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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13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11.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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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DUMMY

왜······? 마리아는 어디에 있는 거지?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마리아는 어떻게 한 겁니까.”

애초에 그녀를 만나러 오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내 욕심으로 인해 그녀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후회가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러고 그들은 자기들끼리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우리 왕국의 소중한 일원입니다. 왜 저희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역시 악마는 어디까지나 악마에 불과한 것이겠지요,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다니.”

“그럼 마리아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들은 뭐가 그리 웃긴지 나를 향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애초에 저희를 부른 것이 그녀입니다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지요.”

마리아가 이 마법사들을 불렀다고? 왜?

“마리아가 왜 네놈들을 불렀겠어?”

“그야, 당신은 악마니까요. 악마를 보면 우리들을 부른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마리아가 나를 악마로 봤다고? 그럴 리가 없지. 우린 가족이었으니까. 아니, 적어도 나는 지금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짓말은 애초에 믿지도 않으니까, 그만하고 당장 마리아를 풀어줘!”

“이런, 자기 부정인가요? 아무튼 여기까지입니다. 쓸데없는 말을 그만해야 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일단 당신을 생포해서 데려오라는 명령이었으니 순순히 따라온다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장은 말이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들어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그들에게 대항하여 마법을 쓰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마법을 쓰는 척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고작 해봐야 쓸모없는 것들 몇 가지 정도일 텐데. 그리고 그 모습을 보아하니 마법무기 역시 없는 것 같군요. 바보 같긴.”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마리아를 만나는 데에 마법무기, 그러니까 총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챙기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마법 역시도 여러모로 연습을 해봤으나, 그들을 상대로 쓸만한 것은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은 무엇이든 시도를 해봐야 할 때였다.

생각해보자. 내가 교육센터에서 유일하게 사용해본 마법은 특수처리된 모래를 움직이는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금 주변에는 뭐가 있지? 모래······와 비슷하다고 하긴 어려우나 어쨌든 흙들이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특수처리된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흙. 해볼 수 있을까?

“잘하셨습니다.”

내가 일단은 손을 내리기로 한 결정에 그들이 내린 답변이었다. 하지만 나는 손을 내리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손이라는 집중을 위한 매개가 없어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들이 밟고 있는 흙. 어디까지 가능할까? 일단은 작게 움직이는 정도만 생각해보자. 그 정도로 그들에게 피해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방법이 있을까? 아니, 어떻게든 생각해봐야 한다.

“자, 그럼 일단 당신을 묶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로프를 꺼내고는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로프와 흙 그리고 발. 다가오는 존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래와 비교했을 때 흙이 가지는 이점이 뭐가 있지? 생각해보자······.

그러는 순간에도 그는 로프를 들고 점점 여유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 같이 마법도 못 쓰고 무방비한 존재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런 방심하는 상대에게는 작은 무언가도 허점을 만들 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흙은 모래보다 더 가볍다. 가벼우면 보다 움직이기 편하겠지. 하지만 내 마법 능력으로, 아무 처리도 되지 않은 흙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애초에 특수한 처리가 된 모래조차 많이 움직이지 못했는데. 뭔가가 더 필요했다. 마법을 극대화시킬만한, 마법을 발생시키기 위한 조건을 만들만한 그런 행위가.

나는 당장 오른발을 들고는 바닥에 강하게 내리디디었다. 힘은 땅, 그러니까 흙에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내리딛자 마자 최대한 그 힘을 이용해서 아주 조금의 흙이라도 그들에게 튈 수 있기를 기대했다. 아니, 최소한 마법이 없어도 발로 내가 그들에게 흙을 튀게 만들 수는 있다. 적어도 그것보다는 더 큰 무언가가 나와야만 했다. 마법이니까.

