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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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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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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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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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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새로운 무기(3)

DUMMY

“일어났다···!”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창에 놀란 나는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물론 허기졌다는 말에 손에 들고 있던 고블린의 팔은 뜯어 먹으면서 말이다.


< 오랜만에 숙면을 한 기분이구나. >

“일어났냐? 기생충?”


대답할 거란 기대도 없이 던진 물음이었다.


그런데···,


< 그렇네. >


어?

왜 대꾸해?


평소 같으면 나 혼자 중얼거렸고, 기생충은 내 중얼거림을 무시했을 터였다.


근데, 지금 상황은 실시간으로 소통이 되고 있었다.


< 내가 얼마나 잠에 빠진 것인지 아는가? >

“어··· 아마··· 1주일 정도?”

< 1주일이라···. 상당히 시간이··· 가만? 어떻게 네놈이 내 말에 반응하는 것이냐? >


예? 뭐라고요? 말을 하니까 반응하죠.


나조차도 영문을 모르는 상황에 기생충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내 눈앞에 시스템창을 띄웠다.


아니, 이젠 대화창이라 불러야 할 그 창을.


< 아무래도, 지난번에 레데르 피어를 상대할 때, 내가 잠시 네놈의 몸을 차지했던 것이 원인인 듯싶구나. >

“무슨 말인지 정확히 설명해 줄래? 왜, 기생충 주제에 나한테 말을 걸 수 있는 거야?”

< 기생충 주제라니! 이 몸은! >


이윽고, 기가 죽은 듯한 문체로 눈앞에 떠오르는 대화창.


< 기생충이 맞···구나···. >


이모지 기능이 있다면, 아마 뒤에 우는 표정이라도 붙어있을 것 같은 처량한 말투였다.


그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여, 다른 몬스터가 있을까 주변을 경계한 것이었다.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 알겠네만··· 짐이 지금 심히 허기가 진 탓에···. >

“집에 고기 있어.”

< 서두르게. >


배가 고프다는 기생충의 말이 조금 위엄 없어 보였지만, 나 역시도 궁금한 게 있었기에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system]

[이계의 기생충이 ‘포화 단계’에 들어갑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동안 만들어뒀던 몬스터 요리들을 꺼내 허겁지겁 입에 집어넣었다.


한참을 먹고 나서야 기생충은 배가 부른지 ‘포화 단계’에 들어갔다.


“자, 이제 말해봐. 너는 뭐야?”

< 나는 %$@&. &%&$ 세계를 &%@&하는 자. 하지만 %%$&의 $#&@에 의해 기생충으로···. >


대화창에 적힌 특수문자.


한 가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저 ‘기생충’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기생충의 이름이 ‘곰’이라는 정보뿐이었다.


< 하, 이것까진 무리인가 보구나. 차원 시스템이 개입하는 모양이군. >

“뭐가?”

< 아닐세. 이 몸은··· 기생충, 곰이라고 불러주게. >

“그래, 기생충 곰씨. 그래서 당신은 뭐죠?”


내 말에 ‘곰’은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대화창을 띄웠다.


< 고블린의 몸에 붙어있던 작디작은 기생충이네만···. 오, 이건 제대로 표기되는군. >

“뭐요?”

< 아니다. 짐도 적응 중이니, 무시하거라. >


기생충 ‘곰.’

정말이지 묘한 기생충이었다.


‘세상 어느 기생충이 중세 귀족 같은 말투를 쓰냐고!’


그것도 정말 오글거리는 말투들이었다.


< 뭐라? 이 몸의 말투가 무슨 족같다고? >

“아니, 내 속마음 마음대로 읽지 말라고. 그리고··· 귀족. 족 말고 귀.족.”


하여튼 나는 말씨름이나 하려고 곰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 것이 아니다.


나는 기생충에게 강한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었다.


“곰, 왜 강한주를 죽였지?”

< 말했잖은가. 그가 네놈을 해하려 했기 때문이네. 네 녀석이 죽어버리면, 나 역시도 죽기 때문이었지. >


몇 번을 물어도 곰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내가 살아있어야 자신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 살인이 문제라 생각하는가. 내 분명 네게 묻지 않았더냐. 그대에게 있어 ‘인간’이란 무엇인지. >

“죽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었어.”

< 사실 네 녀석도 안도하지 않았더냐. 그 자리에서 시체가 된 게 네가 아니라는 것에 말이다. >


그···렇긴 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손이 떨렸다.


< 네가 망설이지 않았다면. 아니, 진정으로 네놈 혼자서 해결하려 했다면··· 그놈을 뜯어 먹기라도 했어야지. >

“사람이라···.”

