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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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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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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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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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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28쪽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DUMMY

“심도 깊은 것인데?”


“받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받고자 하는 것이라? 이것 참, 이것저것 조건이 많구먼그래. 헌데 탐하는 것이 많은 만큼 내어줄 것은 있는가? 내 다른 것은 몰라도 셈 하나만큼은 딱히 상인들에게도 밀려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눈가에 호선을 그리며 여유를 보이는 하운이 말꼬리를 되씹었던 것은 그만큼 내건 조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가 질서와 균형을 위한 암묵적 규칙이니 별다른 문제가 없고, 또 막상 내어줄 것도 그리 크지 않는 일종의 합의라 말할 수 있으나 그 자잘한 것들도 여럿이 되면 들어주는 이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허나 그럼에도 야견은 여유가 있었다.


하운에게도 또 하운의 뒤에 자리한 황후에게도 득이 될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버금가는 큼지막한 선물도 제가 쥐고 있질 않은가?


“사람 사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욕구라 봐야 단 세 가지 뿐이지요. 죽지 않는 것, 잘 먹고 잘 사는 것, 남들의 위에 서는 것. 헌데 남들보다 가진 것 많고 힘 있는 이들조차도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이들과 같은 꿈을 꾸니 그래서 세상이 요지경인 것 아니겠습니까?”


“해서?”


“죽지 않는 것이야 신이 아니니 들어드릴 수는 없고, 이미 지금만 하여도 충분히 잘 드시고 잘 살고 계시니 이 또한 들어드릴 연유는 없지요. 허나 단 한 가지 남들의 위에서는 것 그 하나만큼은 들어드릴 수 있다 생각합니다.”


- 흐하하하하하!


제아무리 주제도 모르는 젊은 관리의 포부라지만 당차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주제를 넘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조등이라는 뒷배도 중상시라는 환관의 정점의 오른 저를 끌어내릴 순 있어도,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줄 순 없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정점이거늘, 그 위가 없는데 대저 어찌 그 위를 바라본단 말인가?


허나 그렇기에 하운은 그 말도 아니 되는 허언에 제 무릎을 치며 크게 대소할 수 있었다.


주제도 모르는 이의 주제도 모르는 행동은 아해들 재롱마냥 지켜보는 재미가 존재하는 법이니까.


“내 살다 살다 이런 농은 또 처음이로다. 농이되, 농이 아닌 농이라? 중상시라 더는 오를 수 없는 이 높은 곳까지 오른 내게 그보다 더 위를 노리게 해준다 그 말이지? 아, 정점에 오른 이 하운을 어디 하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어찌 데려다주려 함인가?”


“상시 어른께선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남들의 위에 서는 것을 들어드린다 하였지, 더 위를 노리게 해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다만 오를 순 있습니다.”


“그 무슨 말장난인가? 남위에 선다는 것은 더 위를 노린다는 말이다. 헌데 중상시라는 직에 오른 이 하운이 대체 누구의 위에 서고 어디에 오른단 말이야?”


“그야 봉서를 비롯한 탁황의 이들을 거느리고 그 위에 서셔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리 그들의 주인이 되면, 자연스레 현 황문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장 장시 어른의 대척점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되겠지요.”


일순 하운의 눈이 반짝였다.


허나 그 또한 찰나였을 뿐, 딱히 그에 뒤이은 격한 반응은 나오질 않았다. 의외로 맹수같이 담대하고 호방하다 할 수 있는 이가 저리 침묵 속에 일관하는 것을 자신은 대저 어찌 이해해야 할까?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하운을 보며 야견은 도리어 제가 조급해짐을 느꼈다.


허나 그렇다 한들 티를 낼 순 없다. 허면 천천히 가려운 곳을 긁어보는 것은 어떨까?


“등 어르신은 봉안을 지니신 분입니다. 맞습니까?”


“갑자기 그 무슨 소리더냐?”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셨단 말이시지요. 제가 가주가 아니라 등 어르신이라 칭한 까닭은 그분을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해서 되묻겠습니다. 등 어르신께서는 정녕 봉안을 지니신 분이 맞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허면 사람을 구분하고 판단하고 어떠한 이인지 살필 수 있는 눈을 가지신 그분께서 저를 시켜 이리 움직이게 한 연유는 대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나 후대에 만들어진 여러 창작물들을 보면 조등이라는 이의 대척점에 의외로 황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장양에 서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대적 배경은 물론, 권력을 탐하는 인간에 본성에 기인한 설정이라 볼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장양은 조등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많았으며 감히 대들지도 못할 위치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설정이 그저 설정인가 하는 의문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작금의 제가 마주한 조등이 환관을 내비치는 태도에서 기인했다.


