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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15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0.20 13:32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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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DUMMY

“애초에 왜 왕국이 우리를 살려두고 있을까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그저 질문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생각해볼 만은 한 문제였다. 에덴왕국과 그 중심인 신은 그야말로 전지전능이라는 개념으로 비유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라면 반란군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반란군은 아직까지 잔존해 에덴왕국에 지속적으로 침입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생각나는 답변이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반란군 중 한 명은 별것 아니라는 듯, 생각보다 김빠진 질문이라는 뉘앙스로 간단히 답하였다.

“집단을 안정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니까.”

확실히, 에덴왕국에서는 에덴왕국 바깥의 반란군들을 악마라고 부르며 그들을 적대시하는 교육이 꽤나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진 자는 애초에 준비했던 다른 답변이 있었는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럴 순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애초에 신의 힘이 닿는 범위가 에덴왕국 주변으로 한정된다면 어떨까요?”

신의 힘이 한정된다고······?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카테드랄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한 건데, 어쩌면 그 의사시스템이라는 것을 구현해주는 기계가 카테드랄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기계가 힘을 미칠 수 있는 곳도 카테드랄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거죠.”

“그런가! 즉, 카테드랄을 함락시키면 신의 능력도 사라진다는 거군!”

반란군들은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듯 흥분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딱히 그들이 흥분하고 있는 것에 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너무 낙관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에게 그러한 나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카테드랄은 에덴왕국의 중심에 있는 곳이자, 최중요시설인데, 그런 카테드랄을 함락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애초에 그 기계가 있는지도,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물론 반란군들이 그저 바보라서 그러한 점에 대해서 떠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알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말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군. 하지만 중요한 건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지.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자네 도움이 꽤 절실할 것 같은데, 힘을 보태줄 수 있겠나?”

“제가요!?”

그들의 요청에 나는 조금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 중에서는 내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마법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뿐이니까요.”

그들 중 한 명이 말하였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에게 허용된 것은 총, 마법 무기라 불리는 그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나는 고위마법사들조차 들어갈 수 없는 카테드랄에 들어갔다 나온 경험 역시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정도인걸요.”

문제는 나는 이제 막 초급 중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특수한 모래를 움직이는, 마법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정도의 일밖에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엄청 최근의 일이니까. 그렇다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카테드랄 내부 역시 최고교육자님을 따라 공식적인 루트를 밟았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될 만큼 알고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중에서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자네뿐이니까, 그 점은 굉장한 이점이라고 생각하네. 일단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익힐 수 있는 건 익혀보는 수밖에 없겠군.”

“무리한 부탁인 것은 우리도 알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위험하고 무리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 그야말로 내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대답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면 저는 이제 무얼 하면 되는 거죠? 일단 카테드랄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 마법은······. 어떻게하죠?”

기왕에 어쩔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가야 하는 길도 멀었던 만큼 나는 상황이 결정된 대로 바로 그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카테드랄 내부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았다. 문제는 마법이었을 뿐.

“마법은······.”

그러나 그 이후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설마 저 혼자 어떻게 하라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없지. 잠깐만 기다려봐!”

선두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은 그렇게 말하고는 구석에 사람 몇 명을 데리고 가서 작게 무언가를 의논하는 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애초에 에덴왕국 외부의 사람은 마법을 쓸 수 없으니, 이곳에 마법을 가르칠만한 사람이 있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야 내가 어떻게 마법을 수련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센터에 다닐 때 조금 공부해둘 걸 하는 후회가 잠깐 들었으나, 지금 후회해봐도 별수 없는 법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그들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서 그동안 생각해낸 해결책을 말해주었다.

“우리 쪽에서 입수한 책들 중에 마법서가 있긴 있을 테니, 일단은 그걸 보면서 연습해보는 건 어떨······지?”

당사자도 무리한 제안인 것은 알고 있었는지 말끝을 조금 흐렸다.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한 대답처럼, 어쩔 수 없으니까. 현실과 시간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는 그저 휩쓸려 갈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휩쓸리는 중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해놓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라는 것에 반박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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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3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7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4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5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20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7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2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2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9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3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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