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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11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0.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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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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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DUMMY

“뭐야, 그냥 창고였구나. 그건 그렇고 여긴 뭐하러 온 거야? 텅 비어 있는데. 교육자님 심부름이나 그런 거야?”

“그런 비슷한 거였는데······. 뭐, 내가 잠깐 헷갈렸나 봐.”

마리아가 방을 조금 둘러보고 나에게 던진 물음에 나는 그냥 적당히 대답해주었다. 사실 몹시 당황스러워서 질문의 의미에 대해서 당시엔 제대로 파악은 못 한 채였으나, 그럭저럭 괜찮은 답변이었는지 그녀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어제 있었던 일들이 나에게 현실로 와닿기 시작했다. 최고교육자님의 죽음. 아니, 죽는 건 확실히 못 봤지만. 아니, 죽은 것이다. 여기서 그런 식으로 회피하면 결국 어제의 연장선에 불과해진다.

최고교육자님을 죽인 건 과거 그의 친구와 비슷한 존재였던, 지금은 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사람. 어떻게 과거의 일을 공유하고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존재를 그렇게 허망하게 죽일 수 있는 것이지? 심지어는 단순히 죽인 것뿐만이 아니었다. 왕국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의 존재 자체를 사라지게 한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니, 끝조차 종잡을 수 없는 공포감이 몸을 엄습하는 듯하였다.

그것이 신이었다. 그 어떠한 존재보다 위에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 아니,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었다. 그조차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고 했으니까. 아직까지는. 하지만 불현듯 나는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안타깝게 됐어. 일이 끝나고 나서 다시 보지.’

일이 끝나고 나서 다시 보자고? 죽은 사람인데? 아니, 그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되면 다시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맞다. 그러니까, 어차피 살릴 수 있으니까 죽였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가 정말로 사람의 생과 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마리아, 먼저 교육실로 돌아갈래? 나는 조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마리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비록 지금은 이해해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아직까지 그녀에게 자세히 이야기를 해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 당장은 그녀를 잠깐 떼어놓기만 하면 될 일이다.

“난 딱히 괜찮은데?”

하지만 역시 마리아가 순순히 내 계획에 따라줄 리는 없었다.

“나는 심부름이니까 교육 시간에 좀 늦어도 상관없지만, 넌 아니잖아.”

“언제부터 그렇게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러니? 뭐, 알았어.”

그녀는 잠깐 나를 놀리는 듯하고는, 이내 순순히 나의 말을 따라 교실로 돌아갔다. 일단 그녀는 모범생이니까 교육 시간에 늦을 수도 있는 선택지는 웬만하면 배제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그럭저럭 맞아 떨어진 듯 했다.

나는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다음, 지금은 창고가 되어버린 최고교육자님의 방에 다시 들어갔다. 지금은 사실상 없는 취급인 공간만큼 몰래 무언가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안에 들어와서는 최고교육자님이 있던 때의 방 모습을 지금은 텅 빈 창고에 투영했다. 가구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본래라면 있었어야 할 창문조차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았다.

“마법인가······.”

나는 홀로 작게 그렇게 되뇌이었다. 마법, 그러니까 의사시스템의 작용으로 최고교육자님의 존재가 사라지고 그가 있던 방이 완전히 텅 빈 창고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체 어디까지가 마법, 그러니까 의사시스템의 영향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고교육자님이 있던 시절 방의 모습이 마법으로 구현된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지금 이 창고의 모습이 마법으로 구현된 모습일까? 어느 쪽이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인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사람은 인지능력으로 현실을 파악하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모습인 것이다. 그것이 의사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홀로 결론을 내리고 나서도 의문은 계속해서 존재했다. 어쩌면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아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한다면······.”

아무도 듣는 이는 없었지만, 머리가 복잡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입 밖으로 조금이라도 내야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어쩔 수 없나.”

나는 의복 안쪽에서 트랜스시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전원을 켜 그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렸다.

“에덴왕국의 신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후, 트랜스시버로 흘러나온 응답에 따라 나는 에덴왕국 외부로 빠져나와 에덴 성벽과 가까이에 있는 폐허에서 반란군,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에덴왕국에서 겪고 알게 된 모든 이야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죽은 자를 살려낸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이야기를 마쳤을 때, 그들이 되물었다.

“네. 아직까지는 그런 힘을 얻지 못했지만요.”

“만약 그 녀석이 그런 힘까지 얻게 된다면, 이 세계는 에덴왕국의 독재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될 거야. 생각보다 빨리 뭔가 수를 써야 하겠어. 뭐, 어쨌거나 정보를 줘서 고맙군.”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랜 친구를 그냥 마음대로 죽여버리는 존재를 믿을 순 없으니까요. 그런 그가 정말로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신이 아니라 천재지변이 될 뿐이겠죠.”

그것이 내가 여러모로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이었다. 천재지변. 하지만 반란군 중 한 명은 내가 한 말을 듣고는 조금 정정해주었다.

“아니, 천재지변은 의지가 없지. 오히려 천재지변보다 더 심각할 수 있겠군. 아무튼 천재지변이든 악신이든 뭐든 이런 개념에 대한 고찰을 할 단계는 아니겠지.”

그렇다. 지금 중요한 건 개념 정리가 아니다.

“그럼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쯤이면 교육센터도 일과가 끝났을 것이고, 마리아는 내가 심부름을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참 전에 알았을 것이다. 그런 지금에 와서 다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뭐, 대충 교육을 받기 싫어서 몰래 빠져나갔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안 될 건 없겠지만.

“그렇군. 에덴왕국 보다 더 위협적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대항해야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들도 잘 모르겠군. 능력의 면에서도, 수적인 면에서도 우리는 많이 부족하니까 말이야. 사실 지금까지처럼 이렇게 숨어서 대항할 수 있는 것만 해도 힘든 상황이니 말이지.”

“아, 그러고 보니 이런 말도 했었어요.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카테드랄이고, 그것을 통제하는 것이 본인이라고.”

당시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진 못했으나, 지금 다시금 떠올려보니 그 말에 무언가 힌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말에 반란군들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한 명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딱히 거수로 발언권을 얻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는 그가 무언가 하려는 말이 있음을 눈치채고 그를 쳐다보며 그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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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3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4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20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7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2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2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3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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