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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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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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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714

작성
24.0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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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기생충(2)

DUMMY

유도진의 저항은 강한주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핏빛의 추적자만 없으면 당연히 약할 거라 생각한 유도진의 생각과는 달리, 강한주는 단검이 없어도 강력했다.


정확히 말하면 ‘강한주를 지배한 자’가 강력한 거였지만.


그자에게 복부를 강타당한 유도진은 점차 눈이 감겼다.


그렇게 겨우 잡고 있던 의식마저 희미하게 사라져갈 때···.


“크하하하하! 오랜만에 몸을 움직인다고 해도 저런 하루살이 같은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는 손을 뻗어 거미줄에 파묻혀 있던 핏빛의 추적자를 회수했다.


그리곤 바닥에 쓰러져있는 유도진을 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리는 확실하게 하라고 했던가?”


그러더니, 핏빛의 추적자를 공중에 띄운 뒤, 유도진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두 자루의 단검이 순식간에 유도진이 입고 있던 옷을 찢어발겼다.


동시에 유도진의 몸 역시 여기저기 붉은 실선이 생겨났고, 그 틈에서 붉은색의 피가 새어 나왔다.


어찌나 많은 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는지, 유도진이 쓰러져있는 곳에는 금세 피가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스읍···.’


공격을 가하던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머릿속에 아직 남아있는 ‘강한주’라는 남자의 정신이 그를 멈춰 세운 것이었다.


“네가 싫어도 어쩔 거냐. 나한테 몸을 뺏긴 주제에.”


일순간, 강한주의 몸에 ‘파직’하고 스파크가 일었다.


머릿속, 아니 의식 속 어딘가에 있을 강한주가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한주의 저항은 자신의 몸을 빼앗은 자에겐 그저 한없이 초라할 뿐이었다.


“후우하아아···.”


그는 던전 내부를 둘러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곤 내뱉었다.


그리고 등 뒤에 달린 날개를 한 번 움직여 보곤 입을 열었다.


“심연의 군단장의 재림이다. 군주시여···. 이 몸이 돌아왔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


그는 5년 전, ‘차원 전쟁’ 당시, S급 헌터에게 토벌당한 악마형 몬스터 중 한 명이었다.


버려진 제3의 군단의 군단장 ‘레데르.’


이게 그의 본명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 얕은 숨을 쉬고 있는 유도진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그러던 그때.


강한 마력이 레데르의 몸을 멈추게 만들었다.



* * *



한편, 정신을 잃은 유도진의 머릿속에 시스템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무의식,


무의식 속에서도 그 소리에 집중하니, 시스템창이 어렴풋이 보였다.


[system]

[이계 기생충이 몸을 움직입니다.]

[이계 기생충이 숙주의 몸 상태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이계 기생충이···.]

·

·

·

[이계 기생충이 숙주의 몸을 일시적으로 차지하려 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 네가 죽으면, 나 역시 죽는 목숨. 그러니 네 녀석에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겠다. >


유도진은 지금 자신의 앞에 보이는 시스템창들이 환상이겠거니 싶었다.


아니, 어쩌면 벌써 자신은 죽은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저 답 없는 놈한테 주먹이든 뭐든 날려주라고···. 기생충아···.’


그리고 유도진이 허락하는 순간, 말도 안 되는 마력이 자신의 몸 안에서 솟구쳤다.


정신이 맑아졌고, 방금 전까지 의식이 없던 유도진의 눈앞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도진’의 육신이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건 유도진이 자신의 몸을 직접 제어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유도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네 녀석··· 이 말도 안 되는 마력은 뭐냐! 힘을 감추고 있었던 거냐?”

< ······. >


유도진의 두 눈은 레데르의 눈과 상반되는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무··· 무슨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도진이 아무런 말이 없자, 지레 겁먹은 레데르가 뒷걸음질 쳤다.


< 네 녀석, 공포에 떨고 있구나. >


그리고 곧이어 유도진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유도진이 사용하지 않은 말투. 마치, 고위 귀족의 말투였다.


“내··· 내가? 어째서···?”


레데르의 몸은 유도진의 마력에 눌려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 던전 자체가 마치, 유도진의 몸속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거대한 위압감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서··· 설마, 네 녀석···.”


그래, 이런 위압감. 정말 딱 한 번 느껴본 적 있었다.