지인이자 가까운 선후배의 관계이자 사제의 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사이다.


허나 그들에 대한 조등의 대처방식은 마치 잠재적 정적에 가까웠다.


단기적인 모습이라고는 하나 이는 필히 세습된 권력 내부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달까?


똑같은 군사정권도 이를 뒤이어 받은 누군가가 저보다 먼저 자리한 이를 절에 유폐까지 시켰던 것을 되짚어보면 이러한 관계 또한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인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상시 어른을 자극하여 불러냈지요. 그도 모자라 이리 상시어른과 마주 앉아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허면 그 연유는 대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확인해보면 되는 것이다.


이리 조이(釣餌)를 던져서 물면 그대로 좋은 것이고 물지 않으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되는 것이다.


허면 그 결과는 어찌 될까?


입질도 없이 던져진 조이는 생각보다 엄청난 대어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장양을 들먹인 것도 그러한 연유겠지. 지난날 쟁송에 앞서 조충이 바리바리 이것저것 짊어지고 내려간 것만 봐도 대충 답은 나와. 나를 장양의 견제책으로 쓰고 장양의 손아귀에 하나가 되려는 작금의 황문에 작은 제동이라도 걸고자 하는 것이겠지. 허나 그렇다한들, 내가 그럴 재목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야. 능력이 없는 이는 자리에 올라도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법이니.”


조충이 조등을 찾았던 일은 제가 도성으로 자리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저 또한 지난날 곽승을 통해 그 이야기를 간략히 들었으니까.


한데 그때의 일이 또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지 몰랐다.


저는 그저 넘겨짚은 것인데 그러한 일일을 지금의 하운은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있으니까.


한데 그보다 놀라운 것은 객관적이다 못해 자아비판적인 저 태도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이 스스로에게 엄하고 남에게 관대해야 된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것이 아니듯, 자신의 흠결을 내보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가진 것 많고 두 손아귀 가득 쥔 것이 많은 이가 그리 행동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역시......”


환관이라는 뒷말이 빠지긴 했지만 진정 제가 느낀 소감이 그러했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낮춰가면서까지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의하고 이해하며 그에 맞춰 움직이려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저는 지난날의 곽승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으니, 어쩌면 이들이 무상이라는 권력을 쥘 수 있었던 그 연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노력과 천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적도 모자라 제 자신까지 모조리 분석해 만전을 기할 이들. 제 정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거하고야 마는 이들. 만세의 영광보단 일세의 복락을 추구할 이들. 이런 이들이 적이 되면 가장 골치 아프다.’


가정만으로도 두통이 몰려오니 어찌 그 표정이 평안할 수 있을까?


허나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하운은 자신이 내던진 가정을 두고 여전히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듯 했다.


그것도 저 때문이 아니라 제 뒤에 자리한 조등이라는 인물 때문에 말이다.


“그렇게 잘 아시면서도 답을 아니 주실 것입니까?”


“그 때문에 지금 고심 중이지 않더냐?”


“큰일을 앞둔 권세가들이 대저 점쟁이를 불러 길일을 점을 치고, 수하를 두고자 하는 이가 관상가를 두는 것은, 안목이 없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그 안목을 채우려는 행동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그 안목이라는 것만 충족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일이지요. 설령, 등 어르신께서 장 상시 어른을 견제할 목적이 있으시다 하더라도 봉안이라는 안목을 지니신 그분에 판단이라면 능히 그 대척점에 하 상시 어른을 세우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사설(邪說)이나 훑어대는 뱀 같은 놈, 네 놈이 태상을 뫼시지만 않았어도 내 그 혀를 잘라버렸을 것이다.”


“차라리 두고 수하로 쓰시면 될 것을 뭣하러 혀까지 자르려고 하십니까?”


“그러니까. 수하로 두고 싶은데 혓바닥이 문제가 있으니 그 혀만 자르고 쓰려는 게다. 혓바닥이 뱀 같은 놈들은 대저 머리가 좋은 법이지. 해서 네 놈의 그 지모는 탐이나니, 써먹어야지 않겠더냐?”


