. 문을 나서기 전에 마일즈는 미련이 남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는 담담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문을 닫고 나가는 마일즈의 어깨가 약간 처진 듯이 보였다.


두 명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사라지고 나자 나는 창문으로 걸어가 두 명이 밤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골목 너머로 두 명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후, 나는 주거 공간으로 돌아가 수납장 안에서 약간의 꾸러미를 챙겼다. 벽난로의 불을 끄고, 테이블 위의 램프도 껐다. 사무실 안이 어둠에 잠겼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만이 어슴푸레했다. 나는 사무실 안을 한 차례 돌아보았다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그 3층짜리 건물은 닫혀 있었다. 문패는 ‘닫혔음’으로 놓여 있었고, 어느 창문에서도 빛이 보이지 않았다. 주황빛 가로등만이 간판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만 그 간판을 읽었다. ‘허버트 병원’.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나는 가만히 병원을 올려보았다.



===================


이번 편은 업로드가 좀 늦어졌습니다만, 다음 편은 당초의 주기대로 6월 4일 올릴 예정입니다. 열심히 써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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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4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70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9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6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8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9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8 3 14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1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5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60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7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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