과거, 차원 전쟁이 일어나기 전, 자신의 세계에서···.


< 쉿. 말이 많구나. >


유도진은 검지손가락을 펼쳐 레데르를 향했다.


그러자 순수한 ‘마력’ 덩어리가 허공에서 나타났고, 이내 레데르를 향해 날았다.


“권능이여. 저걸 막아라···. 자, 쫓아라!”


레데르는 두 자루의 단검을 허공에 띄워 마력 덩어리를 없애려 했지만···.


- 쿠광!


마력 덩어리는 핏빛의 추적자를 그대로 통과해 레데르에게 닿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서 레데르는 휘청거리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레데르는 느꼈다.


‘저건··· 내가 이길 수가 없다.’



* * *



레데르, 그는 5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차원 전쟁에서 패배했던 레데르는 목숨이 끊어져 가던 때에 핏빛의 추적자에 자신의 의식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막대한 힘을 원하는 숙주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질투와 시기에 눈이 먼 헌터가 저 자신을 이 세계에 다시 눈을 뜨게 해줄 때까지···.


그는 단검의 모습으로 수많은 헌터를 홀려왔다.


그렇게, 레데르는 인간계에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데르는 공포에 떠는 눈빛으로 도진을 마주 봤다.


‘내 눈앞에 있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레데르는 살면서 이토록 두려운 마력을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그것은,


“···하슬ㄹ.”

< 시끄럽구나. >


그러나, 레데르의 말은 도진의 공격에 먹혀버릴 뿐이었다.


그렇다고 레데르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자신도 진심을 다해 살아남아야 했을 터다. 설령, 지금의 몸이 망가진다 하더라도.


몸이야, 다시 나가서 새로운 숙주를 구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레데르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두 자루의 단검을 자신의 심장 부근에 꽂아 넣었다.


- 푸욱.


깊게 꽂아 넣음과 동시에, 레데르의 주변으로 붉은 오러가 나타났다.


단검에 담겨 있던 것은 레데르의 반쪽 마력. 이 마력을 흡수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진심으로 상대해 주지.”

< 푸하하하하. 가소롭구나. 그래, 짐을 재밌게 해 보거라. >


최대한 발악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유도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유도진의 몸을 차지한 ‘기생충’이 한 말이었지만.


“일루전 스팅어!”


레데르가 손을 앞으로 내뻗자 10개 남짓한 칼날이 나타나 유도진을 향해 날아갔다.


< 여긴··· 내 영역이다. >


하지만 그 순간, 유도진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서서히 불길이 솟구쳤다.


도진을 향해 날아오던 10개의 마력 칼날은 그대로 불꽃에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범위의 불꽃이었기에, 레데르는 두 날개를 이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마저도 조금 늦었던 탓에, 다리에 불이 붙어 화상을 살짝 입은 듯했다.


“블러드 스톰!”


하늘로 솟구친 레데르는 곧장 다른 공격을 사용했다.


손가락 끝에서 작게 휘몰아치던 핏빛 소용돌이는 이내 지상에 닿는 순간,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었다.


‘스치기만 해도 네놈의 피는 모두 말라버릴 거다.’


악마 종족이 사용할 수 있는 제일 강한 기술 중 하나.


하지만··· 왜일까.

저자는 왜 저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평하게 서 있는 걸까.


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유도진은 레데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유도진의 몸이 순간 하늘로 솟아올랐다.

아니, 날았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는 그대로 레데르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그리곤 레데르의 옷깃을 붙잡았다.


< 어딜! >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동굴 천장에서 벼락이 떨어져 레데르의 몸을 관통했다.


“블러드 쉴드···!”


때마침 쉴드를 펼쳤기에, 중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레데르는 계속해서 직감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는다.’


이 존재와 계속 싸울 경우에는··· 이곳에서 자신은 죽고 말 것이었다.


- 구우우웅.


때마침, 블러드 스톰에 휘말린 보스 아라크네가 사망했는지, 게이트가 열리는 진동이 일었다.


‘좋았어···. 이제 지금, 지금 나가는 거야. 도망치면 못 찾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현실은 그의 편을 들어주질 않았다.


유도진은 레데르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으로 세게 내리찍었다.


그러자 두 날개가 달린 것이 무색하게, 레데르는 빠르게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도 땅이 깊게 파인 덕분에 주변에 붙어있던 불꽃은 잦아든 상태였다.