“혀가 없이 어찌 일을 한답니까?”


“그래서 손은 남겨두지 않았더냐? 침묵은 금이라 했고 혀는 불이라 했다. 금화(禁火)란 별 것이 아니야.”


세치 혀를 굴리는 것도 여기까지다.


입심도 입심이지만 이보다 더 나아갔다간 진정 그의 말처럼 화를 부르게 될 것이 자명했기에 스스로 멈춘 것이다.


도발에도 정도가 있고 상대를 꼬드기는 데에도 적정선이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그 피해를 모조리 제가 다 뒤집어쓰게 것을 빤히 아는데 일을 그르치는 바보가 제가 될 순 없다.


무엇보다, 저리 제 혀를 자른다는 겁박과 함께 심상치 않은 눈길을 보내는 저 하운의 태도를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반각 즈음이 지났을까? 어느새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김조차 더 나오지 않는 식어버린 찻물의 위로 새로운 물결이 떨어져 내렸다.


“상시 어른?”


쪼르르르-


“잔이 넘칩니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하운이 벌인 기행 때문이었다.


채 마시지 않은 식은 찻물의 위로 새로운 찻물을 따르니 자연스레 사방으로 기존의 찻물이 튐은 물론 그 주변이 흥건해진 것이다.


심지어 찻물을 따랐던 하운의 옷에도 이를 말리려던 제 옷에도 물기로 젖은 얼룩이 생겼다.


그나마 향긋한 차향이 아니었다면 이리 어물쩍 넘어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저 행동에 대해 한 가지 묻기는 해야겠다.


제가 한때 좋아하던 것이 바로 사극인데, 작금의 저 행동은 왠지 모르게 사극 속의 극적인 연출을 닮아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게 대체 뭐하자는 행동이십니까? 설마 하실 말씀이 있어 그에 앞선 비유는 아니겠지요?”


“눈치가 빠르군. 그래, 내 할 말이 있어 이리 찻물을 넘치게 만들기는 했지. 한데 어찌 알았는가? 다른 이들은 먼저 무례를 지적하거나 눈을 흘기기 마련인데......, 과연 태상께서 내세운 이야. 보통이 아니란 말이지.”


대저 비유를 좋아하는 인간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해서 제 촉이란 것이 발동한 것인데, 그것을 저리 대놓고 그렇다 말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허나 작금의 제가 뭘 어찌 하겠는가?


지금의 자신은 눈앞의 이 환관을 뛰어넘을 수 없다.


거기다 저 이 스스로도 자신을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라 정의하지 않았던가?


그나마 제법이라며 저를 저리 인정해준 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무례보다 중한 것이 미래이고, 또 현실이다.


“해서 등 어르신의 방식을 비꼬기라도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기존의 것들을 내버리지 않은 채 세우는 질서는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지. 차라리 기존의 찻물을 버리고 새로이 찻물을 따랐다면 이리 사방팔방으로 찻물이 튀고 흘러넘치며 주변이 젖진 않았을 게야.”


“빈 잔에 차를 따른다 한들 그리 무식하리만치 위에서 찻물을 내리면 자연스레 내린 찻물도 사방으로 튀어나갈 것입니다.”


“그거야 방식의 차이지. 권력자가 어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생리 속에 견디는 자가 있고 견디지 못해 떨어져 나가는 자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넘친다 한들 상관없지. 잔 그득히는 아니라 하더라도 반절 이상은 채웠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놈이 제안한 대로 새로운 세력의 주인이 되는 일이다. 한데 말 그대로 그 어떤 마찰도 없이, 튀어나간 물방울 하나 없이,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들이킨다면 그야말로 지탄을 받을 일이지. 마치 우리가 먼저 황문을 받은 것인데 새로이 황문을 받은 자네가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을 낼름 집어삼켰으니 어찌 화가 치밀지 않겠나? 물론, 태상께서 계획한 일이시라고는 하나 결국 열이 받은 이쪽의 시선을 끌고 불러내는데 성공했지. 그러니까 네놈이 제안한 일도 마찬가지라는 게야. 나는 그 말썽을 없앨 생각인 것이고.”


“그 말씀은......”


