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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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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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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0.07.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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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8쪽

외전 2장 6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6)

DUMMY

동 태후가 시행하고 하운이 던진 포말은 정확히 용연에 떨어져 큼지막한 포말을 불러일으켰다.


그로 말미암아 물속을 노니는 여러 고기들이 제각기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그때에 맞춰 다시금 하운은 태후의 뜻에 따라 제가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움직였다.


봉서를 비롯한 탁황의 간부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충성맹세를 받았고 또 이번에는 제 수하인 반은을 움직여 제가 탁황에 신경 쓰는 사이 태평도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제 신경을 긁적이는 것이 남아있었으니 바로 이 둘이 지난날 연수를 맺은 상태였다는 것.


행여나 이 둘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과연 어찌 반응하게 될까?


장양을 만나 담판을 짓기 위해 북궁으로 들어선 그는 화려하게 꾸며진 궁 한쪽에 자리한 정원을 지나치며 가벼운 일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 한들, 둘은 서로 붙이지 않는 것이 좋으니 봉서는 태평도가 내게 있음을 알지 못해야 하고 태평도는 봉서가 내 휘하에 있음을 알지 못해야 한다. 행여나 이용해 먹을 것들이 있다면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서로의 약점을 물어 이를 이용해야 한다. 또 알게 된다한들, 나중으로 미뤄지면 미룰수록 더 좋을 것이겠지. 허면 둘 중 하나는 드러나야 되는 것이 이로우니 탁황은 어쩔 수 없이 삼킨다 하더라도......., 태평도는 장양의 밑으로 둘 수밖에 없는 것인가?”


최근 들어 장양을 비롯한 이들이 제 움직임에 제약과 압박을 걸기 시작하면서 휘하의 이들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 직계라 할 수 있는 저를 따르는 이들 중 몇은 벌써 은연중에 장양에게 불려가 경고마저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태후의 명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그 나름대로 이쪽을 견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긴, 내 그 입장이었다해도 이해는 가지. 영원토록 함께 자리를 나누자 해놓고 급작스러운 배신이나 다름이 없어 치가 떨릴 게야. 허나 오해도 적당이 해야 되는 게야. 나는 함께 자리를 누린다했지, 굳이 하나가 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따스한 봄 햇살과 그 아래서 오르는 봄내음은 절로 그런 하운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승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상대를 이해하는 와중에도 제 입장에 대한 떳떳함은 마치 자라나는 싹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거기다 견제세력이라는 것이 있어야 자리는 길게 보존되는 법이니 그 역할을 자처한 것은 이 하운이 아닌가? 도리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도 모자란 지경에 말이야. 암, 고마워해야 하고말고! 마마, 신 하운이 크나큰 선물을 들고 마마를 찾아뵈려 하고 있사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옵니다, 하하하하하!”


* * *


허나 이는 말 그대로 하운의 입장이었을 뿐.


거칠 것 없는 대소 속에 힘찬 걸음을 내딛는 그의 행보는 초조와 불안 속에 이제 막 반격을 시작한 장양에게 있어 쉬이 진압하지 못할 방화였으며 기존의 제가 세웠던 대계를 무너트리는 비수였다.


해서 이리 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이 아니겠는가?


하운이 저를 찾아올 의사를 밝힌 지금, 장양의 주변엔 조충과 단규가 자리하고 있었다.


“내 하운에게 관심을 쏟으라 했었지. 한데 일이 이리될 때까지 뭣들 한 게야?”


“멀리서 천천히 감시만 하라 하셨기에 아랫것들이 딱히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옵니다. 태후전의 드나드는 것도 그렇고, 사실 중도의 일 또한 우리의 허락 아래 위임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가 어딜 돌아다니건 그 모든 것이 다 이쪽을 위한 일이란 생각에 신경을 쓰지 못한 듯 보이옵니다.”


“머리 한 번 제대로 굴렸어. 내 방심을 유도하고 내 심금을 울리며 동질감을 느끼게 하더니 이제와 제가 날름 움직여?”


