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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868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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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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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생명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25 - 계속


“베르가 아직 젖이 나와, 보그 아이는 너무 갓난아기라 거긴 좀 그렇고.”


여울이 대답했다.


“에르호가 여기서 멀어?”


이난나가 물었다. 정신을 잃은 채 왔으니, 얼마나 먼지 알 수 없었다.


“그리 멀지 않아. 내가 사슴을 데려다 주지.”


올간이 나섰다.


여울 일행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남무 일족은 말릴 사람이 없었다.


여울 일행은 사리나, 초초이카와 인사한 후 이난나를 데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올간을 보는 초초이카만 가슴이 답답할 뿐이었다.


올간의 가슴에는 사슴이 한 마리 안겨 있었다.


초초이카는 ‘팔이나 떨어져라’ 올간을 저주했다.


“무치, 너 올간과 같이 갔다와라.”


아무리 올간이라도 그리고 대낮이라도 혼자 숲속을 다니는 건 위험했다.


세바히쿠가 무치를 함께 보내려는 이유였다.


이난나와 맺어질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미워도 필요한 사람이 올간이었다.


“내가 왜···알았어.”


무치는 내가 왜 가냐고 버틸까 하다가 이난나가 함께 간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바로 말을 바꿨다.


“잠깐만, 나 아직 젖이 나와.”


테테였다. 동굴의 여자 중에서는 남무 다음으로 오래 살았다.


그녀 남편 자무카는 남자들 중에 가장 오래 살았다.


아기를 낳을 수는 있지만, 그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테테는 그걸 무시하고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아기는 결국 병으로 죽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아기를 잃은 슬픔이 사라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남무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남무도 그럴 자격은 없었다.


사슴에게 젖을 물린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없었다.


조용히 있던 그녀가 나선 것이다.


“직접 젖을 물리지 않아도 돼. 위험하기도 하고, 여기 물주머니에 채워줘. 많지 않아도 돼. 고마워!”


이난나는 말을 한 후 올간을 쳐다봤다.


통역을 하라는 얘기였다. 올간은 그대로 전했다.


어제 사슴에게 줬던 물주머니를 찾아 여인에게 내밀었다.


사슴은 아직 죽지 않았다.


물이 아닌 젖을 먹자 겨우 기운을 차린 듯했다.


가는 동안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 반쯤 남겼다.


이난나는 테테에게 다시 고맙다고 했다.


#26


여울은 동굴을 향해 올 때도 잠깐 기척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기척이었다.


“어제와 같아.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어.”


발륵치는 여울을 쳐다봤다. 창을 움겨 쥐었다.


올간은 무치에게 사슴을 넘겨주고는 어느새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올간의 나무타는 솜씨에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어쩐지 발자국이 한참 안보이더니, 이제야 알 것 같군.”


발륵치는 올간이 나무에서 나무 사이로 옮아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힘도 좋아 보이는데? 이난나를 한 팔로 번쩍~! 둘러 메고···”


“아니면 안았을까?”


발륵치, 카라투, 여울 등은 갖은 추측을 다했다.


“그만~!”


이난나의 얼굴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늑대녀석들이군, 쫓아줄까? 많던데”


올간은 다시 나무를 타고 내려오다 말고 말했다.


“사슴 냄새를 맡은 걸까?”


“어제는 사슴도 없었는데?”


여울은 바로 발륵치를 면박했다.


이난나는 불현듯 파호 무리가 떠올랐다.


“파호? 올간~! 됐어, 우리만 있어도 안 올거야. 내려와. 너희가 있는 걸 봤으니, 더 다가오진 않겠지.”


“이난나, 그 늑대 이름이 파호야?”


올간은 나무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벌써 둘이 가까워진 것 봐~”


뒤에서 다시 수근거렸다. 이난나가 고개를 돌려 째려봤다.


“며칠 전에 그 늑대 이름이 파호야. 아므하와 나랑 같이 살았어. 카니스, 루프스, 파미라는 파호 새끼고.”


