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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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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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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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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19.01.03 18:00
조회
2,88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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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2화 여긴 어디? 혹시 지옥?!

DUMMY

대학 MT? 내일 모레 계란 한 판 되는 내가 그런 곳에 뭣 하러 가나? 약 10년 이상 차이 나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 편입생 늙은이가 끼면 분위기가 얼마나 다운 되겠나! MT 덕분에 전공이 모두 휴강이 되었으니 이 기회에 푹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짐을 바리바리 챙겨 쫓아갔는데 결과는 절벽 아래로 추락이라니!


“으윽! 온 몸이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리네. 일단 차에서 내려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파악해보자.”


애마 투산 안에 처박혀 방금 전 해안도로에서 있었던 일을 몇 번이나 되새기던 현휘수.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걸 보니 죽은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차 밖으로 나오는 건 위험할 것 같고, 한참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덜컹~


조심조심 발을 내딛기가 무섭게, 휘수의 눈앞에 차 안에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낯선 풍경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절벽 아래는 절대 아니야. 주변에 바다는커녕 바다 특유의 짠 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걸. 게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현재 시동이 꺼져 잠잠한 투산을 보니 말을 이을 필요가 없어졌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충격으로 발생한 흠집 외에 그 어떤 부서진 흔적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기적이라도 발생한 걸까? 누군가 나를 위해 power overwhelming(스타크래프트 무적 치트키)이라도 걸어준 거야? 분명 아래로 떨어질 때 뭔가 묵직한 거랑 부딪치며 제법 큰 소리가 났는데, 난 분명 차가 산산조각 났으리라 생각하고 내 목숨도 완전히 끝장······”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말을 잇지 못하는 휘수. 이번에는 그의 동공이 팽창하고 입술도 불안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다. 정확히 투산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문득 뒤로 보이는 시커먼 무언가를 발견하고부터 불안감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배, 배, 뱀?! 엄청나게 큰 뱀인데?! 여기 혹시 아마존 한복판이야?! 저건 지구상 모든 뱀들의 왕이라는 아나콘다고?!”


못 볼 걸 본 것처럼 황급히 고개를 돌려 모른척하려 했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현재 유일한 엄폐물 투산에 바짝 몸을 붙여 조심스럽게 눈만 살짝 내밀어 보았다.

통나무처럼 굵고 길쭉한 갈색 몸통에 그물 무늬가 선명하고, 머리는 무려 세 개나 달려 있는 것이 보기만 해도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나마 지금은 눈을 꼭 감은 채 아무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 다행이다.


“아, 아나콘다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녀석이야! 머리가 세 개나 달린 삼 두(三 頭)뱀에 덩치는 매머드 급이고! 나 설마, 이미 죽어서 저세상에 떨어진 거야?!”


분명 살아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눈앞에 나타난 저 괴물은 대체 무엇인가! 설마 죽은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집행관?! 지옥에 관한 자료 보면 끔찍한 괴물들 은근 많이 보이던데.


“하아, 하아······.”

“누, 누구야?!”


이번에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휘수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꽈당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필 반들반들한 땅바닥 위에 우뚝 솟은 돌멩이가 있어 고통이 만만치 않았지만 눈을 찡그릴 여유 따윈 없었다.


“하아, 하아······.”


휘수 자신의 등 뒤에서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다. 애초에 인기척 같은 건 느끼지 못했는데, 이 소리의 정체를 밝히려면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더니 이럴 수가!

눈부신 은색 비늘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도마뱀! 절벽에 거대한 몸을 기댄 채 손 역할을 하는 두 앞발로 가슴에서 흐르는 출혈을 막고, 입에서는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도, 도마뱀?! 그것도 날개까지 달린 거대한 도마뱀?! 아니, 머리가 무려 세 개나 달린 뱀도 모자라서 도마뱀 괴물까지! 나 진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거야?!”


졸지에 앞뒤로 거대한 괴물 두 마리한테 포위당한 현휘수. 망연자실한 그는 물먹은 종이처럼 풀썩 주저앉은 채 밤하늘만 올려다보았다.


“비, 빌어먹을! 내가 평소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지옥에 떨어져?! 지각‧결석 한 번 안 한 모범생에 신호‧속도위반 한 번 안 한 모범운전자! 단지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해 좀 방탕하게 지낸 적은 있지만, 그것이 지옥에 갈 정도로 죽을죄는 아니잖아?! 대학 졸업하고 백수 신세인 우리나라 청년 실업자들은 뭐, 다 지옥에 떨어진다는 거야?!”


휘수는 죽으면 만나게 된다는 옥황상제 및 염라대왕이 들으라는 식으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하아, 하아······.”

“나 참! 지옥의 집행관이나 되는 괴물이 무슨 놈의 숨소리가 그렇게 거칠어? 괴물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죽었고 이곳은 지옥, 그리고 괴물들은 집행관이라 단정을 내려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그렇게 소름에 위압감까지 들던 괴물의 숨소리는 이제 슬슬 짜증이 날 정도다.

