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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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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102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3.17 00:06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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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DUMMY

문을 열고 나오는 재성의 모습을 확인하는 민서


창백해 보이는 표정은 오랜 시간 무릎 꿇고 앉아있어 저린 다리와 우산으로 두들겨 맞아 여기저기 온몸이 쑤신 덕분이다.


걱정스러움이 민서의 얼굴에 가득 찬다.


“어머······. 어떡해······. 괜찮아요?”


“응, 괜찮아······.”


말과는 다르게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 모습


움직이는 모습조차 힘들어 보인다···.


구겨진 인상이 만들어진 게 아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내 남자를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갑자기 화가 난다.


밖에서 민서의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 것 같은 괴성이 나온다.


“너 마침 잘 왔어! 일로 와봐!”


더 큰 괴성으로 맞받아친다.


“엄마는 무슨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뭐?! 저게 진짜!”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화를 내는 딸의 모습에 급하게 달려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만다.


열려진 문틈 사이로 넘어진 엄마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재성을 부축하고 나간다.


그리고 어제 그가 가지고 온 차에 태워준다.


“그만 가봐, 바쁜데 여긴 왜 왔어.”


“아~우 됐어요. 내가 운전할게요”


괜찮다는 재성에게 말에 우격다짐으로 그를 조수석에 태우고는 운전석에 앉는다.


재성의 집으로 향한다.


운전하면서 힐끗 보니 앉아있는 재성의 표정이 이제야 편안한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언젠가 엄마한테 소개시킬 생각은 잇엇지만 지금같은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만큼 피하고 싶었다.


“엄마가 뭐라 그랬어요?”


팬티차림으로 들켜 버렸던 상황부터 얘기해야 되는 걸까


신나게 우산으로 두들겨 맞은 때부터 말해야 되는 걸까


아님 무릎 꿇고 듣고 있던 시점부터 말해야 되는 걸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자 결론만 말하기로 한다.


“알아서 하라고 그러셨어”


“흠······.”


민서의 반응을 보니 어느 정도 예상한 눈치다.


어디까지 갈 거냐는 말에 재성이 만나보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답한 뒤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굳이 하나가 걸리자면······.


만약 딸이 자신 때문에 눈물 흘리면 내 눈에는 피눈물 흘리게 만들어 줄 거라는 협박 정도가 있었을 뿐······.


전체적으로 성인이 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제가 한 번도 제 남자를 엄마 앞에서 보여준 적이 없거든요”


“......”


재성은 민서가 한 번도 자신의 남자를 소개해준 적이 없기에 얼마나 놀랐을지 이제야 실감이 간다.


그것도 팬티차림으로 딸의 집에서 마주했으니······.


그리고 나말고 다른남자는 없엇다는 생각에 조금의 승리감마저 들어 피식 웃는 재성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웃는 재성을 보고 순간 ‘지금 이게 웃겨요?’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안쓰러운 재성의 표정을 보고 입속으로 꾹꾹 누른다.


“제가 남자 얘기도 잘 안 한 거든요, 저한테 결혼문제로 별 신경 안 써요”


“......”


언제 결혼할 거냐 남자는 언제 만나냐 등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는지 혹은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지 궁금해하는 모습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에 관해 아무런 얘기를 꺼내지 않은 내 모습에 걱정해했던 것도······.


언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엄마도 알기에 걱정하는 마음은 더 컸을 것이다.


언니의 일은 엄마로서 슬픈 일이지만 언니 때문에 인생에 해가 되는 건 아닌지 미안해서 차마 말도 못했을 그녀의 심정을 안다.


“결혼까지 생각하냐고 물어보지 않았어요?”


“비스무리 하게 물어봤어.”


정확하게는 어디까지 생각하냐고 물어봤지만


엎어치나 메치나, 이거나 저거 나지 뭐······.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만나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잘했어요”


엔조이로 잠깐 만난다고 하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두들겨 팼을 것이고 결혼까지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남자가 결혼할 여자 집에서 이렇게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하면서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이러지도 않고 저러지도 않은 모호한 의미를 지닌 중간의 답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민서


하지만 진짜 궁금했다. 날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정말 만나보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먼저 치고 들어온다.


“한변은 날 어디까지 생각해?”


어느덧 그의 집에 도착했다.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리는 민서


그리고는 재성이 앉은 조수석으로 간다.


“우리 처음 사귈 때 기억나요?”


