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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892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08.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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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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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DUMMY

“······.”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지아가 나 대신에 입을 열어주었다.

“그게 중요한 거예요?”

“중요하지. 내가 어제 너희를 쫓아내다시피 해서 보낸 후에 조사한 게 있거든.”

그래서 조사까지 한 사람이 묻는 것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 대체 왜?

“뭐, 지금은 아무려면 됐어.”

하지만 그는 갑자기 이때까지 추궁하던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질문을 그만뒀다.

“그래서 너희가 궁금해하는 게, 내가 왜 따라오라고 했는가 그거지?”

정혁은 관심이 없는지 구석에서 폰을 만지고 있었고 나는 웬만해선 아무 말도 잘 안 하기에 결국 대답할 사람은 지아밖에 없었다.

“네.”

나는 그 한마디조차도 쉽게 못 하는 것인가.

“아, 그런데 또 있는데 거기 지나간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무슨 말이에요?”

“그건 너희가 동영상을 올렸잖아.”

생각보다는 싱거운 답이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폐가에서 이곳까지의 거리와 동영상이 올라간 시점부터 그가 폐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거나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별로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왜 따라오라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어쩌면 보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겠군. 어차피 나도 확인해봐야 하는 입장이니까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GIG 있지? 잠깐 좀 줘봐.”

그는 나를 지명하며 폰을 빌려달라고 했다. 멀쩡한 pc는 놔두고 왜 굳이 내 폰을 쓰려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긴 했으나 나는 별말 없이 빌려줬다. 그는 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타이핑하는 듯하고는 나에게 바로 다시 돌려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현관 쪽으로 발을 옮긴 후 문을 열었다.

“따라올 거야?”

나는 사실 약간 주저했다. 어제 무려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입에서 쉽게 가자는 말이 튀어나오겠는가? 아니, 그보다 대체 어디를 간다는 거야? 하지만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지아는 한번 ‘씨익’ 하고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어제의 그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라며,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 제안을 수락했다.

우리들의 생각이 어떻든, 그녀가 가자고 하면 가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정혁에게도.


[*]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내 조금 지쳐 눈을 책에서 떼어내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고교육자님은 구석의 나무의자에 앉아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런 최고교육자님의 시선이 끝나는 곳에는 자칭 신이라는 소년이 새하얀 종이에 연필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런 나의 시선을 알아챘는지 소년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벌써 다 읽은 거야?”

“아뇨. 아직까지 덜 읽었습니다.”

책의 옆면을 대충 훑어봤을 때, 아직 절반 정도는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달리 말하면 절반 정도는 읽었단 얘기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단지 최고교육자님이 엘리베이터에서 하신 말씀을 생각해본다면 이 앞의 소년, 그러니까 신이라는 존재는 이 글에 등장하는 존재라고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이 우혁? 최 정혁? 애초에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었던 걸까? 하긴, 마법사들의 세계에서 할 말은 아니겠군. 어쩌면 아직까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

어찌 되었건 역시 계속 읽는 수밖에 없겠군.

[*]


병원은 세상의 전부를 태우려고 했던 어제의 포부 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다 식어서 검은 그을음과 곳곳에 난 구멍만을 가지고 한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패배자를 구경거리로, 사진을 한 장씩 찍고 있었다.

“차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아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충욱 씨에게 투덜거렸다.

“돈이 있어야 말이지.”

병원은 폴리스라인으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사실 굳이 들어가자면 그냥 넘어가면 되니까 안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럴 이유까지는 없겠지.

“그래서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간단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화면에는 GIG가 켜져 있었다. 아니, 자기도 스마트폰이 있으면서 왜 굳이 내 것을 빌린 거야?

[1시간 전/5km 이내 : 이번에 폭발한 병원이 완전히 타버린 건 아닙니다.]

[최근/1km 이내 : 근데 벌써 며칠째 안개가 끼어 있는데 이게 가능해요?]

[최근/1km 이내 : 요즘 이슈가 되는 살인마가 사실 탈영병이래요 ㄷㄷ함]

[최근/1km 이내 : 요즘 언급이 많이 되는 살인마가 여자라는 소문이 있음..]

화면에 올라와 있는 글 중, 가장 위에 있는 것이 이번에 폭발한 청산병원에 대한 것이었다.

“완전히 타버린 게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지아는 그 화면과 병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지아의 물음에 답하고는 병원 외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폴리스라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지아나 정혁과 같이 그의 발걸음을 따랐다. 하지만 모퉁이를 세 번 돌고 이제 네 번째 모퉁이를 돌아서 한 바퀴를 돌려 할 즈음이 될 때까지,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단지 걷기만 할 뿐이었다. 지아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는지 계속 걷기는 하면서 충욱 씨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뭐하시는 거예요?”

사실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 병원에 타지 않은 곳이 있다고 하면 그곳은 어딜까?”

그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지며, 계속 걸어서 네 번째 모퉁이를 돌았다. 결국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대체 왜 걸은 거야? 아무튼, 왜 걸은 건지에 대한 건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바로 전에 내뱉은 질문의 대답은 그의 자문자답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있다면, 거긴 아마 지하가 아닐까?”

그는 원래라면 응급실로 들어가는 입구였을 바닥에 유리파편들이 널려있는 곳을, 막고 있는 폴리스라인 앞에 멈춰 서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응급실은 지하가 아니었다. 왜 응급실을 향해 그런 소리를 한 것일까? 나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그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그는 폴리스라인을 가볍게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뭐하시는 거예요?!”

지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충욱 씨는 멈추지 않았고 행인들은 폴리스라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는 그를 한 번씩 보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갈 뿐, 딱히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아, 정말!”

지아는 스스로의 만류에도 그가 그냥 가버리자, 툴툴거리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당연하게도 나와 정혁 역시 그런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안은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코를 찌르는 쾌쾌하고 역한 냄새와 잿가루들이 침대와 바닥,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 방 전체를 검게 채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역한 냄새 때문에 나는 안에 들어오자마자 입과 코를 손으로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이렇게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이 역한 냄새를 참는 게 어려운 것은 지아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 역시 입과 코를 막으며, 충욱 씨에게 물었다.

“당연히 안 되지.”

그는 능청스레 그렇게 말하고는 말을 더 덧붙였다.

“응급실이랑 계단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시체는 안 보고 들어갈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확실히, 시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보였다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지도 못했겠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아니면 몸이 얼어 그 자리에 멈춰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응급실과 밖은 아주 가까웠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빠져나갔는지,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걸어서 별 볼 일 없는, 폐허라고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로비로 몇 발자국 걸어나간 후 몸을 돌려 바로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층 아래의 계단 끝은 철문으로 막혀있었다.

“들어갈 수 있으려나?”

충욱 씨는 잠깐 머뭇거리고는 철문을 열어 앞으로 나아갔다.

“이거 진짜, 상상을 뛰어넘네.”

그것이 그가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자마자 내뱉은 말이었다.


작가의말

책 속의 책 상태에서 수습하는 데에 실패하면, 책 속에 있는 책 속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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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29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4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1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2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19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1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7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0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0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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