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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6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3.29 09:55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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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DUMMY

“가지 마”


“......!”


민서의 팔을 잡은 손을 제 쪽으로 당겨 민서를 자신의 품에 오게 한다.


재성의 품에 안긴 민서는 이게 뭔가 싶다.


민서는 이런 상황을 아예 안 바라지는 않았다.


살인자의 동생인 날 받아줄지······.


내가 이수지를 죽인 한지연의 동생이 라는걸 알고도 과연 날 받아줄지······.


말 같지도 않은 일이라 이 생각을 하자마자 지우곤 했다.


한지연의 동생이라고 알게 되면 날 떠날 테니까······. 떠나는 것도 모자라 따가운 시선으로 날 버릴 테니까······.


“왜요?”


“......”


그렇게 날 사랑한다고.? 내가······. 살인자의 동생인데도!!!


재성의 품에 안긴 민서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재성에게 제 심장의 울부짖음이 나타내듯 크게 소리친다.

“말해! 왜냐고!! 왜!!! 왜!!! 날······.”


‘받아주냐고’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민서


“아무 말 하지 마”


“......!”


그냥······. 지금은 내 품에서 이 여자를 느꼈으면 한다.


아무 말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픔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까지······.


재성은 며칠 전 지연으로부터 민서의 노트북을 찼고 며칠 후에 세훈과 만남을 회상한다.


***


재성의 회상


한지연의 재심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재성은 같은 목적을 가졌을 세훈과 만났다.


재성은 검사의 자격으로 세훈은 변호사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한지연의 재심


흔히들 이 상황을 ‘말을 맞춰본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SB그룹의 지시 때문에 세훈이 변호사를 맡게 된 것이기에


먼지만큼의 의심도 없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판단한 재성


한지연의 재심을 막는 것, 더 나아가서는 된다면 형량도 늘릴 수 있게······.


하지만 세훈으로부터 깜짝 놀랄 말을 듣는다.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나요?”


“무슨 생각 말입니까?”


“4년 전 이수지를 죽인 자가 한지연이 아니라는 생각”


“......!”


세훈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는 재성


먼지만큼의 의심도 없었고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한지연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동생을 죽였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이수지와 한지연과 아무 관계없는 세훈이, 그것도 SB그룹을 위해 한지연의 재심을 막기 위해 그녀의 변호사로 선정된 이 남자가 하는 지금 이 말이 거짓말일 리는 없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전 4년 전 한지연의 국선변호사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교체됐죠. 그 이유를 말씀드리죠”


4년 전이면 세훈이 SB그룹에 들어오기 전이다.


세훈이 말을 늘어놓는다. 그의 주장은 이러했다.


4년 전 재성도 알고 있는 이수지가 사망하기 전 SB그룹을 캐고 다녔다는 것 그리고 한지연의 지문이 묻은 망치가 결정적인 증거로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갔지만


한지연이 범행현장에 들어온 CCTV 영상기록만 있을 뿐 그전의 영상은 없었고 한지연과 이수지의 통화기록도 없었다.


의문점을 가지고 재수사를 요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제로 한지연의 국선변호사인 자신을 빼버리고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위에서 내린 명령이라 그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세훈의 말을 되짚어보니 이상하긴 하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통화기록이 없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리고 CCTV 영상기록도 하필 한지연이 범행 장소에 들어왔던 영상기록만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가 지우지 않은 이상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범인인 확률이 매우 높다.


세훈도 재성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이제 와서 누가 CCTV 영상기록을 지웠는지 한지연과 이수지의 통화기록을 지웠는지 알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SB그룹의 임원중 한 명이거나 관계된 사람이 범인이라고 봅니다.”


“네?”


“SB 그룹이라면 죄 없는 사람 범인으로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니까요”


“......!”


‘사망하기 전 이수지가 SB그룹을 캐고 다녔기에 SB 그룹의 고위관리직 누군가가 죽였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재성


동생이 죽기 전 SB그룹을 캐고 다니는 모습을 SB그룹이 모를 리 없고 가만히 놔비둘 리조차 없다.


그리고 소리 없이 죽이는 것도 모자라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조차 가능할 것 같은 SB그룹 이다.


당연하고 간단한, 누구나 생각할만한 걸 왜 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걸까······.


“사실······. 수지가 제 친동생입니다······.”


“......!”


왠지 해답을 말해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이문제를 풀어갈지 말해줄 것 같아서······.


재성은 수지와의 관계를 고백해 버린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세훈의 놀라는 표정


늘 무표정으로 일관한 그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이, 수,수,지,지 가 이검사 동,동,생?”


재성의 질문에 잊은 채 아직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세훈


놀라움을 드러내듯 그의 말이 떨린다.


“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다리겠습니다”


“......!”


세훈이 놀라움을 멎어들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세훈을 만나기 전 목적이 정반대로 흘러가는 순간이다.


한지연의 무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닌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는 범인이 누군지 찾기 위해서······.


세훈의 놀라운 감정이 사라지는 데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오로지 이검사만 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세훈의 표정을 보아하니 냉정함을 다시 찾은 듯하다.


“부검 어떻습니까”


“......!”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이수지의 유일한 핏줄이기에


그날의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시린 느낌을 받아왔던 세훈


가진 자들의 옆에선 채 그들의 악행을 법을 이용해 감싸왔던 그였지만


아무 죄 없는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기에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 살인사건에 무고한 피의자가 생길 수 있다는 건 그에게 아픈 죄책감을 주었다.


“부검을 한다 한들 달라지는 게 잇겠습니까?”


“안 하는 것보단 낫죠”


재성은 4년 전의 시체를 들춰본다 한들 뭐가 나오겠냐는 심산이다.


