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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20,444
추천수 :
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0.07.17 06:30
조회
332
추천
10
글자
17쪽

외전 2장 7화 – 미꾸라지도 큰물에서 자라면 메기가 된다(1)

DUMMY

찰박찰박-


“잡아라!”


수십에 달하는 사내들이 물 안으로 뛰어들어 이리 저리 고함을 치며 물고기를 몰기 시작했다.


맑은 물이 흘러야 하는 시내는 어느새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으로 인해 흙탕물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으니 나무로 만든 발과 그물이 이루어진 한 구석으로 몰려든 고기 떼는 첨벙이며 물 위를 뛰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요동치며 사방으로 물살을 일게 하고 있었다.


“월척이다, 월척이야!”


가난에 찌든 백성들이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한두 마리라도 제게 떨어질 고기 때문이었다.


“아랫것들이 꽤나 즐거워 보이는군.”


“살기 힘든 시절인건 맞으니까. 저리 제가 속한 집안에서 고기라도 잡으면 제 가족들 입에 뭐라도 물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새끼를 꼬아 만든 망태기를 비롯해 갈대 잎으로 엮은 통발을 들쳐 메고 즐거워하는 이들의 위로 풍광 좋은 곳에 자리를 깔고 앉아 조선시대의 양반마냥 신선놀음을 즐기는 두 사내가 있었다.


그나마 봐줄만한 것은 딱히 그들의 복색이 화려하지 않으며 그들의 앞에 차려진 상 또한 박주를 포함한 가벼운 나물과 풀떼기 위주로 차려져 있었다는 것.


헌데 그 두 사내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한쪽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생김새인 것이 평범한 신장에 비해 그 몸집이 마치 멧돼지 같이 튼실해 보여 문인이 아니라 무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와 반대편에 자리한 이는 그보다 조금 더 큰 신장을 지닌 듯 하였으나 지극히 선비다운 외모에 그 체형 또한 옆으로 퍼지지 않았으니 참된 문사의 느낌이 강한 사내였다.


“백성이 고단하니 나라에서 이를 구제해야 하나 어디 작금의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본 적 있는가? 결국 힘든 시절이라 함은 잘못된 것들이 모인 결과일세.”


“관료의 부정을 일컬음이야?”


“관료만의 부정은 아니지.”


“허 자원이나 다를 바 없는 말이로군.”


“내 앞에서 더는 그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지금은 딱히 신경 쓰지 않으려하고 있으니까.”


“원도, 자네......”


멧돼지와 다름이 없는 체구에 허유를 알고 있는 자.


꽤나 오랜만에 그 모습을 비추는 봉기는 오랜만에 마주한 인연에게 더는 허유의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보다도, 정녕 본초 공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은 없는가?”


“........”


“집안의 힘이라면 내 바라지도 않아. 그저 자네 같은 이가 어찌 본초 공과 함께 행동하지 않는지 나는 그것이 더 안타까울 뿐이니 이리 매번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애가 탈 뿐일세. 행여자 자네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그것이 두려우이.”


“이 이야기 또한 그만하세.”


봉기가 그러하듯 봉기와 마주한 이 사내 또한 그에 대한 대화를 거부했다.


서로 닮은 생김새와 성향을 지닌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 같은 두 사내가 이리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연의 만남이기도 하나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어린 기재들의 현실을 성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허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해보세. 이건 괜찮은 거겠지?”


“이를 말인가? 나 또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나 자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몇 있음이야.”


쪼르르르-


탁배기 위로 떨어진 박주가 쓴내 나는 주향을 퍼트리며 서로의 잔에 채워지자 가벼이 한 잔씩 이를 들이킨 그들은 뜨겁게 오르는 속을 달래기 위해 제 앞에 자리한 나물 몇 점을 씹으며 천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게는 변방의 일들에서부터 작게는 각주에서 들려온 풍문이나 이야기들 또 장사치들이나 저자의 이들이나 즐길 법한 뛰어난 무용을 지닌 유객(幽客)들의 이야기까지.


그러한 와중에 그들이 함께 탄식을 금치 못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바로 형주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도 최근 들어 잠잠해졌던 남양이 다시금 시끌벅적 해지는 매우 흥미가 이는 이야기로써 쉬이 이야기를 나눠도 딱히 위험할 것이 없는 유협들과 도적을 비롯해 일군에 가까운 무리를 일구고 있는 무법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남양쟁패라 하지. 사실 이는 호사가들이 꽤나 즐겨할 법한 이야기이네만, 지난날 중상시인 곽 상시가 내려왔던 이후 벌어진 그들 간의 이권 다툼에 절정에 잘했는데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그러한 일들이 다시금 벌어졌다고 하네.”


