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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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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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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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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를 열어라(3)

DUMMY

[글로벌 소식입니다. 어제 오후 중국의 베이징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은 마약에 취한 중국의 헌터들이 한 여성을··· 이 여성은 헌터 협회 창시자인 레테 제이 홀링스워스로 알려졌으며···.]


불 꺼진 방.


TV만 혼자 켜져 덩그러니 방을 밝히고 있었다.


새벽까지 게이트를 연구하던 나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실마리에 책상에 그대로 엎드렸다.


< 이론 자체가 온전하지 않으니, 가설을 세울 수가 없다···. &%$^. 너는 어찌 그런 능력을 알게 되었냔 말이다···. >


이제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곰의 대화창을 꺼버렸다.


[···한편, 이번에 베이징에서 진행된 강의에서는 ‘차원과 차원. 게이트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는데···.]


게이트라는 말에 나는 의자를 뒤로 돌려 TV를 바라보았다.


TV에는 세미 정장을 입은 여성이 강의하는 장면이 나왔다.


< 게이트를 구성하는 것? 도진, 저걸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원래 인간은 게이트를 열 수 없는 걸지도 몰라.”

<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아니더냐. >

“네가 계속 말하는 ‘궁시렁어쩌고’ 그 사람이 몇 년에 걸쳐 연구한 거라며.”

< 그렇긴 하지만···. >


그래도 아예 무지한 상황에서 게이트를 연구하는 지금보다는 필요한 상식들이 많을 터였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부여잡는 심정으로 헌터 협회에 접속해 그녀의 강연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파급력이 큰 사람인 덕에 강연 내용들 대부분은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처럼 놀고먹는 사람들도 아니고, 다 몇 년씩 공부하던 사람들인데 내가 본다고 뭐가 달라지나.”

< 네 놈 혼자가 아니거늘. 네가 보면 나 역시 볼 수 있지 않은가. >

“그래봤자 기생충이면서··· 말은.”

< 끄으응···. 짐은··· 그냥 기생충이 아니라, 아는 게 많은 기생충이다! >

“아, 예···. 고지식한 기생충 씨.”

< 말투가 아니꼽구나! >


우선은 가장 상단에 위치한, 바로 전날 강의한 내용부터 훑어보았다.


차원과 차원. 이 차원이 생기게 된 가설들부터, 게이트를 이루는 물질 등에 대한 설명들까지.


두 시간을 걸쳐서 읽은 그녀의 강연 내용에서 난, 실마리가 될 만한 말들을 따로 적어 놓기 시작했다.


“마력이, 넘쳐···흐르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어딨는데?”

< 저들도 찾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데··· 너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

“왜? 뭐 아는 게 있어?”


나는 곰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그가 말하는 방법으로 다시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아빠, 여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쪽에 있는 마력석 덕분에 숨쉬기도 편안하고. 더 이상 쫓길 필요 없잖아요!”

“새로운 보스가 우릴 위해 마련한 공간이라고 했으니.”

“하지만, 용암이 없는 게 좀 아쉬워요. 뜨끈한 용암에 등을 지지는 게 얼마나 좋았는데···.”

“하하···. 용암이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평범한 동굴도 나쁠 건 없잖아.”


샐러맨더들이 숨어있는 사찰 안의 자연 동굴.

샐러맨더들은 모처럼의 느긋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 샐러맨더들은 나이 든 샐러맨더의 몸에 매달리며 여가를 보내고 있었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성체가 된 샐러맨더들은 자연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인원을 꾸리고 있었다.


“드라코. 자네가 탐험대의 대장을 맡아주게.”


드라코, 등에 자잘하게 암석이 박혀있는 샐러맨더였다.


이 샐러맨더는 도진과 그라운더가 싸울 때 도진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샐러맨더다.


당시 그의 용맹했던 모습에 다른 샐러맨더들 전체가 그를 탐험대장으로 부추기는 중이다.


“하핫. 그렇다면··· 제가 감히 여러분들의 대장이 되어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한 일일세!”


물론, 몬스터가 없는 세계에서 이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아니, 없을 터였다.


“오잉? 저게 뭐지?”

“리토! 가까이 다가가지 마!”

