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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894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20.01.05 23:25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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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DUMMY

“대체 나는 무얼 위해서······.”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선택 이전에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충격이 커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조차 들지 않았다. 설마 신을 타도한다고 사람들이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사람들, 특히 마리아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이 일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었다니. 악마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알고 있었다면 일부러 나를 속인 것일까? 아니면······.

“뭐,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네.”

그는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있는 나를 보고는 결론을 내렸다. 마리아는 어떨까? 나는 마리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평소와 같은,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뭐, 이제 일도 일단 해결됐으니 복도를 원래대로 고쳐볼까.”

신은 복도를 한번 둘러보고는 허공에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백색 빛의 복도는 평범한 회색의 복도로 돌아왔다.

“일단 내가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까, 왕국으로 돌아가서 지내고 있어.”

그는 모든 것이 결론이 났다는 듯 우리에게 가볍게 말하고는 물러나라는 듯 손짓하였다. 그리고는 비록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을 향하여 복도를 여유롭게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모든 게 그의 뜻대로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틀린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을 따르는 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리아와 사람들을 희생하거나, 혹은······. 하지만 지금 이렇게 그의 말에 따르는 것이 정말 마리아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일까? 지금 이곳에는 악마도, 신도 없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뿐이었다. 어떠한 것이든 내가 판단하고 내가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지난 일을 잠깐 회상하고 있으니 평소와 같이 그녀는 나의 얼굴을 가까이서 살피며 물어왔다.

“그냥 별것 아니야.”

“별것 아니기는. 말해봐.”

하지만 그녀에게 내 생각을 말한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미 그녀에게 조금 이야기했을 때의 반응도 역시 그러했으니까. 그리고 그녀를 제대로 길게 바라볼 자신도 없었다.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좀 나를 제대로 봐봐!”

그녀는 내 얼굴의 양 뺨을 약하게 꼬집고는 들어 올려 내가 그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프잖아!”

하지만 그것은 꽤나 아팠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이제야 여길 보네. 그래서 이제 말할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된 이상 아예 무시로 일관할 순 없겠지.

“그냥 말이지. 조금 충격이었어.”

“뭐가 말이야?”

“너와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야. 그래서 내가 한 행위들로 네가 사라질 수 있었다는 것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무언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도 들었잖아. 신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그게 내가 진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은 될 수 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옛날같이 가볍게 내 어깨를 주먹으로 툭 하고 쳤다.

“아야! 아프잖아.”

“약하게 쳤는데 그렇게 아플 리가 없잖아. 아무튼 느껴지지? 나는 실제로 이곳에 존재하고 있어. 내가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에 너도 만들어진 존재일지도 모르잖아?”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이곳에 있고, 나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인가. 확실히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니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있지 마리아.”

나의 부름에 그녀는 손을 대충 흔들며 이어질 말을 막으려고 하였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진 모르겠지만 돌아가서 하자. 피곤해 죽겠어.”

하지만 지금 어중간한 채로 돌아갈 순 없었다. 이곳에서 결론을 무조건 내야만 했다.

“아니, 지금 결론을 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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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29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4 0 10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2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19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1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7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0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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