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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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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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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31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01.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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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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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제14화 악독한 그린 드래곤

DUMMY

따뜻한 모닥불에 둘러앉아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캠프파이어. 인간 현휘수를 비롯하여 캠프파이어에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와 히드라 리스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휘수, 그만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불편할 것 같아.”


오전 12시 45분. 자정이 훨씬 지난 지금은 휘수 일행의 취침 시간으로, 휘수의 배려로 알카디우스가 제일 먼저 텐트 안에 들어가 담요를 덮고 누웠다. 편안하게 잠을 청하던 그녀는 문득 휘수가 계속 밖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옷이 아직도 축축한 게 좀 찝찝해서 그래. 모닥불에서 옷 좀 더 말리다 들어갈 테니까, 나보다는 얘 좀 데리고 들어가겠어?”


휘수는 옆에서 똬리를 튼 채 자고 있는 리스를 조심조심 들어 알카디우스에게 건네주었다. 알카디우스처럼 천진난만하게 물장난을 하면서 논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렇게 피곤해 잠이 들었을까? 좀 의아하다.


“응. 하지만 밖에 너무 오래 있지는 마. 아까보다 바람이 훨씬 차가워진 게 잘못하면 감기 걸리겠어.”

“걱정하지 마. 땔감이 아직 여유가 있어서 당장 불이 꺼질 염려도 없고, 옷도 금방 마를 거야. 내일 아침 일찍 마을에서 일자리 구한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이만 자자.”

“응. 그럼 먼저 잘게, 휘수. 내일 아침에 봐.”

“그래, 알카디우스. 잘 자고 좋은 꿈꿔.”


알카디우스가 휘수에게 밝은 미소를 건네며 다시 잠을 청하고, 일찌감치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리스는 아무 미동도 없이 그대로다. 휘수는 조용히 모닥불을 쬐며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를 마저 말리다가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 외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계곡에서 작은 능구렁이 한 마리가 소리 없이 기어 나왔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리스는 제일 높이 솟은 나무를 발견하고 서둘러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자는 척 한 건 형님, 알카디우스 모두한테 미안하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찝찝해서 견디지 못하겠어. 마을 안에 머물고 있는 그 강력한 힘, 여기서는 안 보이니 아무래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나무 꼭대기에 몸을 고정시킨 채 연신 눈동자에 힘을 주고 있는 리스.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던 방금 전과 달리 피곤한 기색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린 리스는 곧 머리 세 개 달린 히드라로 변신했고, 최대한 몸을 숙여 마을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능구렁이 모습보다 본래 모습이 더 신속하니까.


“우웃! 마을에 들어서니까 강력한 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져. 이 기운은 분명······.”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능구렁이로 변한 리스는 계곡에서 느꼈던 미세한 기운의 실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마을 정도는 단번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 이런 힘의 소유자가 도대체 왜 마을에 나타난 걸까? 길게 죽 늘어서 있는 건물들을 엄폐물 삼아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리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이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드래곤이었어!”


온 몸이 눈부신 은색 비늘로 이루어져 있는 알카디우스와 달리, 저 드래곤의 비늘은 온통 녹색이다. 게다가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온화한 느낌이 나는 알카디우스와 달리, 시커먼 눈동자와 어울리는 어두운 기운이 오싹 소름을 돋게 만들고 있다.


“그린 드래곤··· 저놈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뭘 할 속셈이지? 저기 맨 앞에 서있는 노인은 마을 촌장님 같은데?”

“이것 봐, 촌장!”


리스의 예상대로 그린 드래곤은, 앞에 모여 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 앞에 대표로 서있는 노인을 불렀다.


“마, 말씀하십시오. 데지르님.”

“이 귀하신 몸의 식량이 바닥난 지 한참 되었는데 어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는 건가? 어디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린 드래곤 데지르. 식량이 없어 쫄쫄 굶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과연 올챙이처럼 불룩 튀어나온 배에서 연신 꼬르륵 물 흘러가는 소리가 발생했다.


“데, 데지르님이 처음에 보름에 한 번 씩 공물을 바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보름이 되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상태입니다.”

