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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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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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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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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작성
19.01.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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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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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0화 오해 뒤에 세 종족의 우정

DUMMY

심부름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리스 대신, 자신이 직접 트렁크에서 흰색상자 구급상자를 꺼내온 휘수. 알카디우스의 손등 상처 따윈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휙 돌린 채 터진 입술에 연고를 바르느라 분주했다.


“비이일어먹을······.”


입술에 연고가 발라질 때마다 눈이 찡그려지고, 나아가 짜증까지 솟구쳤다.

이어서 휘수의 귓가에 알카디우스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수, 이것은 에이패드라는 저쪽 세계의 물건이고, 이 안에는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드라마(뭔지는 모르지만) 등 여러 가지 동영상이 들어있다는 거지?”

“그래, 맞아.”


알카디우스의 확인질문에 휘수의 대답이 매우 퉁명스러웠다.


“아까 내가 본 건 너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에이패드의 주인이 네 친구······.”

“아까 얘기했잖아?! 왜 똑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만들어?!”

“미, 미안해.”


휘수가 퉁명스럽다 못해 결국 폭발해버리자, 깜짝 놀란 알카디우스는 황급히 사과와 함께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젠장! 몰래 야동 보다가 걸린 것도 아니고, 단순히 소지하고 있다가 우연히 켜졌을 뿐인데 그게 엄청 두들겨 맞아야 할 만큼 큰 죄야?!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귄 여자(사람)친구에게 무차별 폭행이나 당하고. 아오, 진짜! 그냥 확 줘 팰 수도 없고······.’


휘수가 살던 세계에서 흔히 ‘야동’이라 불리는 성인동영상을 처음 접하고, 다짜고짜 그를 변태, 저질이라 낙인찍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 폭력까지 휘둘렀던 알카디우스.

휘수는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소리를 질러 해명해야 했고, 그제야 그녀도 성급했던 자신을 질책하게 된 것이다.


“고준혁이라고, 내 오랜 친구고, 대학 MT에서 심심하면 보려고 잠깐 빌린 거야. 그건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건데 동영상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나봐. 중고시장에 내놓은 원주인 녀석이 범인이겠지.”


휘수도 소리를 질러놓고 아차 싶었는지 목소리를 최대한 누그러뜨렸다. 저렇게 미안해하고 있는데, 남자가 되가지고 언제까지 꽁해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저기, 어찌 되었든 소리지른 건 미안··· 헉?!”


순간 휘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을 덮고도 남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 입이 떡 벌어졌다.

리스는 능구렁이 모습으로 상황만 지켜보고 있고, 그렇다면 범인은 조금 전까지 인간의 모습이었던 알카디우스!


“아, 알카디우스, 설마 화 많이 난 거니? 네, 네 마음 다 아니까 일단 진정을······,”


알카디우스는 당장 불안감에 휩싸여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휘수를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휘수는 자신을 감싸는 눈부신 은빛에 의해 입술의 통증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사, 상처가?! 알카디우스, 지금 이거 회복마법이야?!”


휘수의 마음에서 긴장과 원망이 눈 녹듯 사라지고, 그 빈자리가 고마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미안해, 휘수. 이런다고 기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으윽!”

“괘, 괜찮아, 알카디우스?!”


그녀가 드래곤으로 변하면서 다시 시작된 고통! 자아를 갉아먹는 정령? 아니 기생충이 더 잘 어울리는 빌어먹을 가르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휘수. 인간으로 변하면 고통도 사라지고, 가르론도 더 이상 활동하지 않으니까.”


알카디우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얼굴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아직 채 가시지 않은 현기증은 그녀를 금방이라도 쓰러지게 할 것처럼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알카디우스가 무슨 잘못이 있어? 내 물건 내가 똑바로 관리했으면 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겠지.’


휘수는 물끄러미 애써 미소 짓고 있는 알카디우스를 바라보다 살짝 떨리는 어깨를 포착했다.

가르론이 안겨준 고통에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고, 무엇보다 그녀를 흠뻑 젖게 한 식은땀이 숲속 찬 공기와 접촉하여 체온을 떨어뜨린 것 같다.


“어? 휘수······.”

“숲속 공기는 매우 차가워 자칫 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가을용 재킷인데 이외로 두꺼워서 초겨울에 입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야.”


휘수 자신이 아르피아 대륙에 처음 떨어진 날, 담요 한 장 없이 바위 위에서 잠들었을 때 알카디우스가 체온을 나누어주며 얘기해준 것이 떠올랐다. 정반대인 지금, 휘수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입고 있던 베이지색 재킷을 벗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덮어주는 것이었다.


“어때? 좀 얇게 생겼지만 생각보다 따뜻하지?”

