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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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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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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308

작성
24.03.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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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강한주를 죽인 자(2)

DUMMY

준혁은 말을 마치더니, 다른 방으로 가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듣지 않게 하려는 행동인 것 같았지만, 천장이 뚫린 집이라, 그의 통화 내용은 하나같이 내 귀에 잘 들렸다.


“아, 일광 길드를 키우던 게 천하 길드였어요? 근데, 그렇다고 해도, 강한주는 자기 길드원들을 죽였잖아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소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 오빠, 저 어제 뉴스 봤는데··· 오빠 괜찮아요?

“아···. 응, 별거 아니었어.”

- 별거가 아니잖아요. 지금 길드원들한테 다 통화 돌렸고, 오빠 한 명만 남았는데···.

“망고랑 자몽이는 안전하니까 걱정 마.”

- 아니, 우리 애들 말고, 오빠 말이에요. 지금··· 인터넷 난리잖아요. 오빠를 처벌해야 한다 어쩐다 하고요···.


그녀의 말에 나는,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꾼 뒤,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은 공중에 떠 있는 내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 위로 적힌 글자는···.


[미지의 힘으로 서울을 구한 헌터, 알고 보니 빌런 살인마?]


[유도진(불명)의 광역 마법에 다쳤다는 시민의 제보가···.]


[유도진(불명)의 힘을 그대로 사회에 풀어도 되는 것인지 헌터 협회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


[빌런을 잡는 운명 길드, 강한주 실종 조사에 착수.]


“아하하···. 진짜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 오빠가 진짜 사람을 죽였을 리가 없잖아요. 오빠 그럴 사람 아닌 거 사람들이 다 알지 않아요?

“나야··· 모르지···.”

< 한데, 이상하구나. 짐의 광역 마법은 정확히 몬스터들만 노렸는데, 민간인이 다쳤다니. 이건 모함이다! >


누군가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을 구한 용감한 헌터로 칭송받아도 모자란 나한테··· 범죄자라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니!


그리고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적당히 사회적 지위도 높으며,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한 사람.


“조건웅··· 이 x친 개x끼···.”


초대형 몬스터로부터 많은 사람을 구했는데, 사람을 죽인 범죄자라는 기사가 더 크게 난 것에 대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조금은 서운했다.


그러나 그 감정보단 억울함이 더 커서 미칠 지경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지금 그 결과는···.


“범죄자로 낙인이나 찍혔네···.”

- 괜찮아요. 아무도 오빠를 그렇게 생각 안 해요!

- 맞아요! 형! 저희가 알잖아요! 형 그런 사람 아닌 거.

“하하··· 정말 고마워. 너넨 해외에서도 되게··· 고생이 많네.”

- 고생은요. 오빠가 지금 고생하잖아요. 오빠, 힘내요···.

- 맞아요, 형! 힘내요!


두 사람과 통화를 하니, 그래도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알아냈다. 조건웅 그 x친 새x가 왜 너한테 매달리는지.”


그때, 문을 벌컥 열고 화난 얼굴의 준혁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 * *


“일광 길드는 조건웅이 직접 관리하던 길드야. 그리고 그 길드에 강한주를 넣은 게 조건웅이고.”

“······준혁아? 우선 진정해 봐.”


준혁은 화를 삭이고 설명을 이어갔다.


“혹시 헌터 대출이라고 알아?”

“들어는 봤어.”

“그래. 근데 그 강한주 새x가 수백억을 빌린 거야. 거기서. 지 강해지겠다고.”

“에?”

“그 시점이 너가 일광 길드의 용병으로 갈 때였어. 아마, 널 의식했겠지.”


근데 그런 강한주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자신이 관리하는 일광 길드를 전멸시키고 말이다.


“강한주한테서 못 받은 돈을 너한테 받으려는 거야. 조건웅 그 새x는···.”

“근데 그럼 방식이 좀 틀리지 않아?”

