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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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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2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4.08 20:39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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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9화 결혼생활

DUMMY

결혼 3년 후


“사모님은 잘 계세요?”


“응, 열심히 애 보느라 오늘도 바쁘셔”


재성은 세훈과 주현 이렇게 셋이 같이 일하게 되었다.


재성이 차린 법률사무실에서······.


어제 주현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불만이었던 민서의 모습이 생각난 재성


‘오빠!, 주현 씨는 왜 날 사모님이라고 부른 거야?’


‘그게 뭐 어때서?’


‘뭔가······. 대단한 사람 와이프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아! 됐고! 아무튼, 부담스러워!’


직장상사에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부담스러우니까 싫다는 거였다.


그럼 사모님 말고 뭐라고 불리는 걸 원하냐고, 그리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해봤지만 여전히 짜증이 낼뿐이었다.


그렇게······.


별것도 아닌 것 같고 한바탕 싸웠다······.


결국, 민서의 바람대로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부르죠?”


민서가 시킨 일이라고 확신하는 주현


분명 민서가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듣기 싫다고 재성에게 말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민서와 툴툴거리던 모습을 자주 얘기해왔던 재성이기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게 시도 때도 없이 민서 얘기만 하는 재성의 모습이 이해가 안 갔다.


처음에는 궁금하기도 해서 재밌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무렇게나 불러”


어떤 호칭이 듣고 싶냐고 말했지만, 그냥 ‘사모님’ 아니면 된다고 했기에······.


그럼 뭐가 자연스러울까······.


민서씨? 와이프? 아니면 예전처럼 한변?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 주현의 선택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네”


별것도 아닌 것 같고 짜증 냈던 민서의 모습이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재성


주현과 마주하는 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몇 번 마주치지도 않은 사람에게 듣는 호칭이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지 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아니 왜 그러는 거야?”


“......”


‘아······. 또 시작이다.’


주현은 이젠 지겨울 정도로 느껴진다.


어제 우연히 오랜만에 민서를 봐서 잘 지내냐고 꺼낸 자신의 말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최소 30분 이상은 민서에 관해서 떠들 거라고 확신하는 주현의 미간이 좁아진다.


과연 내 앞에서는 이렇게 잘 말하지만 민서 앞에서는 어떨까?


안 봐도 뻔하지 뭐······.


“여보세요?! 네 이주현입니다. 지금이요? 알겠습니다!”


전화도 오지 않은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근데 그 순간 귀에 대고 있던 주현의 휴대폰에 벨소리가 울린다.


참 거지 같은 타이밍이다.


아······.


***


“......휴”


결혼을 한 지 1년 만에 아들과 딸 하나를 가지게 된 민서


겨우 둘을 잠재우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애 보는 게 쉽지 않다.


자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민서


“이쁘다······.”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말썽을 피울 때와는 다르게 천사같이 자는 모습······.


이 모습을 보는 게 요즘 가장 기쁜 순간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다가도 이 모습만 보고 있노라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어쩜 이렇게 이쁘게 잘 수 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누군가하고 많이 닮았다.


“그렇게 예뻐?”


“......!”


애들 자는 모습에 취해 있느라 지연이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지연은 다시 JBC에서 입사했고 잘 적응해 나갔다.


가끔 민서의 집에 와 육아 일을 도와주곤 했다.


“어떻게 그렇게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아······. 나도 모르게 그만······.”


자신에게 애들 자는 모습이 그렇게 이쁘다고 수십 번씩 떠들어 댔던 민서의 모습이 생각나는 지연


실제로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입을 귀엽게 벌리면서 자는 애들의 모습을 보자니 깨물어 주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생긴다.

2년 전 육아 초보인 민서가 허구언날 엄마나 자신에게 SOS 청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주 능숙해진 것 같다.


엄마는 그렇다 쳐도 애 키운 적도 없는 자신한테 연락했는지는 이해가 안 갔다.


참 희한한 게······.


그때는 맨날 도와달라는 게 지겨웠는데 민서가 육아일에 익숙해지면서 막상 도와달라고 안 하다 보니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이제 애 엄마 다됐네~”


“아직도 힘들어”


힘들어도 언제까지나 엄마와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었던 민서


그래서 1년 전부터 한 번도 육아 일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다.


1년 동안 많은 도움도 받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미소짓는 지연과 달리 어깨를 푹 늘어트린 채 한숨을 쉬는 민서


언제쯤 이제 내가 없어도 자기들이 알아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지 막막하기만 하다.


“수연씨 있잖아, 이번에 팀장으로 승진됐어”


“정말?!”


3년 전 언니의 무죄가 밝혀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찾아와 어쩔 수 없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죄했던 수연의 모습이 떠오른다.


병원에 있는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그녀를 이해한다.


그때 이후로 수연의 어머니의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SB그룹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회장의 잔인한 짓에 사람들은 경악을 떨었고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른 채 어딘가로 도망쳤다.


“애 보는 거 도와주려고 왔더니만, 이만 가봐야겠다. 좀 있으면 네 남편 올 시간이기도 하고”


“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연락할게”


“그래”


언니를 위해 선택한 변호사란 직업


괜찮은 직업에, 그리고 괜찮은 연봉인데, 육아 일도 하면서 계속 일해보는 게 어떠냐는 재성의 권유도 있었지만


억울한 누명을 벗은 채 잘살고 있는 언니이기에······.


변호사로 살아갈 이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변호사이기 전에 난······.


