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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님의 서재입니다.

내 2차대전은 이렇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오이비눙
작품등록일 :
2020.12.26 11:29
최근연재일 :
2022.10.06 00:54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7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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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
글자수 :
488,032

작성
21.01.16 19:12
조회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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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1쪽

전선 오리엔테이션 (2)

DUMMY

아 정말 짜증이 난다.


대체 어디까지 폴란드가 궁지에 몰린 거면, 겨우 남은 사회를 유지할 인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전투가 가능한 이들을 남녀 상관없이 군대에 꼬라박은 걸까?


여기가 전방부대인데도, 우리 소대의 절반이 신병인 것을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팠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그 인원을 군에 동원할 여력이 있는 것이 더 신기했다. 특히 전방이라고 신병들에게 스텐같은 싸구려 총기와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질이 좋지 못한 군복이라도 보급하며 최소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니, 의외로 질긴 폴란드의 명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걸 직접 해야 하는 실무자의 입장으로서는 너무 좆같다.


제식훈련과 총 쏘는 법만 속성으로 배운 신병들을 데리고 정찰을 하라니.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일까? 그런데 그걸 내가 직접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단련 시켜야 한다. 최소한 몰라서 감염자들한테 신병들이 의미 없이 죽는 건 막아야지. 그렇기에 나와 고참병들은 악마가 되어야 한다.


-삐이이익!


"거기 빨리빨리 안 움직이나?!"


"하아···. 죄..죄송합니다!"


호루라기를 불며 소리를 지르며, 어느 신병을 가리켰다.


내 목소리에 뒤처지던 신병이 다시 다른 신병들을 따라 연병장을 뛰었다. 그 신병 주위에는 완전 군장을 한 체 구보 중인 신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연병장 곳곳에는 그런 신병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선임병들이 있었다.


따로 훈련의 전문가인 교관들을 구할 수 없으니, 최소한 감염자 박살 내는데 누구보다 이골난 우리가 자급자족해야지.


"언제부터 감염자들이 너희 봐줬냐?! 빨리 달려! 그냥 달려! 죽어도 달리면서 죽어!"


"뭐야?! 너는 또 왜 안 달려! 그렇게 감염자 새끼들한테 죽고 싶은 거야?! 뒤에서 감염자들이 쫓아온다는 심정으로 달리라고!"


연병장을 둘러보니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나와 같이 붉은 야구모자를 쓴 선임병들이 교관들로서 구보 중인 신병들을 갈구었다. 내가 그들을 갈군 것처럼 다들 아직도 사회인의 티가 나는 신병들을 갈구며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징계나 벌의 목적으로 잘 조져두니, 이렇게 애들이 합법적으로 스트레스 푸는 게 아닌가!? 참으로 내가 편한 구조다.


물론 사적으로 후임 괴롭혀서 똥 군기 부리는 새끼 있으면 내가 직접 조질 거지만.


"이봐 코왈스카! 너는 또 뭐해?! 빨리 안 달려!? 두 달이나 늦게 입대한 신병들한테 안 부끄러워!?"


"흐억···. 너무합니다···. 소대장님···. 하으..."


"어차피 너도 저 신병들이랑 별 차이 없잖아!?"


신병들 사이에서 똑같이 군장을 메고 달리던 코왈스카가 뒤처지자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신병들보다 두 달이나 일찍 입대했다더라도 훈련소에서 훈련을 완벽히 가라로 완료한 체 배치된 데다가, 체력도 평균 아래였던 그녀였기에, 신병들과 똑같이 훈련에 참여시켰다.


그래서인지 훈련 내내  투덜거리고 있다.


"야 인마! 너 똑바로 훈련 안 하냐!? 식단조절 맛 좀 볼래!?"


"죄송합니다!"


"애초에 너는 2달 정도 먼저 복무했으니 자습이잖아! 그러니 부상병 대신 대대 군견 데려와서 업고 뛰게 하기 전에 조용히 해라!"


그래도 양심은 있으니 신병들처럼 다른 고참병들이 1대1 과외 형식으로 굴리고 있어도 코왈스카는 입대 2달 차니 어느 정도는 단련돼서 홀로 계획에 따라 굴리고는 있지만....


