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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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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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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5.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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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질투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모두 일어나도 될 것 같아. 아이들이 우리를 봤나 봐. 그런데 우리 말을 해.”


여울이 허리를 펴며 말했다. 올간이 보기에 여울은 눈은 나빠도 귀는 밝았다.


어디까지나 올간의 기준에서 그랬다.


여울이 하는 말에 모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무치는 아므하 일족이 사는데냐고 올간에게 물었다.


“다 온거야?”


“나도 그렇길 바라지. 더 가까이 가봐야 알 것 같아.”


올간의 질문에 여울이 대답했다.


올간은 무치에게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다시 통역해 주었다.


어른들이 창을 들고 경계하며 우르르 몰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봐~! 우린 아므하를 찾아왔어!”


여울이 소리쳤다.


사람들이 경계를 풀며 창을 한 손에 쥐고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누구야~! 여울! 반가워~! 이난나도 왔네? 카라투! 시루! 오랜만이야~!”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남자가 여울과 이난나, 카라투, 시루 등을 반겼다.


무치와 올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남자는 수드라가 아직 낯선 듯 이름을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울과 이난나를 반기면서도 무치와 올간 앞으로 우르르 몰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는 올간, 이난나의 짝이야!”


“언니, 누가 내 짝이래?”


이난나는 바로 정색을 하며 부인했다.


“얘네가 요즘 좀 안 좋아.”


여울은 바로 수습했다.


“여기는 무치, 수드라에게 한참 말을 배우는 중이야.”


여울은 수드라의 반응을 생각해 말을 아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큰 머리 인간, 아니 큰 머리 사람들과 같이 다니는 걸 본 것은 너희가 처음이다.”


남자는 신기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므하는? 무슨 일 있었어?”


마을 사람들을 다 둘러봐도 아므하가 보이지 않았다.


닐푸르도 보이지 않았고, 아는 얼굴이 반절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었어. 아므하는 여름에는 시원한 산 속이 좋다면서 저 위에 고예호수로 올라갔어.”


남자의 말은 아무 일 없다고 했으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여울은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눈치챘다.


“아, 그 아저씨는 정말.”


“왜? 무슨 일이 있어? 그러고 보니 니네만 이렇게 온 거야? 겁도 없이?”


“얘네들이 장난 아니야. 그리고 중간에 좀 재미났다고 하기도 그렇고 이상하다고 하기도 그런데, 늑대들도 함께 있었지.”


“뭐? 늑대? 설마, 그 아므하의 늑대 말하는 거야?”


“잉? 그 늑대들을 알아?”


“알지, 한동안 아므하랑 같이 있던 늑대였는데, 이난나가 옆에 있으니, 이난나도 알텐데? 아···그렇구나.”


남자는 여울에게 한참 얘기하다가 늑대가 왜 같이 있었는지 알아챘다.


그리고 일행을 마당으로 이끌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이난나가 아므하 찾아온 거야? 저 남자애 보여주려고?”


“아니야~! 나 때문에 온거!”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오던 이난나가 화들짝 놀라며 남자에게 큰 소리로 대꾸했다.


“쟤네, 좀 가만히 내버려 둬야해. 저번에 비오는 날 둘이 좀 안 좋았거든.”


여울은 남자에게 이난나와 올간 얘기는 더 꺼내지 말라고 말했다.


카라투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얘기하느라 정신없었고, 시루나 수드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난나 옆에서는 남자들이 몰려들었다.


아므하가 있을 땐 이난나 곁에 얼씬도 못하던 남자들이었다.


올간과 무치는 여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배 고프진 않아?”


“아니, 괜찮아.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


“이난나 때문이 아니면, 아므하는 왜 찾아?”


남자는 아므하를 왜 찾는지 계속 궁금해했다.


여울은 그게 이상했다.


“아므하가 산 위로 도망간 거 아냐?”


“아므하가 어디 도망갈 사람이야?”


“그건 아니지.”


“그럴 일이 좀 있었어. 따라 올라가겠다는 사람은 올라가고, 다른 사람은 여기 남았지.”


“무슨 일이 있었구나.”


“뭐, 그런 게 있었어. 아므하만 잘못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같이 살기는 좀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지.”


“무슨 일인데?”


“아므하가 새로 만든 그 이상한 창 때문에 사람들이 좀 죽었어.”


여울은 순간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아므하가 죽였어?”


남자는 주위를 쓱 살피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은 아므하를 찾아가는 목적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구나. 오래됐어?”


“글쎄, 그게 오래됐다고 얘기해야 하나? 아니면 얼마 안됐다고 해야하나 잘 모르겠네. 달 하나는 훌쩍 지났어.”


한 달을 넘었다는 얘기였다.


여울과 남자는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화제를 에르호로 돌렸다.


***


“그럼 저 남자애가 사리나 엄마의··· 어떻게 되는 거야? 복잡하네”


“복잡하긴 뭐가 복잡해. 이난나와 할머니가 같은 거지.”