“에이, 이것도 인간들이 만든 장난감이겠지···.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드라코.”

“아냐···. 거기서 흘러나오는 기운···. 그건 분명 마력이야!”

“이 동굴 한 가운데에 마력을 가진 로봇이 왜 있겠어.”


자연 동굴을 조금 들어가자 나온 대공동.


그리고 그 중앙에 쓰러진 채로 멈춰있는 한 로봇.


버려져 있는 그것의 몸은 철보다 단단하고, 페스트 리븐보다 무른 물질이었다.


그리고 그 생김새는···


인간을 닮아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헌터 협회에서 사용하는 ‘더미 로봇’의 외형을 닮아있었다.


- 찰칵.


서른 마리의 샐러맨더 중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인, 리토가 주변으로 다가가 꼬리로 그 로봇을 건드려 보았다.


“봐봐. 아무 일 없다니까. 드라코, 너는 다 멋진데 심장이 조그마해서 문제야.”


그때였다.


입구 주변에 세워둔 마력석에서 마력이 스멀스멀 뿜어나오더니, 이내, 한 지점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마력이 뭉친 곳은 다름 아닌··· 로봇의 심장 부근이었다.


“어라···? 이게 왜···?”

“거봐!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 일단··· 뒤로 물러서. 다들.”

“···군단장이야. 우리가 이곳으로 올 것을 예측한 군단장이 숨겨둔 함정이 틀림없다고!”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은 외형. 샐러맨더들은 이런 외형을 가진 몬스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군단에서? 하지만···. 왜?’


드라코가 이 로봇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 마력석에서 뻗어 나오던 마력이 뚝 끊겨버렸다.


그리고 일순간···.


- 끼릭.


로봇이 움직였다.


그것도 고철로 만들어진 도구를 사용할 때 날 법한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모두 전투 준비! 피드! 너는 위로 올라가서 동료들한테 아래로는 내려오지 말라고 전해.”

“알겠어. 대장. 조심···해···.”


샐러맨더들 중 가장 발이 빠른 피드.


그는 곧장 몸을 돌려 샐러맨더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전방엔 내가 서서 저 녀석의 공격을 막을게. 그 사이에 리토, 라마지는 원거리 공격을 퍼붓도록 해.”

“응!”

“알겠어!”


마지막 탐사 대원인 빅스.


그는 이름만큼이나 상당한 거구의 소유자였다.


모르는 자가 본다면 그라운더인지, 샐러맨더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의 역할은··· 적의 틈을 파고들어서 무거운 육체로 적을 깔아뭉개는 것이었다.


- 끼릭··· 끼이익···.


낡은 고철 소리를 내던 그것은 금방이라도 샐러맨더들을 향해 달려들 듯이, 푸른빛을 마구 뿜어대고 있었다.


“지금인가!”


제일 먼저 그것을 향해 달려든 것은 빅스였다.


샐러맨더들에게 이 로봇은 어느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어느 세계의 물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것이 자신들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 끼이이이익···.

- 쾅! 투쾅! 콰가강!


쿵쿵대며 그것에게 다가가던 빅스가 로봇을 덮치려던 순간, 로봇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빅스에게 주먹 공격을 가했다.


순간적으로 강한 공격에 큰 체구의 빅스는 곧바로 동굴 벽으로 나가떨어졌다.


“바, 방심했다.”


다시 한번 달려드는 빅스였지만, 그보다 빠른 것은 더미 로봇이었다.


더미 로봇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빅스에게 돌진해 이번에는 빅스의 턱 아래에서 위로 주먹을 올려 쳤다.


“다들 조심해···. 이놈, 상당히 강한 것 같으니까.”


빅스는 입가로 새어 나오는 붉은 피를 손으로 닦으려다가 팔이 닿지 않았는지 몇 번 시도하다가, 이내 바닥에 피를 ‘퉤’하고 뱉곤 다시 로봇에게 달려들었다.


“샐새앨러!”

“샐새앨러!”


그때, 마침 리토와 라마지의 마법 공격이 더미 로봇에게 닿았다.


- 콰가가강!


