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3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3.12 00:26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DUMMY

한 달 후


지연의 재심신청이 승인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난 후 작성한 사직서를 손에든 채 준태가 있는 대표실 문 앞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한지연을 잔인하게 밟아버릴 수 있을까


결론은 한지연을 짓밟는 것에 올인하기 위해 SB제약법무팀에서 나갈 것이다.


굳은 마음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처음으로 자신의 대표실에 찾아온 재성을 보고 놀라는 준태


항상 자신을 피하기만 했기에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이검사가 여긴 어찌한 일이죠?”


입을 굳게 다물고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준태에게 다가간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듯한 느낌은 왜인지 모르겠다.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준태의 책상에 작성한 사직서를 내민다.


“흠······.”


처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재성에게 반가운 감정을 느꼈지만 일순간 사라진다.

그래, 당연히 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그의 굳은 표정은 자주 봐왔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


“이유가 뭔가요?”


예상했던 질문의 준비한 말을 꺼내 보도록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게 불편합니다”


어차피 준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 길게 설명할 필요 없다고 느끼는 재성


만약 한지연의 재심 선친이 승인되지 않았다면 자존심은 상하지만 계속 일했을 것이지만 준태가 믿을만한 말을 선택한 것이다.


“흠······. 잠깐 시간 되죠? 일단 앉으세요”


재성을 SB법무팀에 넣은 이유


날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디까지 방어해 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위험한 일이지만 그만큼 정의와 갈등하면서 날 방어해주는 모습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재성이 머지않아 일을 그만둘 거라 예상한 일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올 줄 몰랐다.


자신을 불쾌하게 생각할 거라 일부러 재성과 자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사를 나갈 때 위약금을 내라는 조항이라도 넣을 걸 그랬다.


단순히 정의와 갈등하는 검사의 모습이 궁금해 별생각 없이 저질렀던 행동들이 후회스럽다.


“벌써 이렇게 그만두신다고요?”


“사장님이 있는 이곳에서 일하기 불편합니다”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굳이 한다면 비슷한 말만 반복하고 싶다.


이번엔 ‘이곳에서 일하기 불편합니다.’란 처음 했던 말에 ‘사장님이 있는’ 이란 말만 덧붙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굳은 결심을 꺾을 수 없어 보인다.


아쉽지만 보내줘야 해야겠다.


왜 그러냐고, 뭐가 마음에 안 드냐는 등 물어보고 싶지 않다.


그건 자신을 더 추하게 만들고 이미 마음을 정한 상대방도 싫으면 싫었지, 절대 좋게 느낄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련이 남아도 끝은 간결하고 깔끔한 게 좋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느꼈던 준태


“이검사를 대체할 사람을 전 또 구하게 생겼네요”


“......”


“미리 말이라도 해주시지 직원 구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나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헤어지다니 아쉽다거나 계속 일하라는 반응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왜냐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남자로 봐왔기에······.


이 남자가 원래 이렇게 성숙했나?


처음으로 과소평가 해왔던 준태를 높게 바라본다.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잘못을 짚어준 것에 잘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죠. 제가 꺾을 자격은 없으니까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수고 많았다는 위로의 말에 순간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뻔 했지만 자존심으로 꾹꾹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예상했던 반응이 아쉽다거나 생각을 바꾸라는 잡으려는 멘트가 듣고 싶은 이유는 뭘까


날 아쉽게 느껴지길 바라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이유는 또 뭘까


불쾌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잡지 않은 준태의 모습을 서운하게 생각하는 제모습이 한심했다.


“헤어지니 아쉽네요. 잘 되길 바라죠”


“감사합니다”


아······.


자존심으로 꾹 눌러왔던 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무겁게 인사를 하고 빠져나오려 일어나자 뭔가 생각나는지 급하게 재성을 부른다.


“잠깐, 이검사, 마지막으로 일하나 해주겠어요?”


“뭡니까”


자신의 책상으로 간 준태는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잠깐의 시간 동안 앉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계속 서 있기로 한다.


한 서류를 들고는 재성에게 보여준다.


그가 내민 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성숙한 모습을 봤을 때 느낀 놀라움보다 몇 배는 더 크다.


그건 바로······.


한지연의 재심신청결과였다.


“......!”


***


“저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응”


퇴근하고 식당에 온 재성과 민서


혼자남은 재성은 낮에 준태의 모습을 회상한다.