이난나는 화제를 파호 무리로 돌렸다.


“넌 그 늑대를 어떻게 알아?”


여울이 의심의 눈초리로 올간에게 물었다.


“나도 봤어, 이난나가 그 늑대를 끌어안는 거”


“나무 위에서?”


올간은 멋쩍은 듯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날 뭔가 이상했어. 윗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늑대가 나타나길래 그만 잊어버렸지. 그건 그렇고, 이난나 얼굴 보고 반한거야, 아니면 늑대 끌어안는 모습을 보고 반한거야?”


여울이 짓굿게 다시 화제를 돌렸다.


“여울 언니!”


이난나가 그만하라는 뜻으로 여울을 불렀다.


“늑대는 창 든 인간을 무서워하지. 웬만하면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살았지?”


올간이 다시 늑대에게 관심을 보였다.


“처음엔 파호가 우리를 따라 다녔어. 혼자였지. 카니스, 루프스, 파미라는 뱃 속에 있었어.”


여울이나 발륵치는 이미 들어서 다 알고 있는 얘기였다.


“우리는 파호보다 올간이 이난나를 슬쩍해 간 이유가 더 궁금한데···”


“예쁘잖아!”


올간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넌 사슴이나 들어! 네가 들고가겠다며? 친구한테 은근 슬쩍 넘기고는 딴 소리 하고 있어.”


이난나는 올간에게 쏘아붙였다.


예쁘다는 말은 익히 들어 덤덤한 편이었다.


그래도 올간이 예쁘다고 하니 기분은 꽤 좋았다.


“저 녀석들이 파호 무리라면 어젠 왜 우릴 따라왔지?”


“모르지”


여울과 발륵치는 둘이 계속 주거니 받거니 얘기하다 잠시 말을 멈췄다.


“어제 이 사슴을 못 살렸어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겠어. 늑대 무리가 보호해 주는 소녀라니, 너 대단한 애구나?”


올간이 발자국 소리만 들리던 고요를 깼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에흘린한테 들었지. 네가 이 사슴을 살려낸 거랑, 에가가 네게 약속했던 거랑. 네가 사슴을 왜 찾는지 궁금했거든. 그리고 아직도 궁금한 게 하나 남았어. 어제 이 사람들이 오기 전에야 그렇다 치고, 오늘 아침에는 사슴이 있으나 없으나. 똑 같잖아? 왜 찾은거야? 늑대들은 같이 살았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는데, 얘는 같이 산 것도 아니잖아? 왜?”


“잠깐···”


이난나가 갑자기 의심의 눈초리로 올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올간은 이난나의 갑작스런 표정변화에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미 사슴, 네가 잡은 거지?”


“아냐! 난 그냥 거들기만 했어. 숨통은 세바히쿠가 끊었고.”


“네가 죽인거네! 이 나쁜 놈!”


이난나는 올간을 지나쳐버렸다.


“무슨 소리야? 우린 늘 그렇게 사냥하고 살아. 사냥하지 않으면? 사슴은 살겠지. 우린? 굶어죽어? 그리고, 우리가 아니라도 사슴을 잡아먹는 짐승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는 사냥 안해?”


“적어도 새끼랑 같이 있거나 새끼 밴 사슴은 아냐! 안그래? 발륵치?”


이난나는 발끈하며 발륵치를 보고 물었다.


발륵치는 바로 대꾸를 못했다.


이난나는 카라투를 다시 쳐다봤다.


“어···뭐···그럴려고 노력은 하지.”


카라투는 마지 못해 대답했다.


“다들 실망이야.”


이난나는 아기 사슴을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사슴은 여전히 힘없이 쳐져 있었다.


무치는 사슴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사슴은 바닥에 놓이자 가냘프게 울었다.


이난나는 주저앉아 사슴의 등을 쓰다듬었다.


올간은 이난나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여울은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자 이난나에게 물통을 건넸다.


