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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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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47,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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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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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DUMMY

[*]



“저······, 감사합니다.”

깨어난 지아는 우리를 구해주고 그녀에게 응급처리를 해준, 지금은 지저분한 책상 위의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스스로 직업을 기자라고 소개 한 ‘정 충욱’ 씨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뭐 그런 걸로······.”

그는 컴퓨터를 조작하는 상태에서 감사인사에 어색하게 답했다.

그가 살고 있는 3평 즈음 되는 집 혹은 작업실은, 컴퓨터와 그것이 놓인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장과 소파를 제외하고는 각종 스크랩물들과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어두워서 보이진 않았지만, 에어컨이 있는지 냉기도 가득했다. 창문은 책장으로 막아 놓았는지 찾을 수 없었고 조명 불도 없었기에 방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나마 모니터 화면이 어느 정도 방을 밝혀주었기에 다행이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사람이 지낼만한 공간은 아닌 듯해 보였다.

“그런데 기자이시라면, 아까 우리를 구해준다고 던지신 그 카메라는 소중한 것이실 텐데······.”

정혁은 괜히 죄송한 마음이 생긴 듯 그렇게 말했다.

“아니, 뭐 어차피 내가 던진 것이고, 안에 별로 든 자료도 없었으니까.”

그 말을 마치고 나서 충욱 씨는 중년남성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정도 카메라, 이번 특종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

그러고는 다시 컴퓨터의 화면을 보며 하던 작업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이 침묵 속에 놓인 지 몇 초. 지아는 작게, 아마도 충욱 씨에게는 안 들리게 하려는 듯 소곤거리며 우리를 질책했다.

“그런데 너희들, 대체 어째서 병원이나 경찰서에 안 가고 이런 데에 온 거야?”

하지만 내 생각에,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와 컴퓨터 소음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잡음도 없는 이 상황에선 다 들릴 것 같은데······.

“그게 너한테도 더 좋을 거라기에······.”

정혁은 자신이 없는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확실히 이 일은 병원이나 경찰서에 가야 할 만한 일이었으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아마 별일을 겪고 난 이후라서 머리에 오류라도 걸린 것일까?

“상식적으론 병원에 데려가는 게 더 좋지 않아?”

아무튼 우리 행동의 결과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기 때문일까, 지아는 질책은 했으나 그렇다고 딱히 화내는 것 같진 않았다.

“어쨌든 우리를 도와주셨잖아?”

정혁이 덧붙인 말처럼, 충욱 씨가 우리를 구해준 건 사실이니까. 우리를 구해준 사람에게 호감 혹은 신뢰감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감 혹은 신뢰감이 있는 상대를 따라가는 것 역시 더더욱 무리는 아니다.

“휴우, 정말이지 그때 그곳을 안 지나가셨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지아는 정혁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한 번 충욱 씨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아, 그런데 거기 지나간 건 우연이 아니야.”

“엣-?”

“네?”

허······?

“뭐, 그건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고 우선은 급한 것부터 설명해줄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옆으로 물러서서 우리가 모니터 화면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웬 대형 건물이 불타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불은 마치 세상의 전부를 태우려고 하는 양 더욱더 타오르고 있었다.

“저기가 청산병원.”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청산병원. 그곳은 이 동네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어쩌면 우리가 충욱 씨를 따라오지 않았다면 지아가 이송되었을 수도 있는 병원이었다.

“저긴, 대체 무슨 일이······?”

질문을 꺼낸 지아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그리고 아마 정혁 역시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소문이 있었지. 정신병동에 사람들을 납치 및 입원시켜서 지원금을 받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심지어는 몰래 인체실험을 한다거나 사람들을 팔아넘긴다는 이야기들까지.”

······갑자기 뭔 소리야?

충욱 씨는,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을 끄고는 GIG를 pc에 띄웠다. GIG에는 이 상황에 대한 보고와 우려로 가득 차 있었다.

“아하.”

그것을 보던 정혁은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병원이 저 모양이라서 가지 말라고 하셨던 건가요?”

하지만 지아는 예리하게, 정혁이 생각해낸 그 해답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 가면 되잖아?”

“으음.”

그들이 서로 그러고 있을 때, 나는 계속 올라오는 GIG의 글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근/5km 이내 : 십 분 전쯤에 여길 지나가고 있었는데....]

10분전? 나는 GIG의 글을 보던 중, 의아함을 느껴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지금이 오후 8시. 10분 전이라면 7시 50분. 우리가 학교에서 떠났을 때가 4시 40분 즈음. 아니, 이렇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 충욱 씨가 우리를 도와준 것은 아무리 적어도 10분 전보다는 더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왜 폭발 한 걸까?”

정혁과 지아도 GIG에 올라온 글을 보고 수군거리며 약간 동요했으나, 충욱 씨의 그 한마디로 그것은 종결되었다.

본인도 모르는 거였냐······. 어라? 그렇다고 해도 뭔가 이상한데?

“그런데 그러면 왜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충욱 씨는 내 질문을 대신 해준 지아의 말을 듣고는, 일단은 대답하지 않고 어물쩍 넘기려는 듯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벌써 8시군. 너희들 집에 안 가도 되니?”

“엣?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으음, 확실히 밤이 늦었네요.”

여름이라서 낮이 길다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이미 밖은 충분히 어두워졌으리라.

“자, 오늘은 여기까지! 더 궁금한게 있으면, 내일 다시 찾아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를 내쫓다시피 하듯이 쫓아내고는 문을 닫았다. 정말이지 뭐야 이건?

“······뭐야 이건?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흐음.”

정혁의 질문에 지아는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궁금하잖아? 당연히 내일 와야지!”