‘지금이면··· 게이트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으윽, 여기서 나가야 해···.’


그는 흙먼지 뒤에 숨어 출구가 있는 보스룸으로 살금살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 뚜벅.


하늘 높게 날아올랐던 유도진이 땅에 발을 딛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레데르의 등 뒤에서 말이다.


< 도망치게 둘 것 같으냐. >


순간, 레데르의 몸이 둥실 떠올라 뒤로 이동했다. 아니, 유도진의 손끝으로 빨아들여졌다.


그리고 다시 허무하게 이리저리 내팽개쳐지는 레데르.


- 쾅!

- 콰직.

- 쿠구구광!


동굴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자신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유도진의 모습에, 레데르는 그가 사람이 맞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자··· 잠깐.”


레데르가 항복하겠다는 식으로 두 손을 들자, 유도진은 잠시 멈춰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피차 기생하는 처지인데, 왜 나를 이렇게 못 죽여서 안달인 거지?”


유도진은 순간적으로 마력이 치솟았다.


이건 감추고 뭐고 할 것이 없이, 분명한 다른 ‘자아’였다.


자신이 강한주의 자아를 차지하듯, 무언가가 유도진의 자아를 차지한 것이라 생각했다.


“너··· 너도, 우리 세계 존재잖아···. 그럼 나를 좀 더 아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유도진은 설득이라도 당한 것인지, 그를 동굴 벽 제일 끝으로 던져버렸다.


- 쿠광!


동굴 벽이 파일 정도로 강하게 내쳐진 레데르.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설득이 먹힌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 내 숙주를 죽이려던 것. 이 몸은 그저 그것에 대해 복수할 뿐이다. >


곧이어 다시, 레데르의 발밑이 움직거리더니, 이내 땅에서 돌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쿨럭.

다시 바닥에 떨어진 레데르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내뱉어졌다.


이젠 정말 한계였다.


차라리 빌어서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던 찰나, 유도진의 입이 다시 열렸다.


< 레데르 피어···. >


레데르 피어. 유도진 속에 있는 ‘무언가’는 그의 본명을 알고 있었다.


< 심연의 군단장에서 쫓겨난 자가 어찌, 심연의 군단장 이름을 들먹이는 거지? >


유도진의 차가운 눈빛이 레데르에게 닿았다.


마치, 얼음송곳이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 심연의 군주를 함부로 입에 올린 죄, 그리고 ‘이 몸’을 죽이려 한 죄. 여전히, 말과 힘으로 모든 것 위에 올려 서려는 것까지. > “그··· 그건···.”

< 네게 변명하라고 한 적 없다. >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얼음송곳이 레데르의 심장을 겨냥했고.


< 죽어라. >


···관통해 들어갔다.


정말 단 한 마디였다.


하지만 동굴 전체가 순식간에 빛나더니 이내, 사방에서 튀어나온 얼음송곳이 레데르의 몸을 꿰뚫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레데르의 목소리, 숨소리는 점차 줄어들었고, 투명한 얼음송곳들은 이내 붉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

.

.


얼마 뒤···,


푸른빛으로 빛나던 도진의 눈이 원래의 검은빛으로 되돌아오고 나서야, 도진은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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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61 2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61 2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67 2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68 1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77 3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72 2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74 2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71 2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75 2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84 2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77 2 12쪽
53 출격! 도마뱀즈!(?)(5) 24.03.14 79 2 13쪽
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82 2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95 2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86 1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89 2 14쪽
48 샐러맨더 한 마리(4) 24.03.09 91 1 13쪽
47 샐러맨더 한 마리(3) 24.03.08 89 1 15쪽
46 샐러맨더 한 마리(2) 24.03.07 93 2 16쪽
45 샐러맨더 한 마리(1) 24.03.06 98 1 13쪽
44 게이트를 열어라(4) 24.03.05 110 1 15쪽
43 게이트를 열어라(3) 24.03.04 107 2 13쪽
42 게이트를 열어라(2) 24.03.03 110 1 14쪽
41 게이트를 열어라(1) +1 24.03.02 115 2 13쪽
40 샐러맨더 게이트(3) 24.03.01 124 2 13쪽
39 샐러맨더 게이트(2) 24.02.29 122 3 13쪽
38 샐러맨더 게이트(1) 24.02.28 127 4 13쪽
37 새로운 무기(3) 24.02.27 13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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