한지연의 재심신청결과를 보여주고는 재심 재판 때 검사의 위치로 한지연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무산시키게 하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지금 가장하고 싶은 일이지만 아무 연관성 없는 그가 왜 그런 부탁을 하는지 그리고 왜 한지연의 재심에 관심이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당시 살해당했던 수지가 SB그룹을 파헤치고 다녔고 만약 한지연의 재심이 무죄로 판결된다면

회사의 큰 타격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재심에 관심을 가졌고 안 그래도 요즘 JBC가 호시탐탐 SB 그룹을 무너트리려 기회를 엿보고 있어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한다는 설명을 했다.


동생의 이름을 꺼내면서 동생의 죽음을 겪은 나에게 조금의 조심스러운 표정조차 짓지 않았기에 이수지와 남매라는 사이는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제안을 수락한 나에게 거액의 현금 뭉치를 주었다.


“하······.”


“무슨 한숨을 그리 땅이 꺼지라 해요?”


“아무것도 아니야”


“......”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재성과 꽤 가까운 사이라 생각해 자신에게 말 못할 비밀은 없었으면 한 민서


아직 털어놓지 못할 만큼 가깝지는 않은 걸까 하고 약간의 서운함이 든다.


“나 이제 일 그만둘 거야”


“네?!”


“내일부터”


“아니! 무슨 일인데 그래요?”


민서가 한지연의 동생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는 재성


아직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지 않기로 한다.


“쉬고 싶어서”


거짓말이 뻔히 보이지만 우리 사이를 거들먹거리면서 말 못할 사정이 뭐냐고 추궁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느끼는 아픔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입만 꾹 다물고 있다면 서운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하면서 알려달라고 할 것만 같다.


서운함 때문이 아닌 그가 느끼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이제 더 이상 검사님이라고 안 불러도 되겠어요”


“퇴사한 게 뿌듯해 질려고 하는데”


말해 줄 것 같지 않아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 하는 민서


“이걸 어쩌죠? 이미 익숙해 져서 다르게 부르면 이상하고 어색해요”


“처음은 이상하지 이제부터 익숙해 지면 되지, 한변”


저도 모르게 익숙한 호칭인 ‘한변’ 이 입 밖으로 나왔다.


처음은 힘들다는 말은 자신에게도 해당한다.


익숙해져 한변이라 부른 것조차 지각하지 못한다.


“음······. 재성님 할래요”


“뭐?!”


“재성님 스파게티 맛있어요?”


“응. 민서님 은?”


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놀라는 재성


하지만 놀라운 감정을 뒤로한 채 곧바로 그녀의 말을 똑같이 맞받아쳐 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는 민서


“역시~ 이게 좋겠어요”


어이없어하는 재성


“왜?”


“오빠나 자기라고 부르자니 너무 간질거리고 그렇다고 ‘재성 씨’ 나 ‘이재성 씨’라고 부르자니 너무 사무적인 것 같고”


“그래서?”


“간질거림과 사무적인 중간지점인 재성님이 딱이에요”


캬~


미소를 지으면서 엄지를 자신 있게 들어 올린다.


지극히 주관적인 민서만의 생각이다.


이해가 안 되지만 검사님보다는 한 발짝 가깝게 느껴지는 호칭이다.


“재성님? 이상하잖아”


“처음은 이상하지 이제부터 익숙해 지면 되지”


재성이 좀 아까 했던 말인 갑자기 다른 호칭으로 부르면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냐고 했을 때의 그의 대답을 똑같이 돌려준다.


그리고 그 말을 했던 재성의 얼굴도 기억나 표정도 똑같이 따라 한다.


“라고 재성님이 말 하셨잖아요~”


그래 뭐, 들어주기로 한다.


***


다음날


어제부로 일을 그만둔 재성의 자리는 비어있다.


그의 이름이 적혀진 명패가 홀로 그의 책상 위에 넌지시 놓여 있다.


어제 재성에게 연락을 받은 주현이 먼저 말을 꺼낸다.


“오늘부터 이검사님 일 그만두시기로 했어요”


이 사실을 몰랐던 김변호사와 최변호사가 놀란다.


“오늘부터요?”


“아니 왜요?”


어제 재성의 퇴사를 들었지만, 이유를 모르는 민서


혹시 주현은 알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수사관님은 검사님이 왜 일 그만두는지 아시나요?”


“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에게도 했던 쉬고 싶다는 핑계


오래 알고 지낸 주현에게도 말 못할 만큼 정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


어제 재성과의 통화로 사실 주현은 알고 있었다.