“조만간 너한테 협상을 하려 들 거야. 자기가 누명을 벗겨주겠다고.”

“엥? 지가 날 이렇게 만들었으면서?”

“그치. 아마 누명을 벗겨주는 조건으로 협상에 대한 선택지는 두 개. 강한주가 진 빚을 너가 대신 갚든가, 아니면 너를 싼값에 천하 길드로 영입하든가 하겠지.” “나를?”

“응. 이러나저러나 유명 인사인 너가 천하 길드에 들어가면 천하 길드의 위상도 높아지고, 범죄자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길드라는 소문도 생길 거니까.”


하지만 준혁은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너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강한주를 살해한 것도 인정하게 되는 거니까.”

“x발. 야비한 놈. 어차피 그 새x 밑으로 들어갈 생각도 없었어.”


준혁은 답답한 마음에 잠시, 뻥 뚫린 천장을 바라보더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담배 피워도 되냐.”

“미x 놈아. 가정집이야!”

“아, 천장 없잖아! 냄새 잘 빠질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싱크대 쪽에다 재를 터는 걸로 합의를 보고 있을 즈음, 또 문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 국장님. 아니, 기사를 무슨 그렇게 내요. 기사를 그렇게 내면 누가 헌터를 하겠어요. 국민 영웅 아니에요?”

- 아니, 그게··· 저도 윗선에서 압박이···.

“그 윗선 누군데요. 제가 아는 사람일 거 같은데?”


잔뜩 화난 목소리의 비암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현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 뭐야. 여기 왜 천장 없어? 아니, 그러니까 국장님, 그 기사 내려주시고, 제가 말한 걸로 기사 올려주세요. 아니면··· 앞으로 국제일보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지금 있는 투자 건들도 다 뺄 겁니다.”

- 아니··· 그···.

“진짜입니다. 그래도 제가 국장님만 보고 투자한 것도 있는데.”

- 알죠. 네, 네. 알겠습니다···.


비암의 전화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 내용은 물론이고, 끊고 문 앞으로 다가오는 소리까지 들렸다.


“입구가 어디지? 어차피 지붕도 날아갔으니까, 문 뜯어도 상관없으려나···.”


혼잣말까지 말이다.


“아니, 상관있거든!”

“아, 아깝네요. 문 좀 열어줘요.”


비암의 말에 문을 열어주러 간 것은 준혁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올 줄 알았다’는 미소 섞인 인사를 주고받더니, 구멍이 뚫린 안방 한쪽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거, 수리하는 데 돈 좀 들겠는데?”

“그러니까요. 이 기회에 재난 보험 좀 들어요.”

“몰라, 위를 허물고 지하로 들어갈까?”

“이번에 몬스터가 땅을 파고 다녔는데, 땅이라고 안전할까.”


시답잖은 이야기가 지나간 뒤, 준혁은 자신이 알아낸 이야기를 비암에게 들려주었다.


“뭐? 그 아저씨가?”

“일단, 이것도 추측이긴 해.”

“아니, 난 그것보다, 그거 진짜예요? 이세계의 신 어쩌구?”

“뭐···. 그렇긴 해.”


내 말에 비암은 살짝, 못 믿겠는지 표정을 찡그리더니, 다시 웃어 보였다.


“제가 모르는 다른 스킬들 아니죠?”

“아니야···.”


그건 진짜 내 스킬이 아니었으니까, 아닌 건 맞다.


< 우린 이미 한 몸이었는데, 그런 말을 하니 조금 서운하구나. >

‘이상한 표현 쓰지 말아 줄래?’

< 힝, 슬프구나. >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혜성 누나가 달라붙었다는 건··· 정식 조사가 시작될 거란 이야기예요.”

“맞지. 옛날에 우리 길드장 형 조사받았을 때 생각나네.”

“일단, 도진이 형은 등급 재심사부터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등급 재심사.


내 실력이 A급이 아닐 거라는 의심에서 받는 심사였다.


