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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님의 서재입니다.

내 2차대전은 이렇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오이비눙
작품등록일 :
2020.12.26 11:29
최근연재일 :
2022.10.06 00:54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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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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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
글자수 :
488,032

작성
21.01.0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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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1쪽

1939년 9월 폴란드 (10)

DUMMY

"으아아아아...."


아 전역하고 롤하는 꿈꿨다.


근데 눈떠보니 나무 천장인 걸 보면 아직도 1940년대인가 보다. 아니 정확히는 1939년이지만. 몇 날, 몇 시간을 잤는진 모르겠지만, 온몸이 너무 아프다. 마치 군홧발로 멍석말이 당한 것처럼, 움직이려 할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으어어엉······. 설마 감염된 줄 알고 주변 인간들이 날 다구리한건가?


-철컹 철컹.


"뭐··뭐야?"


손목 쪽을 움직여보니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느껴진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손목에 채워진 것을 보니 수갑이로구먼. 뭐지? 이유가 뭐지? 왜 나한테 수갑을 채운 건데? 설마 독일군 무기 주워 썼다고 독일 측에서 항의한 건가?


그게 아니면 이상성욕이 없는 나는 철컹철컹 당할 일이 없는데?


"정신이 드시오?"


"여···. 여기가 어디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병원인듯했다. 주변의 침대에 나처럼 청색의 환자복을 입은 이들이 누워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어느 중년의 의사가 날 내려보고 있었다.


아씨 잠만. 왜 저 의사의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뭔가 소중한 게 없어질 거 같다.


"여긴 병원이에요. 안심하세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렇게 수갑을 채운 거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아니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 아니어라. 


왠지 의사의 입에서 내가 총의 맞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을 거라고 나올 거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의사가 한 말은 그저 현재 내 상태였을 뿐이다.


다만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우선 과로로 피로 누적에, 왼쪽 손바닥은 2도 화상, 오른쪽 어깨 탈골, 오른쪽 손목 염좌, 괴혈병, 위염, 충치, 양쪽 무릎에 타박상, 종아리에 자상 그리고 참호족까지 대체 그간 뭘 하셨던 겁니까? 아주 많이 죽을뻔했어요. 특히 충혈된 눈 때문에 감염된 줄 알았습니다."


"헐···."


충격적이다.


대체 나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왜 참호에 간 적은 거의 없는데도 참호족에 걸렸는지 알 수는 없겠으나, 의사의 말을 들으니 걱정된다. 폴란드에 식인 병이 창궐한 지금까지 제대로 씻거나 쉬고 음식을 먹은 적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기에 병이 난다고 생각은 했어도 저 정도일 줄 몰랐다.


이 정도면 전선 군인들의 종합병원일 거다.


"일단 4일 만에 일어나셨으니 우선 푹 쉬세요. 최소한 화상과 참호족은 치료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아······. 알겠습니다."


의사는 손전등으로 내 홍채를 한번 살핀 뒤 주변에 눈치를 주며 병실밖에 서 있던 헌병을 불러왔다. 그 독일군 헌병은 바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수갑을 풀었다. 양쪽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고 나니 손목이 아렸다.


그리고 잠시 손을 살펴보니 수많은 생재기가 나 있었으며 왼쪽 손에는 붕대로 감싸진 상태다. 힘을 줄 때마다 아프다.


이런 니미럴.


"그래도 다행이군요. 하사가 처음 쓰러졌을 때 다들 감염인 줄 알고 사살할 뻔했거든요."


"아니···. 하사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아 킴 씨는 아직 모르시겠군요. 축하드립니다. 현 시간부로 당신은 하사입니다. 일단 전시 진급이긴 해도 공로를 인정받아서니 자랑스럽게 여기시오."


그 말과 함께 의사는 내 옆의 탁자에 물병을 올려둔 체 유유히 사라졌다.


아 정말로 울고 싶다. 왜 내가···. 그것도 잘싸우고 경험 많다는 이유로 부사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렇게 부사관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전역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애초에 폴란드 이 인간들은 어디까지 상황이 안 좋으면 나 같은 옐로 몽키 사병을 하사로 진급시킨 걸까?


