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05 18:00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14,322
추천수 :
390
글자수 :
794,347

작성
24.02.24 18:00
조회
166
추천
4
글자
13쪽

기생충(3)

DUMMY

기생충이 내 몸을 차지한 순간, 난 그저 ‘강한주’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현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 돼!’


레데르가 도망가려 했을 때 몸을 제어해 보려 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기생충’이 행하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그만둬! 원래는 사람이야!’

< 널 죽이려 했던 자다. 그럼에도 살리고 싶은가? >

‘그, 그건··· 단지, 저것에 눈이 멀어서 그런 거 아니야?’

< 네 녀석이 ‘저것’이라 표현하는 게 ‘악마’라는 걸 잊지 말거라. >


기생충은 도망가려던 레데르를 마력으로 끌어당기더니, 이내 다시 벽으로 힘껏 내던졌다.


‘그래도··· 되돌릴 방법이 있을 거야. 사람을 죽일 순 없잖아···.’

< 네 녀석은 조금 무른 경향이 있군. 악마에게 온전히 정신이 넘어간 자를 되돌린다니. >

‘애초에 악마라는 게 뭔데···!’


물음에 대한 답이 귓속에 들려왔다.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어딘가 고풍스러운 어투까지···.


< 악마에게 완전히 영혼을 빼앗긴 자는 되돌릴 수 없다. 특히나 이 자라면 더더욱···. >

‘그러니까 이 녀석이 뭔데···!’


그러나 기생충은 더 이상 내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사실, 기생충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아직 믿겨지지가 않았다.


누가 내 뺨을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길 바랄 정도로 말이다.


< 때려달라는 건가? >

‘아니, 속마음까지 읽지 말라고···.’


강한주가 내 눈앞에서, 그것도 ‘내 손’으로,


···죽었다.


물론, 이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는 나와 단둘이 게이트에 들어갔고, 이 게이트에서 나가는 건, 나 한 명일 텐데.


내 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강한주를 바라보며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혹시 보기 불편하다면, 아예 조각조각 분해를 시켜줄 수도 있다만···. >

‘아뇨. 제발··· 그러지 말아 주세요.’


레데르가 사망하자 그의 등에 솟아났던 날개와 두 뿔은 서서히 옅어졌고, 이내 완전히 사라져 원래의 인간 ‘강한주’로 되돌아왔다.


그런 그의 앞에는,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이제 시간이 다 되었군. 힘을 다 썼어. 부디, 그대의 몸을 아껴주길 바란다. 그대는 그대의 생명뿐 아니라, 짐의 목숨도 손에 쥐고 있으니 말이다. >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이후, 전신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system]

[이계의 기생충이 에너지 소모로 잠에 빠집니다.]


“돌아온 건가?”


아니, 사실은 어디도 가지 않았다.

···통제권 딱 하나만 돌아왔을 뿐.


나는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그제야 내 손은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강한주의 앞에 놓인 책 한 권을 들어 올렸다.


[system]

[강한주의 ‘자연 치유’에 관한 스킬북입니다. 스킬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에 몸이 굳어버렸다.


몬스터를 잡으면 가끔가다가 스킬북을 드랍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던전에서 스킬북을 얻으면 최소 몇백억은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이게 사람한테도 뜬다고?”


아니, 어쩌면··· 강한주가 몬스터가 되어버린 탓에 뜬 건가?


“기생충, 뭐해?”


어쩌면, 기생충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대뜸 들었다.


사실, 기생충에게 묻고 싶은 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강한주의 죽음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죽였어야만 했던 걸까.’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들리지 않았다.


그 비아냥거리고, 빈정대는 말투의 시스템창도 나타나지 않았다.


‘꿈이라도 꾼 걸까?’


아니, 꿈이라기엔 지금 눈앞에 죽어있는 강한주가 말이 되질 않았다.


현실 같지가 않아.


레데르라는 악마가 날 공격했을 때, 기생충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저렇게 누워있는 건, 바로 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이리도 쉽게 죽을 수 있다는 허무함.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 구구구궁···.


그때, 외부로 통하는 게이트가 이제 곧 닫힌다는 것을 알리는 진동이 동굴 전체에 일었다.


‘생각할 시간도 안 주는구나···.’


