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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님의 서재입니다.

내 2차대전은 이렇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오이비눙
작품등록일 :
2020.12.26 11:29
최근연재일 :
2022.10.06 00:54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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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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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
글자수 :
488,032

작성
20.12.30 16:58
조회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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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0쪽

1939년 9월 폴란드 (2)

DUMMY

"시바 여기는 또 어디야?"


낭패다. 숲 한복판에서 길 잃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길을 맞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독일령 동프로이센은 북쪽에 있으니 그냥 북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눈앞에 갈림길이 있으니 어디가 맞는지를 모르겠다.


애초에 지도가 있어도 읽을 줄도 모르는 데다가, 한밤중이라 길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시발 그냥 자살하고 싶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니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겨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이 악몽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어졌다. 생각해봐라. 누가 전역 날 두돈반에 치이고 눈떠보니 1939년 1월의 폴란드군 징병 검사장인 걸까? 심지어 말을 탈 줄 안다며 폴란드군 기병으로 입대한 것까지는 어떻게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2차대전이 아니라 정작 루마니아발 좀비 팬더믹이다. 그것도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게 아니라 총탄에 사지가 날아가고 사람을 물어뜯으려는 좀비들 말이다. 이런 일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건 2달이 다 돼가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저 절망스럽다.

이딴 상황은 B급 영화라 하기에도 쪽팔린다.


"찝찝해...."


그냥 자살하고 싶다. 


아냐······. 머리통을 직접 날려버리는 건 너무 과격해······. 진짜 죽을 수도 있고, 나는 아직 살고싶다고. 


겁이 나고 아직은 살고 싶다는 갈망이 더 컸는지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를 정차하는 동안 감염자들의 피들이 말라 핸들에 들러붙은 내 손을 떼어,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피와 기름이 눌어붙은 딱지가 쩍쩍 갈라지고 끈적이고 몇 시간 동안 핸들을 붙잡고 있었는지라 얼얼했다.


피투성이인 손을 보니 피 냄새를 오래 맡고 있어, 원래라면 토했어야 정상일 비린내가 잘 맡아지지 않는다. 손뿐만이 아니라 옷과 얼굴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한숨만이 나왔다. 단순히 불쾌감만이 아니라 잘못 닦아내다 작은 상처가 생기고 혈액으로도 감염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건 생각하기도 싫어...


"뭐야? 왠 교회야?"


그러던 중 눈앞에 작은 교회가 보였다. 


오는 길에 모든 사람이 피난 간 마을을 지나치긴 했으나 이런 숲속에 저런 교회 하나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주변에 어떠한 감염자가 보이지 않으니 잠시 휴식 정도는 하고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우물이 있다면 피가 묻은 것을 씻어낼 수도 있겠지.


-철컥.


"아무도 없습니까?"


교회는 대문이 달리지 않은 낮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이 사는 것처럼 너무나 잘 정돈되어 있었고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공이 굴러다니는 모습이 마치 보육원이나 보육원을 겸업하는 듯 했다.


피난을 갔더라면 창문과 문을 굳게 잠가둬야 했을 건물이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자 조심스럽게 권총을 든 체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라면 지나쳐야겠지만 이틀 가까이 자지 않은 상태라 조금이나마 씻고 휴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총탄은 이제 탄창 하나 분량인 8발밖에 남지 않았는지라······. 제발 아무도 있지 않길...


-턱!


"아무도 없나...."


운동장에 굴러다니는 짱돌을 벽에다 던져 소리를 내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애초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지라 나는 랜턴에 의지하며 우물을 찾았다. 갈증은 나더라도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을뿐더러 당장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내고 싶었다.


랜턴 하나에 의지해가며,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눈앞을 헤집고 교회 건물을 한 바퀴를 돌아가며 우물을 찾았다. 아직 시대상 이런 숲속 건물까지 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기에 분명 우물로 물을 공급 받을 것이다. 건물 옆에 놓아둔 화분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 건물 뒤편에 놓인 우물을 찾을 수 있었다.


"에이씨···. 닫아뒀네..."


우물에 가보니 우물은 커다란 나무판자들로 막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자물쇠로 잠가두지는 않은 상태라 나무판자들을 들어내어 우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비록 물에 젖은 판자들이 무겁긴 해도 혼자서 들어낼 수 있었다.


-풍덩!


두레박을 던지지 안에서는 청량한 물소리만이 들려왔다. 우물안에 퉁퉁 불어 오른 감염자가 있다는 전개는 피하고 싶었는지라 너무나 다행이다.


도르래를 굴려 물을 떠낸 뒤 바로 수통을 채우고 세수를 했다. 지하에서 막 퍼낸 차가운 물이더라도 더위가 장난 아닌 여름이라 그런지 시원한 게 살 것만 같았다. 군복에 묻은 피는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손과 얼굴만은 힘줘가며 씻어내던 중 갑자기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철컥.


"꺄악!"


혹시 감염자가 나타났나 싶어 바로 허리춤에 꽂아둔 권총을 뽑아 뒤돌아 조준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피투성이에 창백한 감염자가 아닌 촛불을 든 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날 보고서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저기···. 수녀님..."


"사···. 살려주세요! 부디 아이들만은 제발!"


이런 반응은 나라도 상처받는다.


