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358
추천수 :
72
글자수 :
129,313

작성
18.05.07 23:50
조회
116
추천
4
글자
11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1. 실종자 (6)


램버츠 구 1번가 보안관 사무실은 찾기 쉬운 곳에 있지는 않았다. 특별히 깊숙한 골목에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램버츠 구 자체가 잘 정리된 거리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몇 차례나 돌아들고, 갈림길을 찾고, 비좁은 틈을 지나쳐야만 했다. 덕분에 제법 오래 걸은 것처럼 느껴졌는데, 아마 직선 거리로는 훨씬 짧았겠지만 하늘을 날 수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에이레네 혼자 간다면 질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대낮에는 눈에 지나치게 띌 테니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건물은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낡고 좁았다. 다른 건물들도 이미 충분히 초라했으니, 그보다 더 초라하기도 쉽지 않았다. 간판 역시 오래되고 바랬으며,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야 ‘램버츠 구 1번가 보안관 사무실’이라는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휑했고 벽에는 아무런 스크랩도 붙어 있지 않았다. 책상 위에 서류가 놓여 있긴 했지만 몇 장 되지 않았다. 한 남자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조금 붉었고, 볼이 탄력 없이 늘어져 있었다. 흰머리가 섞인 회색 머리는 약간 짧았다. 주름살을 볼 때 나이는 오십 대가량으로 보였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튀어나온 배가 더 부풀어 올랐다가 약간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그 가슴에서 보안관 배지가 흐릿하게 반짝였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계십니까.”


코 고는 소리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잠시였다. 다시 코 고는 소리가 커졌고, 남자의 배가 다시 오르락내리락했다. 나는 에이레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쓰게 웃었다. 나는 다시 남자를 돌아보고 외쳤다.


“계십니까.”


코 고는 소리가 멈추었다. 남자의 눈이 움찔거리더니 찌푸리고 떠졌다. 몇 차례 깜빡거리더니 우리를 보고 다시 약간 찌푸렸다. 그는 다리를 책상에서 내려놓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껄끔거리는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뭐요?”

“램버츠 구 보안관 아니십니까?”

“보안관?”


그가 되물었다. 잠깐 미간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다리를 책상에서 내려놓았다.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소리를 내더니 책상 옆의 작은 통에 침을 뱉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은 그가 다시 우리를 돌아보았다.


“뭐, 내가 보안관인 건 맞는데, 무슨 일이오?”

“실종된 소년을 찾고 있습니다. 3번가에서······.”

“아, 아.”


그가 내 말을 끊었다. 그는 지루해 보였다. 그가 말했다.


“그런 걸 신고하러 왔다면 안됐군. 여기선 그런 일을 맡지 않네.”

“맡지 않는다고요?”

“맡을 수가 없지.”


보안관은 한가롭게 답했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애들이 가출하는지 알고는 있나? 내가 정확히 계산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어느 녀석이 집을 떠나고 있을걸. 수도 없지. 그걸 일일이 다 찾을 수는 없는 일이거든. 때가 되면 나타날 거야. 뭐, 안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찾아주는 것도 보안관님의 일인 줄 알았는데요.”

“내 일? 아, 내 일이 맞긴 하지.”


그는 다시 한 번 통에 침을 뱉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글쎄, 음, 자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3번가에서 실종됐다는 아이를 여기로 신고하러 온 걸 보면 자네도 알 것 같지만, 이 동네는 12번가까지 있는데 보안관이 딱 두 명 있거든. 그리고 난 1번가부터 6번가까지의 치안을 맡아야 하고. 그럼 생각해보게, 내가 하루에도 몇 명씩 가출하는 그런 애들까지 살펴볼 시간이 있을지 없을지.”

“아마 없으시겠죠.”


나는 조용히 답하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가면 살펴보긴 해야 하는 줄 아는데요.”

“그렇지, 그게 맞긴 하지.”


보안관은 가볍게 긍정했다. 나는 눈을 약간 찌푸렸고, 그는 그런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가 말했다.


“자네들은 그 실종됐다는 아이의 친인척은 아니지?”


그의 통찰력이 아주 의외의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실종된 아이를 신고하러 온 사람치고는 침착했으니까.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렇습니다만.”

“그렇겠지.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주는 거야. 그 아이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네. 그 아이가 스스로 돌아오기 전에는.”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안관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저 보안관에게 말할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그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보안관은 내 침묵을 자신의 말에 대한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거든. 실종자를 찾으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해. 하지만 여기 현실은, 6번가까지를 나 혼자 담당해야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말하자면, 턱없다는 거야. 실종이라고 말한 걸 보면 누가 데려갔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 모양인데, 그런 걸 무슨 수로 찾나? 아니면 누가 데려갔고 그걸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뭔가 움직여볼 수는 있겠지. 그런가?”

“누가 데려갔는지를 알려고 하고 있죠.”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나?”

“그걸 찾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어렵겠군.”


보안관은 그렇게만 말했다. 잠깐 나를 보더니, 천천히 덧붙였다.