<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 사람은 무슨···. >


곰은 내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더 이상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

< ? >

“나를 죽이려 했던 악마 말이야. 그 악마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레데르 피어라는 이름.”


그 외에도, 기생충의 과거까지 캐려는 내 물음에 곰은 또다시 의미심장한 문구를 대화창에 띄웠다.


< 어디까지 말이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에 있을 때, @&%&#를 알게 됐지. 그때, 그를 만났다. >


오.


하나도 모르겠어.


“이 가려진 글자들은 뭐야? 말해주기 싫은 건가?”

< 후···. 차원 시스템이 다시 개입하는군. 도대체 왜 내 말을 막으려 하는 거지···. 어차피 모두가 곧 &&%* %$@&인데···. >

“뭐라는 거야. 제대로 말해줘.”


내 말에 기생충은 한숨을 한 번 내뱉는 것 같더니 다시 대화창을 띄웠다.


< 그냥··· 기생충으로 오래 있다 보면 이런저런 정보들을 얻게 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기생충 주제에 그런 말은 또 잘 아네.”

< 이 역시 기생충으로···. >


어딘가 답답해 보이는 곰의 말투였다.


“다신··· 내 몸을 차지하려 하지 마.”

< 그게 혹시 네 녀석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말인가? >

“어. 내가 최대한 싸워볼 거니까. 그리고 너는··· 사람을 죽였으니까.”

< 정확히 말하자면, 네 녀석의 손으로 죽였지. >


왜 이 대화창은 나가기 버튼이 없을까.


마음 같아서는 나를 계속 몰아세우기만 하는 기생충과의 대화를 끝냈을 거다.


‘대화창 나가기’ 버튼만 있었더라면 말이다.



* * *



- 깡! 깡!


단조 작업을 하는 소리가 낡은 주택 안을 가득 메웠다.


공간에 뿌옇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연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 이걸 이렇게 하면···.”


던전 내에서 발견된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진 금속, 페스트 리븐(Fest Leben).


지형은 그 금속을 3일 내내 두드리는 중이었다.


유도진에게 만들어 줄 창은 어떻게 만들지 한 번에 테스트만으로 완벽하게 구상을 잡아뒀다.


‘내가 누구냐. 바로, 천재 대장장이 이지형이라 이거야. 처음 본 금속도 척척척이라니까.’


유도진이 구해온 금속의 이름은 둔켈 토드(Dunkel Tod)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등록했다.


물론, 페스트 리븐과 마찬가지로 직접 지은 이름이었다.


남들은 유치하다고 말하는 독일어 사전에서 따온 말들이었다.


페스트 리븐은 ‘단단한 생명’이라는 뜻을, 그리고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둔켈 토드는 ‘암흑의 소멸’이라는 뜻이었다.


이번 유도진의 무기는 이 두 가지 금속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어두운 색감의 창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래도 여기가 바깥이랑 시간이 다르게 흘러서 다행이지, 이걸 밖에서 작업했으면 며칠은 걸렸겠지?”


천재 대장장이, 이지형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


그것은 ‘대장간 창조’라는 스킬에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바깥과는 시간이 2배나 느리게 흐르는 탓에 남들보다 2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란 말이지.”


하지만, 그런 이지형에게 닥친 단 하나의 문제.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둔켈 토드’는 지형의 마력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터에 적용했던, 마력을 불어넣으면 빛이 나는 효과를 이 무기에도 똑같이 적용했음에도 무기는 빛을 내지 않았다.


‘무슨 마력을 가려먹는 것도 아니고.’


이번 무기는 과연 실패작으로 끝날까.


아니면, 정말 방금 예상대로 무기가 주인을 고르고 있는 걸까.


그건 무기가 완성되고 나서야 알겠지만··· 여태까지 이지형이 만든 무기 중에서 ‘실패작’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그가 예상한 대로 제작되었고,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다.


“괜히 천재 대장장이가 아니니까!”


그는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둔켈 토드’를 두드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 금속은 지형이 망치를 내려칠 때마다 조금씩 얇아져만 갔다.


지형이 무기를 완성한 것은 자그마치 현실 시간으로 3일이 더 지난 후였다.


‘대장간 창조’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자그마치 6일을 몰두한 것이었다.


“어으···.”


지형은 간만에 기지개를 켜며 열어둔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구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 상황과 아주 잘 어울리는 ‘여유로운 한때’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레데르···라고 했지···?”


‘핏빛의 추적자’를 분해하여 ‘둔켈 토드’라는 광석을 추출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이름이었다.


