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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03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2.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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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DUMMY

“이게 무슨······?”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바깥에 아무것도 없는 거지?

“잠깐 살짝 닫았다가 다시 열어보도록 합시다.”

그들도 이 사태에 대해 이해를 전혀 할 수 없었는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지를 제안했다.

“그렇게 하죠.”

물론, 나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선택지를 수락했다. 왜냐하면 문 바깥에 펼쳐져 있는 광경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고 나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는 법이다.

문 바깥에는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백색빛이 감도는, 방향감을 종잡을 수 없는 공간이 존재하는 듯 보였으니까.

“대체······.”

그들은 문을 살짝 닫았다가 다시 열었으나, 여전히 반응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 틈 사이를 살짝 내다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밖의 복도에서 서로 대치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애초에 저 밖의 알 수 없는 공간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저희가 밖에 나가서 상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에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알아내는 방법은 저 밖의 소름 끼치는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이었고, 그들은 그 방법을 실천하기로 하였다. 나는 그런 그들의 제안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나에게 호신용이라며 수류탄을 건네준 다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살짝 발을 그 공간에 내딛더니 이내 걸어 문틈 사이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저 공간에 바닥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듯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닫혔고, 그 이후로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와는 달리 기분 나쁜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결국 나는 또다시 혼자서 기다리는 신세인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진 알 수 없으나, 밖을 정찰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고 추정될 만큼이 지났다고 생각했을 즈음에도 그들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어쩌면 나도 그들을 따라서 밖을 나갔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들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 이제 나와.”

다행히도, 아니면 불행히도 무한히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밖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에 끝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지시를 따라 문을 열어 백색 빛 공간에 발을 내디뎠다

문 틈새로만 봤을 때엔 몰랐으나, 백색 빛 공간은 무한히 이어지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고 경계가 조금 어둡게 보이는, 무언가 그리 넓지 않은 기다란 공간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래 이곳에 있던 복도와 구조적으로는 동일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신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보며 대치를 시작했을 때, 내가 꺼낸 질문이었다.

“그냥 조금 시끄러워져서 말이야. 조용하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 공간을 좀 마련해봤지.

“사람들은요? 분명 이 이후로도 복도로 나간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부 다 어디로 간 거죠?”

“그들도 똑같이 치웠지.”

“치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그는 설명하기가 난해하다는 듯 고개를 잠깐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던 모든 걸 다 지웠단 이야기지. 사람들도, 복도 역시도. 아니, 이곳이 복도인가. 뭐 아무렴 어때.”

“공간을 지웠다고요?”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그보다 애초에 공간을 지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나는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이지!”

하지만 그런 내 심경은 관심 없다는 듯 나의 질문들에 신경질을 내었다.

“어쨌거나 내가 너를 위해서 특별히 데려온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도 상관없잖아.”

나를 위해서 특별히 데려온 사람? 이해가 그 말을 따라잡기도 전에, 그는 살짝 옆으로 몸을 비키었고 나는 그 뒤에 서 있던 마리아를 볼 수 있었다.

“마리아?”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놀라 그녀를 이리저리 살피었다. 혹시라도 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왜 그리 쳐다보는 거야? 뭐 아무튼, 네가 신님이랑 이렇게 가까웠다니 하인즈로 갈 걱정은 안 해도 됐었네.”

그런 나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천진난만히, 마치 지금 둘이서 일상 속에 있는 것 마냥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은 하지 않았다. 대신 신을 향해 질문을 던질 뿐.

“대체 이게 무슨 속셈이죠?”

“무슨 속셈이냐니?”

신은 그렇게 별것 아니라는 듯 장난스럽게 넘기려는 듯했으나, 이내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고 말을 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를 좀 설득하기 위한 거였어.”

하지만 그의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마리아는 그에게 그녀 스스로가 설명하기를 요청하고는 나에게 대화를 요구했다.

“난 대체 지금도 네가 왜 이러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이게 결국 너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해.”

“나를 위해서 신이랑 맞선다고? 그건 더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저 신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악한 독재자에 더 가깝지.”

“독재자가 뭔데?”

그런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리아가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아니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이고 의문이 생길 여지조차 전혀 없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어떻게 그녀를 설득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신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도망칠 수도 없었다. 아니, 가능할까? 아까도 가능했으니 지금이라고 불가능할 것은 없겠지. 하지만 그 선택지는 조금 더 남겨두기로 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은 옳은 일이야. 신은 반대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네가 그 옳은 일을 해내게 되면, 이 왕국과 주민들은 사라질 텐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왕국과 주민들이 사라진다? 왕국까지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니, 사실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몰랐어? 역시 너도 자세히는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악마들에게 잠깐 홀렸을 뿐이야. 나쁜 건 악마지. 앞으로 홀리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거야.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자.”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 나의 앞으로 웃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잠깐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그녀를 제지했다.

“아니, 그보다 아까 한 그게 대체 무슨 이야기야?!”

그런 나의 외침에 답을 해준 것은 한동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신이었다.

“이 왕국도, 왕국의 주민들도 모두 내 힘으로 재건한 것이니까. 내가 힘을 못 쓰게 되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상태일 순 없지.”

“주민을 재건했다고?”

“어느새 반말로 바뀌었는데······.”

내가 놀라서, 그리고 다급한 마음에 짧게 던진 말에 그는 어린아이처럼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작게 항의하였다.

“뭐, 상관없나. 정말 고작 수십 년 되는 시간 동안에 폐허 속에서 이 정도의 사람들을 모아 왕국 하나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물론, 그 사건의 생존자들과 그 후손들은 존재하지. 하지만 그래서야 이런 세계는 절대로 못 만들었을걸? 일부는 만들어진 존재들이지.”

만들어진 존재들······? 내가 교육센터에 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이 모두 실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고 유령 같은 허상은 아니야.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지. 단지 내가 만들어냈을 뿐.”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 신이긴 한데······. 지금 눈앞에 있는 신이라는 존재 역시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저히 이러한 발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튼 결론은 이거야. 나의 마법이 사라지면 네가 그토록 아끼는 마리아도 어떻게 될지 보장 못 한다는 거지. 누가 당시의 생존자 후손인지는 나도 알 수 없거든. 사실, 천사 직위를 맡은 생존자들을 빼면 다 모르겠어.”

신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나를 쳐다본 후에 답변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친구이자 은인의 딸이기도 한 자를 희생하면서까지 악마의 편을 들 것인지, 아니면 나와 함께 목표를 이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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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3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30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6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2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19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6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1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1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2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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