직후 나는 그들이 ‘저 악마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표정으로 바뀌기도 전에 재빠르고 강하게 손을 위로 움직였다. 그러자 그리 많지는 않은 양이었지만, 그들이 밟고 있는 땅 주변의 흙들이 순간 중력을 무시한 채로 위로 튀었다.

“이게 대체 무슨?!”

나는 그들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기도 전에 곧바로 몸을 돌려 나무가 많은 쪽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볼 여유는 없었다. 그저 최대한 달려서 나무 뒤에 숨을 뿐이었다. 숨고 나서는 나무 뒤를 몰래 엿보는 행위조차 할 수 없었다. 대신 청력에 나의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들려오는 것은 발자국 소리와 그들의 말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젠장! 마법을 못 쓴다고 너무 방심했어.”

“뭐 그래봤자 그 정도의 마법이니까. 별로 우리들에게 해를 끼칠만한 수준은 아니고. 멀리 도망치지도 못했을 테니까 다시 잡으면 그만이야.”

이제 그런 식의 마법으로 그들을 당황시켜 도망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이대로만 있으면 그들의 포위망에 발각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좀 더 큰 무언가가 필요했다. 다행히 이곳은 나무로 가득 찬 숲이었다. 이용할만한 것이 바닥의 흙뿐이었던 때에 비하면 나에게 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을 해야 했다. 이 환경에서 내가 그들의 추격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보자. 작은 무언가부터. 나무. 나무는 그 자체로는 단단하고 큰 무언가이다. 하지만 나무에도 흙은 있다. 아니, 그래봤자. 겉에 묻은 정도니까 이건 소용없나. 하지만 중요한 건 나무를 이루는 것은 작은 무언가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물인가? 하지만 큰 존재를 이루고 있는 것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인다니 가능한가? 그리고 고작 물이다. 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 마법의 원리는 상상이었으니까. 내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지.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다시 집중을 시작했다.

큰 무언가의 내부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일단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부터 해보는 것이다. 물, 흙, 잎.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나에게 그런 마법은 무리였다. 하지만 생물은 마법이 없어도 스스로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여기 있군!”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들의 주먹질에 의해 멈추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었다. 익숙함을 느꼈을 때 사람은 안도감을 느끼거나 불길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불길함이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듯한 사무실의 모습. 그리고 그 한가운 데에 나를 바라보며 옆으로 누워있는, 허름하고 캐쥬얼한 옷을 입은 나와 나이가 그리 차이가 나 보이진 않는 한 남자.

“다시 보게 됐네.”

나를 바라보며 옆으로 누워있는 그 소년, 그러니까 신은 능청스레 말하였다.

“여긴······?”

“너는 멍청한 짓을 해서 여기로 잡혀왔을 뿐이야.”

그제서야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냈다. 그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마법을 생각해내다가 머리를 얻어맞았었지.

신이라는 작자는 의외로 그다지 화가 나있어 보이진 않았다.

“참······. 이런 상황에선 의외의 아군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여유롭게 나를 상대로 비아냥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가 잇는 말을 기다렸다.

“악마 녀석들 말이야, 다급하게 이곳을 공격하고 있더군. 멍청하긴. 뭐, 다 너 때문이지만.”

내 탓이라고······?

“난 처음에 네가 여기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작전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근데 알고 보니 작전은 없고 그냥 네가 멋대로 들어왔을 뿐인 것 같더라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당연히 작전이고 뭐고 급히 들어올 수밖에 없었겠지. 시간은 없고, 준비해둔 전략은 소용이 없게 되었을 테니 말이야.”

나는 그의 비아냥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두 사실이니까. 나의 무책임한 짓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이렇게 되면 너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겠네.”

하지만 나는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이때까지의 여유로움을 지우고 나에게 조금씩 화를 내며 따져왔다.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야?!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게 나의 계획인데! 이런 계획을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한다고? 대체 이 미개한 악마들과 너는 뭐가 문제야!”

