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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899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08.18 17:44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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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DUMMY

--


“다들 괜찮아?”

나는 낯익은 중저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런 정신나간 작전을 따르게 될 줄이야······. 뭐, 결론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네!”

이어서 지아 특유의 활기찬 느낌이 담긴 외침이 들리었다.

“네, 뭐······.”

그리고 정혁 역시. 모두가 응답하는 마당에 나도 안 하고 있을 순 없었으니 나는 그냥 적당히 “저도요.”라고 그의 말에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 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그럴 수 없었다. 날 반겨주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내가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난데없이 갑자기 밝은 빛이 느껴져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뭐하냐?”

그리고 들려온 정혁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니, 눈앞에 정혁이 플래시를 켠 휴대폰을 든 채로 서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는데, 실로 가관이었다. 나는 내가 일어나서 병실을 둘러보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실제로는 벽을 보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음······. 아니, 아무것도.”

나는 부끄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해서 괜히 담담히 대답하고는 정혁과 같이 휴대폰을 꺼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혁과 내 것을 제외하고도 병실엔 두 개의 불빛이 있었다. 뭐, 지아와 충욱 씨가 주위를 살펴보려고 켠 휴대폰의 불빛이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들처럼 휴대폰을 꺼내어 이 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우리는 조금 전과는 달리 병원이 불에 타고 시간이 꽤 흐른, 그러니까 우리가 이 병원에 왔을 즈음의 시간대라 생각되는 병원의 병실에 있었다. 방 상태도 그렇고 침대나 수납장 같은 병실 내의 물건들도, 조금씩 그을리긴 했으나 비교적 꽤 온전한 상태로 있었기에 진화되고 좀 지난 후의 병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야가 어두워서 그런지, 방 내부를 자세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돌아온 건가······? 원리는 제대로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아왔으면 된 거겠지.

“흠. 제대로 된 날짜에 도착한 건가?”

충욱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히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도착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시간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는 낮이었으나 지금은 명백하게 밤이다. 그 근거로 지금 이곳엔 빛 하나도 새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이 걸려서 충욱 씨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밤인데요?”

“지하라서 그런 거 아냐?”

우리는 폭발시간이 임박해오자 병실 안의, 몸을 숨길 수 있을만한 곳에 들어가 몸을 쭈그렸다. 그리고 후에 폭발음 같은 것이 들리며 섬광이 일었고 그다음은 지금과 같다. 지하의 병실이었으니 우리는 지금도 지하에 있는 건가······? 하긴, 그러면 이렇게 어두운 것도 말은 되는군. 지금의 병원은 따로 전력이 공급되지도 않을 테니까. 그의 말은 꽤나 그럴듯한 이론이었다. 아니, 이론을 넘어서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사실상 내 머릿속에선 이미 사실이 되어 있었다.

“어······, 여기 지하 아닌데요?”

정혁이 딴죽을 걸기 전까지는 그러하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창문이 있네요.”

“뭐, 밤 시간대에 도착했을지도?”

······그건 너무 대충 넘어가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것을 납득해보기도 전에, 정혁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요?”

그 말을 듣고 지아는 정혁이 있는, 창문가를 향해서 걸어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정혁의 말을 보충하였다.

“차들이 다니는 소리도, 사람들 소리도 안 들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어두운데요? 밖이 전혀 안 보여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거리의 불빛이 조금이라도 이곳에 들어왔어야 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으음······. 난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어······. 으음······.”

충욱 씨는 당황한 듯 아무 말도 못 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고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신음을 나지막이 뱉었다.

“일단은 밖으로 나가보지.”

하지만 그러고도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지, 그런 대안이라도 제시하고 복도를 향하여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를 따라,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 없이 곧바로 로비로 빠져나왔다.

미약한 불빛에 의지하여 바라본 어둠에 잠긴 로비는 느낌이 색달랐다. 마치 사후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그런데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요······.”

지아는 휴대폰을 병원 밖을 향하여 비추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가 말꼬리를 흐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도 전혀 밖이 보이질 않았으니까. 또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우리를 놔두고 멸망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 상황에 아무 말 없이 넋 놓으며 서 있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일단 밖에 나가서 더 둘러볼까?”

