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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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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630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01.08 18:00
조회
631
추천
10
글자
12쪽

제12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上)

DUMMY

“아르피아 대륙에 흩어져 있는 신물 세 개를 모으면 여신님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지? 그 여신님 이름이 이, 이, 이··· 뭐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포트린 마을을 벗어나 자동차를 감춰둔 계곡으로 돌아온 휘수 일행. 휘수는 알카디우스와 리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얘기하고 트렁크를 열어 뭔가 분주하게 찾기 시작했다.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이야.”

“아, 맞아! 이애나님.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 대륙에서 봄 대륙의 여신님이었지? 가장 젊고 지혜로워서 나머지 세 개 대륙 여신님들이 아르피아 대륙의 여신으로 추대했다는.”

“응, 맞아. 아르피아 대륙의 역사가 꽤 지루했을 텐데, 그걸 아직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르피아 대륙 인간들에게도 지루한 역사 공부였을 텐데, 알카디우스는 여신님의 이름을 제외한 모든 지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휘수를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꼭 갖춰야 할 능력이 있어. 바로 암기력이지.”

“암기력?”

“살아남는다고 하는 건 조금 그런가? 어쨌든 그 암기력이 학교 성적, 나아가 사회에 나아 출세까지 이어지게 돼.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단어만 떠올리고 있을 거야. 암기, 암기··· 아, 찾았다.”


어쩐지 분위기가 우울해지려는 찰나, 휘수는 그토록 찾던 물건을 꺼내며 작은 환호성을 질렀다. 남색 천 가방에 들어있는 물건이 제법 규격이 큰데 왜 그렇게 눈에 안 띄었는지, 휘수가 질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님, 혹시 그 가방 안에 숙소가 들어 있다는 건··· 아니겠죠?”


리스는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검과 스크롤북을 구입하느라 숙박비가 부족하여 걱정하는 알카디우스를 안심시키는 휘수의 자신감 있는 표정을. 그래서 처음에 생각한 것이 계곡에 숨겨둔 자동차였는데,


‘나야 워낙 몸뚱이도 작고 여리니(?) 크게 상관없지만, 형님이나 알카디우스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의자 하나에 의지하는 건 굉장히 불편할 텐데?’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 숙박비가 없어 야영이 불가피한 가녀린 우리를 위해 안락한 숙소를 내려주시옵소서!”


궁금증 가득한 드래곤과 히드라 두 친구를 위해 휘수가 지체 없이 내용물을 꺼냈다.

가느다란 네 개의 쇠기둥에 잔뜩 구겨진 천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것은 간단한 조작을 거친 후 바닥에 내려놓으니 이럴 수가!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천이 점점 커져 훌륭한 천막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닌가!


“신기해! 그냥 바닥에 내려놓았을 뿐인데 저절로 천막이 되었잖아?”


알카디우스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천막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천막 특유의 부드럽고 질긴 감촉이 느껴진다.


“이, 이거 혹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 뭐 그런 건, 아니겠죠?”


리스는 알카디우스와 달리 겁쟁이가 되어 감히 천막에 다가갈 생각도 못했다. 다 펼쳐져 완벽한 자태를 드러내는 천막, 그리고 활짝 열린 저 입구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먹이를 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오싹 소름까지 돋았다.


“생명체? 하하하! 이건 내가 살던 세계에서 여행이나 야영할 때 흔히 사용하는 텐트라고 하는 거야. 별 다른 조작 없이 이렇게 간단히 천막이 완성된다고 해서 ‘자동텐트’라고 불리지.”

“휘수가 살던 세계에는, 아르피아 대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물건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 네가 말한 대로 숙소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었어.”


알카디우스의 표정에서 근심이 자리 잡을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작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텐트가 성인 두 명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지 않은가.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거리만 준비하면 되겠어. 뒤에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어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주변 숲에 먹을 만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


돈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휘수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던 가게 음식들을 전혀 구입하지 못했지. 그것이 마음에 걸려 자연히 알카디우스의 시선이 숲으로 향했는데, 그리 깊지 않아 식량이 될 만한 걸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차피 내일부터 적당한 일자리를 구해 돈을 모아보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간단하게 때우기로 하자.”


알카디우스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 본 것처럼, 휘수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쓸데없는 걱정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자연스럽게 알카디우스에 이어 리스까지, 이번에는 또 무슨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려는 건지 크게 떠진 두 눈이 일제히 휘수에게 고정되었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주전자에 가득 담은 뒤, 여기 부루스타를 켜면······.”


달칵.