“......”


두 손으로 재성의 볼을 잡는다.


기억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여자가 나한테 사귀자고 말했던 순간도 지금처럼 내 볼을 잡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된다.


그때처럼 심장도 제멋대로 쿵쾅거린다.


“이게 제 대답이요”


“......!”


그녀와의 첫 키스처럼 달콤하다.


그리고 그때와 비슷한 생각도 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


재성을 집에 데려다주고서야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잠깐 사이 부재중으로 통화가 10번이나 넘었다.


근무시간 도중 어쩔 수 없이 나와 빨리 돌아가야 한다.


택시를 잡고는 휴대폰을 잡는다.


“하······.”


-너 어디야?!


“일하러 가려고”


아직도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됐나 보다.


수화기 너머로 팬티차림으로 재성을 봤을 때부터 나가기 전까지 상세한 설명을 듣게되는 순간이다.


그를 집에서 빼내려고 쓴 엄마찬스가 실제로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았으리······.


재성에게도 한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래서? 그 남자하고 어디까지 생각하는데?


“만나보고 결정하려고”


재성이 사용했던 모범답안을 그대로 따라 한다.


이미 눈치챈 듯한지 수화기 너머로 어이없어하는 헛웃음이 들린다.


말하지 않아도 ‘이것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이렇게 말하는 느낌이다.


-아무튼, 알았으니까, 너 알아서 해


“걱정하지마 엄마, 내가 남자 보는 눈 얼마나 높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니?


“농담 아닌데? 얼굴도 보고 더 중요하게 성격도 보고 고른 남자야”


-알았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피곤하다




귀찮은 듯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전화가 끊기자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번도 애인 소개를 해준 적 없었는데······.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지, 내가 한 번도 언급해본 적도 없어서 혼자서 마음속으로 앓는 건 아닌지······.


혹시 그 이유가 언니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에 남자를 못 만나는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날 걱정해왔던 걸 알기 때문이다.


이 남자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언니 때문에 오랜 괴로움 속에 있는 날 가장 잘 위로해 주기 때문에······.


이미 지금까지 너무나 크게 내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아버려서······.


이 남자가 절실하다.


나한테는······.


***


민서가 들어오자마자 세훈이 감정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어디 가신 겁니까”


무거운 그의 목소리에 주현과 다른 변호사 두 명도 집중한다.


“잠깐 집에 급한 볼일이 있어서요······.”


“누구나 개인적인 사정은 있습니다. 앞으로 주의해 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민서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힘없이 기어간다.


세훈은 이미 주의를 충분히 줬을 거로 생각해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한다.


아무 말 없이 근무하던 도중에 두 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웠으니······.


질책 당할 만하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 채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덩달아 주현과 직장동료들도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하고 있어 보인다.


뭘 할지도 모르면서 일단 컴퓨터 전원을 켜고 본다.


‘아 맞다’


집으로 가기 전에 세린의 악플러들에 대한 소송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재성이 나가고 그가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민서에게 넘어왔다.


내키지 않아도 어쩌리······.


이게 내가 하는 일인데······.


모니터를 열심히 두드리는 세훈이 민서를 본다.


“세린 씨 소송은 잘 돼 가나요?”


“네 문제 없어 보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재심 때 세훈이 언니의 변호를 맡게 될 거란 사실을 알게 된 민서는 세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어려운 일이다.


대뜸 재심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둘러대면서 자연스럽게 재심이란 주제가 나오는 그런 말이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박 실장님 한지연씨 변호 맡았다고 하셨죠?”


주현이 민서가 마침 궁금해했던 걸 꺼낸다.


주현은 재성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민서와는 달리 한지연과 아무 관계없는 주현은 꺼림칙 없이 물어볼 수 있었다.


“네”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재심은?”


“모르겠습니다”


***


식사시간이 되고 세훈을 제외하고 민서는 평소와 같이 주현을 포함한 직장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나왔다.


“급해 보이던데······. 잘 해결 되신 거예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주현이 물어본다.


“네······. 뭐 다행히······.”


“아까 이검사님하고 통화하듯이 보였는데······. 별일 없으신 거죠?”


당시 휴게실에서 재성에게 전화를 건 내 모습을 본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난리를 피워대고 있으니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 보다.