“자네 입장에서는 내가 무책임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좀 양해해줬으면 좋겠군. 램버츠 구는 넓고, 내 몸은 하나야. 단서 하나 없는 실종자를 찾으러 다닐 만한 여력은 없네.”

“단서가 없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요?”


물은 사람은 에이레네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다소 열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굳이 쳐다보진 않았지만, 그녀의 입가가 굳어져 있을 것은 예상되었다. 그녀를 제지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 만큼은 감정적이었지만, 침착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만큼은 이성적이었다. 나는 잠깐 지켜보기로 했다.


보안관은 별 흥미 없는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가 되물었다.


“단서도 없는 일을 얼마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서가 없는 건 아니고요?”

“할 수가 없는 거지.”


보안관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에이레네의 숨소리가 약간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무어라고 말을 잇기 전에, 내가 그녀의 팔을 살짝 두드렸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입 끝으로만 살짝 미소 지었다. 그녀는 눈썹을 약간 찌푸리긴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나는 쾌활하게 말했다.


“단서가 있다면 도와주실 생각이 있으시단 뜻이군요. 고맙습니다.”

“흠, 뭐, 일단 단서 없이는 이야기가 안 된다는 이야기야.”

“저희는 약간의 도움을 원할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격무에 시달리는 보안관님께서 이 일만을 위해 나서시는 건 물론 어려운 이야기겠죠.”

“약간의 도움이라고?”

“제 소개부터 해야겠죠.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보안관에게로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그는 명함을 읽고 나서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탐정?”

“소년을 찾고 있지요. 이름은 브랜던 벤터스.”

“이봐, 나는······.”

“어쩌면 브랜던 본인이나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올 수도 있겠죠. 그럴 때 제게 알려주시기만 해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음.”


보안관은 명함을 다시 내려보았다. 내가 설명했다.


“16살, 갈색 머리에 푸른 눈. 160센티미터 정도입니다.”

“눈에 띌 외모는 아니군. 가출하기 딱 좋은 나이기도 하고.”

“가출이든 다른 이유에서의 실종이든, 이 아이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요. 저는 그를 찾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으흠.”

“찾아 나서시긴 어렵다는 점 이해합니다. 그저, 이 소년을 혹시라도 알게 되시면 제게 연락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안관이 끙 하고 신음을 토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입속으로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그가 쓴웃음을 흘렸다.


“알겠네. 혹시 알게 되면 연락을 주지.”

“감사합니다.”


우리는 인사하고 보안관 사무실을 돌아 나왔다. 사무실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에이레네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의욕이라곤 하나도 없네요, 저 사람.”

“이런 곳에서 오래 일하면 저렇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혼자 치안을 다 책임진다 말하지만, 자고 있었잖아요.”

“야근했었을지도 모르죠.”

“타니아 씨가 왜 우리를 찾아와서 의뢰했는지 이해가 돼요.”


에이레네의 미간이 찡그려져 있었다. 나는 느긋하게 말했다.


“저 사람은 사건을 하나 더 해결한다고 돈을 더 받진 않으니까요.”


에이레네는 눈을 찌푸리고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물었다.


“······돈이에요?”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동인이 되죠.”

“사명감은 아니고요?”

“그건 나를 움직이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타인이 움직이길 기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


에이레네는 내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가 다시 눈을 조금 찡그리고 말했다.


“그거, 보안관이 사명감을 갖길 기대한 내가 잘못이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잘못은 아닙니다. 그저, 그게 모두가 필수로 갖고 있는 덕목은 아니라는 뜻이죠.”

“······흠.”


에이레네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리 오래는 아니었다. 그녀가 물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돈 때문에 움직인다고 여기겠죠?”

“아마도요?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받은 만큼을 하는 게 프로니까요.”


그렇게 답하고 나는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문제는 사명감이냐 돈이냐가 아니라, 맡은 일을 책임지느냐 아니냐죠.”

“책임이라. 그렇게 말하면 저 보안관은 책임감도 없는 거 아녜요?”

“글쎄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예 신고도 안 받으려고 한 걸 보면 책임감이 전혀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책임감이 없다면 신고만 받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겠죠. 무책임해 보이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도 볼 수 있군요.”

“아마 단서를 발견하면 어느 정도는 도와줄 겁니다. 그 단서를 찾는 게 문제지만요.”

“그게 문제긴 하네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가요? 에이레네가 물었다. 나는 잠깐 하늘을 올려보았다가 답했다.


“슬슬 점심이니, 식사부터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그건 좋은 생각 같아요.”


에이레네가 살짝 웃었다.



===================


이래저래 일이 많은 주간이었습니다. 사실은 좀 더 진행해서 약간의 단서를 얻는 부분까지 나갔어야 했는데, 일신상의 사정으로 거기까지 진도를 못 뺐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도 다음 편부터 슬슬 브랜던의 거취가 엿보일 테니, 다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탐정 얀 트로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한시 연중 공지 +6 19.09.04 129 0 -
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5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3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3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69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8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5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7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6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1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3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8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1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7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0 4 11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3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6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4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59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6 6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