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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95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3.24 11:05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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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26화 아프다

DUMMY

이 남자를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재성의 품으로 들어온 민서


“흐윽!!! 흐윽!!”


재성의 품으로 들어온 순간 저절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재성의 등을 잡은 두 손을 더 세게 움켜잡는다.


품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더 슬퍼지는 것 같다.


재성은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냐고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떤 말도 꺼내면 안될 것만 같았다.


슬픈 것과 아픈 건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베일 것 같은 민서의 울음소리가 슬픈 게 아닌 게 아파서 우는 거라고 느낄 수 있었다.


“나! 너무 아파요!!! 너무······. 너무······. 아파요!!!”


“......”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


재성에게 있어서는 처음 보는 민서의 모습이다.


‘과연 이 남자는 내가 한지연의 동생이라는 걸 알고도 아무렇지도 않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더라도 날 다시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안 되는데 왜 이런 말 같지도 않을 가능성을 생각한 자신이 순간 너무나 한심했다.


왜 이수지의 오빠냐고 따지고 싶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민서의 울음이 그치는 동안 재성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재성의 어깨는 흥건히 젖어 있다.


“우리 헤어져요”


“......!”


어느덧 민서의 정신이 조금은 돌아오는 듯 보인다.


재성은 왜냐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있으면 고칠게”


“......”


어떻게 고칠 수 있느냔 말인가······.


내가 한지연의 동생이라는 걸 어떻게 고치고 죽은 이수지가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거면 시작도 하지 말 걸 그랬다.


이렇게 아플 거면 이 남자를 사랑하지 말 걸 그랬다.


생각나는 대로 헤어지자는 이유를 말하기로 한다.


“......싫어졌어요”


“......?”


“당신이······. 싫어졌어요”


“......”


처음으로 재성에게 뱉은 ‘당신’이라는 말


그 단어를 뱉으면서 괴로웠는지 두 눈을 질끈 감는 민서


재성과 이제 헤어지고 싶다고 절실히 보여주는 단어다.


싫어졌다는 게 거짓말인 걸 아는 재성


그래서 더 놓칠 수 없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유가 뭐든 상관없다. 헤어지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다.


5년 전에는 바라만 봐도 좋았지만, 이젠 아니다.


“떠나지 마”


“......”


떠나지 말라는 재성의 말에 순간 망설여지는 민서


가슴은 왜 내 말을 듣지 않는지 모르겠다.


눈치 없는 심장이 쿵쾅거린다.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재성에 대한 마음이라는 걸 보여주듯 문을 세게 닫는다.


제집으로 들어가는 민서를 잡을 수 없었던 재성


오늘 좀 전에 한지연이 있는 교도소에서 민서를 만났을 때 침울한 얼굴로 떠나가는 그녀의 손을 못 잡은 게 생각이 났다.


그때 했던 불안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하······.”


나한테 전부인 여자가 떠나간다는데 왜 잡지 못하는 걸까


왜 그러냐고 왜 떠나냐고 이유를 추궁하고 싶지 않다.


이유가 뭐든 간에 내 옆에만 있으면 되니까······.


“......아프다”


***


다음날


“한지연 씨 검사님 찾아왔어요”


“네”


교도관이 부르는 목소리에 일어나는 지연


재심 재판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자신이 재심 때 검사자격으로 참여한다는 한 남자가 기억이 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남자가 올 거로 생각하는 지연


접견실로 들어간 지연은 재성이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이 제시야에 들어온다.


어제도 봤지만 민서생각에 사로잡혀 재성의 얼굴이 기억조차 안 난다.


이제야 재성의 얼굴 보고 며칠 전 이회장이 협박하기 전에 카페에서 민서와 다정하게 잇던 남자라는걸 알게 된다.


“저기······.”


어제는 한마디도 안 하더니 오늘은 보자마자 자신보다 먼저 말하는 자연의 모습에 놀란다.


한없이 비참한 얼굴인 어제와는 다르게 도움을 요청하는듯한 그녀의 표정


앉자마자 지연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녀가 가리킨 손가락에 재성의 시선이 따라간다.


“뭡니까”


지연이 가리킨 건 한 서랍장이다.


접견을 하러 오는 사람이 가끔 깜빡하고 물건을 놓고 갈 때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잠시 보관해 두는 것이다.


어제 지연과 민서의 접견을 지켜보던 교도관은 접견이 끝나고 지연에게 어제 접견 왔던 사람이 노트북을 깜빡 놓고 갖다고 말해주었다.


“저기 노트북을 누가 잃어버려서요······.”


“뭐?”


재성은 생뚱맞은 말을 하는 지연을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곳에 올 필요가 없었던 재성은 사실 아침에 준태의 전화를 받고 이곳에 오게 됐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증거들을 지연에게 보여주라고 전했다.


쓸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별거 아니기에 준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저 서랍 안에······. 누가 잃어버린 노트북이 있어서요······.”


쓸데없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한 재성은 쓸데없이 노트북에 신경 쓰는 자연의 모습이 이해가 안 갔다.


준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별거 아니기에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하······.”


자리에서 일어나 지연이 가리키는 서랍장 속을 뒤진다.


노트북 하나를 발견하다.


혹시 이것 말고 다른 것도 잇지 않나 더 뒤져봤지만 없다.


노트북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이게 누구건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준태나 이 여자나 왜 쓸데 없는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면서 한심해했는데


정작 자신은 왜 이런 쓸데없는걸 신경 쓰는 거처럼 누구 건지 물어보는 게 한심한 순간이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산으로 이미 한심해 진 거 더 한심해지기로 한다.