그 압도적인 어둠에 우리가 짓눌려 있을 때, 충욱씨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의 플래시에 의존하여 먼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렇게 나아가면서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 잘 따라오고 있는지,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만 할 뿐이었다. 불길함조차 발끝 하나 내밀지 못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암흑을 걸으면 걸을수록 어둠에 잠식되어 우리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무언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지아를 선두로 하여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도로에는 차량이나 사람들이 전혀 오가고 있지 않았다. 마치 태풍이라도 휩쓸고 간 듯 거리는 엉망이었고 차들은 주인을 잃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휴대폰 불빛에 의존하여 몇몇 건물들도 살펴보았으나 여기저기 허물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건 마치 전쟁이라도 터진 것 같은 모습이군.”

충욱씨는 그 풍경이 마치 전후의 모습과 같다고 하였다. 전쟁이라······. 이 암흑 속에서 그런 말을 들어봤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지아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도 어느정도 느끼고는 있었으나, 사람뿐만이 아니라 존재라는 것 자체가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전쟁이라면 하다못해 시체라도 보였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전쟁 중이라면 이렇게 조용한 게 더 말이 안 되었다. 뭐 어찌됐든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우리로서는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방법이 맞았다.

어느 정도 길을 걸으니, 무슨 소리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소리가 작게 조금씩 들리며 희미하게 밝은 빛이 보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빛이 비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주인을 잃어버린 차의 운전석의 깨어진 창문 사이로 오른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이는, 왼손에 랜턴을 들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뭐야?”

그 남자는 우리의 인기척을 눈치 챈 듯, 우리를 흘깃 쳐다본 후에 그렇게 말하고는 별일이 아닌 듯 다시 본래의 일로 돌아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 상황에서 지아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는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물론, 앞 뒤 다 자르고 그렇게 물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다.

“뭐가?”

그나저나 대답이 되게 재수 없네. 꼭 저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하나?

“아니 그게······.”

지아도 그 말투에 당황을 했는지 아니면 할 말을 제대로 생각해두지 않았는지, 어쨌든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라? 너는······.”

그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후 우리쪽을 지긋이 쳐다보고는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나였다. 그는 나를 향해 몇 걸음 오고서는 랜턴으로 내 얼굴을 비추었다. 나는 눈부심 너머로 그가 누구인지 확인을 할수 있었다. 왜 하필이면······.

“어? 너도 살아있었구나.”

그는 늘상 나한테 시비를 걸고는 하던, 아니 나를 괴롭히던 그 빌어먹을 녀석이었다.

“잠깐, 살아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이 녀석이 헛소리를 하기전에 어서 자리를 뜨고싶었으나, 충욱씨는 그 녀석의 말에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 있었는지, 그것에 대해서 그에게 질문했다.

“네? 다 죽었잖아요?”

“뭐?”

소리로 직접 놀라움을 표출한 충욱씨 말고도, 그것은 나에게도 꽤나 적잖은 충격이었다. 아니, 엄청 큰 충격이지. 대체 이게 무슨소리야?

“뭐, 살아남은 사람도 있을거라고는 보지만······.”

그는 그 정도 말하고는 다시 돌아가서 차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지아는 걱정스러운 듯 혹은 놀라서 말을 잇기 어려운 듯 사이사이가 계속 끊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조심히 물었다.

“그냥 갑자기 막 태풍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렇더라고?”

충욱씨는 그의 말을 듣고는 달리 생각할 짬도 없었을 찰나의 시간 후에 다급하지만 그 사안이 중요한 듯 억지로 진정시키려는 듯한 진지한 목소리로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오늘 날짜와 시간은?”

충욱씨의 질문에 그는 생각해볼시간 조차도 필요없다는 듯 빠르게, 그리고 황당하다는듯한 뉘앙스로-

“당연히, 9일 8시죠.”

-라 답했다.

“몇월?”

“7월요.”

“연도는?”

“당연히 2014년이죠.”

그 날짜는 정확히 우리가 살던 그 날짜였다. 우리가 떠난지 그리 많은 시간도 흐르지 않았는데 도시가 이렇게 되었다고? 이건 대체······.


작가의말

뭔가 점점 책 속의 문장이랑 책 밖의 문장이 비슷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차이를 두려고 하고는 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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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2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1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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