“그래? 내가 그렇게 얘기했던가? 300년 넘게 세월을 살아서 그런지 기억력이 좀 가물가물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뒷머리를 긁적이기까지 하는 데지르. 얼핏 보면 좀 모자라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이미지는 한순간일 뿐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 번 씩 공물을 바치는 거다. 보름까지는 내가 배가 고파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다.”

“그,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습니까?!”


촌장은 기가 막혀 목소리를 높였다. 늙은 인간의 목소리가 높아봤자 드래곤에게 씨알이나 먹힐지 알 수 없지만.


“약속? 이봐, 늙은이.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자리에서 약속을 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몸뿐이야. 나는 권리, 너희 인간들은 의무만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어? 그저 내가 정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모든 게 편해지는 거라고.”

“하지만 일주일마다 공물은 무리입니다! 최근 가뭄이 심해 농작물 생산량이 줄었고, 이웃 마을도 사정이 어려워 교류가 전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에잇! 이 늙은이가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 기껏 이 데지르님이 힘을 써서 포트린 마을을 외적으로부터 지켜주고 계신데, 그 대가로 약간의 음식을 바라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냐!”


데지르가 짜증과 함께 분노를 터뜨렸다.


“그렇게도 은혜를 모르다니! 짐승만도 못한 인간 놈들!”


콰앙!


결국 데지르의 분노는 단순한 고함으로 그치지 않고 기어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굵직한 통나무를 방불케 하는 꼬리가 허공에 휘둘러지고, 애꿎은 건물 한 채가 폭삭 무너져 내렸는데,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폐건물이라 인명피해가 없다는 사실이 천만다행이었다.


“허억······.”


촌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물먹은 종이처럼 주저앉았다. 저 무지막지한 꼬리에 얻어맞았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건물 한 채가 무너지며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에 여기저기서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졌나 싶어 연신 졸린 눈을 비비던 사람들은 곧 거대한 그린 드래곤의 자태에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구경꾼들이 늘어났군? 그렇다면 공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줘야겠지?”


데지르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기분 나쁜 웃음을 선사한 후 무너진 건물더미를 향해 녹색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건물더미에서 치직 하는 이상한 소음이 발생하더니 곧 역한 냄새를 사방으로 풍기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린 드래곤 특유의 포이즌 브레스! 돌, 나무, 유리 등을 가리지 않고 접촉하는 모든 사물을 녹여 끈적거리는 스프로 만들어 버린다.


“콜록! 콜록!”

“할아버지!”


사람들이 역한 악취에 코를 막으며 신음하는데,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검은머리 아가씨가 달려와 촌장을 부축했다.


“카린! 어서 집으로 돌아가거라!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할애비가 당부하지 않았느냐!”

“죄송해요, 할아버지. 하지만 너무 걱정되어서 그만······.”

“아무 일 없을 테니 어서 돌아가거라! 할애비도 곧 따라갈 테니 어서······.”


악취에 괴로워하면서도 계속 밀어냈지만,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손녀는 차마 등을 돌릴 수 없었다.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착한 카린을 뒤덮었다.


“호오, 촌장. 당신에게 이렇게 예쁜 손녀가 있었다니. 보면 볼수록 정말 탐스럽게 생겼는데?”

“데, 데지르님. 이 아이는 저의 유일한 가족입니다. 공물은 말씀하신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아니 내일이라도 당장 마련해 드릴 테니······.”


늙은 몸으로 어떻게든 카린을 가리려 했지만 거대한 드래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데지르의 관심은 이미 공물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틀의 시간을 줄 테니 그 아이를 예쁘게 단장시켜 나에게 보내도록. 이번 공물은 그것으로 대신하도록 하지. 인간은 예쁠수록 고기 맛도 아주 일품인 법이니까 말이야.”

“안 됩니다! 이 아이 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저를 대신 드신다면······.”

“정 마음에 걸리면 그 아이와 맞먹는 미모의 인간을 대신 바쳐도 좋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틀 안에 대체자를 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아아, 카린, 카린······.”


결국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촌장. 졸지에 그린 드래곤의 재물로 지목된 카린은 할아버지를 달래며 똑같이 눈물을 흘렸다.

데지르는 그런 할아버지와 손녀를 재미있게 감상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등을 돌리며 마지막 으름장을 놓았다.


