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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927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6.04 11:18
조회
65
추천
12
글자
13쪽

탈출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아므하, 누가 찾아온 거 같은데?”


다르하는 자신의 가슴에 올려진 아므하의 손을 떼며 말했다.


“누구야?”


아므하가 제법 묵직하게 물었다. 언짢음이 잔뜩 배인 목소리다.


“나야, 초초이카.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하고.”


상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왜? 잠깐만, 곧 나갈께.”


아므하가 일어나려는데,


“그냥 들어오라고 해. 나 혼자 있기 싫어.”


다르하는 아므하의 팔을 붙들었다.


'밖에서 다 듣고 있었던 거 아냐? 왜 떨어?'


그녀의 촉이 아므하를 말린 것인지도 모른다.


“초초이카. 그냥 들어와.”


초초이카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초초이카, 내가 있어서 불편한 거야? 괜찮아 그냥 들어와.”


다르하가 다시 말했다.


“아···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들어갈께.”


천막 가운데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다르하는 아므하의 가슴에 기대 앉아 있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봐. 미안."


“무슨 일이야? 사냥 가기엔 아직 이른 거 같은데.”


한참 거사를 치른 흔적이 설핏설핏 보였다. 묘한 향기가 아지랑이 피듯 초초이카를 둘러쌌다.


'괜히 떨었네. 에이 씨.'


“응, 이제 에르호에 돌아가려고, 모두 여기에 있으면 거기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여울이랑 다같이 간다고 말하려고 왔어.”


“맞아. 그치, 너네 아직 여기 있었지."


아므하는 마치 몰랐다는 듯이 대꾸했다.


"응, 그래, 그래야지. 내가 깜빡하고 있었네.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어?”


'그냥, 돌아간다는 말만 하라 했는데...그냥 질러 버려?'


아므하의 한 마디에 초초이카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는 지금 가서 오제르 호수로 건너갈꺼야. 가기 전에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응? 뭐?”


“산군 때문에 그러는데···”


“산군?”


“응, 산군의 힘이 점점 세지고 있는 것 같아. 낙엽이 떨어진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워지고 있어. 곧 서리가 내리면 짐승들 보기가 더 어려워져. 사냥이 어려워진다는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초초이카는 더 이상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짧은 창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짧은 창 얘기를 안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 그냥 확 지르자.'


“혹시, 올간이나 이난나가 짧은 창을 쓸 줄 아는가 해서.”


아므하는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고야 말았다.


솔다따스가 겨울잠을 자든, 산군이 활개를 치든 활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초초이카를 노려봤다.


“초초이카.”


“응”


'아~씨X, 쫄리게 왜 또 그렇게 불러.'


아므하가 낮은 목소리로 초초이카를 부르자 초초이카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마.”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여울이 말한 눈빛이 저거였군. 괜히 물었어.'


“알았지?”


“어? 응, 알았어.”


“멀리 못 나가봐서 미안해. 조심해서 가고.”


“어, 그래. 다르하도 잘 있고.”


초초이카는 더 길게 얘기할 수 없었다.


천막을 걷고 나오는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 속에서는 손도끼가 여전히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왔어?”


시루가 속삭였다.


“아므하가 나오려고 했는데, 다르하가 들어오게 하더라고.”


“여우 같은 계집애.”


초초이카는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는 아므하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일행에게 별 얘기 없이 그냥 보내주더라고만 말했다.


“초초이카, 발륵치, 내가 가서 따지고 오겠어. 일단 강 건너 먼저 가 있어. 그리고 내가 배를 탈 때까지 기다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도록 내가 나오지 않으면 에르호로 먼저 가. 내일 해가 떨어져도 내가 안 오면, 나중에 올간이나 이난나 혹은 사르나를 찾아. 알겠지?”


에르호 사람들 중 사르나와 올간, 이난나만 그 자리에 없었다.


여울은 굳은 얼굴로 아므하의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아므하, 나 여울이야. 들어가도 되지?”


여울은 아므하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니, 그냥 가라면 갈 것이지 왜 또 찾아온거야?’


아므하는 짜증이 확 일었다.


“안된다면? 거기 서 있을거야?”


아므하는 속으로 욕을 하며 대답했다.


여울은 장막을 걷고 들어갔다.


다르하는 아므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둘은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아므하! 내가 며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므하가 죽인다고 말해도 이 말은 해야겠어.”


여울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여울아. 내가 언제 널 죽인데? 왜 그렇게 화났냐?”