“어차피 태상께선 황상을 뫼시는 장양과 태후를 뫼시는 이 사람에 대해 거진 모든 것을 알고 계시지. 그리고 이는 태상뿐 아니라 황문에 속한 모든 이들이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이야. 황상폐하와 태후마마를 생각지 못하더라도 나와 장양이 묘하게 갈라져 있음은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장양도 이번 쟁송을 빌미로 성상의 황은을 빌러 황문을 하나로 쥐려는 것이니 필히 탁황의 이들에게 손을 뻗을 것이다. 다만, 이쪽만큼 조급하진 않아. 이미 곽승 놈이 선물과 함께 얼굴을 비췄다 했으니 여유는 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러한 중도에 속해있되 속해있지 않는 이 하운은 반대로 조급하지. 이리 태상께서 이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의사를 밝혀주셨고 또 이는 태후마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거기다 내 나름대로의 목적도 존재하는 편이니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딱히 태후와 황제를 입에 담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럼에도 하운은 제 스스로 밝히지 않아도 될 것을 모조리 밝히고 있다.


결국 그 배경엔 조등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었고 작금의 저는 그로 말미암아 여러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금만 해도, 조가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정들이 진정 현실이었음을 확인하고 있으니 이 또한 이득이라면 이득이지 않은가.


남들은 천금을 주고도 살피지 못하는 정세를 온전히 맞은 것이라 확답받고 있다.


그것도 양측에 자리한 끝판왕까지 모조리 확인해가면서 말이다.


“......, 해서 작금의 조급함을 담아 일부러라도 그렇게 행동하시겠다는 것 아닙니까? 탁황을 모조리 삼키기는커녕 튀어나간 찻물마냥 떨어져 나간 떨거지는 버리고 실속과 중한 이들만을 쥐시겠다는 말씀이시지요? 하긴 새로운 세력을 흡수하는 일이나 그것도 용납이 되는 선과 되지 않는 선이 있지요. 선을 넘으면 적이 되지 않을 이마저도 적이 되는 법이고, 한입에 집어삼켜도 제가 씹을 수 있을 크기만큼 삼키는 것이 좋으니 말입니다. 거기다 충동적으로 움직인다면 도리어 속 보이는 움직임이라 하여 알면서도 이를 경계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맞아, 재빨리 사냥을 마친 표(豹)가 일부러 살점이 붙은 뼈를 남기는 것은 혹시 모를 랑(狼)과 호(虎)를 신경 쓰기 때문이지. 나 또한 그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몸이고. 해서 떨어져 나간 떨거지는 장양이나 곽승을 비롯한 이들이 알아서 주워 먹으라 하면 암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고 한들, 결국 이쪽의 움직임을 용인할 게야. 이미 저들은 늦어버리지 않았는가? 남은 찌꺼기라 하나, 필히 이를 탐하는 것은 저와 같은 맹수들뿐이 아니니까.”


“그것이 까마귀 떼가 될지, 매나 조롱이를 비롯한 맹금류가 될지, 아니면 삵이나 족제비 그리고 여우 같은 이들이 될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단 말씀이기도 하구요.”


“암, 힘없는 아랫것들도 제가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먹이엔 환장하는 법이야. 범이나 이리 떼에게 있어 먹다 남은 살점일진 몰라도 다른 금수들에게 있어 이는 능히 배를 채울 수 있는 훌륭한 한 끼가 될 테니까. 허니 애가 탈 게야. 그 살점을 챙기는 와중에도 제 주변에 살점을 노리는 이들을 경계해야 하니 볼만 하겠지. 결국 이쪽엔 딱히 신경도 쓰지 못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얼른 호(虎)가 되셔야지요. 듣기만 해도 좋은 것이 산중대호 아닙니까?”


“오랜 황문의 역사에 산중대호라 할 이는 몇 되질 않아. 작금의 시대를 기인한다면 오직 한 분, 태상뿐이시랄까? 허나 노호가 된 지금은 그 산중을 제 새끼나 다름없는 어린 맹수들에게 넘겨주셨지. 그리고 아직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늙은 새끼 맹수들이 때를 맞이한다 한들 하나의 산봉우리에 뒤엉켜 사는데 쉬이 몸이 커지고 산중대호가 될까? 나는 딱히 욕심이 없는 사람이야.”


