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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02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09.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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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DUMMY

그다음 날 나는 최고교육자님과 함께 다시 카테드랄의 신을 찾아갔다.

“그래, 그동안 잘 쉬었고?”

신, 우혁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소년은 늘 그렇듯 여유롭고 천진난만하게 나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그렇습니다.”

겉모습은 소년이지만, 그 실체는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이었기에 쉽게 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쉬는 동안 생각도 좀 정리됐을 텐데 말이야, 뭐 묻고 싶은 거라도 있어?”

때가 온 것이다. 나의 의문과 생각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는 때가.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아직도 살아있을까요?”

“아니.”

나의 질문에 대해 신은 별것 아니라는 듯 짧게 답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신의 말을 듣고는 쉽게 인정할 수 없었기에, 마치 역사에 의미 없는 변명이라도 하듯. 이러한 나의 반응에 최고교육자님도 한마디 거들으셨다.

“그 당시 에덴왕국의 건국에 일조한 자들은 지금도 이곳에서 천사라고 불리며 살아가고는 있네. 하지만 애초에 그 사건 이후, 그리고 에덴왕국이 세워질 당시 살아남은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세.”

“그렇군요······.”

아주 예상을 못 했던 답변은 아니었다. 다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져보고 싶었을 뿐. 그런 나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서인지 최고교육자님은 말을 조금 덧붙이셨다.

“뭐, 모르는 일이긴 하네만 말일세.”

“그럼 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왜 반란군 측이든 에덴왕국 측이든 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죠?”

처음에는 단순히 착각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고교육자님이 이전에 하셨던 말씀인 내가 키포인트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단순한 자의식 과잉으로만 생각할 순 없게 됐다.

“네가 나타난다는 건 나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거든. 그리고 반란군보다는 악마······. 아니, 뭐 됐나.”

신이라 불리는 소년은 나의 질문에 그렇게 답하였다. 최고교육자님이 이야기하셨던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

“그런데 예측 못 한 일이라는 게 왜······.”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이라 불린 소년은 이어서 자신의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이 에덴왕국은 의사시스템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는 구역이야.”

왕국의 중앙에서 반란군들이 돌아다니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완벽히 통제되는 구역이라는 말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닫혀있는 세계지.”

큰일이다. 벌써부터 신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 네가 나타나버렸단 거지. 냉동수면의 생존자라니, 누가 예측이나 가능했겠어? 그리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존재가 나타나게 되면서 이 세계는 기존에 닫혀있던 미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단 거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겠나?”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구원자는 최고교육자님 뿐이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게 의사시스템에 의해 계획되고 예정되어 있던 세계에, 예정 밖의 존재인 자네가 나타나게 되면서 의사시스템에 허점 혹은 변화가 생겨났다는 이야기일세.”

“의사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인지능력에 의해 작동하는 데 말이야, 현재 이 주축인 내 인지능력 밖에 있던 개념인 네가 갑자기 나타났단 말이지.”

즉, 반란군들은 나의 존재로 의사시스템으로 방어되고 있는 에덴왕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나를 회수하려고 했단 것일까?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는 왜 네가 필요하냐고?”

소년은 내 속마음을 눈치챘다는 듯 물어왔다. 나의 그런 능력이 에덴왕국에 대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지?

“네 녀석을 처리해서 후환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지.”

소년은 어느새 나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말하였다. 하지만 내가 그 말에 놀라기도 전에 그는······

“농담이야.”

······라며 웃으며 다시 뒤를 돌아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의사시스템을 최대한 다룰 수 있는 건 맞지만, 나의 잠재의식이나 확고한 지식 등과 같은 것들로 인해 고정된 사실은 내 힘만으로 쉽게 바꿀 수는 없거든. 무의식적으로 작용해버리니까 말이야. 예를 들자면, 죽은 자는 살려낼 수 없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지. 뭐 꼭 무의식적인 면을 떠나서라도, 남을 다시 부활시키는 원리를 구축하는 게 생각보다 엄청 어렵단 말이야.”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잠깐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급히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방금 죽은 자는 살려낼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지? 이런 것처럼 말이야. 내가 죽은 자를 살려낼 수 있다고 아무리 확고히 생각을 해도, 무의식적으로는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을 진리로 취급해버린단 말이야.”

무의식에 의한 한계인가. 왠지 그것에 대해서는 방금 그가 한 말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의사시스템의 허점인 게 왕국의 입장에서 어떠한 장점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뭐, 왕국의 유지라는 입장에서는 사실 너를 숙청하는 게 맞긴 하지.”

숙청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긴 하지만, 신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보통 나를 해하는 것과 관련된 단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애초에 그가 나를 해코지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기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처리하려고 했으면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겠지.

“너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계속 둔다면 너의 인지능력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뭐, 오해는 하지 마. 그렇다고 너에게 나와 같은 힘이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것은 그럴 터였다. 나는 의사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도 아니니까. 다행히도.

“하지만 말이야, 네가 가지게 된 그 특성을 이용한다면······.”

소년은 말의 끝을 확실히 하지 않고, 조금 망설이는 듯 흐릿하게 내었다. 이에 최고교육자님은 무언가를 눈치채셨는지 당황한듯한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말하였다. 신과 최고교육자님은 이미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진 않은 듯했다.

“설마 죽은 사람들을 다시 되돌릴 생각인 건 아니겠지?”

아까의 죽은 자는 다시 살려낼 수 없다는 얘기가 그저 단순한 예시는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딱히 나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죽은 자를 살려낸다니, 나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쟈기라고 했던가? 뭐, 이름은 아무래도 됐나. 너에게 있어서도 좋은 이야기일 거야.”

확실히 그렇다. 내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면, 내가 이미 한번 잃었다고 생각한 목표를 다시 이룰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본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것, 혹은 그에 준하는 것. 하지만 최고교육자님은 이러한 일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소년에게 따져 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게 인정될 리가 없잖아!”

나로서는 그런 도저히 최고교육자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는 것에 나쁠 게 무엇이 있지?

“그럼 넌 지아가 살아나는 게 싫다는 거야?”

“지아가 살아있으면 좋겠어.”

“그런데 왜 반대하는 거야? 이 왕국을 세우는 데에는 찬성했으면서, 대체 왜?”

“에덴왕국은 그 당시로써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죽은 자를 되살리는 건 안 돼. 생과 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되면, 정말 신의 힘을 가진 것과 다름없어져 버리니까.”

“난 신이야.”

“다른 사람이나 왕국의 안정보다 개인의 욕망을 우선시하면서 말이야? 아니, 그래서는 그저 불완전한 존재에 불과할 뿐이야.”

그 말을 들은 소년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최고교육자님을 향하여 나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최고교육자님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벽의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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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2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6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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