세훈의 눈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진범을 찾을만한 단서가 나오길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범인을 찾으러 아무리 노력해봤자 진전이 없었기에 나오는 세훈의 간절함 이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재성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을 꾹 다문 채 세훈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리고 표정과 어울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빠져나온다···.




“하······.”


문을 닫자마자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숨을 쉬는 세훈


이수지가 재성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듣고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듯 보인다···.


진이 빠지는 세훈, 몸의 수분이 모조리 빠지는 기분이다.


***


민서의 집으로 들어온 재성


민서에게 세훈과 있었던 일을 얘기해준다.···.


민서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며 4년 동안 알아낸 전부였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재성이 부검 신청을 한 것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결과가 나온다 한들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다.


여전히 범인이 한지연이라는 민서의 생각은 변함없다.


“그래서······. 한지연이라 생각해요?”


“결과가 나와봐야 알지, 아직 모르겠어.”


만약 지연이 민서에게 자신이 범인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한지연‘ 이 아닌 ‘언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연에 대한 큰 배신감에 ‘언니’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살아온 이유도,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도, 희박한 확률이지만 끝날 때까지 해보자는 결심의 이유도······.


단 한 사람 때문이기에······.


마음을 쏟은 만큼 배신감이 더 크게만 느껴진다.


“한변은 누구라고 생각해?”


“......”


한지연을 범인으로 생각했다가 현재 갈피를 못 잡은 재성에게 한지연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재성이 고민하고 있어서 지금 이렇게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거지만 만약 범인이 한지연이라 생각한다면 날 떠날까 봐······.


날 버리는 그의 모습이 참 아프게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다물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라 생각한 민서다.


하늘로 손바닥을 가릴 수 없는 법이기에 솔직하게 말하기로 한다.


“한지연이 죽였어요”


“......!”


묘한 침묵이 둘 사이에 흐른다.


’한지연‘ 이란 단어에 힘을 주는 민서


재성은 이제야 모든 게 다 이해가 됐다.


며칠 전 민서의 집 앞에서 아프다고 소리치며 울부짖은 것도 그러고 난 후 왜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원래 다른 사람으로 생각했다가 한지연 씨로 바뀐 거지?”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민서


검사 신분으로 재심 때 참여하는 서류를 보여주러 지연의 교도소에 찾아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던 민서의 모습이 생각나는 재성


한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내 손을 뿌리치고 갔을 때······.


그때가 아마 민서가 범인을 자신의 언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재성


“왜 그렇게 생각해?”


“나한테 직접 말했으니까요”


민서는 재성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준다.


자신의 친구 수연이 내게 한지연이 범인이라며 결정적인 증거인 USB를 준 것부터 시작해 한지연이 내게 직접 말했던 순간까지······.


말하는 내내 고통스러웠는지 입술이 떨린 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재성은 민서가 느꼈던 아픔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만약 4년 전이라면 볼 것도 없이 한지연이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을 것 같다.


’사망하기 전 이수지가 SB 그룹을 캐고 다녔기에 SB그룹의 고위관리직 누군가가 죽였다‘ 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한지연을 범인으로 단정 지었던 제모습이 생각나는 재성


사망하기 전 수지가 SB그룹을 캐고 다녔다는 걸 알면서도 왜 범인이 SB그룹과 관련돼 있다는 걸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는지 제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리······. 헤어질 수밖에 없나 봐요”


“......”


자신의 말을 듣고 계속 묵묵히 있는 재성의 모습이 범인이 누군지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한 민서


그리고 용의자 중에 한지연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이 남자의 생각이 바뀌면······. 범인이 한지연이라고 생각할 때 날 떠날 것 같기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내 심장 고칠 수 있어?”


“......”


재성의 하는 말을 이해 못 하는 민서


분명 민서는 재성이 자기 생각을 읽고 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거절인지 수락인지 모르던 와중에······.


“고칠 수 없으면 날 떠나지 마”


“......”


“뭐가 됐든 상관없으니까”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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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드러나는 진실 20.04.04 26 0 10쪽
34 아침이 오기 전 새벽 20.04.02 19 1 12쪽
33 33화 반격 20.04.01 20 0 12쪽
32 32화 새어나오는 불안감 20.03.31 17 0 11쪽
31 31화 가까워지는 진실 20.03.30 16 0 10쪽
»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20.03.29 18 0 11쪽
29 29화 이러면 안되는데...... 20.03.28 22 0 11쪽
28 28화 눈치없는 심장 20.03.27 19 0 11쪽
27 27화 하루만 데이트, 응? 20.03.26 17 0 11쪽
26 26화 아프다 20.03.24 22 0 11쪽
25 25화 잔인한 심판 20.03.23 17 0 11쪽
24 24화 잔인한 말 20.03.22 16 0 11쪽
23 23화 믿을수 없는 말 +2 20.03.20 27 1 11쪽
22 22화 조금 더 가까이 20.03.19 20 1 11쪽
21 21화 같이 살면 어떨까? 20.03.18 17 0 13쪽
20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20.03.17 18 0 12쪽
19 19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03.16 24 0 12쪽
18 18화 위로가 되는 사람 20.03.15 18 0 12쪽
17 17화 엇갈린 운명 20.03.13 19 0 11쪽
16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20.03.12 19 0 12쪽
15 15화 살아가는 이유 20.03.11 21 0 12쪽
14 14화 앞으론 조심해! 20.03.10 23 0 11쪽
13 13화 폭발하는 여자 20.03.10 22 0 12쪽
12 12화 짜증나는 질투 20.03.09 28 0 11쪽
11 11화 질투의서막 20.03.09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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