이어서 그는 시대라는 거대한 사건의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항변을 시작하였다.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내가 만든 이 세계에는 왕따도 없고, 괴롭힘도 없어. 멸망 직전까지 가버린 세계를 구하고 옛날에는 교과서 속에서만 존재하던 정의가 실현된 유토피아를 세웠지. 나와 네가 살던 시대에 정의라는 건 없었지만, 이제는 있어. 내가 만들었으니까!”

“그렇다면 하인즈는 뭐죠?”

“하인즈에 무슨 문제가 있어?”

“그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도 반발도 없이 그런 최하층과도 같은 삶을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왕국에 보탬을 위해서라면, 그런 것 역시 감수할 수 있는 거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아무런 불만도 없이 일을 한다는 것이. 일만을 위해 움직이는 시체, 그러니까 좀비 같은 게 아닌 이상에야.”

“여기서는 가능해. 이 나의 왕국에서는!”

“그러니까 당신이 말하는 완벽한 왕국이라는 것은, 자유의지를 빼앗기고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있는 왕국이라는 것인가요?”

“시끄러워!”

그 말에, 그가 나의 계속되는 말에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멈추게 되었다. 대신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멸망의 직전까지 가버린 세계를 구하고, 유토피아를 세웠다고! 애초에 난 신이 될 생각도 없었어, 너처럼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 뿐이지. 마음 편하게 이 세상에서 살면 되는 인간들에 비하면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나처럼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 뿐인가······. 확실히, 그가 나에게 건네준 이야기책에 의하면 그도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라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저도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리긴 했지요.”

“그래. 이해하는구나! 애초에 내가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이 세계를 복구시키고 모두가 그렇게 염원하던 유토피아를 세웠어. 당연히 이런 나를 칭찬해주는 게 맞는 거 아니야?! 동지인 너라면 이해해줘야 하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만들어낸 이 일련의 거대한 문제들에 대한 변론이 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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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6. 에덴왕국 소멸편 (3) 20.01.26 30 0 5쪽
37 Ep6. 에덴왕국 소멸편 (2) 20.01.19 20 0 6쪽
36 Ep6. 에덴왕국 소멸편 (1) 20.01.12 15 0 10쪽
35 Ep5. 에덴왕국 붕괴편 (14) 20.01.05 22 0 5쪽
34 Ep5. 에덴왕국 붕괴편 (13) 19.12.29 23 0 9쪽
33 Ep5. 에덴왕국 붕괴편 (12) 19.12.15 23 0 9쪽
3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1) 19.12.08 25 0 7쪽
31 Ep5. 에덴왕국 붕괴편 (10) 19.12.01 20 0 6쪽
» Ep5. 에덴왕국 붕괴편 (9) 19.11.24 27 0 12쪽
29 Ep5. 에덴왕국 붕괴편 (8) 19.11.17 21 0 5쪽
28 Ep5. 에덴왕국 붕괴편 (7) 19.11.10 24 0 6쪽
27 Ep5. 에덴왕국 붕괴편 (6) 19.10.27 28 0 7쪽
26 Ep5. 에덴왕국 붕괴편 (5) 19.10.20 24 0 6쪽
25 Ep5. 에덴왕국 붕괴편 (4) 19.10.13 20 0 8쪽
24 Ep5. 에덴왕국 붕괴편 (3) 19.10.06 24 0 8쪽
23 Ep5. 에덴왕국 붕괴편 (2) 19.09.22 27 0 8쪽
22 Ep5. 에덴왕국 붕괴편 (1) 19.09.15 36 0 11쪽
21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0) 19.09.08 42 0 6쪽
20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9) 19.09.01 32 0 8쪽
19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8) 19.08.25 38 0 6쪽
18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7) 19.08.18 41 0 10쪽
17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6) 19.08.11 48 0 16쪽
16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5) 19.08.04 33 0 9쪽
15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4) 19.07.28 31 0 12쪽
14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3) 19.07.22 3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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