“짧은 창에 대해서 말만 하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


“아, 그건 그렇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아므하! 못 본 사이 너무 많이 변했어. 어떻게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변하지. 안 변하기도 하고. 자 자꾸 화만 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봐. 짧은 창을 가지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밖을 보라고, 산에 낙엽이 얼마나 많이 쌓였어? 풀은 이미 누렇게 말라 버린지 오래야. 짐승들이 따뜻한 데를 찾아가면 여긴 사냥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야. 마을에서는 솔다따스가 힘을 잃고 있다고 서로 무서워해. 산군이 혼령들을 모으면 따뜻한 날들이 모두 없어질꺼라며 걱정하고 있다고. 우리는 아므하가 만들었다는 그 짧은 창을 원해. 짧은 창도 없이 있다가는 다 굶어 죽을 것 같아. 굶어 죽느니 차라리 그 짧은 창에 맞아 죽겠어.”


여울은 열변을 토했다.


“왜 짧은 창이면 다 괜찮아질거라 생각하지? 옛날에 가는 창(아틀라틀)이 없을 때도 잘 살았어. 가는 창만으로도 충분할텐데? 큰 머리 인간들은 가는 창이 없이도 잘 살고.”


“걔네들은 우리보다 훨씬 튼튼하고 쎄. 아므하나 되니까 걔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지? 우리는 안 그래. 올간이나 무치만 봐도 우리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나. 아직 한참 어린 데도 그래.”


“여울아. 진정해. 네게 할 말은 아니다만, 다르하 뱃 속에 아기가 놀라겠어.”


아므하는 여울에게는 항상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녀의 아기가 죽었을 때, 손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늘 남아 있었다.


여울은 아므하를 노려봤다.


“이난나는 왜 가르쳐주는 거야? 왜 우리는 배우면 안돼? 이난나가 모른단 말 하지마! 여기 그 말을 정말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죽일테면 죽여. 내가 죽으면, 나 혼자 죽는 걸로 끝나지 않을거야. 아므하는 그걸 바라는 거야?”


“여울아,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너흰 추위가 끝나지 않는다고 해도 헤쳐 나갈 힘을 이미 갖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난나가 너희 곁에 있는 한 이미 있어. 너무 화내진 마.”


“흥! 이제야 이난나가 모른다고 잡아 떼진 않네.”


“여울! 말이 지나쳐. 네가 화낸다고 내가 마냥 참을거라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 주지.”


여울은 아므하가 갑자기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주춤했다.


“뭐. 아니란 말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짧은 창이 아니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너희 곁엔 늑대가 있어. 이난나를 쫓아 다니는 녀석들. 짧은 창보다 강한 친구이자 무기지.”


여울은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내가 야크쉬에게 무얼 배웠다고 생각해? 솔다따스의 힘? 그치 그게 제일 크지. 그 건 빼고 얘길 해보자. 짧은 창? 그건 배웠다기 보다는 훔친 거고, 야크쉬가 알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쓰지 말라고 했지. 너무 많아. 그리고 너희들도 대부분 아는 것들이야. 내가 짧은 창과 혼의 힘, 이 두 가지만 알려주지 않았어. 혼의 힘은 나도 처음에 믿지 않았던 거라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이고, 짧은 창은 가르쳐 주지 않는 이유를 이미 얘기했고. 야크쉬는 늑대에게 삶을 배우라고 했어. 나도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 그래도 야크쉬의 말이니 따랐어. 그 뒤로 나는 오랫동안 늑대를 살폈어.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사냥하는지, 어떻게 짝을 이루는지 말이야. 너희는 짧은 창이 없이도 편하게 나를 찾아왔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여울은 할 말이 없었다. 정말 그랬다.


파호 무리와 함께 할 때, 무서운 것은 없었다.


사냥은 더 없이 편했다.


마음은 오로지 짧은 창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늑대들이 준 평안함을 철저히 잊고 있었다.


“아므하!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여울은 그제서야 크게 깨달았다.


“다르하,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날 잠깐만 용서해 줄 수 있을까?”


다르하는 여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끄럽긴, 괜찮아.”


“고마워!”


여울은 아므하에게 다가가 그를 꼭 껴안았다.


“아므하, 화내서 미안해. 진작 얘기해 줬으면 이러지 않았잖아.”


“여울아. 그리고 해 줄 말이 하나 더 있어.”


여울은 다시 아므하를 쳐다보았다.


"뭔데?"