커다란 소리와 함께 더미 로봇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두 개의 스킬이 만나 회오리 불꽃이 된 샐새앨러.


그 사이에서 더미 로봇 따위가 살아날 확률은 제로였다.


“해치웠나? 역시 고철이라 그런지, 불에 녹았나 보군.”


리토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회오리 불꽃을 뚫고 더미 로봇이 나타났다.


아주 멀쩡한 채였다.


그의 다음 목표는 리토의 옆에 있던 라마지였다.


“라마지! 피해!”

“뭐? 어디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라마지는 순간적으로 네 개의 발이 꼬여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라마지! 치솟아라! 불길이여!”


그때, 라마지의 앞에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났고, 일시적으로나마 그것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


“다시 공격하는 거야!”

“샐새앨러!”

“샐새앨러!”

“불꽃을 두른다! 구른다!”


리토와 라마지는 샐새앨러를 사용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더미 로봇을 공격했다.


그리고 로봇의 뒤에서는 빅스가 입을 벌려 거대한 화염을 내뱉으며 몸을 앞으로 굴려 가며 공격하고 있었다.


- 끼릭-. 끼이이익.


상당한 온도의 불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불꽃 안에서도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저놈 어째선지··· 불을 맞을 때마다 몸이 더 빤딱해지는 거 같은데?”

“설마···.”


설마가 아니었다.


더미 로봇을 둘러싸고 있던 갈색의 녹들은 어느새 고열로 인해 녹아 없어졌고, 그 덕에 그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다.


“뭐?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는데! 우리는 할 줄 아는 게···. 불꽃을 내뿜는 것밖에 없잖아.”


가장 크게 좌절하는 것은 빅스였다.


그가 준비했던 공격들이 더미 로봇에게 통하지 않자 결국 전의를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아니···. 방법은··· 있어···.”


더미 로봇을 째려보며 그것을 파괴할 방법을 떠올리던 드라코.


여기 있는 샐러맨더들로는 확실히 지금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보스···. 보스를 불러야 해···.”

“어떻게?”

“소리를 쳐야지···.”


그리고 그가 떠올린 방법.


그것은 자신들의 보스, 유도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이크를 데리고 동굴을 빠져나가. 빅스, 너라면 그 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절벽 쪽으로 가서 있는 힘껏 소리쳐. 보스를 불러줘.”

“그러다가 저 녀석이 우리를 쫓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저 녀석은 너희를··· 쫓아갈 수 없을 테니.”


말을 꺼내는 드라코의 눈이 붉은빛으로 반짝였다.


“내가 여기 남아서 저 녀석을 막을 거니까.”

“뭐?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죽으면 죽는 거지. 어차피, 여기를 오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목숨인데, 뭐.”

“그러지 말고 같이···.”


다른 샐러맨더들의 말에 드라코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저 녀석이 또 움직일 거야. 그 전에 얼른 도망쳐!!”


드라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미 로봇은 다시 ‘끼이익’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토···. 네가 부탁한 네 딸의 이름은 아직 생각하지 못했네···. 돌아가면 꼭 지어 줄게.”

“바보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꼭··· 꼭 죽지 마. 알았지?”

“알았어. 그 대신, 우리 부모님도 꼭 같이··· 대피 시켜줘.”


마지막 인사를 나눈 샐러맨더들.


드라코를 제외한 다른 샐러맨더들은 일제히 모두가 있는 동굴 초입으로 달려 나갔다.


이를 발견한 더미 로봇이 그들을 쫓아가려 했지만, 그것은 한 패기로운 샐러맨더에게 막혀 움직이질 못했다.


그 샐러맨더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듯 각오에 찬 모습이었다.


- 끼리릭. 끼이익···.


하지만··· 그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더미 로봇은 그 샐러맨더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더··· 더 해봐!”

- 끼리릭···. 끼익!


그리고 더미 로봇이 그의 심장 부근을 꿰뚫으려던 순간,


드라코의 몸이 돌연 불꽃에 휩싸였다.


작가의말

드라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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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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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68 2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0 2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58 2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2 2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71 2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68 2 12쪽
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68 3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68 3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75 3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76 2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84 4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80 3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84 3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79 3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82 3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9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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