계속 칭얼거리는 것을 보니 아예 더 굴리고 싶어진다. 조금 전 말한 것처럼 그녀가 위생병이니 대대의 셰퍼드를 가상의 부상병이라 설정한 뒤 업고 뛰게 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시간 종료! 구보 중지 후 집합!"


"빨리빨리 모여!"


시계를 보니 정오가 되었다.


훈련 중지를 외치자 2시간째 구보 중이던 신병들은 드디어 살았다는 양, 상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들은 교관에 안내에 따라 하나둘씩 앞에 모이기 시작한다.


중지했다고 바로 풀어지는 모습이 왠지 감염 현장에서도 틈만 나면 방심할 거 같아 나무라고 싶지만. 2시간 동안 구보를 뛰게 시킨 애들을 또 갈구는 건 무리가 될 거라 생각되어 포기했다.


신병들과 코왈스카 이병의 모습을 보니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새해 초의 겨울이라 눈이 살짝 쌓인 상태인데도, 그들은 전부 땀 범벅에다 흙투성이였다. 


"코왈스카 이병."


"옙."


"현시간 12시, 신병들 인솔해 점심식사후 13시까지 다시 연병장으로 집합 시켜."


"알겠습니다."


내 말에 코왈스카는 바로 경례를 한 뒤 신병들을 인솔해 병영의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주변에는 고참병들만이 모여 날 보고 있다.  다들 식당으로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그런 그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


"너희들은 보기에는 신병들 현장 투입 가능할 거라 생각되나?"


"아뇨. 지금 상태로 보냈다간 바로 감염되고 난리 터집니다."


"일주일 내내 구보시켜서 체력은 늘었지만, 지금 바로 현장 가서 감염자 죽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들 내 예상과 동일하게 야박한 평가를 했다.


그래 다들 지금 신병들은 못 미더울 것이다. 여기 있는 고참병 전부가 작년 7월 감염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아닌가? 그렇기에 이미 2달간 우리들 사이에 구른 코왈스카조차도 못 미더운 시점에, 입대한 지 이주 겨우 넘은 신병은 믿을 게 아니라 그냥 짐이지.


하아. 차라리 다 망해버리고 혼자 돌아다니는 게 더 나을 거 같은 지경이다.


"그건 그렇고 코왈스카 이병 말입니다. 그 녀석을 굳이 굴려야 합니까? 그 녀석도 일단은 신병들보다 2달은 먼저 뛴 녀석이라 자존심은 있을 텐데."


"아니 나는 걔가 위생병이니 더 갈구는거야. 애초에 우리 소대에서 소대장인 나, 부소대장인 니콜라이가 1순위. 그리고 분대장들과 무전병 그리고 위생병이 2순위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무전병인 블라즈는 일병인걸 고려하면 최소한 코왈스키가 못해도 블라즈 정도의 기량은 있어야 살아남을 거라 생각해. 나는 걔한테 아무런 악감정 없어. 그냥 하면 되는 애인데 뭔가 안타깝달까?"


"그러니 단순히 부족해서가 아니라 위생병이라 갈구는 것입니까?"


"그렇지. 나도 걔가 그냥 병사였으면 저렇게 구보 안 시키고 감염자들이랑 싸우는 법만 주야장천 가르쳤을 거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병사들.


애초에 이 전쟁은 인간이 아닌 질병과 싸우는 전쟁이기에 혹시 모를 감염자나 부상에 대비해 위생병의 존재는 중요하다. 거기다 코왈스카의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소대의 하나밖에 없는 위생병이 죽는 건 누구든지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다만 소대장님 갑자기 현장 투입은 왜 물으신 거니까? 혹시 정찰 계획이 잡혔습니까?"


"그렇다. 다음 주 월요일로 약 5일간의 일정이다. 사단장님의 명령으로 우리 사단의 거의 모든 정찰대가 파견되는 대규모 작전이야."


"하아...."


고참병들은 하나같이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훈련해보니 배치 전 받은 훈련이 개판이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켜야 할 판인데도 바로 투입하라고 하니 누가 빡치지 않을까? 