두 아이의 엄마고 한 남자의 와이프 니까


이렇게 살고 싶으니까


***


“오빠 왔어.~”


일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온 재성


민서는 재성을 보지도 않은 채 TV를 보면서 소파에 누운 채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다.


반갑게 반겨 주는 건 이젠 원하지도 않는다.


신혼 일 때는 출근 때 넥타이도 매주고 퇴근하면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면서 다가왔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출근 때 눈을 비비면서 잘 가라는 말 한마디와 퇴근 때 없는 사람 취급 안 하면 다행이다.


“밥은?”


“국 있으니까 데워 먹어, 오빠······. 오늘도 힘들다.”


민서는 현재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한번은 집에서 애 보면서 살림하는 게 뭐가 힘드냐고 말한 후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던 민서의 모습이 생각나 저절로 미소를 짓는 재성


육아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만, 민서의 두려운 모습을 느낀 후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 당시에는 공포에 절인 체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실 같이 밥을 먹는 걸 바랬기에 물어본 것이다.


육아 일 때문에 힘들었다고 치고······.


밥은 내가 해도 좋으니까


“난 아까 먹었어.”


“알았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재성


방으로 들어간 후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고 나온 후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다.······.


한번은 이것 때문에 불만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녁 설거지는 오빠가 해!!!)


한바탕 싸우고 결국 저녁 설거지는 재성이 하기로 했다.


설거지를 마친 후 민서가 누워있는 소파에 앉는 재성


재성이 앉자마자 누운 자세를 고치고 재성 옆으로 바짝 달라붙어 앉는다.


“우리 서방, 오늘도 힘들었지?”


“......”


혀짧은 민서의 목소리가 재성의 귓가에 맴돈다.


입을 오므리고 있는 민서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근데!


집에 들어와서 나보다 TV에 더 신경 쓰더니, 이제 와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이게 뭔가 싶다.


오빠, 남편, 서방, 자기 등등······.


재성을 부르는 호칭은 시시각각 변한다.


‘서방’이라고 부르는 건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주로 ‘오빠’라고 하지만 기분이 좋을 땐 ‘서방’, ‘자기’라고 부르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애들은 자나 봐?”


“응”


민서의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집에서 이렇게 둘만 깨어 있는 순간이 흔히 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품에 들어온 민서의 모습을 바라보는 재성


결혼 후 예전처럼 외모에 신경 쓰지 않지만, 여전히 예뻐 보인다.


꾸미지 않은 모습도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다.


결혼하면 와이프의 얼굴이 달라 보이면서 결국 애 때문에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은가 보다.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고개를 든 채 재성의 이상한 웃음을 바라보고 있는 민서


“왜?”


“예뻐서”


“치~”


얼굴이 불그스름해 지면서 재성의 옆구리를 콕 찌르는 민서


물론 얼굴 때문에 민서와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제멋대로 질투하고 짜증 내고 신나는 민서의 모습······.


어느 순간부터인지도 모르게 그런 모습에 빠져 버렸다.


별것도 아닌 것 같고, 심지어 이유조차 모르겠는데······.


제멋대로 짜증 내서 한바탕 싸우기도 하지만


지금 이렇게······.


별것도 아닌 것 같고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이 꼭 온다.


“여전해”


“뭐가?”


“날 들었다 놨다 하는 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그토록 원해왔던 순간이었다.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오순도순 사는 지금의 모습이······.


별것도 아닌 것 같고 싸우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풀어지고······.


마음만은 여전히 신혼인 지금······.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금 이 순간도 느낀다.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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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39화 결혼생활 20.04.08 29 0 10쪽
38 38화 그토록 원해왔던 순간 20.04.07 25 0 10쪽
37 37화 심판의 날 20.04.06 21 0 11쪽
36 36화 혼자가 아닌 둘 20.04.05 23 0 11쪽
35 35화 드러나는 진실 20.04.04 26 0 10쪽
34 아침이 오기 전 새벽 20.04.02 19 1 12쪽
33 33화 반격 20.04.01 20 0 12쪽
32 32화 새어나오는 불안감 20.03.31 17 0 11쪽
31 31화 가까워지는 진실 20.03.30 16 0 10쪽
30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20.03.29 17 0 11쪽
29 29화 이러면 안되는데...... 20.03.28 22 0 11쪽
28 28화 눈치없는 심장 20.03.27 19 0 11쪽
27 27화 하루만 데이트, 응? 20.03.26 17 0 11쪽
26 26화 아프다 20.03.24 22 0 11쪽
25 25화 잔인한 심판 20.03.23 17 0 11쪽
24 24화 잔인한 말 20.03.22 16 0 11쪽
23 23화 믿을수 없는 말 +2 20.03.20 26 1 11쪽
22 22화 조금 더 가까이 20.03.19 20 1 11쪽
21 21화 같이 살면 어떨까? 20.03.18 17 0 13쪽
20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20.03.17 18 0 12쪽
19 19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03.16 24 0 12쪽
18 18화 위로가 되는 사람 20.03.15 18 0 12쪽
17 17화 엇갈린 운명 20.03.13 19 0 11쪽
16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20.03.12 18 0 12쪽
15 15화 살아가는 이유 20.03.11 21 0 12쪽
14 14화 앞으론 조심해! 20.03.10 23 0 11쪽
13 13화 폭발하는 여자 20.03.10 22 0 12쪽
12 12화 짜증나는 질투 20.03.09 28 0 11쪽
11 11화 질투의서막 20.03.09 27 0 12쪽
10 10화 내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 20.03.08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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