이난나는 여울이 자기 이름을 자꾸 말하자 여울과 남자를 향해 걸어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너 없어졌던 얘기랑 올간 얘기, 누가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일 얘기지.”


“뭘 그런 얘길 해. 언니, 남자들이 자꾸 말 붙여서 힘들어. 그만하고 우리 이제 자러 가자!”


이난나는 여울의 팔을 잡아 끌었다.


“어머, 얘봐. 내가 언제 여기서 잔다고 그랬니?”


“왜? 해도 떨어졌는데 이 밤에 어딜 간다는거야? 자고 가”


남자가 여울을 말리며 말했다.


“하긴, 그럼 우리 천막 하나만 더 칠 수 있게 도와줘. 그럼 자고 갈께.”


여울은 아므하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 무언가 앙금이 있다는 걸 알고 망설이고 있었다.


남자는 여울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천막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여울도 이 밤에 산에 올라가는 게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여자들은 올간이 자기네 말을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디에 살았고, 어떻게 왔는지, 짝은 있는지 등 별의 별 걸 다 물었다.


올간도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여울이 천막을 친다는 소리를 듣고는 무치를 붙들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일행 모두가 자고도 넉넉할 만큼 큰 천막이 완성됐다.


일행은 오랜만에 다같이 편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동이 트자 마자 여울 일행은 천막을 걷은 후 남자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


산 위에는 낮게 구름이 걸려 있었다.


***

산을 오르기 한참 전부터 듬성듬성 나무가 보이더니 이제는 쭉 뻗은 나무들이 온 천지를 에워싸고 있었다.


나무에 가려 늑대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개똥지빠귀가 요란하게 떠든다.


혹시 놓치는 소리는 없을까, 여울과 시루는 더욱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키, 파호!"


이난나가 갑자기 나무들 사이로 뛰어나갔다.


파호 무리가 이 번에는 곰과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난나는 또 다시 창을 던졌다.


하지만 거리가 부족했고, 곰의 피부를 뚫기에 힘이 약했다.


화난 곰이 이난나에게 덥치려고 달려들었고 올간은 가까스로 이난나를 안고 뒹굴었다.


곰은 달려들던 힘을 멈추지 못하고 쫓아오던 여울과 무치 앞까지 갔다.


무치와 여울이 창을 내지르고 늑대들이 쫓아오자 곰은 이성을 찾았는지 산속을 향해 줄행랑을 쳤다.


파호와 대장 수컷 아키가 맹렬히 쫓아가다가 이난나가 외치는 소리에 멈춰섰다.


“이난나! 미쳤어? 죽을 뻔 했잖아!”


“아~ 미안. 파호가 다칠까봐 그랬지.”


“파호가 다치든 말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파호가 다치든 말든이라니, 넌 파오가 죽으면 좋겠어? 내가 다치는 게 싫으면 네가 나서면 되잖아!”


“너 지금 잘했다고 그러는거야?”


이난나와 올간은 서로 감정이 격해져 서로를 노려봤다.


올간이 이난나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자 파호가 옆에서 으르렁거렸다.


“꺼져. 이 XX야!”


“너 지금 파호한테 화낸거야? 너나 꺼져! 누가 너더러 날 구해달라고 그랬어?”


“자자! 이난나, 올간은 네가 걱정이되니까 그런거지. 왜 그래?”


“흥, 누가 걱정해 달랬나?”


“올간, 진정해, 너도 그럴 거면 몸을 왜 날렸어? 이난나를 살리려고 그런 거 아냐? 다시 이난나 안 볼 거야?”


무치는 이난나와 올간 사이가 또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올간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래, 앞으로 네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안 쓸거야, 파호 끌어안고 잘 살아!”


“어이 없어 정말, 살다 살다, 늑대한테 질투하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둘 다 그만해! 무치, 올간 데리고 저 멀리 떨어져서 와 줄래? 미안!”


올간과 이난나가 서로 지지 않고 싸우자 여울과 무치가 와서 서로를 떨어뜨려 놨다.


분위기가 순간 험악하게 변했다.


카라투와 시루, 수드라는 주변을 살피면서도 무거워진 분위기에 말을 아꼈다.


무치는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고 올간을 달래면서도 걸음을 재촉했다.


“넌, 어째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고 그래, 네가 이난나 없이 퍽이나 잘 살겠다. 내가 널 하루 이틀 봤냐? 난 수드라 없인 못 살겠다. 쫓아오든 말든 알아서 해!”


무치도 달래다 지쳐 앞서갔다.


올간은 멀찍이 떨어져 산을 올랐다.


“호수까지 아직 하루는 더 가야해. 오늘은 저 굴에서 묵고 가자. 혹시 곰이 있을지 모르니까, 이난나, 넌 수드라와 함께 늑대들과 이 굴 앞에 잠시 있어줘. 우리가 먼저 들어가 볼께.”


무치와 여울, 카라투가 횃불을 들고 앞장섰다.


다행인지 곰은 없었다.


일행이 머물기에 좁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똑바로 서기엔 많이 낮았고 잠을 자려면 다닥다닥 붙어 자야할 정도였다.