가스렌지 특유의 푸른 불꽃이 이제 조금 있으면 주전자의 물을 펄펄 끓여놓을 것이다. 휘수는 아르피아 대륙에 떨어지면서 혹시 충격을 받아 고장 나지는 않았을까 은근 걱정되기도 했는데, 아무 이상 없이 잘 작동하는 것을 보고 가볍게 웃은 뒤 또 다른 물건을 가지러 갔다.


“리스, 이거 무슨 마법 같지 않니? 그냥 작은 손잡이만 돌렸을 뿐인데 그 보기 어려운 푸른 불꽃이 튀어나왔어.”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불의 위력도 상당히 강력한 게 벌써 물이 끓으려고 해.”


주전자에서 김이 펄펄 솟아나기가 무섭게 휘수가 뭔가를 한 아름 안은 채 돌아왔다.

‘진짜짬뽕’이라는 큼직한 글씨와 온갖 해산물이 가득한 짬뽕사진이 인쇄 되어 있는 115그램짜리 컵라면이다.


‘겉 부분이 굉장히 화려해 보이는 저게 저녁거리? 그런데 왜 두 개만 가지고 오셨지?’

“다들, 조금만 기다려. 뜨거운 물만 부으면 곧 일용할 양식이 준비될 테니까.”


이상한 생각이 든 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휘수의 시선은 자신과 알카디우스의 허기를 달래줄 컵라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곧 컵라면 두 개에 액체, 건더기 스프, 그리고 고추기름이 뿌려지고 펄펄 끓은 주전자 물이 채워졌다.


“겉 부분은 종이로 만들어진 걸까? 뜨거운 물이 들어갔는데 전혀 젖지 않고 있어. 그리고 오징어에 새우, 그리고 온갖 채소도 그려진 이 그림은 꼭 실물 같은데? 아르피아 대륙 어디에서도 이것과 똑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예술가는 찾을 수 없을 거야.”

‘하긴, 아르피아 대륙에 컵라면이 있을 리 없고, 사진은 더더욱 비슷한 것도 더더욱 없을 테니, 저렇게 신기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흔하고 흔한 인스턴트식품일 뿐인데, 알카디우스의 호기심어린 눈빛은 컵라면을 허기를 달래줄 음식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쭉 시간이 흐르면 면발이 팅팅 불어서 엉망이 되고 말 텐데.


“저, 형님. 저는 밥 안 주나요?”


리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컵라면 겉면에 인쇄된 사진보다 솔솔 풍겨오는 특이하고 맛있는 냄새에 꼴깍 넘어가는 군침을 참기가 어려웠다.


“밥? 아참! 깜박 잊고 있었어.”


리스가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철저히 자신과 알카디우스만의 만찬(?)이 될 뻔 했다. 리스도 함께 여행하는 친구인데 얼마나 섭섭하게 생각할까? 가만히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던 휘수가 벌떡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 여기 있어, 리스. 정말 미안하게 됐다.”

“하하, 괜찮습니다. 저도 가끔씩 깜박깜박 실수도 하고 그럴 때가 있는 걸요. 그럼 모두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으잉?!”


휘수의 실수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며 호탕하게 웃어넘기던 리스. 곧 그 웃음이 사라지고 두 눈은 당장 튀어나올 기세로 팽창했다.

분주하던 휘수가 그에게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개구리! 어디서 붙잡혀 온 건지 두 손에 붙들린 채 애처롭게 개굴개굴 울고 있었다.


“와아! 진짜 너무 하십니다, 형님! 제가 비록 지금은 능구렁이일지 몰라도 본래 모습은 히드라란 말입니다, 히드라!”


휘수를 향해 원망어린 시선과 함께 소리까지 빽 지르는 리스. 아니, 어떻게 자신과 하등생물 뱀을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분노의 콧바람을 씩씩 뿜어내던 그는 결국 능구렁이에서 거대한 히드라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가, 갑자기 소리를 왜 질러?! 보통 능구렁이처럼 개구리나 쥐 같은 거 먹지 않나 해서 애써 잡아온 건데······.”


히드라를 향해 발길질까지 날릴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던 휘수였지만, 세 개 머리가 느끼는 분노에 이어 토라진 듯 입술을 삐죽 내미는 모습에서 마음이 약해졌다.


“저는 뱀과는 엄연히 다른 히드라에요, 히드라! 물론 고기류를 좋아하지만 채소도 먹고 과일도 먹고, 골고루 먹는단 말입니다!”

“골고루?”

“오래도록 건강 유지하면서 장수하려면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먹어야죠?”

‘끄응! 뉘 집 자식인지 몰라도 가정교육 한 번 제대로 받았구먼.’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교육 중 하나인 음식 골고루 먹기.