아무래도 엄청 굴려 먹겠다는 속셈이 보인다.


"자네 이제야 일어났는가?"


"하아······. 란다 대령님이시군요."


저 인간은 왜 또 오고 지랄인 건데? 


나한테 꿀이라도 발라놨나? 혹시 미래의 낙지가 어떻게 되고, 히틀러의 부랄이 짤부랄인지 아닌지와, 산타처럼 누가 반동분자인지 착한 아리아인인지 알고 싶은 걸까. 그게 아니면 K2 설계도라도 받아 가고 싶은 걸까.


날 갑자기 찾아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살아있어 정말로 다행이구먼.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에 엄청나게 놀랐어."


"그렇게 말입니다. 저도 무척이나 혼란스럽군요."


"그렇게 말이야. 나도 자네가 그렇게 잘 싸웠을 줄 몰랐구먼."


란다 대령은 옆쪽에 놓인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러면서 옆구리에 끼고 있던 신문을 펼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문은 절반가량은 '총통님 축지법 쓰신다'거나 '낙지가 없으면  새 독일도 없다.' 같은 선전물이나 독일찬양이었다.


왜 이 인간은 굳이 내 앞에 와서 신문을 읽는 것일까?


"흠···. 역시 프랑크푸르트 차이퉁이 좀 객관적이구먼."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그야 또 식인 병 이야기지. 포르투갈과 그리스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군."


"하아······. 그렇군요."


놀랍지도 않다.


애초에 전X병 주식회사를 한판만이라도 한 사람이면 누구나 보균자가 탄 배나 항공기로 병이 다른 나라로 전염된다는 걸 알잖나? 그러니 땅으로 붙어있는 그리스나, 스페인 내전의 여파로 개판인 이베리아반도에서 감염자가 보이는 건 이상하지 않을 거다.


아마 지금쯤이면 오스트리아 동부, 헝가리, 소련 서부 그리고 발칸 등지에서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갈 것이다.

거기다 아직 미국이 2류 열강인 미합'중국'인데다가, 해군만 제대로지 육군은 반병신인걸 고려하면, 아무래도 지구는 망한 거 같다. 


"아 그건 그렇고. 얼마 전 주신 담배에 이상한 게 있어서 여기 돌려 드리겠습니다."


"뭐가 말인가?"


내 군복이 어딨더라···. 아 그래 여기 있다.


바로 옷걸이에 걸린 군복에서 담뱃갑을 꺼내 그 안에든 내 이름표를 돌려주었다. 일단 내 이름에 비슷해 보이지만 일단은 저거 내게 아냐. 정확히는 지금은 내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러니 똑같은 김현일이라 적혀있지만 아무튼 아닙니다.


그냥 이름이 같을 뿐입니다.


"이거 자네의 것이 아닌가?"


"그럴리가요. 그저 조선어로 이름만 같을 뿐입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에 앉은 남자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내게 좋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다. 단순히 나치라는 편견이 아닌, 이 사람 자체가 무섭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보고 날 의심하는 걸까?


"난 참 자네가 신기해. 극동의 동양인인 자네가 어째서 폴란드 땅에서 군인을 하는지부터 그리고 크라쿠프에서 바르샤바를 거쳐 여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까지."


"제 모든 것이 궁금하시단 거군요."


"그래.  특히 아무리 자네가 외국인 이민자라도, 1939년 이전의 기록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궁금하네."


"그야 제 신분증에 적혀있을 텐데요? 불법 이민자라 시민권을 위해 군에 입대한 거라고."


"....뭐 알겠네. 자네가 그 자세로 나온다면, 독일군인 나로서는 더는 어쩔 수 없지."


대령은 벗었던 모자를 다시 쓰고 읽고 있던 신문을 접기 시작한다. 


갑자기 체념했다는 반응을 보이자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 분위기상으로는 끝까지 추적하고 가죽까지 벗겨서라도 자백하게 할 그런 남자로 보였기에 그런 반응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혹시 이제는 허울뿐인 국가라도 타국의 소속이라는 점이 날 살린 걸까?


"어차피 폴란드 내의 정보망도 붕괴한 시점이라 이제 떠나야 하거든."