“그래, 뭐 남양태수가 그로 말미암아 골치를 썩는다는 이야기는 내 들었네. 다만 남양 내부의 일만은 아니라면서?”


남양에서 마주했던 허유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는지 잠시 얼굴을 찌푸리던 봉기는 저 또한 들어본 바가 있다는 듯 그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의를 표했다.


“야견이라 불리는 자가 벼슬자리에까지 올라가며 쥐었던 남양에 왠지 모르게 그의 수하들이 많이 빠졌다 하더군. 해서 그 주변에 자리한 군현에 속한 이들이 풍족한 남양을 노리는 모양일세. 물론, 야견이라 불린 이 말고도 노삭이라 하던가? 짐승을 닮은 살귀가 이끄는 이들이 있다하는데 또 의외로 이들의 영향력도 적은 것이 아니라 하더구만.”


“형주야 고래로부터 거친 자들이 많았지. 변방은 아니라 하나 장강 하나를 두고 남방과 마주하기기도 하고 험준한 산세와 함께 익주를 마주하기도 했지. 풍요로운 들과 중원을 마주한 부분도 있고. 각주의 특색이 골고루 섞여있으되 전신인 초의 흉포함도 남아있다 해야 할 것이야.”


봉기 또한 곽승의 사열을 지켜봤던 사람이다.


거기다 제 고향의 이들 중 엇나간 성정을 지닌 이들의 습성을 자주 지켜봤던 기억도 있고 말이다.


관이 바로 서있을 때야 딱히 문제가 없으나 관이 바로서지 않으면 언제고 덜떨어진 것들이 무리를 뭉쳐 온갖 이권을 탐하려 하다 보니 봉기의 기억 속에서도 남양은 주먹다툼과 칼부림을 비롯한 패싸움이 빈번히 벌어지는 동네이기도 했다.


“허나 참으로 대단한 것은 남군의 여러 이들을 비롯해 강하에 속한 이들까지 눈독을 들이는 와중에 큼지막한 마찰이 많았다는 것이야. 그럼에도 그 어느 곳 하나 쉬이 뚫지 못한 채 여전히 입맛만을 다신다고 하지. 들리는 이야기로는 간간이 벌어진 싸움이 격하다 못해 대단하다 하는데 그것이 그저 그런 왈패들의 구역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하네.”


“본디 남양이 그러하지. 형주의 주도 아니겠는가? 내 어릴 적부터 살길 찾아 들어온 외부인들, 이권다툼의 밀려나 새 출발을 꿈꾸는 이들까지 꽤나 많은 이들을 보았어. 아랫것들 사이에서도 죄를 짓고 도망쳐 들어온 이들이나, 남의 호패를 쥐고 타인 행세를 하는 이들까지 온갖 놈들이 다 있었지. 결국, 그 모든 것은 남양이 발전된 지역이기 때문이야. 남양 상계에 발을 걸치려는 타주의 상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만으로도 쉬이 알 수 있지. 다만, 내가 이야기하는 그것에 자네가 흥미가 일진 않았을 터이고......, 혹시 병법이라도 나왔기 때문인가?”


봉기는 제 지인이 최근 들어 병서를 파헤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주객이 온전히 전도 된 것이, 고된 학업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려 우연치 않게 병서를 읽던 그가 이제는 본래의 유가적 공부를 내려놓고 병서 자체만을 파고들고 있다.


“놀라운 일이야.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 사람이 제 아무리 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발버둥을 친다지만 그간 남양에서 벌어진 신구패들 간의 일에서부터 최근 들어 벌어진 일들까지 그 풍문을 조합해본다면 이건 작은 전쟁이나 다름이 없네.”


“쯧, 이 사람. 다 좋은데 그 호사가들이나 떠들 법한 풍문 따위를 너무 믿지는 말게. 나도 그러한 풍문을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무법자들이 검진을 짠다는 이야기서부터 전투에서 항상 금적금왕의 원리로 상대의 병력을 지휘하는 이들을 선별적으로 노린다는 빤한 이야기는 할 일 없는 이들이 제 희망사항을 덧씌운 것들 아닌가? 거기다 노삭인가 뭔가 하는 그 이는 기다란 극으로 사람을 찍어 낚는다면서? 대낚시도 아니고 사람이 극에 찍혀 올라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명가의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 힘든 일이라면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을까?


그간의 공부로 인한 폐해가 심했던 것인지 가볍고 사내의 호방함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에 과한 관심을 쏟는 지인에 대해 작은 걱정이 드는 봉기였다.


물론,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닐 터이나 그의 귓전에 들려오기 이전에 호사가들이 뿌려둔 거짓은 정녕 거짓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그 말주변도 없이 묵묵하고 조용하던 그가 이럴 때만큼은 어린 아해마냥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보약이라도 한 첩 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과장이 들어갔겠지.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거짓이라 일관할 수 없겠어. 내 딱히 멀리 나설 수 없기에 이리 자리하고 있으나 그간에 여러 계층이 이들로부터 꾸준히 들어온 것이 있으니 이를 교차해보면 딱히 무시할 수 없는 것만도 사실일세.”