물론 일주일 동안 구보만 시켜서 체력은 늘었지만, 감염자를 잡는 방식이나 정신 상태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지금 바로 투입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살아 돌아와도, 그 공포 잊는다고 각성제인 메스암페타민 투여로 고통받는 인간 여럿 만들뿐이다.


시발 사단장 개새끼. 차라리 대대장이 아니라 사단장이 오발로 죽었어야 했어.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내일이라도 포즈난 인근 감염 자기들 중 거의 정리가 다 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라리 우리가 보는 앞에서 신병들이 감염자들을 잡게 하자는 말입니까?"


"그렇지. 이미 안전은 어느 정도 보장된 곳이니 사고의 위험성은 낮은 데다, 가라로 죽였더라도 안 죽인 병사들보다는 나을 게 아니야?"


"뭐 그게 없는 것보다는 낫죠. 따로 감염자를 주둔지로 데려올 수 없으니깐. 그렇게라도 애들 정신 상태 만들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들 내 의견에 동의한다.


고참병들이 하나둘씩 내놓는 의견들은 신병들을 하예 감염자 하나 잡아 온걸 맨손으로 만지게 하자거나, 무사히 돌아가려면 감염자의 멱을 따와야 통과시키자는 등 신병들이 들으면 기함을 할 내용이었다.


그런 의견들의 대다수는 일병에서 상병들이 스트레스로 미쳐가면서 말하는 것들이었기에 바로 무시했다. 그저 신병들한테 철퇴가 아닌 몽둥이를 지급해 6명이 감염자 하나를 집단 린치하도록 시키자는 게 더 그럴듯했다.


다만 그게 바로 가능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신병들을 막 굴리지도 않겠지.


"일단 점심 먹으면서 현장 훈련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지. 그래도 모레나 내일은 꼭 나가야 하거든."


"알겠습니다."


그 뒤 나와 고참병들은 병영에 딸린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훈련 계획을 짰다. 이는 오후 훈련 때까지도 계속되었으며, 저녁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계획이 짜였다.


개시일은 2일 후 아침이다.


계획이 어느정도 짜여지자마자, 나와 고참병들은 야외 훈련 전날부터 신병들에게 계속이 이를 알리고 상기시키려 했다.


물론 그들 중 밖에 안 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려는 이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달래거나, 군인인 만큼 계급으로 찍어눌러 훈련에 반강제로 참가시키는 등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불협화음이 이루어졌다.


특히 무서워서 난리 피우는 신병 때문에 허리춤의 홀스터에 자꾸 손이 가기도 했다. 마음 같아선 아예 쏴버리거나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고 싶지만, 어디든 제대로 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출발하지."


"옙."


훈련 당일이 되자, 영국제 장갑차 1대, 말 20필 오토바이 2대를 동원해 훈련을 위해 주둔지를 떠나 감염지대로 향했다. 목적지는 내가 예거와 싸웠던 피위시카로 어느 정도의 안전은 파악되었지만, 전략상의 이유로 버려진 마을이다.


주둔지를 떠나면서 피위시카를 향해 가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거의 다 온 시점까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으니깐.


"소대장님 눈이 옵니다!"


"젠장 하늘에서 똥이 내린다."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물론 한겨울에 내리는 비보다는 낫다. 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눈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준이었으며, 바람은 점차 거세졌다. 그러나 중부유럽인 만큼 러시아나 핀란드처럼, 우리가 모두 죽어 나갈 정도는 아니다. 최소한 눈과 바람이 거셌지 죽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었으니깐.


하지만 바람이 거세져,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광경에 스스로 좆됨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참고로 작중 시점은 1월 초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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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88 힘내자1
    작성일
    21.01.16 19:49
    No. 1

    작전중 눈이 온다는 것은 엿됐다는건데..으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오이비눙
    작성일
    21.01.16 19:51
    No. 2

    그것도 폭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백색수호자
    작성일
    21.01.16 20:37
    No. 3

    주인공은 좀비사태를 현대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측자 포지션인가요? 아니면 적극적인 좀비사태 해결사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오이비눙
    작성일
    21.01.16 20:41
    No. 4

    적극적 참가자입니다. 애초에 저 좀비 사태를 해결하려는게 아니라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되 그안에서는 자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역할로 하려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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