휘수 입장에서 칭찬을 해주면 해주었지 뭐라고 반박할 건덕지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세상에 채식을 하는 뱀이 어디 있단 말이야? 혹시 거짓말하는 건?!’


갑자기 추궁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알카디우스를 보고 그만두었다. 까짓 거 속는 셈 치지 뭐!


“자, 여기 있어. 뜨거우니까 조심조심하며 먹어봐.”


휘수는 이 상황을 서둘러 정리하기 위해 잡았던 개구리를 놓아주고 컵라면을 추가로 가져왔다. 주전자 물이 세 번째 컵라면을 채울 정도로 남아 있던 점이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헤헤. 음, 맛있는 냄새.”


원망도 잠시, 리스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컵라면에 활짝 미소 지었다.

휘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잘 익은 면발 한 젓가락을 입에 가져가려는데, 이번에는 서툰 젓가락질에 쩔쩔 매고 있는 알카디우스가 눈에 띄었다.


“알카디우스, 이걸 쓰도록 해. 젓가락보다 훨씬 나을 거야.”

“아, 포크구나? 고마워.”


휘수가 즉시 가져다 준 플라스틱 포크 덕분에 더 이상 면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후후 불어가며 천천히 면을 입에 넣으니 매콤한 맛이 온 입안으로 가득 퍼졌다.


“어때? 입맛에 괜찮아?”

“응. 조금 매운 것 같기도 하고, 짠 것 같기도 하고. 또 해산물과 채소 맛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마음에 드는데?”


평소에 매운 음식은 잘 먹지 않는지 어느새 알카디우스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래도 그녀의 포크질은 멈추지 않고, 면이 다 바닥나자 새빨간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며 정점을 찍었다.


“형님, 컵라면이라는 것, 하나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하나 더? 그걸 벌써 다 먹······.”


휘수는 리스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중앙 머리 주둥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짬뽕국물과, 입가에 잔뜩 붙어 있는 종이 부스러기!


‘이런 무식한 놈! 세상에 컵라면을 통째로 입에 넣고 씹어 먹는 놈이 어디 있어?!’

“헤헤, 정말 맛있던데, 괜찮다면 하나만 더 주세요.”


뚝뚝 떨어지고 있는 짬뽕국물에, 붉게 물든 주둥이에서 나오는 헤헤 웃음소리. 그리고 살짝 윙크까지 건네는 아양까지. 휘수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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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레드 드래곤 (下) +2 19.01.16 258 6 15쪽
27 제27화 레드 드래곤 (上) +2 19.01.16 28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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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첫 번째 신물 (上) +2 19.01.15 311 7 12쪽
24 제24화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2 19.01.14 358 6 15쪽
23 제23화 우와! 보물이다! +2 19.01.14 375 6 14쪽
22 제22화 세 종족의 감격적인 승리 +2 19.01.13 351 5 13쪽
21 제21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下) +2 19.01.13 341 6 14쪽
20 제20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上) +2 19.01.12 372 6 15쪽
19 제19화 우리는 친구야. 그러니 함께 가자 +2 19.01.12 387 7 13쪽
18 제18화 충돌! 인간과 드래곤 +2 19.01.11 403 6 15쪽
17 제17화 지나친 환대 (下) +2 19.01.11 436 9 13쪽
16 제16화 지나친 환대 (上) +2 19.01.10 440 7 14쪽
15 제15화 첫 의뢰 스콜피온 퇴치 +3 19.01.10 507 7 13쪽
14 제14화 악독한 그린 드래곤 +1 19.01.09 532 7 12쪽
13 제13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下) +2 19.01.09 592 7 14쪽
» 제12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上) +2 19.01.08 632 10 12쪽
11 제11화 낯선 세계에서는 준비가 필요해 +2 19.01.08 763 11 13쪽
10 제10화 오해 뒤에 세 종족의 우정 +2 19.01.07 839 14 12쪽
9 제9화 내 친구들은 역시 든든해! +2 19.01.07 1,094 16 14쪽
8 제8화 첫 출발부터 웬 도적들? +3 19.01.07 1,266 17 13쪽
7 제7화 인간, 드래곤, 히드라 3인 파티 +2 19.01.06 1,491 23 15쪽
6 제6화 따뜻한 정성에 분노가 풀리고 +2 19.01.05 1,691 20 13쪽
5 제5화 애꿎은 인간의 분노 폭발 +5 19.01.05 2,058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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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화 실버 드래곤 VS 히드라 (上) +2 19.01.04 2,511 34 12쪽
2 제2화 여긴 어디? 혹시 지옥?! +1 19.01.03 2,883 40 11쪽
1 제1화 대학생 현휘수 +12 19.01.03 3,905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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