서둘러 던전을 나가려던 순간, 눈에 밟힌 무언가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터···.’


이터였던 것. 이터의 조각. 파괴된 이터의 잔해···.


레데르라는 악마에게 아무짝에 쓸모도 없이 그대로 부서진 내 무기였다.


두 동강도 모자라서 창날 부분은 아예 갈려버린 느낌이었다.


너무 조각나버려 주울 수도 없을 정도로.


“그동안··· 고생했다···.”


얼마 쓰지도 못했는데···.

비암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 잘난 17억짜리 창도 악마형 몬스터에게는 꼼짝없는 장난감일 뿐이었다고?


물론, 이때 나는 알지 못했다.


이날, 내가 마주했던 ‘레데르 피어’가 S급에 가까운 몬스터였다는 것을···.




* * *



강한주가 게이트에서 사망하고 난 뒤, 정말 아무런 일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게이트는 무사히 클리어돼 닫혔고, 그것에 대해 헌터 협회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꺼림칙하지만··· 아니, 안도감과 불안함에 며칠을 보냈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하핫. 유도진이한테는 내가 항시 고마워하는 건 알고 있지?”

“저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걸요.”

“그나저나, 강한주 그 새x는 행방불명이라지?” “네. 헌터 협회의 사람들이 강한주를 찾곤 있는데···.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라크네 게이트만 홀라당 처리하고 사라진 게 이상하단 말이야···.”


내가 강한주와 싸웠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무래도 흑화한 강한주가 게이트 안에서 나를 처리하기 위해 게이트 공략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흐음. 근데, 유도진이. 자네는 강한주가 아라크네 게이트를 혼자 공략할 수 있었을 것 같나?”

“아무래도··· 그··· 새로 얻은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염세훈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게 강한 유도진이 자네도 나를 치료해 주기 위해 노력하다가 강한주를 놓쳤으니···.”


더불어 내가 헌터 협회의 추적망을 피해 간 것은, 염세훈이 헌터 협회의 사람들에게 내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한주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된다.


물론, 그 탓에 여전히 살아남은 일광 길드원들은 언제 강한주가 나타나 자신을 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다.


“그럼··· 쉬세요.”

“정말 고마워. 그럼 들어가···.”


초창기, 나를 용병으로, 이후 길드원으로 들이려던 염세훈의 입에서는 이제 ‘길드’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염세훈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가족들에게 충분한 위로금을 지급한 뒤, 길드를 정리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나 또한 이번 사건 이후, 준혁에게 어마어마한 욕을 들었다.


.

.

.


“너 그렇게 강한 놈 아니야! 왜, 너가 나서서···.”

“그래도 난 안 다쳤으니까.”

“아니 그래도··· 강한주 그 새x가 이상한 무기를 썼다며!”

“물론, 이후에 그 사람을 따라간 건 내 의지였지만··· 기를 눌러주자는 건 우리 같이 결정한 거잖아.”


내 말에 준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해···. 아니, 근데 그래서 그 새x는 어딜 간 거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에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강한주의 행방에 나는 그저 모르는 척,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분간 어떻게 하게?”

“일단··· 이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런 일까지 당했는데···.”


시스템창, 아니··· 기생충은 다시 대답이 없는 상태였다.


새로운 몬스터를 뜯어 먹어도 조용했고, 새로운 몬스터에 만족하지도 않았다.


‘기생충··· 죽은 게 아닐까?’


혹시 죽었다면, 이제 몬스터를 안 잡아먹어도 되는 걸까?


아니. 기생충은 죽지 않았다. 느낌이 그랬다.


거기에, 기생충이 내게 몸을 돌려줄 때 떴던 메시지, ‘잠에 빠진다.’라는 문구.


마치 온 힘을 다해 긴 잠에 빠져버린 느낌의 문구였다.


‘그래··· 기생충이 돌아올 때까지만···.’


그는 기생충 주제에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레데르라는 악마의 전체 이름. 그리고 게이트 너머의 저쪽 세계에서 벌어졌던 일들까지도.


‘저쪽 세계···라는 건 진짜 존재하는 거였구나.’


하긴, 세계가 존재해야 기생충도 있고, 여러 몬스터도 넘어오는 거겠지.