유도진의 기억을 읽으면서 들었던 그 이름. ‘레데르.’


“왜 나는 그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


그때, 지형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5년 전 벌어진 차원 전쟁 당시,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대피소로 향하던 지형의 가족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악마형 몬스터들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때 그··· 몬스터의 이름도··· 레데르···였어.’


분명 다른 악마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들의 대장은 분명 ‘레데르’라고 불리던 악마였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 공격들은 분명, 이전에도 겪어본 적이 있는 공격들이었어. 그때, 죽지 않았던 거야···.’


지형의 눈빛이 다시 한번 빛났다.


“이거, 이대로 못 줘. 좀 더··· 좀 더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야 해.”


자신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일순간에 소멸시킨 악마.


물론, 아직 도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또한 우리의 복수를 대신 해줬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무기를 줄 순 없다.


“하···. 간만에 창고 좀 털어보자.”


분명 끝이라고 말했음에도, 지형은 다시 한번 완성품을 뜯어내며 세밀한 부분까지 다시 꼼꼼한 수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 배가 고프구나. 입에 먹을 것 좀 넣는 게 어떻겠는가. >

“아주, 가만히 보면 하는 게 없어. ‘그냥 배고프다. 밥 좀 다오.’ 이게 다야. 배에 식충을 들인 것도 아니고.”

< 정정해 주게. 짐은 지금, 식충이가 아니라 기생충 신세일세.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차라리 이런 실시간 소통이 되지 않는 처지가 오히려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 말을 하는 게냐! 이 몸과의 대화가 싫다는 게냐? >


지금도 내 생각을 멋대로 읽고 있으니, 내 속이 편할 날이 없는 기분이었다.


나는 홧김에 손바닥을 펼쳐 배를 ‘팡’ 때렸지만, 아픈 건 역시, 내 몸이었다.


“기다려요. 최근에 사냥한 몬스터들은 다 먹고 없단 말이에요.”

< 그 있잖느냐. 민족의 배달 앱 말이다. 그걸로는 몬스터 고기를 살 수 없는 것이냐? >

“···있겠냐고.”


비암에게 인벤토리 주머니까지 돌려준 마당에 더 이상 티 안 나게 몬스터 고기를 빼돌리는 방법은 없었다.


진짜, 이전 샐러맨더 게이트처럼 뒷산에 게이트가 열리는 게 아닌 한 말이다.


그때였다.


내 심장을 ‘찌릿’하고 자극하는 통증이 느껴진 건.


나는 아차산 한쪽을 바라보았다.


< 그 옆이니라. >


헛기침 한 번 하곤, 기생충 ‘곰’이 말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 눈을 감고 한 번 마력을 제대로 느껴보아라. 네 마력을 저기까지 뻗어도 좋고, 대기 중의 마력을 느껴도 좋다. >


곰의 지도 아래에 마력을 느끼려던 찰나, 현재 내게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떠올랐다.


“저기, 근데··· 게이트는 나타났는데, 정말 미안하게 내가 지금 무기가 없네.”

< ···. >

“일단 지형이한테 연락 한 번 해볼게.”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곰을 뒤로하고 핸드폰을 들어 지형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때마침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 타이밍~ 나 이제부터 좀 풀리나?’

< 뭐, 언제는 묶여있었느냐? >

‘······.’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대화창을 무시하곤,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작가의말

곰은 남성일까요, 여성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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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61 2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67 2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69 1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77 3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72 2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74 2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71 2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75 2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84 2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77 2 12쪽
53 출격! 도마뱀즈!(?)(5) 24.03.14 79 2 13쪽
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82 2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95 2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86 1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89 2 14쪽
48 샐러맨더 한 마리(4) 24.03.09 91 1 13쪽
47 샐러맨더 한 마리(3) 24.03.08 90 1 15쪽
46 샐러맨더 한 마리(2) 24.03.07 93 2 16쪽
45 샐러맨더 한 마리(1) 24.03.06 98 1 13쪽
44 게이트를 열어라(4) 24.03.05 110 1 15쪽
43 게이트를 열어라(3) 24.03.04 107 2 13쪽
42 게이트를 열어라(2) 24.03.03 110 1 14쪽
41 게이트를 열어라(1) +1 24.03.02 115 2 13쪽
40 샐러맨더 게이트(3) 24.03.01 125 2 13쪽
39 샐러맨더 게이트(2) 24.02.29 123 3 13쪽
38 샐러맨더 게이트(1) 24.02.28 127 4 13쪽
» 새로운 무기(3) 24.02.27 134 3 13쪽
36 새로운 무기(2) 24.02.26 139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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