“노파심에서 얘기하는 거지만, 행여나 허튼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포트린 마을에서 이 그린 드래곤 데지르님을 위협할 수 있는 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만약 그런 기운을 찾기 위한 약간의 기미라도 보인다면, 포트린 마을에는 악취 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될 테니까.”


이 말을 끝으로 데지르는 날개를 펼쳐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공중에서 촌장과 마을 사람들을 조롱하듯 킥킥 기분 나쁜 웃음을 실컷 흘리고 나서야 유유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 스, 리스!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지?”

“어엇?! 누, 누구?!”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큰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난 리스. 놀라움이 가득한 커다란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자신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는 형님 현휘수였다.


“왜 그렇게 놀라? 너 잡아먹는 천적에게 쫓기는 악몽이라도 꾼 거야?”

“여, 여긴, 형님이 설치한 텐트 안?! 언제 여기에······.”


분명 어제 포트린 마을에 몰래 잠입하여 그린 드래곤 데지르와 그의 행패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았던가. 안타깝게도 리스는 잔인한 데지르의 힘과 그 힘 앞에 굴복하여 통곡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 언제 텐트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다.


“언제는 언제냐?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던 네가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텐트 안에 들여보내고 담요까지 덮어줬는데.”


리스의 반응이 어이없다며 휘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고, 알카디우스가 주변 숲에서 야생사과를 따왔어.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사과로 때우고 마을에 가서 일자리 좀 알아보자. 돈이 모이면 오늘은 마을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 좀 먹어보자고.”

“네? 아아, 네. 그렇게 하시죠.”


휘수는 계속 멍한 표정의 리스가 좀 이상했지만, 크게 마음에 두지 않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인간도 가끔 잠이 덜 깨면 말도 더듬고 헛소리도 하고 별의 별 반응이 다 나타나지 않는가.

하지만 역시 평소의 모습과 달라서 그런지, 휘수는 물론 알카디우스도 리스가 계속 신경 쓰여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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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레드 드래곤 (下) +2 19.01.16 258 6 15쪽
27 제27화 레드 드래곤 (上) +2 19.01.16 28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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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첫 번째 신물 (上) +2 19.01.15 311 7 12쪽
24 제24화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2 19.01.14 358 6 15쪽
23 제23화 우와! 보물이다! +2 19.01.14 375 6 14쪽
22 제22화 세 종족의 감격적인 승리 +2 19.01.13 351 5 13쪽
21 제21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下) +2 19.01.13 341 6 14쪽
20 제20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上) +2 19.01.12 372 6 15쪽
19 제19화 우리는 친구야. 그러니 함께 가자 +2 19.01.12 387 7 13쪽
18 제18화 충돌! 인간과 드래곤 +2 19.01.11 403 6 15쪽
17 제17화 지나친 환대 (下) +2 19.01.11 436 9 13쪽
16 제16화 지나친 환대 (上) +2 19.01.10 440 7 14쪽
15 제15화 첫 의뢰 스콜피온 퇴치 +3 19.01.10 507 7 13쪽
» 제14화 악독한 그린 드래곤 +1 19.01.09 533 7 12쪽
13 제13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下) +2 19.01.09 592 7 14쪽
12 제12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上) +2 19.01.08 632 10 12쪽
11 제11화 낯선 세계에서는 준비가 필요해 +2 19.01.08 763 11 13쪽
10 제10화 오해 뒤에 세 종족의 우정 +2 19.01.07 839 14 12쪽
9 제9화 내 친구들은 역시 든든해! +2 19.01.07 1,094 16 14쪽
8 제8화 첫 출발부터 웬 도적들? +3 19.01.07 1,266 17 13쪽
7 제7화 인간, 드래곤, 히드라 3인 파티 +2 19.01.06 1,491 23 15쪽
6 제6화 따뜻한 정성에 분노가 풀리고 +2 19.01.05 1,691 20 13쪽
5 제5화 애꿎은 인간의 분노 폭발 +5 19.01.05 2,058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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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화 실버 드래곤 VS 히드라 (上) +2 19.01.04 2,511 34 12쪽
2 제2화 여긴 어디? 혹시 지옥?! +1 19.01.03 2,883 40 11쪽
1 제1화 대학생 현휘수 +12 19.01.03 3,905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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