“으응. 정말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고마워, 휘수.”


일찌감치 원망어린 감정을 멀리 던져버리고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휘수의 모습에 알카디우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럼 이제 오른손 좀 내밀어 볼래? 아까도 얘기했지만 파상풍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거야. 얼른 치료 끝내고 다시 출발해야지?”

“응.”


단도에 다친 손등은 사실 깊은 상처도 아닌데, 정중히 사양하고 싶었지만 휘수에게 저지른 잘못도 있어 별 말 없이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후우······.”


이렇게 새하얀 아가씨의 손등에 상처라니. 혹시 흉이라도 지면 어쩌지? 걱정되는 마음에 휘수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말끔하게 상처를 아물 수 있게 하는 약이 어떤 게 있을지, 구급상자를 뒤지는 태도가 사뭇 진지해 보인다.


“이게 좋겠다. 이걸 상처에 잘 바르면 새살이 솔솔 돋아나게 되거든.”


휘수는 먼저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상처를 소독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레몬이 그려진 연고를 발라주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전달되는 따뜻한 체온, 그리고 상처를 걱정하는 진심어린 마음에 알카디우스의 달아오른 얼굴도 모자라 가슴까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약을 듬뿍 바른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반창고를 붙여주면 치료 끝!”


대단한 치료도 아닌데 이마에서 웬 땀이 나는지, 땀을 슥 닦으며 구급상자를 정리하는 휘수. 그리고 휘수와 그가 치료해준 손등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알카디우스. 쑥스러운지 고맙다는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방금 발라준 약이 레몬으로 만들어져서 새콤한 냄새가 나거든. 혀로 핥아봤자 레몬 맛 절대 안 나니까 엉뚱한 생각하면 안 된다?”


어색한 침묵은 휘수도 별로 선호하지 않았기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게 보이는 것도 같아 한 번 생각나는 대로 말해봤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이지만 그래도 만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어쩌면······.


“뭐, 뭐?! 기가 막혀서 정말, 난 그런 짓 안 해!”


이 인간이 289년이나 살아온 드래곤을 어떻게 보고! 알카디우스는 어린아이 취급에 발끈하여 버럭 소리쳤다.


“아니, 혹시나 만일이라는 경우가 있어서 해본 말이지. 그렇다고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니······?”


나쁜 뜻은 없었는데 기분 나쁜 티를 대놓고 드러내니 휘수의 기분도 좋을 리 없다. 기세 좋게 똑같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곧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행여나 회복마법을 받기 전 상황이 재연되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주눅 들어있는 모습보다 지금처럼 발끈하는 모습이 훨씬 예쁘네. 가끔 이렇게 놀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지도?’

“저, 형님.”


그때 잠자코 있던 리스가 중간에 불쑥 끼어들었다. 알카디우스가 토라진 표정으로 자동차 조수석으로 가버렸으니 이제 리스와 대화를 나눌 차례인가?


“왜 그래, 리스?”

“헤헤,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 저한테도 좋은 약 좀 발라주시면 안 될까요?”


마치 아양 떠는 것처럼 헤헤 웃으며 얼굴을 들이미는 리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여기는 능구렁이 모습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얼굴처럼 보이지 않는 게 흠이다.

물끄러미 리스와 눈을 마주하던 휘수는 곧 구급상자를 열심히 뒤적였다.


“알았어. 허리 아픈 데는 파스가 최고지.”

“파스요? 그건 무슨 약··· 허억?!”


휘수는 알카디우스를 치료해줄 때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지금은 너무나 신속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큼직한 파스를 꺼내 리스의 허리에 찰싹 붙여··· 아니 붕대처럼 돌돌 감아주는 것이 아닌가!


“으허억! 형님, 지금 도대체 뭘 붙인 겁니까?! 이게 뭔데 이렇게 불처럼 화끈거리고, 또 얼음처럼 차갑고 그런 거지요?!”


애절한 말투에도 리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결국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자신이 직접 아무데나 버려진 파스 껍데기를 내려다보며 추측에 들어가야 했다.

화려한 불과 얼음이 한껏 조화를 이루는 사진에, 리스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을 감고 있는 게 불과 얼음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야?! 이러다 화상에 동상까지, 제대로 골병드는 건 아닐까?! 그런데 형님은······.”


형님이란 작자는 히드라 동생에게 드리워진 근심의 그림자가 보이지도 않나? 조수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알카디우스에게만 일편단심(?) 향하고 있는 저 시선! 리스의 눈동자에 원망어린 감정이 가득 실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더욱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허리에 통증이 생긴 원인을 생각하면 그냥!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상자 좀 잘못 꺼내왔다고 허리를 냅다 걷어차? 이거 생각할수록 억울하네?’