더미 로봇과 싸우면서 내가 가진 모든 스킬을 사용하는 것···.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내가 ‘곰’의 스킬을 쓸 수 있는지를 볼 생각인 것 같았다.


“내가 S급이라니, 그 말 자체도 나는 어이가 없긴 한데 말이야.”

“왜?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아?”

“아냐. 예전 재심사 이후에 딱히 크게 얻은 스킬도 없고···.”


하지만 이런 내 말에 비암은 싱긋 웃고만 있을 뿐, 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 똑. 똑. 똑.

“계세요? 계시겠죠. 방금 전까지 사람 소리가 들렸으니까요.”


준혁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집에 또 누군가가 찾아왔다.


“아니, 무슨 만남의 장터도 아니고, 이렇게 북적북적할 거냐고요.”

“왜, 북적이니까 좋지 않냐?”

“그건··· 집이 좀 집다울 때 이야기고, 다들 천장 무너진 집에 뭐 하러 찾아왔어요!”

“그야, 걱정돼서죠!”

“맞아요!”

- 메에엥!

- 몽! 모오옹!


하나둘씩 모이던 사람들은 어느덧··· 1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 등급 재측정 받으러 가야 한단 말이야···.”

“받으러 가면 되죠! 뭐가 문제에요!”

“이 인원수요! 내가 뭐, 그 소식 하나에 무너지기라도 할 줄 알았어요? 다들 나를 얼마나 나약하게 본 거야.”


말은 이렇게 해도, 나름 뿌듯했다.


내가 헌터 일을 허투루 한 게 아니었구나.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은 생각에 자칫, 마음이 말랑해져 눈물을 쏟을 뻔했다.


“마침 도마뱀들 데리고 오느라 버스 운전해서 왔는데··· 이거 타고 다 같이 구경 가면 되겠군요.”


제일 의외였던 점은, 도마뱀들의 닥터인 이선주까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녀 말로는 망고와 자몽이 나가자고 보챘다고 하는데, 그녀도 나름대로 자신의 인맥으로서 나를 도와주려는 듯 보였다.


“예? 이 인원들이 다··· 제 등급 재심사를 견학한다고요?”

“안 될 거 있습니까?”

“그건 아닌데···.”


초등학교 때, 신체검사를 반 아이들 앞에서 받는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가급적 혼자 가고 싶었기에, 그들의 결정을 조금 미루려 하고 있을 때였다.


“어? 비와요.”

“오늘 비 소식이 있던가?”


뻥 뚫린 천장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이대로 앉아있지 말고, 버스로 가시죠. 얼른, 유도진 씨도 가자고요.”


선주에 의해··· 우리, 아니 ‘나만’ 어쩔 수 없이 헌터 협회로 향했다.



* * *



“고블린 헌터님! 뭐야, 지붕이··· 왜? 아··· 근데 오늘 비 온다는 소식이 있던가? 근데 이 안에 사람이 있다고? 저기··· 안에 계세요···? 유도진 씨이···.”


유도진의 제1호 제자 배하정은 좀 늦은 탓에, 모두가 떠난 이후, 그의 집을 찾아와 버렸다.


“엥? 뭐야?! 어디 갔어!”


배하정은 도진에게 위치를 물어, 뒤늦게 헌터 협회로 향했다.


작가의말

어차피 부서진 집, 문 하나 뜯는다고 달라질 거 없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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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44 1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50 1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51 1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3 2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56 2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58 3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60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57 2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55 2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62 1 13쪽
78 마력을 다루는 방법(1) 24.04.07 6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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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뉴비 헌터를 키워라(5) 24.04.05 59 2 12쪽
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58 2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58 2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64 2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69 2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66 2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74 3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6 3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63 3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7 3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79 3 11쪽
65 강한주를 죽인 자(4) 24.03.26 72 3 12쪽
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73 4 11쪽
»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72 4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80 4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80 3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89 5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8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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