생각을 하면 할수록 괘씸했던 모양인지 장양의 얼굴엔 찌푸려진 미간만 자리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태후께서 움직이신 것이.......”


단규는 그 연배가 어려 흥분한 장양 앞에 나서기가 어려웠던 모양인지 점잖이 자리하던 조충이 장양의 이목을 뒤바꿀 사안을 던져주며 흐름의 변화를 유도했다.


“그래. 사실, 생각해보면 하운 그 놈이 내게 대놓고 덤벼들다 못해 나를 농락할 이유도 없지. 허나 그것이 태후께서 직접 움직이신 거라면......, 내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 이것 참, 황실의 어른이라고 그 면전에 욕을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신중히 움직여야 합니다. 성상의 지지도 끊어진 마당에 감히 태후께 날을 세운다는 것은 정치적 고립은 물론, 황문이 공격받을 명분마저 초래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내 아무리 늙었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허나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봉서와 곽승의 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좋든 싫든 황문의 균열은 그간 우리의 영향력 아래 숨죽이던 이들이 고개를 치켜들게 만드는 위기임을 기억해야 하지요. 성상께서 이쪽으로부터 멀어진 마음은 지난날, 새로이 황명을 내린 것부터 상시 어른의 면전에 과한 언사를 날린 것까지 벌써 두 차례나 들어난 일. 허나 하운이 여전히 태후의 충성스러운 지지 속에 합치된 모습을 보이니 이를 쉬이 이겨내기 힘들 것이옵니다. 허니 지금은 날을 세워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명분 없이 먼저 척을 진 하운을 구슬리고 겁박하여 최소한도 이쪽이 얻으려 했던 이득의 반절 그도 아니면 삼분지일이라도 확실히 건져내야 합니다.”


“탁황을 비롯해 태평도의 이들까지 모조리 얻어낼 수 있겠는가?”


“말씀해주셨던 일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결국 상시 어른의 휘하로 황문이 하나로 통합되면 지난날의 등 어르신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성상께서 이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신다 했지요. 허나 반대로 돌이켜본다면 상시 어른께서 직접적으로 양부의 호칭을 들으셨을 초창기, 그러니까 보령이 어리실 적의 유약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발이자 불만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 힘이 없는 하늘만큼 비참한 것도 없지. 꼭두각시나 다름이 없었으니.”


어찌 장양이라고 이를 모를까?


그 어린 것이 지금은 저를 밀어낼 정도가 되어 화가 치민다 한들, 제 기억 속의 그 어린 천자는 하늘이되 하늘이 아닌 자였다.


“어린 시절 마주하신 이들이 권신과 그에 맞먹는 권력을 쥐었던 환관이니 우리는 절대 그 역린을 건드려선 아니 될 것이옵니다. 정말로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성상께선 진정 우리를 버리고 등 어르신을 불러들일지도 모르니 말이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다 늙어빠진 늙은이가 대저 무슨 힘이 있다고!”


“탁황의 이들이 대거 하운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에 대해 알아낸 풍문이 하나 있습니다.”


조충은 눈짓으로 단규를 가리켰다. 이에 단규가 준비해놓은 것이 있다는 듯 품을 뒤적이더니 작은 서찰 하나를 장양에게 건넸다.


다른 이도 아닌 조등이라는 제가 신경 쓰이는 두 글자에 급히 서찰을 훑어본 그는 그제야 상황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 이리 된 일이었어. 그러니까 이전 시대의 늙은이들이 태상의 명을 받고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청사의 산 증인들이시자 현 황문의 이들이 목표로 삼았던 이들입니다. 호걸이라 칭해질 순 없어도 되고자 하는 욕망의 투영대상 정도는 되었겠지요. 그러한 이들이 배려랍시고 조언을 했던 것으로 인해 탁황의 다수가 이탈, 태후와 하운의 밑으로 들어서잔 분위기가 확립된 것이옵니다.”