나를 무슨 살인자나 무장탈영병으로 보는듯하다. 애초에 총을 겨눈 데다가 한밤중에 자기 집 우물에서 왠 피투성이 군인이 씻고 있으면 누가 겁먹지 않을까?


"잠시만요. 오해가 있는 듯 한데···. 저는 절대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 그러면 옷에 묻은 피는..."


"당연히 식인 병 감염자들의 피죠."


대체 이 아가씨는 날 뭐로 보는 걸까?


나는 절대로 당신이 생각하는 범죄자가 아니야! 21세기에서는 하루에 담배 한 갑씩 펴서 담뱃세 꼬박꼬박 내고, 1939년에 떨어졌을 때는 정당하게 밥 빌어 먹으려고 재입대한 선량한 시민인데. 아무리 옷에 피가 묻어있고 야밤에 쳐들어왔다고 무슨 범죄자 취급을...


이런 오해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그···. 식인병이라니 혹시 남부에서 난리라는 전염병 말인가요?"


"무슨 소립니까? 지금 그거 때문에 수도가 불타오르고, 나라가 거의 무너져 내리는데······. 아니 그전에 수녀님 당신은 왜 피난 가지도 않은 거요? 지금 이 지역에 피난령 떨어진 지가 언젠데."


"피···. 피난령이라니 그런 건 듣지도 못했는데요?"


이런 세상에...


아무리 숲속에 이런 교회가 있다더라도 어떻게 이 난리가 되는 와중에도 아무런 소식을 듣질 못한 걸까? 여성의 말에 어이가 없어 이마를 때렸다. 이쯤 되면 이 사태에도 이곳에 남아있는 이 여성이 더 수상할 지경이다. 혹시 인신매매범이나 범죄자는 아닌 걸까?


무슨 소설 보면 이런 데 있는 교회는 꼭 이상한 데인 경우가 많던데...


"그건 됐고 당장 짐 챙기십시오. 지금 바로 동프로이센으로 가야 합니다."


"제가 유대인인지라···. 그쪽으로 가기에는..."


"아니 지금 나치 놈들보다 감염자들이 더 위험하다고 이 여자야! 아이들까지도 감염자들한테 산채로 물어뜯어 먹히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당장 짐 챙기십시오! 지금 트럭이 밖에 있으니 못해도 10명은 넘게 태우니깐!"


"아···. 알겠어요!"


내 고함에 여성은 안색이 창백해진 체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라면 나 혼자 도망갈 수 있지만, 눈앞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그것도 아이들까지 버려가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다 해가며 살아남고 싶지. 


그녀가 떠난 뒤 얼굴과 손에 묻은 물기를 대충 털어낸 뒤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2층 건물이라 그런지 안에 있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을듯한 것이 트럭에 전부 태울 수 있을 거 같아 천만다행이다.


"수녀님. 이 교회에 있는 사람들은 총 몇 명입니까?"


"저···. 저 포함해서 12명이요. 그리고 전 수녀가 아니에요. 원래 이 보육원 출신이라 맏이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거고요."


"죄송하군요."


여성은 건물 위로 올라가며 곤히 아이들을 깨우고 급히 짐을 챙기고 있었다. 물론 외부인인 내가 안으로 들어가 피난 짐을 챙기는 건 도와주기는 뭐한지라 계단 앞에 서서 망을 보았다. 아래에서도 아이들의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그녀는 다급하게 돌아다녔다.


"짐 다 챙기셨나요?"


"일단 옷가지랑 귀중품 정도만 챙겼는데···. 혹시 더 필요한 거 있나요?"


"아뇨 그쯤이면 됩니다."


30분가량을 기다리니 급히 옷을 챙겨입은 여성과 아이들이 가방을 하나씩 든 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겨울까지 생각한다면 옷을 더 챙겨오는 것이 맞겠지만, 아직 무더위가 기승인 여름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 많이 챙기는 것도 문제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군인 오ㅃ···. 아니 아저씨야. 지금 괴물들이 나타나서 트럭을 타고 도망가야 하니 조금만 참아주길 바라."


아이들 중 작은 소녀가 날 올려다보며 물었고 고개를 숙인 체 최대한 웃으며 답했다. 다만 나이 23에 아저씨 소리 들은 것이 좀 충격적이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아 2달 동안 면도 안 했구나....


"일단 정문에 트럭을 세워뒀으니 따라서 오세요."


"아···. 알겠어요."


"이런 시발."


권총을 든 체 앞장서서 교회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동틀 녘이라 그런지 해가 뜨기 시작해 조금은 밝아졌다. 그대로 대문까지 달려가서 트럭을 타면 되었지만, 트럭의 주변을 보자마자 바로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뒤돌아 뒤쪽의 여성에게 말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세요."


"예? 아니 왜요?"


"지금 밖에 감염자들이 있어요."


지금 트럭 주변에는 감염자들이 있다. 복장을 보아하니 감염된 아군이었으며, 그 수는 무려 1개 분대 규모인 9명이었다.


시발 권총은 8발이 전부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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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선 오리엔테이션 (1) +17 21.01.15 1,480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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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병신량 보존의 법칙 (5) +10 21.01.12 1,411 44 13쪽
15 병신량 보존의 법칙 (4) +4 21.01.11 1,422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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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939년 9월 폴란드 (9) +6 21.01.06 1,452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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