죽은 자에게 운명은 정해져 있는 법. 그 전에 발악이라도 해볼까 싶어 시선을 휙 돌렸는데,


“뭐, 뭐야? 지금 울고 있는 거야?”


도마뱀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액체. 눈물이 틀림없어 보인다. 게다가 힘이 빠졌는지 출혈을 막고 있던 두 앞발이 힘없이 떨어졌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휘수는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다, 저렇게 다쳐서 괴로워하는 거지? 혹시 뒤에 있는 뱀과 크게 싸우기라도 한 걸까?”


서로 비슷한 체격의 괴물들이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젠장! 둘이 싸우든지 말든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둘 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 어서 이곳을 탈출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언제 괴물들의 밥 신세가 될지 모른다고!”


휘수의 시선이 당장 시동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투산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정작 발걸음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잠깐 제 자리에서 힐끗 도마뱀을 바라보다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자동차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데 그는 운전석을 지나쳐 트렁크를 열더니 급하게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휴! 기껏해야 2박 3일짜리 대학 MT 가는데 뭘 이렇게 많이 챙긴 거야?!”


집을 나설 준비를 할 때 이 정도 짐만 챙기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트렁크를 차지하고 있는 짐들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일단 약부터 발라야 하나? 아니야.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저체온증이 올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일단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분주하게 짐을 뒤져 찾아낸 구급상자와 담요, 수건을 챙겨 도마뱀에게 달려가는 휘수.


“으··· 가까이서 보니 무섭다.”


휘수는 침이 저절로 꿀꺽 넘어갈 정도의 긴장감과 함께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는 가슴 부위로 다가갈수록 커다란 도마뱀 머리와도 점점 근접해졌기 때문이다.


‘저 입이 벌어지면 끈끈한 체액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겠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웬 고기가 굴러들어오나 하며 나를 날름 삼키는 거 아냐?! 괴물영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 맞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그래도 영화는 나름 현실을 반영하여 표현하지 않는가. 자신이 본 괴물영화의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니 절로 속이 울렁거린다. 고통이 느껴지는 눈물에 마음이 약해져 동정심이 든 건 사실이지만,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섭게 생긴 괴물이 눈앞에 나타난 상황에서 경계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괘, 괜찮을 거야. 난 그냥 상처를 살펴주는 것뿐이니까. 정말 순수한 행동이니까 이 도마뱀도 마음을 알아주고 나쁜 짓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 갑자기 날 냉큼 집어 삼킨다거나······.’


그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기껏 소중한 짐 막 뒤져가며 구급상자를 꺼내왔는데, 이제 와서 못 본 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휘수는 몇 번의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 잡으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마에서는 왜 이렇게 식은땀이 맺히는 걸까?


꿀꺽!


깊은 상처와 피, 그리고 지독한 피비린내가 풍기는 도마뱀의 가슴 부위에 도착한 휘수.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하며, 구급상자에서 주섬주섬 약품을 꺼내는데 손은 또 왜 이리 떨리는지.


“이, 일단 알코올로 상처부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새살이 솔솔 돋아나도록 연고를 발라줘야지. 그리고······.”


휘수는 필요한 약품을 모두 꺼낸 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와 그 아래에 떨어진 마른 잎사귀, 나뭇가지들이 눈에 띈다.


“좋아, 땔감이 풍부한데? 만일의 상황에 저 숲으로 전력질주하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나 참, 쓸데없는 소리를!”


한심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콩 쥐어박은 뒤에야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알코올에 촉촉하게 젖은 수건으로 상처부위를 닦아내고, 이 거대한 괴물에게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연고를 듬뿍 발라주었다.


‘으음······.’


도마뱀의 거친 숨소리가 점차 수그러들었다. 연고의 영향으로 상처부위가 굉장히 차갑고 또 따가웠지만, 그 속에서 진심어린 마음이 담긴 따뜻한 체온이 느꼈다.


‘누구지? 나를 위해 이렇게 헌신해주는 존재가?’


질끈 감겨져 눈물만 쏟던 눈이 살며시 떠지고, 시야에 저 멀리서 땔감을 한 짐 지고 돌아오는 낯선 인간이 들어왔다.

베이지색 재킷에 남색 티셔츠, 청바지에 검은색 운동화를 신은 20대 중후반의 남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보인다.


“이봐,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조금만 참아. 곧 따뜻해질 테니까.”


휘수는 살짝 떠진 도마뱀의 눈과 마주쳐 긴장했지만, 한눈으로 봐도 한결 편안해진 것 같은 표정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나를 잡아먹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잊은 건 아니지만 지금 와서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고, 서둘러 땔감에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담요를 상처부위에 덮어주었다.


‘아아, 나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나도 모르게 그만.’


조금이나마 출혈이 멎고 고통도 사라졌다.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니 처음 보는 인간이 연신 상처부위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모닥불이 약하지는 않은지 고민하다 이내 더 많은 땔감을 가지러 뛰어갔다.


‘저 인간에게,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어. 어떻게 설명하고, 또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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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화 대학생 현휘수 +12 19.01.03 3,904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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