“허나 그렇다 한들, 그 늙은이가 직접 도성으로 올라설까?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자가? 도성으로 올라온다 한들, 채 두 해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사람의 수명은 하늘이 내린다 했습니다. 지난날 10만의 한 군이 고구려의 명림답부에게 사라진 일을 기억하시옵소서. 천수가 지나도 한참이 지난 늙은이라 한들, 늙어도 죽지 않는다면 도리어 더 상대하기 힘든 노괴가 될 뿐입니다. 또한 2년이라는 시간이 다른 이도 아닌 태상께 주어진 시간이라면,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것에 있어 충분하다 못해 위협적인 시간이 될 수 있사옵니다.”


“사람의 수명은 하늘이 내린다라......., 빌어먹을, 허면 어찌할 수 없는 외통이 아닌가! 그만큼 권력을 쥐고 살았으면 되었지, 뭘 또 얼마나 헤쳐 먹으려 하냐는 말이야! 내 지난번에도 그리 권력욕을 드러내는 것을 억지로 막았지 않았는가? 헌데 정녕 성상께서 태상을 부르게 된다? 성상이 태상을......, 아니야. 암, 아니 될 일이고말고! 절대로 그리되어선 아니 될 일이야!”


성상이 저를 밀어낸다 한들, 지금 제가 쥐고 있는 이 권력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제아무리 태후와 갈라서게 된다 한들, 힘없이 무너질 제가 아니었다.


허나 다른 이도 아닌 조등이라는 이를 앞에 놓고서는 그 어떠한 경우가 되었건 쉬이 그를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런 그가 도성에 온전히 정착하다 못해 제 대척점에 선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이를 거부하는 것에는 그 가정을 허락지 않겠다는 의지도 있었으나, 반대로 내재된 불안이 실체화될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상시 어른뿐만이 아닙니다. 장담컨대 태후께서도 쉬이 태상을 밀어내지 못할 것이옵니다. 허면 그때가 되어서 태후와의 연수를 맺어서라도 태상을 쫒아내야 하는데 허면 그를 지지하려는 성상의 의지는 또 누가 막을 수 있겠나이까? 최악을 막고 차악의 선에서 끝내십시오. 어차피 자연스레 뒤안길로 밀려난 재앙을 굳이 되짚어 불러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조충도 이를 알기에 얼른 하운의 감정을 다독이며 이를 급히 정리하려 했던 것이고.


“그리 최악을 막으면, 차악을 선택하면 탁황을 비롯해 태평도를 얻을 수 있겠는가?”


“둘 중 하나를 얻는다 치면 태평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허나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탁황도 태평도도 최소한의 발을 걸칠 순 있습니다.”


장양의 눈을 번뜩 뜨이게 한 것은 조충의 호언이자 다짐이나 다름이 없는 확언이었다.


허나 그로 인해 작게나마 평정을 되찾은 장양은 빠른 판단력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다른 때라면 내 굳이 빚을 지워두려 했겠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야. 허면은, 차라리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야겠지.”


“지당하십니다. 하운 또한 급작스런 태후의 명으로 일을 시작하였을 공산이 크니 이쪽을 찾아오겠다는 통보 또한 어느 정도 합의점을 계산하고 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조충 그대에게 전권을 주겠네. 하여 내 대신 하운 놈을 만나 얻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얻도록 해.”


“예?”


조충의 의문에 단규마저 장양의 눈치를 살폈다.


“주제도 모르는 놈이 내 대척점에 서려 하고 있어. 내 이를 허락할 것 같은가? 내 휘하인 자네가 하운과 협상을 하는 것으로 동격을 만들게. 허면 그대가 얻어온 이득을 좀 더 공고히는 만들 수 있을 게야. 작금의 내가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곤 황문의 중심이라는, 그것도 중상시들 사이에서도 정점이라는 권위 그 하나밖에 없어. 허니 이를 내세우란 말이야.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조충 그대에서 선에서 정리될 하운이라는 인식을 심으라는 게지. 허면 내 입지는 태후나 성상만 못 해도 그에 비준한 위치에서 이들을 부리는 것으로 인식할 테니, 이리 딸려오는 이들의 충성을 절로 받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힘 앞에 엎드리는 것들의 본성은 다 같네. 누가 더 위에 있고 누가 더 강한지 그걸 먼저 보게 되어 있으니 그 권위만 착실히 세우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란 말이야.”