올간은 쫓아오는 듯했으나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였다.


둘씩 짝을 지어 밤을 지켰고 이난나는 여울과 함께 했다.


“아니 무슨 남자가 늑대까지 질투해.”


“귀엽네, 너를 그만큼 좋아하니까 그러지. 나중에 사과해. 올간이 화낼만 했어.”


“나도 그렇게 화내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이 밤에 어디서 자려고 안 오는 거야? 진짜, 저야 말로 사람 걱정되게 만들고 있어.”


“조금 전까지도 근처에 보였어. 혼자 뒀다고 어디 물려갈 녀석은 아니야. 파호 무리랑 같이 있는지도 모르지. 걔네도 지금 안 보이잖아? 근데, 아키는 누구야? 아까 이키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아, 수컷 대장, 수컷 중에 우두머리가 아키, 암컷 중에 우두머리가 파호야.”


“우두머리? 그게 뭐야?”


“우리로 치면 여울언니 같은 거야. 조금 다르긴 한데···”


“그게 무슨 말이야?”


“응 늑대들은 남자들 중에 제일 쎈 녀석이 있고, 여자들 중에 제일 쎈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들이 먹이를 제일 먼저 먹어. 그 다음으로 쎈 녀석이 다음으로 먹고, 전체 우두머리는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어. 남자 녀석들은 남자 대장을 따르고, 여자 녀석들은 여자 대장을 따라. 그리고 웃긴 건 속맞춤은 대장끼리만 해. 웃기지?”


“그럼 나는 암컷 대장이야? 수컷 대장은 누구야? 난 네가 암컷 대장 같은데?”


“언니도 별 농담을 다 한다.”




“무슨 소리야?”


“쉿!”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다.




소리가 멀어져 갔다.


“치사하게 다 엿듣고 있어.”


“귀여워. 네가 싫으면 내가 어찌해보면 안될까?”


“언니! 꿈 깨! 나중에 발륵치한테 다 이를거야.”


“농담이야. 농담! 나무가 우거지니 별도 잘 안보이네.”


올간은 어디서 자야할까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동굴로 가던 중이었다.


파호 무리랑 같이 자면 되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못 했다.


파호를 찾았다.


녀석들은 서로 포개어 누워있었다.


올간이 파호에게 다가갔다.


파호와 아키가 꼬리를 흔들었다.


늑대들을 살펴본대로라면 꼬리를 흔든다는 것은 반긴다는 뜻이었다.


이난나가 하던대로 파호를 어루만졌다.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좀 전에는 화내서 미안했어. 파호! 오늘 나도 니네랑 같이 자자!”


밤중에 깰 필요도 없고 세상 편했다.


작가의말

기원전 4만년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고, 빙하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인간 사이에 전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주로 협력이 많았습니다.


다만, 간빙기이기는 했으나 지금만큼 따뜻했던 것은 아니고 

산업화 이전 수준 정도가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경쟁은 많이 없었다는 설이 있고,

그런 가설을 토대로 쓴 글이기도 합니다.

다만 소설 상 주요 배경이 되는 시대가 그랬다는 것이고,

경쟁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류간의 전쟁은 없지 않았을까?라고 추측만 할 뿐입니다.


요건 다음 스토리 전개와 연관된 부분들이라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요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작가의 말을 모두 믿지는 마세요~!

제가 무슨 헛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이번 회차도 조금 가볍게 풀어봤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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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귀환2 +26 20.06.02 56 11 13쪽
28 기만 +22 20.06.01 48 12 13쪽
27 신령 +22 20.05.30 58 13 12쪽
26 사냥3 +22 20.05.29 52 10 12쪽
25 내공 +20 20.05.28 58 11 10쪽
24 할매 +22 20.05.27 60 9 14쪽
23 기술 +32 20.05.26 62 11 13쪽
» 질투 +22 20.05.25 55 10 12쪽
21 우천 +18 20.05.23 55 10 13쪽
20 늑대2 +18 20.05.22 52 12 11쪽
19 공존 +14 20.05.21 56 12 12쪽
18 늑대 +22 20.05.20 64 12 10쪽
17 사냥2 +10 20.05.19 68 16 11쪽
16 들것 +8 20.05.18 57 12 11쪽
15 가치 +8 20.05.17 59 12 13쪽
14 귀환1 +4 20.05.17 53 10 9쪽
13 생명 +4 20.05.16 57 8 9쪽
12 차이 +2 20.05.16 61 7 9쪽
11 치료 +4 20.05.15 64 8 8쪽
10 확인 +12 20.05.15 76 7 8쪽
9 재회1 +4 20.05.14 73 7 8쪽
8 조우 +4 20.05.14 80 7 8쪽
7 생존 +4 20.05.13 105 9 9쪽
6 해방 +4 20.05.13 114 11 8쪽
5 수색 +9 20.05.12 148 15 9쪽
4 동굴 +16 20.05.12 179 15 8쪽
3 여자 +9 20.05.12 249 21 8쪽
2 파호 +14 20.05.12 369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897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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