“그래봤자 치안을 어지럽히는 미꾸라지들일 뿐이야. 제깟 놈들이 날고 긴다 해봐야 관을 이길 순 없을 것이네. 실제로 관이 해야 할 일 또한 그리 설치는 무지렁이를 제압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글쎄......, 과연 그러할까?”


“이 사람, 왜 또 그런 반응인가?”


“아니, 그냥. 내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니나 그간 지켜봐온 또 들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꼭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다들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며 달라진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어쩌면 세상은 꼭 정해진 법도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제 아무리 큼지막한 메기라 해도 작은 물에서 노닐면 그저 그런 미꾸라지가 되는 법이고, 작은 미꾸라지라 해도 큰물에서 놀면 메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순리와 흐름은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닐세. 그 잘난 극적인 변화는 왜 하필 본초 공에겐 없었는가? 제 아무리 작금의 본초 공을 젊은 청류의 중심이라 외치나 그래도 여전히 서자이며 원가의 그늘 하나 벗어나지 못한 채 발버둥을 치고 계시지. 그걸 지켜보는 내 심간이 찢겨질 지경이야. 처절하지,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말이야. 그 잘난 극적인 변화가 자네가 지켜본 여러 이들의 삶을 바꿨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다수에게 있어선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네. 결국 메기는 메기이고, 미꾸라지는 미꾸라지일 뿐이야.”


제 지인인 봉기가 제 사고를 이해해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저 아래 여전히 고기를 손질하는데 여념이 없는 가노들을 보며 박주를 들이키는 봉기를 살피던 그는 들릴 듯 말 듯 조용한 혼잣말과 함께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 그래서 어쩌면 내 원공에게 출사를 거부했는지도 모르지.’


“자네 지금 뭐라 했는가?”


“아닐세, 자네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네. 나 또한 그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크니까.”


봉기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조용하고 차분한 지인이었기에 행여나 제가 무언가를 놓친 것이 있는가 싶었으나 그 반응을 보아 딱히 제가 실수한 것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하고프면서도 가까이 하기 힘든 이.


저와는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면이 너무나도 많았던 이이기에 그 행동 하나하나에도 조심스러워진다고나 할까?


거기다 제 명성이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하나 가히 명가인 순가에 비빌 것은 아니었기에 더더욱 선을 넘게 될지 모를까 자꾸 움츠러들게 되는 불편함도 존재했다.


“뭐, 아무튼. 자네가 그리고 그쪽 일이 궁금해 한다면 사람을 풀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아니면 새로 남양 출신의 이들이라도 가노로 받아들이게.”


“그것도 좋겠지.”


허나 그렇다 한들, 고작 한 푼도 아니 되는 그 불편함에 앞으로 자신들에게 큰 힘이 될지 모르는 기재를 쉬이 포기하고픈 마음도 없다.


제가 본초를 모시며 꿈꾸던 올바른 치세를 위해서 또 청류가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명가를 대변할 한축이자 순가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일 요체였다.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라고는 하나, 어찌할 순 없다.


진심을 담아 제가 상대를 대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 또한 이러한 제 입장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 때문에 그저 제가 하는 것이라곤, 간간이 여유가 될 때마다 이리 얼굴을 비추며 그의 벗으로 또 그의 말동무가 되어 지속적인 친분과 설득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일뿐.


허면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도 마음을 열고 원 공의 품에 안기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떠날 시간이 돌아오게 되었음을 느낀 봉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배웅하기 위해 같이 일어서던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보게, 공달.”


“왜 그러는가?”


“나는 자네가 지향하는 올바름이 보다 곧았으면 좋겠네. 때때로 자네의 올바름은 너무 넓은 것이라 바르지 않은 것들마저도 포용하지 않은가 싶어. 하지만 반대로 그 넓음이 있기에 자네라는 이가 빛이 나는 것이겠지. 그래서 나는 내 갈 길만을 갈 생각은 없네, 이것은 모두를 위한 길이고 많은 이들이 동참하는 길이야. 허니 그 대로를 우리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어.”


“알고 있네. 내 그래서 이리 자네가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흔들리는 법이겠지.”


“......다음에 또 찾아오겠네. 허면 부디 몸 보증하며 잘 지내고 있게.”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며 밖을 나서는 봉기를 배웅한 순유는 그길로 언덕을 내려가 제 집안에 속해있는 가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파닥이며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정리 또한 거진 끝이 났고, 남은 것이라고는 채 내장조차 손질하기 민망한 자잘한 고기들이 자리하고 있을 뿐, 그 외에 큼지막한 고기들은 벌써 먼 길을 떠나고 없었다.


