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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14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08.25 11:1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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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DUMMY

[*]

“잠깐, 그러니까 세계가 멸망했었다고요?”

“그렇다니까.”

소년은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인정하였다.

“뭐, 정확하게는 생존자들도 남아있긴 했지만 말이야.”

소년은 본인에게는 별로 중요하진 않은 정보인듯한 말을 덧붙이고는 다시 종이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신은 신이잖아요. 어떻게 할 순 없어요?!”

나는 비범하게도 신이라 불리는 자에게 조금 화풀이를 하고야 말았다. 내가 살던 세계, 가족, 친구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비록 돌아가지 못하는 먼 과거의 일이라고는 하더라도.

“제아무리 신이라 불리는 자라고 해도, 죽은 사람을 되돌릴 순 없다네.”

나의 화풀이에 대한 대답은 소년이 아닌, 최고 교육자님이 대신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최고 교육자님의 의견에 소년은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아니, 되돌릴 거야.”

소년은 드물게도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그 갈망을 진지하게 눈동자에 내보내며 말하였다.

“세계 같은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꼭 되돌려야만 하는 게 있으니까.”

최고 교육자님은 그 말에 한숨을 약하게 내쉬고는 내가 평소에 알던 최고 교육자님이 아닌, 마치 친우와도 같은 어조로 소년에게 따지기 시작하였다.

“벌써 100년도 지났어.”

“너는 벌써 그 일을 잊은 거야?”

“잊을 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매달리는 걸 그 녀석이 원할 것 같아?”

“난 모르지. 애초에 며칠 밖에 같이 있지 못했으니까. 네 녀석하고는 다르다고.”

소년은 종이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것을 멈추고는 최고 교육자님을 노려보며 따졌다. 의외로 최고 교육자님은 소년이 노려보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기만 할 뿐이었다.

[*]


“억-!”

그리고 더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tv에서만 들어보던 둔탁하면서도 날카로운 쇠방망이 특유의 소리가 나더니 충욱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당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소리가 난 쪽, 즉 앞을 휴대폰으로 이리저리 비추어 살펴보았다. 충욱씨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내고 있었고, 그런 충욱씨의 옆에는 쇠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그 문제의 양아치새끼가 서있었다. 어느새 저걸······?

“뭐야, 너?!”

정혁은 그 미친놈을 견제하려는 듯 왼손의 휴대폰으론 그를 비추고, 오른손으론 주먹을 쥐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 양아치놈은 그런 건 전혀 무섭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그러한 태도를 더욱 으스대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번에 볼 때엔 몰랐는데······. 뭐, 상관없겠지. 거기 너, 나랑 같이 가자.”

방향을 생각해 봤을 때, 그가 말한 ‘너’는 아마 지아를 칭한 것이었겠으나, 그 말에 가장 분노한 것은 오히려 본인이 아닌 정혁이었다.

정혁은 그가 다가오는 만큼 그녀를 뒤로 물리고는, 표정을 가능한 일그러뜨리고는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에도 이러한 상황을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이런 일이 오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충욱씨 조차도 저렇게 쓰러져있는 마당에 내가 무얼 할 수 있었겠는가?

“너 진짜 겁 없네. 내 손에 든 이거 안 보여?”

그는 쇠방망이를 바닥에 한번 퉁하고 치고는 위협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네가 원래 좀 맛이 간 건 알고 있었는데 이정도였었나? 아니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어진 거냐?”

정혁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 그런 그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도 비아냥거렸다.

“어차피 경찰도 없고 아무도 없잖아?”

“이 사달이 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잘도 확신하네?”

“그냥 보면 알잖아. 모든 게 끝장난 거야.”

그런 느낌은 들었다. 찰나의 시간 안에 세계가 끝장나는 게 절대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세계가 끝나버렸다는 느낌이 자꾸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을 감출 순 없었다. 정황이나 근거 그런 것을 모두 떠나서, 그냥 이 마을 전체가 그러한 느낌으로 가득 차있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끄럽게도 조금씩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단지 내 안전을 위해서. 나는 분명 어제,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정도까지밖에 안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잠깐, 저건 대체······.”

그렇게 내가 이 상황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을 때, 그 망할 양아치놈은 내 쪽,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뒤편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는 오히려 우리로부터 조금씩 뒷걸음질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우리의 뒤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뒷걸음질을 치는 것인지 두려움을 살짝 느끼며 문제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의외로 수트를 입은 건장한 성인 남성 세 명 정도였다.

“잠깐, 이리로 오지마 괴물녀석!”

하지만 양아치놈은 뭐가 그리 두려운지 마치 거대한 괴물이라도 본 듯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미쳐버린 건가······.”

정혁은 그런 그를 보며 한심하듯이 혀를 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만한 상황이 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뒤에 나타난 그 사내들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인지 아직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오시지요. 그 사람의 검사 및 필요시 치료까지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양복의 남성 중 한 명이 우리에게 그렇게 전하였다. 그 사람이라면, 충욱 씨를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래도 따라가도 될까? 그래도 확실히 충욱 씨의 일이 걱정이었기에 우리는 그들을 경계하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자를 부축하는 건 저희가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몹시 짧지만, 딱 이 정도에서 끊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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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3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7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4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20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7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2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2 0 8쪽
»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9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3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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