"본국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와 존나 다행이다.


어째서 내가 멀쩡히 살아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보다 저 양반이 이곳을 떠나 독일로 가버린다는 것이 더 설렐까? 40 넘은 아저씨 때문에 설레는 건, 행보관 이후로 난생처음인 것 같다.


애초에 그런 거로 설레면 안 되잖아.


"그래 나 같은 정보국 요원이 전선에 있어봤자 민폐니, 본국에서 부르면 바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그렇군요."


"이만 가보겠네. 지금 바로 본국으로 귀환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세."


말을 마치자마자 란다 대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본다면 '왠지 지금은 기회가 안돼서 포기하지만, 다시 만난다면 뿌리까지 털어내 주겠다'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대체 저들은 내가 팔아먹은 군장과 군복에서 무엇을 본 걸까?


오히려 물건의 주인인 내가 더 궁금하다.


"하아...."


그래도 단순히 한스 란다 그 남자가 떠난 것만으로도 숨통이 쉬어진다.


애초에 그 남자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 힘들다. 특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가 다 무섭다. 최소한 행보관은 볼 때마다 작업을 시켰기에 대응은 쉽지 그 남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만약 바르샤바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이 이곳에서 치료 중 발견되었다면 어떻게 대체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없다.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오히려 다행이다.


"킴 일병···. 아니 킴 하사 자네 드디어 일어났는가?"


"주···. 중대장님."


이번에는 중대장이 날 찾아왔다.


대화한 시간이 적고 이름도 모르는 상대라 하더라도 란다 대령에 비하면 편하다. 거기다 그가 날 보는 시선에는 호감이 담겨있었다.


이제야 정상적인 사람과 대화한다.


"조금 전 란다 대령이 왔다 갔다면서?"


"네 독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다며 인사하러 온 것이랍니다."


"그런가?..."


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진다. 아마 그도 란다 대령을 상당히 경계 하나 보다. 아니 애초에 어느 군인이 타국이든 자국이든 부대 안을 돌아다니는 정보요원을 경계하지 않을까? 단지 우리 폴란드군이 이곳 독일 영토에서는 그저 피난민이라는 신분이기에 드러내지 않을 뿐 이겠지.


그 뒤 그는 내 상태를 살폈다. 그러는 동안 한가지 기본적인 것에 의문이 생겼다. 일단 저 대위가 내 새로운 지휘관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름이 뭐지? 만나자마자 전투에 투입돼서 듣지도 못했다.


"실례지만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렇군. 하긴 그때는 급히 전투에 투입해서 이름 정도 알려줄 시간이 없었구먼. 내 이름은 비톨드 필레츠키네. 그리고 계급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따로 말 안 하겠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권했다.


이에 나도 그나마 멀쩡한 왼손으로 그의 손으로 잡았다. 실례가 되더라도 접질려서 퉁퉁 부은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붕대를 감았을 뿐인 왼손이 더 나았다.


"의사 말로는 상태가 심각하다더군.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그의 대답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경례를 했다.


필레츠키 대위도 웃으며 내 경례를 받아주었다. 그러고는 내게 손에 쥐고 있던 한가지 서류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리고 축하하네. 자네에게 용맹십자장이 수여 될 거라는군."


"네?"


이런 젠장. 


관심 오지게 받게 생겼네


작가의말

훈장 => 잘싸우는 병사 인증마크


추가로 용맹십자장은 폴란드의 훈장으로 전쟁에서 우수한 용기를 내어 싸운 병사들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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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병신량 보존의 법칙 (1) +6 21.01.08 1,503 38 11쪽
» 1939년 9월 폴란드 (10) +5 21.01.07 1,486 43 11쪽
10 1939년 9월 폴란드 (9) +6 21.01.06 1,456 46 12쪽
9 1939년 9월 폴란드 (8) +8 21.01.05 1,509 46 11쪽
8 1939년 9월 폴란드 (7) +3 21.01.04 1,561 43 10쪽
7 1939년 9월 폴란드 (6) +2 21.01.03 1,574 39 10쪽
6 1939년 9월 폴란드 (5) +9 21.01.02 1,60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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