봉기와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힘 좋은 사내종들이 이를 매달고 돌아간 탓이다.


“남아있는 물고기는 이것들뿐인가?”


아이들이 한입에 삼켜도 무리 없을 작은 고기들의 향연에 순유는 천천히 그 물고기들이 담긴 망태기를 쥐어 들고는 급작스레 이를 물가로 던져버렸다.


첨벙-


“나, 나리!”


“맑게 솟아난 샘물의 아래 계곡이 흐르고 계곡물이 힘을 얻어 시내가 되며 시내가 커져 강하(江河)가 되고 그보다 더 멀리 나아가 바다로 이르게 된다. 하물며 그런 물에 사는 고기라고 다르랴? 사람이 태생과 배경이 중하다 한들, 세상의 변화를 맞이하는데 있어 어찌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을까? 유객(遊客)이 나라를 세웠고, 천녀(賤女)가 하늘에 자손을 배었으며 장사치가 일국을 좌지우지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청사(靑史). 차면 기울고 기울어 사라지면 다시 차오르는 것이 순리라 했으니, 천한 이가 귀해지고 귀한 이가 천해지는 것 또한 순리라면 순리. 나는 그래서 원가를 주인으로 모실 수가 없고, 언젠가는 미꾸라지가 메기가 될 것을 믿는다.”


튀어 오른 물살과 함께 그 아래로 빠르게 사라지는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를 지켜보던 순유는 제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특히나 물고기를 보고 있자니 방금 전 봉기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생각이 났는데 아무래도 제가 안면이 있던 이들 중 물고기를, 특히나 메기를 닮아있던 허유의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허 자원 또한 결국에는 본초의 휘하를 벗어난 것이겠지. 남양에 있던 그가 연락이 끊기다 돌연 자리한 곳은 낙읍이었고 또 우연치 않게 시어사의 속관이 되어 도성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 또한 제가 살던 곳을 벗어났던 것이다. 작은 메기가 실개천을 넘어 강과 바다로 뛰어든 격일지니 원도 그 친구는 그런 자원의 재주를 아까워할 터이나 이미 넓고 깊은 물속에 몸을 담군 메기를 어찌 이전과 같이 잡을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야생의 본능이란 것이 그러하듯 작금의 순유는 허유라는 물고기는 원소라는 못을 벗어난 존재라 생각하며 이해하고 있었다.


허나 사람이란 본디 못이 되었건 울타리가 되었건 제가 만든 보금자리를 빠져나가는 그 자연의 본성을 좋지 않게 보는 바, 지금의 제 주변에 자리한 가노들 또한 허유를 놓친 봉기와 다를 바 없는 얼굴빛을 띄고 있었다.


어느새 사방으로 흩어진 것인지 빈 망태기 주변에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보며 그들은 상심이 가득한 얼굴과 함께 입맛을 다셨으니, 결국 이를 지켜보던 순유가 직접 그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다 자라지 못한 어린 것들을 먹어봐야 무엇 할 것이냐? 차라리 저것들이 크게 자라 살을 찌운다면 훗날 더 배부른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니, 정 배를 곪는다면 내가 따로 곡식을 내어줄 것이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거라.”


그제야 얼굴이 핀 가노들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남은 망태기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지켜보던 순유는 다시금 제 앞에 자리한 물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허 자원뿐 아닐 것이야. 메기가 되려는 미꾸라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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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외전 2장 6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6) 20.07.16 332 8 18쪽
161 외전 2장 5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5) 20.07.15 320 9 19쪽
160 외전 2장 4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4) 20.07.14 350 9 16쪽
159 외전 2장 3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3) 20.07.13 340 6 17쪽
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2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79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8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2 8 23쪽
154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08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8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398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399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4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1 8 23쪽
148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2 9 17쪽
147 2장 53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5) 20.06.27 430 7 17쪽
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6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8 7 23쪽
144 2장 50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2) 20.06.24 416 9 16쪽
143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4 12 18쪽
142 2장 48화 – 알력의 예고와 연(3) 20.06.22 412 11 25쪽
141 2장 47화 – 알력의 예고와 연(2) 20.06.21 415 9 25쪽
140 2장 46화 – 알력의 예고와 연(1) 20.06.20 432 12 21쪽
139 2장 45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5) 20.06.19 441 8 20쪽
138 2장 44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4) 20.06.18 426 12 17쪽
137 2장 43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3) 20.06.17 428 12 25쪽
136 2장 42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2) 20.06.16 462 9 25쪽
135 2장 41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1) 20.06.15 457 11 17쪽
134 2장 40화 –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쉬이 알지 못한다(4) 20.06.14 458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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