“그냥······. 누가 잃어버려서요······.”


“뭐 어쩌라고?”


“누가 잃어 버렸는데······.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기도 모르는데 왜 나한테 찾아달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별것도 아니고 이미 한심해지기로 했으니 나중에 확인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거 보이나?”


“네······.”


재성의 준태가 시킨 일을 이행한다.


지연을 피의자로 가리키는 증거인 범행 당시 CCTV 영상과 범행도구인 망치에 그녀의 지문이 나왔다는 국과수 감정서


이미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기에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 거다.


예상했던 대로 큰 표정의 변화는 없다.


지연이 확인했으니 준태가 시킨 것도 했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 재성은 떠나기로 한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재성이 나간다.


재성이 지연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접견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그냥 앉아있기로 한다.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지연은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


쓰디쓴 지연의 한숨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민서의 남자로 보이는 재성에게 차마 노트북의 주인이 민서라고 내 동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내 동생이라고 말 안 해도 민서의 이름을 말해버리면 뒷조사를 하든 뭘 하든 간에 내가 민서의 언니라고 알게 될까 봐


그래서 이 남자가 민서의 언니 되는 사람인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로 민서를 떠날까 봐


이남자하고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민서가 다시 불행해 질까 봐······.


“어차피 난 이렇게 살 운명인가 보지 뭐······.”


이회장의 협박을 수락한 것에 후회는 없다.


다시 한번 기회가 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어차피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해와도 안 되는데 앞으로 무죄가 밝혀질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건 사실이다.


이미 안되는 인생, 동생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아프다······.”


후회 없는 선택이지만 비참한 현실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거면 희망조차 품지 말 걸 그랬다.


4년 동안 되지도 않은 희망을 품어서 더 아프게만 느껴진다.


어느덧 지연의 눈가엔 눈물이 맺힌다.


***


“지금 내가 뭐 하는 건지 참······.”


지연과의 접견이 끝나고 차 안에서 노트북을 바라보는 재성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전원을 켠다.


버리자는 생각보다 한지연이 재심보다 신경 쓰는 게 뭔지 궁금했다.


그녀의 관점에서 자신의 무죄를 밝히는 것보다 신경 쓰는 일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트북안에 들어있는 뭔가 중요한정보다 한지연의 재심에 관련돼 있을 거라고 결론 짓는다.


“그럼 그 중요한 정보를 왜 나한테 넘기는 걸까?”


생각해 보니 변호사도 아니고 검사인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넘겨줄 리도 없다.


진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순간이다.


에라 모르겠고 일단 확인해 본다.


“......!”


조금 살펴보니 노트북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진첩에 보니 민서의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본 민서의 엄마 사진도······.


민서가 지연이 교도소에 들어간 이후에 산 노트북이라 지연에 대한 사진은 없다.


“뭐야······. 이거······.”


재심보다 더 신경 쓰는 듯해 보이는 노트북의 주인을 찾으려고 했던 한지연의 모습이 생각나는 재성


순간 한지연과 민서가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지연이 이 노트북의 주인이 민서라는걸 안다면 말했을 텐데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주인이 민서라고 안다면 숨길 필요도 없고······.


민서의 사진을 보니 어제 헤어지자고 말한 그녀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


문득 이유가 궁금해 졌다.


갑자기 왜······. 헤어지자는 걸까······.


왜 그렇게 아픈 표정을 하고 있었던 걸까······.


말해줘도 알려줄 것 같지 않아 찾는 수밖에 없다.


혹시 뭔가 또 나오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마우스에 손을 갖다 댄다.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한 문서를 발견한다.


“이게, 뭐야?”


‘2016년 재판’이라는 제목의 문서


그건 민서가 작성한 한지연에 대한 정보다.


만약 재성이 확인한다면 조금 전에 자신에게 던진 물음표의 답을 알 수 있다.


왜 헤어지자고 하는지, 왜 그렇게 아픈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 문서 내용에는 민서가 한지연의 동생이라는걸 알 수 있게 해준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재성


탁탁


판도라의 상자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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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새어나오는 불안감 20.03.31 17 0 11쪽
31 31화 가까워지는 진실 20.03.30 17 0 10쪽
30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20.03.29 19 0 11쪽
29 29화 이러면 안되는데...... 20.03.28 22 0 11쪽
28 28화 눈치없는 심장 20.03.27 20 0 11쪽
27 27화 하루만 데이트, 응? 20.03.26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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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잔인한 심판 20.03.23 18 0 11쪽
24 24화 잔인한 말 20.03.22 17 0 11쪽
23 23화 믿을수 없는 말 +2 20.03.20 27 1 11쪽
22 22화 조금 더 가까이 20.03.19 21 1 11쪽
21 21화 같이 살면 어떨까? 20.03.18 17 0 13쪽
20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20.03.17 18 0 12쪽
19 19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03.16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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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엇갈린 운명 20.03.13 20 0 11쪽
16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20.03.12 19 0 12쪽
15 15화 살아가는 이유 20.03.11 22 0 12쪽
14 14화 앞으론 조심해! 20.03.10 23 0 11쪽
13 13화 폭발하는 여자 20.03.10 23 0 12쪽
12 12화 짜증나는 질투 20.03.09 28 0 11쪽
11 11화 질투의서막 20.03.09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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