'이 녀석도 같이 짰을까? 그랬으면 이렇게 당당하지 못하겠지? 상관 없지. 그래도 내가 알고 있다고 알려줄 필요는 있지'


"초초이카를 조심해. 가슴 속에 무언가 품고 있었어.”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시루와 카라투 등 몇명이 초초이카와 함께 아므하를 제거하려 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아므하가 그렇게 말했다면 우린 이난나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게, 이리나가 저렇게 쓰러져서··· 사리나와 올간은 이리나가 좋아질 때까지 여기 있으려고 할테고, 둘이 여기 있는데 이난나가 우리한테 오려고 하겠어?”


“오늘만 해도 사냥하고 먹느라 강 건너고 지금까지 얼마 가지도 못했어. 아직도 저 뒤로 강이 보이는 것 봐. 불 피우는 게 훤히 보인다.”


“늑대들이 그립다. 해도 떨어졌고, 자고 가야겠네. 우리 오늘 왜 나온 거니?”


“그러게, 무치도 올간이 없으니 별로 힘을 못 쓰는구나.”


늑대와 함께 사냥을 하던 카라투나 시루, 수드라 등은 모두 한 마디씩 했다.


여울은 황량한 벌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므하의 천막에서 나와 이난나를 찾아갔다.


사리나는 이리나와 얘기하고 있었고, 이난나는 올간과 함께 마을 사람들을 따라 나갔다고 했다.


이리나를 고칠 무슨 풀을 찾으러 갔다고 한다.


여울은 사리나에게 에르호를 떠날 때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


“올간, 할머니가 많이 아픈거야?”


“응, 그런 것 같아. 조금 전에도 사리나와 얘기를 했는데, 가만히 두면 다음 봄까지 힘들지도 몰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지.”


“너 이제 솔다따스가 있다고 믿는 거야? 그리고 너 어제 보니 엄청 빠르던데?”


“그래, 본 적은 없지만 믿기로 했어.”


“칫, 믿으면 믿는 거지 믿기로 한 건 또 뭐야.”


올간은 별 대답 없이 이난나를 바라보며 그냥 씩 미소지었다.


“혹시나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 동굴로 다시 가봐야 할까봐. 동굴 근처에는 많은데, 여긴 없어. 뿌리라도 남아있으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같이 갈까?”


“같이 가면 나야 좋지.”


“뭐야~~ 그럼 같이 안 갈 생각이었어?”


“네가 아므하 옆에 있는 게 덜 위험하지. 자꾸 나 따라다니면 위험하지 않겠어?”


“왜? 이제 나한테 관심이 식은 거야?”


이난나는 슬며시 삐진 척 물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너 말고 좋아할 사람이 또 누가 있다고 그래. 너...또...일부러 그러는 거 다 알아.”


올간도 이제 그 정도로는 안 속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흥, 내가 너한테 뭣하러?”


“이난나~~ 제발 같이 가줘~~~”


올간은 못 이기는 척 이난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깨동무를 하며 애원하듯 말했다.


"너, 또 은근슬쩍."


이난나가 올간의 손을 치우고 몸을 빼려할 때였다.


올간은 이난나를 돌려 세워 눈을 마주봤다.


이난나는 누군가가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풀밭으로 돌렸다. 한 무리의 마을 여자들이 보고 있었다.


“올간, 좀 떨어져봐.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어.”


“응? 그럼 잘 된거네.”


올간은 이난나의 허리를 잡아당겨 복근에 밀착시켰다.


동굴 사람들은 사람들 앞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으면 짝으로 인정받았다.


이난나는 올간이 진지하다는 것을 몰랐다.


“아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좀 떨어져.”


“더 좋은 거 아냐?”


이난나는 얼른 올간의 볼에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이제 떨어지라는 뜻에서 했다.


여자들의 환호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난나가 처음 올간에게 뽀뽀했을 때와 같았다.


올간은 이 소리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난나의 허리를 강하게 붙들고 다시 눈을 마주쳤다.


이난나는 올간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닿았다.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어느새 발이 들려져 있었다.


사방이 조용했다. 이난나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머리 끝 곳곳에서 희열의 물방울이 톡톡 터지고 있었다.


귓속마저 찌릿찌릿 하는 것 같았다.


온몸이 달아올랐다.


작가의말

늑대가 개가 됐다는 것은 진화를 배운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상식일 것입니다.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됐는지에 대한 가설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인위적으로 늑대에게 접근해 개를 길들였다는 설입니다.

이 가설에서 사람과 늑대는 사냥감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었고, 사람은 종종 그런 늑대들을 죽였습니다. 

부모개체는 모두 죽인 후 새끼를 잡아다가 키웠는데, 새끼들이 어느 정도 큰 후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특성이 있는 개체만 남기고 모두 죽였다는 설입니다. 