점차 내가 생각했던 저쪽 세계에 대한 가설이 정설로 맞춰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쯤 일어날래···?”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며 기생충에게 말을 걸어 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비암에게 온 메시지였다.


[이터가 부서졌다는 소식 들었어요. 뭐, 마음 쓰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창고행이 될 무기였으니까요.]


그 뒤에 적혀있는 멘트는 다시 한번 비암의 클래스를 확인하게 적당한 말이었다.


[B급 헌터들이 쓰는 초보자 무기였는데요. 뭐.]


B급 헌터들이 쓰는 ‘초보자’ 무기.

그게 17억이었다.


다른 메시지 하나는 다시 무기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딱 필요한 말이었다.


[안 그래도 이번에 대장장이한테 무기 의뢰를 맡기려 했는데, 형 무기도 하나 맡겨야겠네요.]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내 물음에 그는 ‘제가 키운다고 했으니까요.’라는 답변을 보낼 뿐이었다.


이전 고블린만 잡던 때와는 달리, 이젠 A급의, 비록 불명이지만 어엿한 헌터였으니까.


이제야 비로소 비암의 ‘키운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 * *



“근데 그··· 무기 의뢰를 직접 찾아가서 해야 된다는 말을 왜 미리 안 했냐.”


신림, 대학동.

어마어마한 산을 낑낑대며 올라가며 입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스탯이 어느 정도 증가해서 힘들진 않았지만, 걷는 것은 언제나 귀찮음이 동반되는 일이었다.


거기에 택시도 잡히질 않아서 걸어온 게 문제였다.


비암에게 연락을 받은 바로 다음 날 아침.


여유롭게 몬스터 고기로 만든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 거기에 갓 내린 커피로 브런치를 먹고 있던 내게 메시지가 왔다.


[아, 근데 의뢰 오늘 가야 해요. 오후에는 시간 안 된다고 했거든요.]


‘사람이 이렇게나 무대책일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갑작스레 보내온 연락에 나는 황급히 먹던 것들을 한입에 집어넣곤 집을 나왔다.


그렇게 오게 된 곳이 바로 신림의 대학동이었다.


“대장장이면 돈도 많이 벌 텐데··· 왜 이런 허름한 동네에서 사는 거지?”


마석이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세상. 하지만, 대학동은 예외였다.


여전히 불편한 언덕을 올라야 하고, 집은 옛날과 똑같이 한없이 좁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원룸촌 사이에 있는, 낡고 허름한 집 쪽으로 다가갔다.


비암이 보내준 지도에는 이곳이 목적지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다른 신축 건물들 사이에 홀로 남아있는 작은 가정집.


마치 몬스터의 습격이라도 받았는지, 벽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고, 심지어는 새로 덧댄 콘크리트 자국까지 남아있었다.


“돈을 잘 벌면··· 집을 고치든지 이사를 하든지···.”


대문에 손을 가져다 대자 ‘끼익-’하는 낡은 철문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자 대문 안, 작은 마당에서 나무를 깎고 있는 한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누구세요?”


한없이 맑은 눈을 가진 소년. 머리는 정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하게 정리된 스타일이었다.


“이지형··· 대장장이님?”

“아, 맞습니다. 제가 이지형··· 혹시, 오늘 오신다던 헌터님이신가요?”

“네, 맞아요.”


그러더니 이지형이라는 대장장이는 조각하던 나무와 사용하던 칼을 마당 한쪽에 두고, 방금까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우리 이터를 사용했나 했더니, 형이었군요.”

“네? 절··· 아세요?”


내 반응에 지형은 나를 바라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애착 등장인물, 이지형의 등장입니다!

전문직이기에 등급은 없지만, 무려 SSS급...! 대장장이...라는 설정이...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뉴비 헌터를 키워라(6) 24.04.06 56 1 13쪽
76 뉴비 헌터를 키워라(5) 24.04.05 55 1 12쪽
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54 1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54 1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57 1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65 1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62 1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68 2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0 2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58 2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2 2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71 2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68 2 12쪽
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68 3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68 3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75 3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76 2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84 4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80 3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84 3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79 3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82 3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91 3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85 3 12쪽
53 출격! 도마뱀즈!(?)(5) 24.03.14 85 3 13쪽
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88 3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102 3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93 2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96 3 14쪽
48 샐러맨더 한 마리(4) 24.03.09 98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