라고 오늘 겪은 모든 사건을 그저 신기한 일 정도로 치부해버린 듯 말했다. 하긴, 신기하긴 했지. 궁금한 것도 맞다. 오늘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그리고 단언할 순 없지만, 충욱 씨는 이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일에 더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아마도 지아는 아니었겠지만), 이 기묘한 일들의 연속에 대해서 궁금했기에 우리는 다음 날 다시 그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


······젠장.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늘 겪어오던 일상이었을 뿐이었다. 단지 이틀간의 행복으로 현실을 망각하고 있었을 뿐.

“야, 어디가?”

그와 그의 패거리들은 내 앞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못 들은 척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전진하려 했으나-

“아, 왜~?”

-라고 마치 친구들끼리의 장난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며 나를 다시 막아선 후, 이번에는 나를 뒤로 몰아내려는 것처럼 위협적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늘 무작정 주먹부터 나간 건 아니었다. 주제에 머리를 써서, 이런 식으로 남들이 다 보는 복도에서 나에게 창피를 주는 짓도 곧잘 하고는 했다. 이 녀석들은 스스로 자기가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현실은 단지 탐욕스러움이 얼굴에 곰보처럼 나 있는 쓰레기 같은 새끼들일 뿐이다.

그러던 중 나는 이 쓰레기들 너머에 있는, 이런 쓰레기들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는, 이 녀석들이랑 같은 인간이라는 종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나도 신성한, 차라리 천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나 같은 놈에게 먼저 손을 건네준 그녀, 지아. 그녀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로 싫었다. 그렇기에 나는 일부러 그녀가 나를 볼 수 없도록, 이 쓰레기들의 사이사이로 숨었다. 그러고는 혹시라도 내 목소리가 들릴까 봐 나는 감정 없는 웃음을 담아 작은 목소리로. 괴롭힘당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놀고 있다는 듯이 친밀한 말투로 그들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인마, 좀 지나가자니까.”

제발 날 보지 말고 지나쳐줘.

“지금 뭐라고 했냐?”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심기에 거슬렸는지, 특히 중앙에 있던 녀석은 노골적으로 화난 듯한 표정을 얼굴에 비쳤다.

이 위기상황에서 날 구해준 건 이번에도 그녀였다.

“이 우혁!”

쓰레기들은 지아가 날 부르는 소리에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이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는 나에게 와서 내 손을 잡으며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쯤 되니 딱히 당혹감은 들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아까의 그 상황에 대해서 알아챘을까 봐 걱정이 될 뿐. 만약 알아챘다면 위기상황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었다.

“동아리 관련해서 이야기할 게 있으니까 잠시 어디에 좀 같이 가자.”

그렇다고 그녀는 무례하지도 않았다. 지아는 저런 쓰레기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아, 얘는 내가 좀 필요해서 빌려 갈게!”

막무가내이긴 했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확실히 빌려 간다고 일러두었다. 지아에게 끌려가는 중에, 이번에도 나는 주위에서 나에게 보내는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에 내가 받던 시선과는 달랐다. 평범한 시선, 그것이 내가 받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이 복도의 일상적인 풍경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

“······.”

그렇게 해서 지아에게 끌려, 동아리부실까지 가게 되었으나, 정작 이후엔 침묵이 이어졌다.

“그래서 하려고 한 이야기가······?”

“어? 응, 그게······.”

그녀는 아까 그 상황에 대해서 어디까지 눈치챘을까? 그냥 단순히 노는 것으로만 보였을까? 아니면······.

“아, 그래. 별건 아닌데 말이야, 오늘도 어제와 같이, 수업이 끝나면 여기에서 일단 모이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그리고 어제의 그 기자분께 가는 거지?”

“그래. 그럼 할 말은 이제 끝!”

그러고는 지아는 먼저 밖으로 달려나가 사라졌다.

······대체 뭐야? 설마 아까의 상황에 대해서 눈치를 챈 것일까? 나로서는 그것을 알 방법은 없었다. 단지 눈치 못 챘기를 바랄 뿐.


우리는 학교를 마치고 다시 충욱 씨의 집에 찾아갔다. 고작 하루 만에 뭐가 바뀌길 기대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충욱 씨의 인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자, 방안은 어제와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그래도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충욱 씨는 의자에 앉기는 했으나 컴퓨터는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 여긴 시원해서 좋다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거리낌 없이 소파에 편하게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어제는 못들은 대답을 얻기 위해서, 어제의 질문을 다시 했다.

“그래서, 왜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아니, 난 그런 적 없는데?”

“에?”

그녀는 예상외의 대답을 들은 듯, 당황한 소리를 냈다.

“나는 따라오면 좋을 거랬지.”

확실히 그랬다. 그는 그곳에서 병원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 기절하고 있었던 지아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면 왜 따라오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셨어요?”

지아는 말을 바꿔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는 질문으로 답변했다.

“그런데 그 전에 나도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지?”

“예, 뭐······.”

지아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생뚱맞게도 질문의 대상은 나였다.

“너, 이름이 우혁이라고 했던가?”

“네? 네.”

“집이 어디지?”

무슨 질문이 이래? 아무래도 지아의 질문을 넘기기 위해서 즉석에서 지어내기라도 했는지, 그의 질문은 그다지 양질의 것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어디에서 살고 있느냐는 소리야.”

“그야 당연히······.”

그것은 비교적 아주 가까운 경험을 떠올려 봐도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 대답을 못 해? 어제도 집에 갔을 거 아니야?”

그렇다. 당연히 갔을 것이다. 대답 못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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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29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4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1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2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19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1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7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0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0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1 0 9쪽
»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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