분명 작은 흰색상자를 꺼내오라 해서 꺼내왔다. 아무리 부피가 작아도 에이패드 케이스가 상자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후에 벌어진 휘수의 폭행은 억울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리스, 딱 한 대만 맞아라.」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 휘수의 목소리. 휘수가 알카디우스와 오해를 풀고 리스에게 건넨 이 부드러운 말투를 건넨 뒤 얼마 안 있어 계곡 전체로 퍼억! 하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인간의 발길질인데, 리스는 순간 허리뼈가 부러진 건 아닌 지 염려하며 온갖 부산을 다 떨어야 했다.


“차라리 그럴 거면 자기가 직접 꺼내올 것이지! 손도 발도 없는 나한테··· 내가 진짜 더러워서 카아악!”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고 있는 휘수를 확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랬다가는 알카디우스와 또다시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억지로 화를 가라앉히며 분노의 가래침을 카악! 뱉는 것 외에는······.


“왜 이리 귀가 간지럽지?”


느닷없이 귓속이 간지럽다는 건 누가 내 욕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휘수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큼직한 가래침을 머금고 있는 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꿀꺽!


“사, 삼켰어요, 헤헤헤.”


자칫 그 무시무시한 발에 다시 한 번 걷어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 소름이 돋는다.


“흠······.”


휘수는 잠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 이내 다시 등을 돌렸다.


“하아, 오늘따라 우리 동족들 생각이 간절하네. 흑······.”


인간에게 얻어맞아 열 받는데, 눈 좀 마주쳤다고 뭐가 그리 겁나는지 가래침 한 번 마음대로 뱉지 못해 입 안 가득 짜고 비리고··· 극악무도한 거대 괴물 히드라 체면이 너무나 처량하다.

그렇게 여행 첫 출발에서 도적을 만나고, 실버 드래곤과 히드라의 활약으로 아주 간단히 물리치고, 약간(?)의 오해가 발생했지만 서로 웃으면서 잘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서, 마침내 알카디우스가 얘기했던 포트린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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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레드 드래곤 (下) +2 19.01.16 259 6 15쪽
27 제27화 레드 드래곤 (上) +2 19.01.16 289 5 13쪽
26 제26화 첫 번째 신물 (下) +2 19.01.15 354 5 13쪽
25 제25화 첫 번째 신물 (上) +2 19.01.15 312 7 12쪽
24 제24화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2 19.01.14 358 6 15쪽
23 제23화 우와! 보물이다! +2 19.01.14 376 6 14쪽
22 제22화 세 종족의 감격적인 승리 +2 19.01.13 352 5 13쪽
21 제21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下) +2 19.01.13 343 6 14쪽
20 제20화 각오해라, 그린 드래곤! (上) +2 19.01.12 373 6 15쪽
19 제19화 우리는 친구야. 그러니 함께 가자 +2 19.01.12 388 7 13쪽
18 제18화 충돌! 인간과 드래곤 +2 19.01.11 404 6 15쪽
17 제17화 지나친 환대 (下) +2 19.01.11 437 9 13쪽
16 제16화 지나친 환대 (上) +2 19.01.10 442 7 14쪽
15 제15화 첫 의뢰 스콜피온 퇴치 +3 19.01.10 507 7 13쪽
14 제14화 악독한 그린 드래곤 +1 19.01.09 534 7 12쪽
13 제13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下) +2 19.01.09 592 7 14쪽
12 제12화 친구들과 나름대로 캠프파이어 (上) +2 19.01.08 632 10 12쪽
11 제11화 낯선 세계에서는 준비가 필요해 +2 19.01.08 763 11 13쪽
» 제10화 오해 뒤에 세 종족의 우정 +2 19.01.07 841 14 12쪽
9 제9화 내 친구들은 역시 든든해! +2 19.01.07 1,094 16 14쪽
8 제8화 첫 출발부터 웬 도적들? +3 19.01.07 1,266 17 13쪽
7 제7화 인간, 드래곤, 히드라 3인 파티 +2 19.01.06 1,493 23 15쪽
6 제6화 따뜻한 정성에 분노가 풀리고 +2 19.01.05 1,692 20 13쪽
5 제5화 애꿎은 인간의 분노 폭발 +5 19.01.05 2,059 31 12쪽
4 제4화 실버 드래곤 VS 히드라 (下) +2 19.01.04 2,187 33 13쪽
3 제3화 실버 드래곤 VS 히드라 (上) +2 19.01.04 2,513 34 12쪽
2 제2화 여긴 어디? 혹시 지옥?! +1 19.01.03 2,886 40 11쪽
1 제1화 대학생 현휘수 +12 19.01.03 3,907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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