“이난나, 여기 물통, 사슴에게 힘내라고 해야지. 얼른 돌아가자. 젖을 더 먹으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저 녀석들 우리 바로 옆까지 왔는데?”


발륵치가 조심스럽게 일행을 일깨웠다.


“파호일거야. 아니라면 이렇게 가까이 올 리가 없어.”


이난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적중했다.


파호 무리였다.


녀석들은 이난나가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올간은 사슴을 들어 안았다.


“쟤네는 왜 따라오는 걸까?”


발륵치가 여울에게 물었다.


“모르지, 이난나가 또 잡혀가지 말라고?”


여울은 여전히 짓굿었다.


“그러면 잡혀갈 땐 뭐하고?”


“글쎄, 내가 늑대라면 말이지···이난나가 잡혀갈 땐 쟤네도 별 수 없지 않았을까? 제 짝이라고 들쳐업고 데려가는데 지들이 어쩌겠어?”


여울은 한참 뜸을 들이다 턱으로 올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니!!!”


이난나만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종잡을 수 없었다.


화난 듯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팔은 쭉 뻗은 채, 팔과 주먹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올간은 제일 앞에서 묵묵히 걷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슴이 뭐라고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납치한 것보다 어미 사슴을 죽인 것을 두고 더 화냈다.


모두들 발륵치와 여울의 대화에 킥킥대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가의말

네안데르탈인 주요 등장인물

(네 : 네안데르탈인, 사 : 호모 사피엔스)

올간 : 주인공, 네 75%, 사 25%, 남성, 만 14세

남무 : 올간의 엄마, 네 50%, 사 50%, 여성, 만 35세

세바히쿠 : 에가의 남편 100%, 남성 26

무치 : 올간의 친구, 네 100%, 남성, 만 14세

테테 : 자무카 아내, 네 100%, 여성, 만 30세

자무카 : 한 때 동굴 1인자, 테테의 남편, 네 100%, 남성, 만 33세


 

호모 사피엔스 주요등장 인물 

(전원 호모 사피엔스 100%)

이난나 : 주인공, 호모사피엔스 100%, 여성, 만 13세

사리나 : 이난나의 엄마아므하의 전처여성 43

초초이카 : 사냥이동 대장 역할남성 24

여울 : 발륵치의 현재 아내여성 25

발륵치 : 사냥, 이동 선두 역할, 남성, 23

베르 : 만 두돌 아기의 엄마, 여성, 만 21세

카라투 : 남성, 만 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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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2 드래곤육포
    작성일
    20.05.17 02:11
    No. 1

    재미있는 상상입니다. +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5.17 07:23
    No. 2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v레테v
    작성일
    20.06.10 18:57
    No. 3

    소제목이 다 달라서 그런지 어디까지 봤었는지 헷갈릴때가 많네요. 덕분에 찾느라 자꾸 다른 회차를 클릭하게 되요~ 건필하시고 좋은 저녁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11 11:21
    No. 4

    작가님 지적 감사합니다. 소 제목이 다 다르면 그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다음 작품을 쓸 때 꼭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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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늑대2 +18 20.05.22 52 12 11쪽
19 공존 +14 20.05.21 56 12 12쪽
18 늑대 +22 20.05.20 64 12 10쪽
17 사냥2 +10 20.05.19 68 16 11쪽
16 들것 +8 20.05.18 58 12 11쪽
15 가치 +8 20.05.17 59 12 13쪽
14 귀환1 +4 20.05.17 53 10 9쪽
» 생명 +4 20.05.16 58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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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치료 +4 20.05.15 64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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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우 +4 20.05.14 80 7 8쪽
7 생존 +4 20.05.13 105 9 9쪽
6 해방 +4 20.05.13 114 11 8쪽
5 수색 +9 20.05.12 148 15 9쪽
4 동굴 +16 20.05.12 179 15 8쪽
3 여자 +9 20.05.12 249 21 8쪽
2 파호 +14 20.05.12 369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897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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