한지연의 재심 재판 때 검사신분으로 참여하기 위해, 한지연을 짓밟는 것에 올인하기 위해 일은 그만두고 모든 노력을 쏟아붓기로 했다고 주현에게 말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고 이 말을 해봤자 좋지 않을 거라 판단한 주현


재성의 개인적인 사정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검사님 대신해 다른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올까요?”


“글쎄요, 모르죠. 그건”


“들어온다면 남자일까 여자일까?”


“우리 내기할래요? 이검사님을 대신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좋아요”


끼익


재성을 대신해 새로 일하게 되는 사람에 관해 얘기하는 도중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준태하고 세훈이었다.


“오늘부터 이검사가 그만둔 관계로 박실장(세훈)이 여기서 일하게 될 겁니다”


세훈은 고개를 살짝 내린 체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박세훈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준태가 세훈에 관해 설명한다.


15분 정도 떠들고는 준태가 나가고 세훈은 재성의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일 얘기부터 꺼낸다.


“사장님께서 알트론을 신경 많이 쓰고 있습니다”


“네······.”


“요즘 알트론을 복용하고 부작용이 일어난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일제히 침묵으로 일관한다.


“안 좋은 소리 안 나오게 주의합시다”


“네······.”


우리가 잘못한 거냐고 만든 사람이 잘못해서 그런 걸 왜 우리한테 따지냐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참는다.


세훈과 같이 일하게 된 지금부터 왠지 불편한 직장생활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


“박 실장님 식사 안 하시겠어요?”


세훈은 시계를 들여다본다.


“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같이 식사하죠”


“전 사장님과 같이 먹죠. 먼저 다들 식사하고 오세요”


“네”


세훈을 제외한 민서와 주현 그리고 두 명의 변호사들은 밖으로 나간다.


준태의 비서로 지내온 세훈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바로 준태에게 일러 바칠 것만 같아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할 것 같다.


평소에 자주 떠들었지만, 그가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모니터만 바라본 채 아무 말 없이 일만 했다.


밖으로 나가던 중 민서에게 재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재성님~”


-밥 먹었어?


지금쯤이면 밥 먹을 시간이라고 예상해 전화한 재성


“아니요 아직”


-나도 아직, 같이 밥 먹을까? 근처인데


“네 좋아요”




옆에서 전화 통화를 듣고 있던 주현이 웃으면서 말한다.


“지금 이검사님 한테 재성님이라고 부른 거예요?”


“네 어제부터 재성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아니 왜요?”


“음,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해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잔인한심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결혼생활 20.04.08 29 0 10쪽
38 38화 그토록 원해왔던 순간 20.04.07 25 0 10쪽
37 37화 심판의 날 20.04.06 21 0 11쪽
36 36화 혼자가 아닌 둘 20.04.05 23 0 11쪽
35 35화 드러나는 진실 20.04.04 26 0 10쪽
34 아침이 오기 전 새벽 20.04.02 19 1 12쪽
33 33화 반격 20.04.01 20 0 12쪽
32 32화 새어나오는 불안감 20.03.31 17 0 11쪽
31 31화 가까워지는 진실 20.03.30 16 0 10쪽
30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20.03.29 17 0 11쪽
29 29화 이러면 안되는데...... 20.03.28 22 0 11쪽
28 28화 눈치없는 심장 20.03.27 19 0 11쪽
27 27화 하루만 데이트, 응? 20.03.26 17 0 11쪽
26 26화 아프다 20.03.24 22 0 11쪽
25 25화 잔인한 심판 20.03.23 17 0 11쪽
24 24화 잔인한 말 20.03.22 16 0 11쪽
23 23화 믿을수 없는 말 +2 20.03.20 26 1 11쪽
22 22화 조금 더 가까이 20.03.19 20 1 11쪽
21 21화 같이 살면 어떨까? 20.03.18 17 0 13쪽
20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20.03.17 18 0 12쪽
19 19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03.16 24 0 12쪽
18 18화 위로가 되는 사람 20.03.15 18 0 12쪽
17 17화 엇갈린 운명 20.03.13 19 0 11쪽
»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20.03.12 19 0 12쪽
15 15화 살아가는 이유 20.03.11 21 0 12쪽
14 14화 앞으론 조심해! 20.03.10 23 0 11쪽
13 13화 폭발하는 여자 20.03.10 22 0 12쪽
12 12화 짜증나는 질투 20.03.09 28 0 11쪽
11 11화 질투의서막 20.03.09 27 0 12쪽
10 10화 내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 20.03.08 2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