“네······. 뭐 잘됐죠······. 하하하”


뭐······. 그래도 잘되었으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못 볼 꼴을 보긴 했어도 결국 내 남자가 무사히······. 살아서 빠져나오게 됐으니까······.


“근데 한변, 이검사님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디까지 갔어요?”


어디까지 갔냐는 같은 직장동료인 김변호사의 질문에 얼굴이 빨개지는 민서


질문한 김변호사가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옆에서 호들갑을 떨면서 최변호사도 웃는다.


“거기까지 갔네, 갔어”


“어머머, 어땠어요? 침대에서도 멋있어요?”


“표정 보아하니, 한 지 얼마 안 됐나 보다~”


“그만 물어봐요, 외로운 성인 둘이 만나서 할 게 뭐가 있겠어요”


호호호호


낯뜨거운 말에 귀까지 새빨개진다.


어떻게 이리 잘 알까······.


거기까지 간 것도 모자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 것까지······.


같은 여자라서 잘 아는 걸까?


새빨개진 내 얼굴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 같다.


아니면 아니라고 할 텐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창피한 것처럼 보인다.


주현이 상황을 정리해 준다.


“그만 들 하시고 식사나 하죠”


하지만 소용없다.


“우리가 얼마나 궁금한 줄 알아요? 이수사관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제, 제, 제가······. 뭐, 뭐, 뭘! 궁금하다는 겁니까”


“아시면서 왜 그래요~?”


“얼굴 빨개진 것 봐, 한변하고 똑같네~”


호호호호


아주 신났다 신났어.


중재에 나선 주현의 얼굴도 민서와 같이 새빨개진다.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민서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네 한민서입니다”


-이준태입니다


“......!”


-잠깐 제방으로 와주시겠어요?


***


도대체 무슨일 일까······.


뭔지 모르지만, 당연히 일 때문에 불렀을 것으로 생각한다.


궁금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민서


문을 두드리자 준태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세요”


또각또각


어느덧 준태가 앉아있는 책상 앞에 왔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앉은 채 민서를 올려다 본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한변이 일한 지 얼마나 됐죠?”


“한 달 좀 넘었습니다”


“흠······. 일한 지 얼마 안됐네요?”


“......”


“이제 여기서 그만 일하세요”


“......!”


빙빙 돌리지 않는다.


목덜미부터 잡고 보는 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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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결혼생활 20.04.08 30 0 10쪽
38 38화 그토록 원해왔던 순간 20.04.07 25 0 10쪽
37 37화 심판의 날 20.04.06 22 0 11쪽
36 36화 혼자가 아닌 둘 20.04.05 24 0 11쪽
35 35화 드러나는 진실 20.04.04 26 0 10쪽
34 아침이 오기 전 새벽 20.04.02 20 1 12쪽
33 33화 반격 20.04.01 20 0 12쪽
32 32화 새어나오는 불안감 20.03.31 17 0 11쪽
31 31화 가까워지는 진실 20.03.30 17 0 10쪽
30 30화 내 심장 고칠수 있어? 20.03.29 20 0 11쪽
29 29화 이러면 안되는데...... 20.03.28 22 0 11쪽
28 28화 눈치없는 심장 20.03.27 20 0 11쪽
27 27화 하루만 데이트, 응? 20.03.26 18 0 11쪽
26 26화 아프다 20.03.24 23 0 11쪽
25 25화 잔인한 심판 20.03.23 18 0 11쪽
24 24화 잔인한 말 20.03.22 17 0 11쪽
23 23화 믿을수 없는 말 +2 20.03.20 27 1 11쪽
22 22화 조금 더 가까이 20.03.19 21 1 11쪽
21 21화 같이 살면 어떨까? 20.03.18 17 0 13쪽
» 20화 날 어디까지 생각해요? 20.03.17 19 0 12쪽
19 19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03.16 25 0 12쪽
18 18화 위로가 되는 사람 20.03.15 18 0 12쪽
17 17화 엇갈린 운명 20.03.13 20 0 11쪽
16 16화 재성님이라 부를래요 20.03.12 19 0 12쪽
15 15화 살아가는 이유 20.03.11 22 0 12쪽
14 14화 앞으론 조심해! 20.03.10 24 0 11쪽
13 13화 폭발하는 여자 20.03.10 23 0 12쪽
12 12화 짜증나는 질투 20.03.09 29 0 11쪽
11 11화 질투의서막 20.03.09 28 0 12쪽
10 10화 내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 20.03.08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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