좋은 방안이라 싶었던지 눈을 빛낸 조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운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제아무리 이곳이 널찍하다 한들, 그 못지않은 전각이야 근처에 얼마든지 있을 터이니 황문의 이들 수십을 데려다가 소문을 퍼트려도 좋을 것이고 권위적인 장면을 연출해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온전히 가지지 못할 것들이라면 챙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챙겨야 하는 법.


“자, 허면 궁 안의 일은 이것으로 끝을 맺었고, 다음은 궁 밖에 일인가?”


굳게 마음을 다잡은 장양은 서랍을 열고는 붓과 벼루를 비롯한 문방사우를 꺼내 들었다.


필기의 준비를 마친 그의 행동에 단규 또한 호기심이 들었는지 절로 그를 살폈는데, 졸지에 먹을 찍어 올린 그는 일필휘지로 긴 장문의 무언가를 써 내려간 뒤 이를 봉하고는 저를 지켜보던 단규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하나의 뜻깊은 선물을 받았으면 그만한 선물을 또 돌려줘야지.”


“예?”


“무양군(舞陽君)에게 전하시게.”


“하씨를 움직이려 하심입니까? 허면 차라리 황후전에 기별을 넣는 것이......”


“쯧, 성심이 내게 자리하고 있지 않거늘, 내 어찌 밉보일 행동을 내 스스로 먼저 행할 수 있겠나? 또한 황후고 나발이고 사람은 태생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야. 자식은 부모의 말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사내는 제 계집의 언사에 휘둘리기 마련이지. 무양군이 베겟머리에 속삭이면 제 남편인 무양후를 움직일 것이고, 그런 무양후는 하남윤이나 황후를 필히 찾게 되어있어.”


“하지만 하 숙질도 남아있지 않습니까?”


“제 계집이 데려온 전 남편의 씨앗이야. 그것도 제 아들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덜떨어진 씨앗이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무양후가 숙질, 그 미련하게 생긴 가저(家猪)에게 대체 뭘 터놓고 이야기를 하겠는가? 도리어 숙질 그놈이 움직였을 때는 하남윤이나 황후가 결정한 일을 행동에 옮길 때가 될 게야. 덜떨어졌으니 언제고 수족 노릇이나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지. 그래도 그놈이 제 주제는 잘 아니 망정이지만.”


“하씨를 움직여 무엇을 얻으려 하십니까? 부족한 신의 눈에는 이미 성상의 눈 밖에 난 하씨가 딱히 힘을 발휘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나도 딱히 지금은 얻을 것이 없어. 허나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지. 또 베겟머리에 발휘할 영향력에 기대는 것이기도 하고.”


“예?”


“그 잘난 성상의 총애가 몇 년을 갈 것 같은가? 죽 끓는 변덕은 채 두 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야. 또한 태후의 권력이 노골적으로 커지게 되면 자연스레 성상께서는 하씨를 가까이하게 될 것이고.”


“베겟머리라 하심은 결국 무양군을 움직인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리신 겝니까?”


“아직 젊고 어린 황후는 황자를 낳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 미색을 유지하고 있으니 한두 해 그 얼굴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절로 심간에 육욕(肉慾)이 자리할 것이야. 또한 제가 버리듯 내친 여인에 대한 미안함도 자리하겠지. 간드러지고 비련한 여인의 서글픈 색(色)은 안타까움을 자극하며 기름을 끼얹은 화마마냥 타오르는 법이니, 이를 마주하게 되면 쉬이 참지 못하게 될 터. 만일 그리 정을 나누게 되면......., 철옹성과 다를 바 없는 왕 미인에 대한 연정도, 막강한 황권을 향한 굳건한 심지도 결국, 실오라기 풀어지듯이 자연스레 풀어지게 되겠지.”