“허면 주인 된 이에 대한 충정을 위해서라도 세를 지니시면 될 일입니다.”


“그렇지, 그런 셈이지. 어쩌면 그러한 연유 때문에 그간의 세월을 장양과 비등하되 비등하지 않게 살아왔을지도 몰라. 이는 황문을 위한 결정임과 동시에 태후마마를 비롯한 황실의 안녕을 바랬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허나 지금은......”


“내 그리 믿었던 장양도 어긋나버렸지. 오죽하면 그 충정을 폐하에게 질책을 받는 상황일까? 그간의 세월 성공만을 거듭해왔던 그 늙은이가 세월 속에 썩는 것도 모르고 안일하긴 했으나 그 안일함에 대한 결과가 너무 커, 바로 작금이지. 조가의 바람도 바람이지만, 오죽하면 네놈과 같은 조정의 관료가 끼지 말아야 할 자리에 끼어버렸을까? 격이 떨어지고, 하나가 여럿으로 쪼개지고. 결국 누군가가 직접 나서서 그 균형을 맞춰야 할 판이야.”


“태평교나 오두미교를 비롯한 도가의 이들이 주장하는 바가 있습니다. 태극(太極)이지요, 다른 형질을 지닌 양과 음이라는 대등한 두 존재가 다른 방향으로 마치 회전하듯 극을 달리는데 그것은 곧 하나이자 여럿이며 천하만물이자 우주가 된다 합니다.”


“불경스런 도가의 경전을 몇 읽었으니 내 직접 태평교의 이들과 사사로이 통교를 했다 고하면 되는 것이겠지?”


“저자에 넘치고 넘쳐나는 것이 저들이 뿌린 경전입니다. 그리고 그 경전들 또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년의 세월 속에 녹아든 민간사상이 모여 형태를 이룬 것이니 딱히 이교도가 만들어낸 것만은 아니라 봐야지요. 도리어 그 대부분을 차용한 경우가 많으니까. 뭐, 그보다도 태평교를 압송하고 그들의 보유하고 있던 서적과 경전을 조사하며 읽은 것인데, 대저 황명으로 저들에 대해 조사를 벌인 이를 어찌 처벌하시려 함입니까? 최소한도 조사를 벌인 이가 보고를 올릴 내용조차도 모르면 그 또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알지, 알아. 내 어찌 그걸 모르겠나? 한데 세상은 증좌가 없어 결백을 증명할 수 없는 이에게 증좌를 요구하며 누명을 씌우고, 증좌가 있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이에겐 그 증좌를 빌미로 누명을 씌운다네......, 재미있지 않은가?”


“허나 이쪽은 증좌가 아니라 힘이 있지요. 지금 그 말씀 그대로 등 어르신께 전해드리겠나이다.”


“얄미워, 참으로 얄미워. 간사한 것은 아닌데 사특하고 사이하단 말이지.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닌데 꼭 그 머리를 쥐어박아주고 싶단 말이야.”


딱히 나쁘다 할 순 없으나 분위기가 달랐다.


조금 전의 흉흉함과는 조금 다른, 알면서도 떠보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맞받아친 것이고, 그래서 겁먹은 티를 내지 않았다.


“농은 이쯤하도록 하고......, 한 가지는 확실하게 더 받아야겠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태평도.”


“본래의 황문이 받은 명을 이행하기 위함입니까? 그도 아님 새로운 세력의 안정을 위한 자금처입니까?”


“이런 이미 알고 있었는가?”


“쟁송에 붉어진 논란은 결국은 재화였습니다. 드러난 희생양일 수도 있으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진정 그만큼 돈 잘 나오는 구녕도 없다는 소리지요. 인정까진 아니라 한들, 딱히 건들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주기적 상납이라도 받는다면 실로 좋지 않겠습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한 게지? 민초들이 믿는 종교라서?”


“알면서도 물어보십니까? 꾼들이 판을 치는 곳이 바로 종교라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종교로 인한 사기는 나라마저도 훔쳐낼 수 있지요. 지금도 만백성을 혹세무민하며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원리로 없는 이들의 땀방울 하나까지 쥐어짜지 않습니까?”


