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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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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2.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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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DUMMY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있는 것은 낯선 배경과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익숙한 인물들은 악마라고도 불리는 반란군들이었고, 낯선 배경은······ 낯선 배경이었다. 그렇게 충분하진 않은, 협소한 회색빛 벽으로 둘러싸인 창고와 같은 공간에서 그들이 무장한 채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저기······?”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물으려 했으나, 그들은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질문하려던 것을 무마시켰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난 후 주변을 더 살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주변이라고 해봤자 협소한 회색빛 벽뿐이긴 했으나, 그래도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회색빛 벽들에서 더 이상 무언가 읽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다음에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읽어내었다. 꽤나 긴장되는지 자세는 경직되어 있었으며 모두 양손에서 총을 놓고 있지 않았다. 몇몇은 도중에 나를 힐끔 쳐다보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표정에서 나는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화난 것일까? 물론, 내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화를 낼만은 했다. 하지만 단순히 화났다는 정도로만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고 생각된 이후에, 그들 중 한 명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된 것 같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본인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혀 긴장은 늦추지 않는 듯 총을 쥐는 자세는 여전히 경직된 채였다.

“저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나의 그 질문에, 가장 먼저 입을 열었던 자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아침에 당신이 그 장치와 함께 사라진 걸 알고 저희가 얼마나 혼란에 빠졌었는진 아십니까?”

“그게······.”

나는 무언가 변명을 하려 했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명백히 내 잘못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거기다가 당신이 그 장치를 들고 가버리는 바람에, 기존에 세워둔 계획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었습니다.”

“곧바로 다시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저 잠깐 마리아와 대화만 해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설마 마법사들에게 뒤를 밟힐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뭐, 됐습니다. 딱히 이제 와서 당신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별수 없이 저희는 막무가내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희생은 따랐지만······.”

그는 거기까지 말한 다음엔 잠깐 말을 쉬고 다시 이었다.

“뭐, 계획대로 진행되었어도 큰 희생은 피할 수 없었겠죠.”

그들은 정말로 나를 힐책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혹은 적어도 말을 하고 있는 그 만이라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향한 죄스러운 마음을 벗어 던질 순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정적이 조금 몇 초간 흘렀다.

“뭐 됐습니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린 점도 있으니까요.”

“제가요······?”

하지만 그다음에 나온 그들의 말은 꽤나 의외인 것이었는데, 나로 인해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는 것이었다. 작전을 망친 내가 대체 어떻게 일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희도 급히 작전을 수행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그들의 마법 능력이 생각보다 저하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그것이 저랑은 어떠한 상관이······?”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들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단지 당신이라는 이변이 이곳에 입성하면서 그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혹은 당신의 무의식이 무언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내가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이었다. 죄책감 역시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나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은 맞는 것인가?

“하지만 저는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뭐, 어찌 되든 됐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타이밍 좋게 당신이 그 장치로 무언가 마법을 써준 덕분에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시간도 벌 수 있었으니 말이죠. 비록 그 장치는 부서져서 이제 못쓰게 됐지만 말입니다.”

그 부분은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향후 나의 마법 능력에 대해 기대하지 않도록 첨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정도의 마법 능력은 저에겐 없어요. 다만, 이미 기존에 효능이 어느 정도 있는 장치를 이용한다면 사소한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을 뿐이에요.”

하지만 일련의 대화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깐 멈추어졌다. 무언가 총성과 명확히 알 수 없는 파열음이 오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도 여전히 싸움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한가롭게 있을 때가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비겁하다면 비겁한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이 협소한 공간은 왠지 모르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 전혀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계속 이곳에 있는다면 안전할 것만 같았다. 애초에 총성이 오가는 복도보다야 더 위험한 곳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창고의 묘한 분위기는 나를 방관자에 가까운 위치로 몰아넣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었다.

“아군과 교전 중이다.”

그들 중 한 명은 밖의 상황에 집중하는 듯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내 그는 눈을 뜨고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면서 나아갔다.

“잠깐만요.”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급히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이지?”

“그게······.”

하지만 계속 숨어있자고 말할 수는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까지 저곳으로 부르진 않을 것입니다.”

그는 내 의중을 눈치챈 듯 두 명을 나에게 붙여놓고는 복도 밖으로 사격을 하며 뛰쳐나갔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바로 몇m도 안 되는 공간 밖에서 사람들의 목숨이 간단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한 감정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와 비례하여 죽음마저 마음대로 결정지으려고 하는 신이 된 소년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나에게 붙여진 두 명의 반란군은 언제든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문을 겨냥한 채로 그대로 서 있었다.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혹시 마리아라는 이름의 소녀에 대해서 뭐 들은 게 있나요?”

“들은 바 없습니다.”

마리아는 괜찮은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들이 관련된 정보를 듣지 못한 것일까. 어쨌거나 나는 신에게 있어 필요한 존재인 것 같으니 마리아에게 해코지를 했을 것 같진 않아 일단은 안도를 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방심할 순 없는 법이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복도에서 나는 총성과 알 수 없는 파열음, 그리고 사람들이 무언가 외치는 소리는 멈추려는 조짐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무언가 지끈거리는 듯한 두통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나만의 일은 아닌 듯했다. 나와 같이 있는 그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는지 눈을 이따금씩 찡그리고는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법이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면 실제로는 얼마나 짧은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순간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굳이 비교하자면 전기와 비슷한 무언가의 소리가 복도에 크게 한번 울리더니 복도에 울리던 총성과 사람들의 외침, 그리고 마법 발사음 등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저희가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붙여놓았던 두 명의 군사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문을 조금 열고는 밖을 관찰하였다.

“이게 대체······?”

그리고 그것이 그가 밖을 조금 관찰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었다.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런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나 역시도 문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살짝 문 사이를 통해 바깥 복도를 훔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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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2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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