누가 들었다면 천인공노할 대죄를 지었다며 당장에 그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을 발언이었으나 작금의 장양에게 있어선 별다른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거기다 먼저 장양을 밀어낸 것은 성상이 아닌가?


단규 또한 이를 알기에 그런 장양의 눈치를 볼뿐이었고, 들려오는 무례는 알아서 귀를 닫았다.


허나 장양은 아직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잠자리에 들어 속삭이듯 뱉어대는 계집의 혀는 꿀 바른 뱀이 되어 사내의 마음을 움직인다. 설사 하 황후에 대한 마음이 없다하더라도 태후가 커지게 되면 억지로 황후를 품을 사람이 바로 성상이시니 내 딱히 신경을 일도 없을 게야. 본성에 가까운 뛰어난 촉은 결국, 예측가능한 선에서 움직이기 마련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 무엇보다도 한때나마 이 장양을 누르고 계시는 분이 아니시던가? 그 정도도 아니 해주시면, 도리어 이쪽에서 곤란해지네. 암, 곤란해지고말고.”


자조적인 웃음이었으나 반대로 그것이 제게 이점이 되는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입지 따위 언제고 견뎌낼 수 있는 시련 따위에 불과했다.


또한 제가 예측한 범위를 쉬이 벗어날 성상도 아니었다.


인생의 사분지일에 달하는 세월을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서 모셨는데 어찌 그 사람의 본성을 모를 수 있겠는가?


“허니 나는 그때를 위해 미리 하씨를 자극시켜 두려는 게야. 신분이 천한 것들은 더더욱 권력의 생리에 빌붙어 살 수밖에 없는 것들이니 언제고 미꾸라지마냥 민감하게 헤엄쳐 다닐 수밖에 없거든. 허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가 이전만큼 날쌔진 못할 것이니 도리어 날뛰면 날뛸수록 주변의 시선이 꼬일 터. 그리 이목을 집중시킬 미끼 하나를 던져두고 뿌옇게 차오른 물속에서 때가 무르익으면 우리는 우리가 삼키고자 하는 것들을 삼키면 되는 게지. 한입에 꿀꺽-, 마치 메기처럼 말이야.”


눈앞에 자리하고 있진 않으나 진정 장양에 눈에는 물을 흐리며 빨빨대고 돌아다니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러한 미꾸라지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저는 묵직하게 수풀과 모래 사이에 숨어 제가 집어삼킬 다른 고기를 살피는 메기가 될 것이다.


“허니 지금은, 조금 더 깊숙이 이 몸을 감춰야겠지.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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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외전 2장 7화 – 미꾸라지도 큰물에서 자라면 메기가 된다(1) 20.07.17 337 10 17쪽
» 외전 2장 6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6) 20.07.16 335 8 18쪽
161 외전 2장 5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5) 20.07.15 321 9 19쪽
160 외전 2장 4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4) 20.07.14 354 9 16쪽
159 외전 2장 3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3) 20.07.13 342 6 17쪽
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3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80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9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4 8 23쪽
154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10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9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400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400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7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2 8 23쪽
148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3 9 17쪽
147 2장 53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5) 20.06.27 432 7 17쪽
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7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9 7 23쪽
144 2장 50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2) 20.06.24 418 9 16쪽
143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6 12 18쪽
142 2장 48화 – 알력의 예고와 연(3) 20.06.22 415 11 25쪽
141 2장 47화 – 알력의 예고와 연(2) 20.06.21 416 9 25쪽
140 2장 46화 – 알력의 예고와 연(1) 20.06.20 434 12 21쪽
139 2장 45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5) 20.06.19 444 8 20쪽
138 2장 44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4) 20.06.18 428 12 17쪽
137 2장 43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3) 20.06.17 429 12 25쪽
136 2장 42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2) 20.06.16 463 9 25쪽
135 2장 41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1) 20.06.15 458 11 17쪽
134 2장 40화 –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쉬이 알지 못한다(4) 20.06.14 459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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