“네놈도 그리 생각했더냐? 이것 참, 내 주변에도 그러한 생각을 벌이는 이들이 있었다. 한데 남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또한 허황된 주장은 아니었던 게로군. 십시일반이라......, 그렇다 해도 조정을 비롯해 사, 호족에게 뜯기는 것은 물론 도적들을 비롯한 환난 속에서 남는 것이 없을 것인데?”


“다 쓴 걸레도 쥐어짜면 몇 방울의 구정물은 떨어지는 법입니다, 상시 어른. 하물며 그 걸레가 수백, 수천이 아니라 수만, 수십만이라면 물독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구정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인정머리 없는 놈, 어째 나보다도 더 무섭구나. 백성을 앞에 두고 그런 표현까지 서슴지 않을 줄이야.”


“제가 아니라 그 잘난 교가 그렇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혹세무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러한 자들이 우리내 것을 먼저 훔쳐가기 전에 우리가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본래 우리가 받아야 할 것을 그들을 통해서라도 받아야겠지.”


뜻은 통했다. 허면 교에 관한 사안은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거기에 한 가지 선물을 더 얹지요. 조가는 태평교에서 나오는 이들의 재화는 따로 받진 않을 것입니다.”


“의외로군, 내 생각하기로 조가 또한 재화를 필요로 해서 그 재화를 나누기 위해 붙잡은 줄 알았다. 그런데 받지 않겠다니........, 허면은 무엇을 바라더냐?”


“대신에 그들에 관한 정보를 주십시오. 인물도 좋고, 세력에 대한 정보도 좋고. 그저 뭐가 되었든 하나라도 알고 계신 것은 모두 이쪽에게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중한 것은 사람이 좋겠지요.”


“그래, 뭐 부족할 것 없는 조가가 딱히 세력 확장도 벌일 생각이 없으니 굳이 구정물까지 마다할 상황은 아닐 게야. 한데 그들이 뭐라고 왜 그쪽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


“그들 중에 도적이나 마적, 비적들을 비롯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이 참 많지요. 종교라는 죄를 씻을 수 있는 곳에 숨어들어 제 정체를 잘도 숨기고 있는 놈들입니다. 한데 이 시어사라는 자리가 떡하니 있는 마당에 그놈들 같이 훌륭한 공적을 대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마르지 않는 샘은 이쪽에도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이쪽이 원하는 샘이 상시 어른과는 조금 달랐을 뿐이지요. 하여 온전히 넘겨드린 것입니다. 세상천지 돈 마다할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서로 얼굴 붉히고 그 관계와 영역이 복잡이 얽히고설켜 얼굴을 붉힐 바에야 깔끔하게 서로 필요한 것만을 가져가는 것이 더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서로 필요한 것만......., 좋아, 좋아. 좋은 게 좋은 게지. 허면 이걸로 협상은 끝인가?”


“세부적인 사안이나 따로 논할 것이 있다면 그때에 논의를 하면 될 일입니다. 우선은 서로에 대한 선결적인 요구사항을 확인했고 이에 동의를 표하였으니 드디어 온전히 끝이 난 게지요.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참으로 감읍할 따름입니다.”


“끝까지 미운 상이로고. 어째 네놈은 그 빈말조차 아주 예쁘게도 하는지, 그래도 일이 잘 풀렸으니 다음에는 웃는 낯으로 보자꾸나, 조가의 아해야.”


가벼운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을 끝으로 하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시에 야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고 말이다.


“허나 많은 것들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진 못했어. 정작 중한 무언가에 집착하였으나 그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느낌이니, 역시 그 혓바닥이 문제였던가?”


“아니요. 마찬가지입니다, 상시 어른. 다만 지금에 이르러 느끼건대, 그 중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작금의 논의보다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실 이쪽 또한 하고픈 말은 많았다.


준비한 것도 많았고 태평도인 황건을 어찌 이용하고 어찌 포석을 놓고 움직일지 고심하고 계획한 것이 많았다.


소재만 보아도 좋지 않은가? 차고 넘치진 않아도 꽤나 매력적인 이들이 포진하고 있다.


역사 속에 그 이름을 남겼던 당주라는 이를 비롯해 제 수하인 양겸의 칼을 지닌 복사라는 사내 그리고 도성을 벗어났다는 마원의의 존재마저 확인을 했으니 간접적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자신으로썬 그들에 대한 조그마한 기록 하나가 떠오를 때마다 새삼스레 이들의 가치가 크게 다가왔었다.


