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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898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0.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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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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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DUMMY

그럼에도 그와 동시에 나는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나 하는 의미 없는 한탄 역시 하였다. 애초에 나는 이런 상황을 마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물론 소설 같은 곳에서나 일어나는, 인생이 뒤바뀌는 상상 정도는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상상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상상은 누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진 않듯이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고,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던 중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법사들의 시대로 와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 마법사들의 시대에서 나를 보살펴준 자들을 배신해야만 한다.

“이제 와서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겁니다. 아마도 그들, 최소한 신이라는 작자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알고 있겠죠.”

그들 중 누군가는 내가 작게 내뱉은 한탄을 들었는지 나에게 위와 같이 충고해주었다.

“저도 알고는 있어요. 알고는 있지만······.”

비록 아주 옛날과 같이 학교에 다니는 생활은 이제 못하더라도, 적어도 마리아와 같이 교육센터에 다니는 일상은 계속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었으나 결국 상황은 이렇게 되어버렸다.

물론, 내가 그들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명백히 존재는 하였다. 하지만 그 선택지를 선택하게 된다면 나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신 안에서 불안불안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인즈와 그 주민들을 보거나 혹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에는 죄책감에도 시달리게 되겠지. 나 혼자 편히 살기 위해서, 좀비와도 같이 사실상 자유의지를 상실한 존재들을 내버려 두었다는 죄책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 하루를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 반대로 내가 에덴왕국과 적대시하는, 위험한 하루는 감당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직접적인 위협은 없는 삶인가, 아니면······.

“아무래도 생각할만한 게 많을 겁니다.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겠죠. 이해합니다. 그럴 때에는 잠깐 쉬는 게 더 나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상대는 신, 에덴왕국이다. 그렇기에 생각을 정리할만한 여유를 추구할 순 없다고 간주했다.

“뭐, 그렇게 시간이 엄청 촉박하진 않으니까 괜찮습니다. 쉬지 못하면 오히려 계획을 이행할 때 문제가 될 뿐이죠.”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시간에 쫓겨 냉정하지 못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본말전도의 형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나는 심정적으로 몹시 다급하여 그들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쉽사리 쉴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당장에 필요한 자재가 없어서 딱히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순 없을 테니, 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들이 그런 내 심정을 눈치챘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상황은 어쨌거나 쉴 수밖에 없게 변하였고 나는 그에 마지못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말처럼 시간은 생각만큼 촉박하지 않았다. 좋다면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불안한 감정 역시 조금씩 싹을 틔웠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여유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먹고 자란 싹이었다. 우리의 존재가 어떻든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 신의 판단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판단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란군 중 한 명이 일축하였다.

“저희가 당신을 포섭하려고 했듯이, 그들도 당신을 포섭하려고 했죠. 그 이유는 당신의 존재와 당신의 행동이 신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니 신도 그러한 이야기를 했었다. 나의 출현이 예상 밖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나는 그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용히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렸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약에 신이라는 작자에게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당신일 것입니다. 그 유효한 피해가 어떠한 유형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까진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말이지요.”

그렇다면 왕국이 여유로운 것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반란군 중 한 명이 제시했던 가설에 의하면 왕국 밖으로 갈수록 그 힘이 약해진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최소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몇몇 정예 마법사들은 왕국 밖으로 나와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으니까. 거기다가 마법무기, 그러니까 마법과 비슷한 요소라고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일반적인 총기도 존재했기에 마법이 불능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상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뭐, 결국 아직까진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그들, 아니 최소한 그들 중 한 명인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 계획에는 아직까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부분이 너무 많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 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들의 물음에 나는 간단히 허공에 손짓하는 것으로 답하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되더라고요.”

그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마법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애당초에 그들 중 누군가가 제시했던 마법 범위에 대한 가설이 맞다면, 왕국 밖인 이곳에서의 마법 수련이 제대로 가능할 리 없었다.

“역시 그렇게 되는군요.”

그도 마법서만으로 마법을 익힌다는 것이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지, 무언가를 더 요구하진 않았다.

“그러면 이제 무얼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을 포기하자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전망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면이 있었다.

“글쎄요. 뭐, 아예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기도 하니 말이지요. 일단은 쓸 수 있는 자원 안에서의 계획을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는지 난처하다는 듯 답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멀리서 한 사람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는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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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2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2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1 0 6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5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0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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