늑대의 품종 개량을 통해 개가 되었다는 설인데요, 인간이 의도적으로 품종 개량을 한 역사는 빅토리아 시대 이후부터 지금까지이며, 고작 200여년 밖에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 가설은 신빙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폐기되었습니다.


둘째,

늑대가 사람이 사냥하고 남은 고기를 얻어먹으면서 자발적으로 길들여졌다는 설입니다.

그런데 이 설은 인간이 고기를 남겨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데요. 육식 포유류 중에서 골수까지 빼먹는 육식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이 설은 고기는 인간이 먹고, 내장은 늑대가 먹었다고 하는데요. 육식 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살코기보다는 내장과 뇌쪽입니다. 생식으로 먹을 때 더 부드럽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화식을 하는 인간이 내장을 마구 버렸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도축 후 온갖 부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조리해서 먹습니다. 

당시에는 먹이가 풍부하지 않던 계절이 많았습니다. 늑대를 길들이기 위해 내장을 남겼다는 가설은, 적어도 제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셋째,

이 소설이 채택하고 있는 가설입니다.

팻 시프먼이 처음 주장한 가설이고요. 그녀는 <침입종 인간>에서 늑대와 사람의 동맹이 결국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초래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가설이 재밌는 건 사람이 늑대를 길들인 게 아니라, 늑대가 사람을 길들였다는 점입니다.

늑대가 사람들에게 먼저 접근을 했고, 사냥을 같이 했다는 것이죠. 철저히 동맹 관계였지, 처음부터 주종관계를 맺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 소설은 그녀의 주장을 꽤 많이 채택했습니다. 


사람이 일부일처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늑대를 본받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수많은 포유류 중에 일부일처를 채택한 포유류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무리를 짓는 포유류 중에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개과 동물들이 거의 유일하다고 합니다.


인류학을 연구한 책들을 살펴보면, 그 중에 영장류를 연구한 책들은 꽤 많습니다.

영장류를 연구한 책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부일처제는 사기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늑대를 관찰하고 본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점에서도 저는 팻 시프먼의 주장에 많이 동의합니다.


암수 관계에 대한 과학적 논거를 대자면 작가의 말로 풀어내기에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섹스의 진화>를 읽어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일부일처를 채택한 동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암수 개체의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늑대는 암수개체의 크기가 거의 같습니다.

사람은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10% 정도 더 큽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일부일처보다는 일부다처 쪽으로 아주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에 가깝죠.

일부일처 하면 조류를 많이 떠올릴 수 있는데,

사람의 일부일처 관계는 조류와 매우 비슷합니다.

사람은 아마도 늑대나 조류와 같은 일부일처 관계를 자연에서 배우고 모방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 봤습니다.

그리고 늑대로부터 상하 복종관계를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제가 이 부분도 공부를 좀 많이 해봤는데, 요건 나중에 다른 소설로 다뤄볼 생각입니다. 저는 농경이 신석기 시대에 갑자기 출현했다는 주장을 믿지 않거든요. 구석기 시대부터 조금씩 나타나다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급이 생겨났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데요. 저는 그 것보다는 늑대와 상호작용을 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상하복종의 효율을 배우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 봤습니다.


이 소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므하는 늑대의 무리 체계를 본받고 싶어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요기까지만 얘기할께요.


저는 사람이 영장류의 무리 특성에서 많이 벗어난 이유를 늑대에서 찾아봤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은 무언가 하나씩을 상징하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작가의 말을 늦게 써서 업로드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작가의 말을 미리미리 고민해 봐야겠어요.


항상 제 글을 찾아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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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2

  • 작성자
    Lv.15 v레테v
    작성일
    20.06.18 11:23
    No. 31

    잘 보고 갑니다. 이제 마지막 날이네요. 건필하시고요.공모전 이후에도 다시 정독하며 정주행할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18 11:41
    No. 32

    네, 홍보글에서 봤어요.^^ 항상 건필하시고, 공모전 끝나면 여기 조회수 담합(?)하신 분들과 소모임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을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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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존 +14 20.05.21 57 12 12쪽
18 늑대 +22 20.05.20 66 12 10쪽
17 사냥2 +10 20.05.19 69 16 11쪽
16 들것 +8 20.05.18 60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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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존 +4 20.05.13 106 9 9쪽
6 해방 +4 20.05.13 115 11 8쪽
5 수색 +9 20.05.12 149 15 9쪽
4 동굴 +16 20.05.12 180 15 8쪽
3 여자 +9 20.05.12 250 21 8쪽
2 파호 +14 20.05.12 371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902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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