다만, 기록된 역사와 달리 제가 살아온 작금의 생이라는 것이 그 발목을 잡았는데, 역사적 사실에 크게 집착하는 것을 제 생 자체가 대놓고 막아서는 느낌이었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좋으나 애초부터 사람의 몸은 하나였고 동시에 여러 곳에 신경을 쓸 수 없으니 기존에 건질 수 있는 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건질 수 있는 본능이 앞서기 시작했고, 그 미래라는 것 또한 현재의 위기와 선택을 다 끝마친 뒤에야 제게 찾아오고 제가 기다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굳이 바꾸지 않고 흘러갈 역사라면 차라리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제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이 마치 변명마냥 제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어찌 되었건 이쪽은 태평도를 비롯한 탁황의 이들을 삼킬 것이니 꽤나 바빠질 것이야. 허니 약속한 대로 도와줄 수 있겠지?”


“그렇다 한들 중상시인 곽승을 움직여드릴 수 없습니다. 알다시피 장 상시 어른께 인사를 한 것 같고 또 이쪽에게도 몸을 사리겠다 연락을 해왔으니 말입니다. 다만 조가의 영향력이 은근한 압박을 주겠지요. 조정에서 물러난 것이라 한들, 황문에 이들 사이에 영향력은 아직도 짓게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옳은 말이야, 곽승이 도와주는 것은 도리어 이쪽이 바라는 바도 아니고. 자칫 잘못하단 장양 그놈이 머리를 굴려 제 영향을 심으려 들 수도 있거든. 자, 허면 일이 다 끝이 났으니 나는 이만 일어나야겠어.”


“살펴 가십시오, 상시 어른.”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벼이 숨을 들이키며 기지개를 켰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굳어진 몸이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리 그를 배웅하며 그 뒷모습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쉬이 알게 되지 않은가?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운 것은 저이의 본래의 기도가 무인과 같이 강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걸음을 내딛는 것에 있어 힘이 실리지 않고서는 걷기가 힘들다는 신체적 한계가 만들어낸 반증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그를 배웅하며 인사를 올리던 그때, 몸을 돌리던 저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내 한 가지를 물어보지 못했군. 일이 끝이 났으니 이제는 무엇을 할 겐가?”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일이라......., 뭐, 태평교에 숨어든 범법자들을 추포해 자잘한 공적을 쌓는 일 말인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 열심히 하시게. 국가와 백성을 위해서도, 또 나와 같은 이를 위해서도 자네 같은 신임 관리는 바쁘면 바쁠수록 좋을 테니 말이야.”


필히 당연한 물음에 당연한 답이었으나 야견은 왠지 이를 물은 하운이 께름칙하게 느껴졌다.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저를 보며 나긋한 미소를 보인다는 것이 왠지 그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그 느낌이 진짜 들어맞게 되었다.


물론, 이를 깨달았을 땐 제가 도성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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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들개의 머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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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외전 2장 7화 – 미꾸라지도 큰물에서 자라면 메기가 된다(1) 20.07.17 333 10 17쪽
162 외전 2장 6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6) 20.07.16 332 8 18쪽
161 외전 2장 5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5) 20.07.15 320 9 19쪽
160 외전 2장 4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4) 20.07.14 350 9 16쪽
159 외전 2장 3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3) 20.07.13 341 6 17쪽
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2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79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8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2 8 23쪽
»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09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8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398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399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4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1 8 23쪽
148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2 9 17쪽
147 2장 53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5) 20.06.27 430 7 17쪽
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6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8 7 23쪽
144 2장 50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2) 20.06.24 416 9 16쪽
143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5 12 18쪽
142 2장 48화 – 알력의 예고와 연(3) 20.06.22 412 11 25쪽
141 2장 47화 – 알력의 예고와 연(2) 20.06.21 415 9 25쪽
140 2장 46화 – 알력의 예고와 연(1) 20.06.20 432 12 21쪽
139 2장 45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5) 20.06.19 442 8 20쪽
138 2장 44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4) 20.06.18 426 12 17쪽
137 2장 43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3) 20.06.17 428 12 25쪽
136 2장 42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2) 20.06.16 462 9 25쪽
135 2장 41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1) 20.06.15 457 11 17쪽
134 2장 40화 –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쉬이 알지 못한다(4) 20.06.14 458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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