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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20,559
추천수 :
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0.06.18 06:30
조회
426
추천
12
글자
17쪽

2장 44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4)

DUMMY

“허면 할아버님 이만 소자는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두컴컴한 밤하늘, 그것도 새벽이 찾아오기 전인 야심한 미명(未明)은 제법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때가 늦었음을 알았기에 또 이제는 체력적 한계가 찾아온 것인지 힘에 부치는 백덕의 모습을 보면서 조등은 그런 제 손주를 안으로 들여보냈는데 저 또한 피곤이 찾아오는 것 같아 그런 백덕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어딜 가는가?”


“예?”


“자네랑은 아직 그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하하하......, 하하하......”


다시금 튀어나온 실성과 함께 저 멀리 사라져가는 백덕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데려가 달라 소리치고 싶었던 자신은 이 뒤끝 작렬할 것 같은 노인네가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쪼르륵-


침묵 속에 빈 잔 위로 술이 떨어져 내렸고 그 술잔이 차오르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조등의 눈치를 보게 되는 저였다.


무려 한 시진 동안이나 저를 앉혀놓고 아무런 말도 안하는데, 속된 말로 진짜 피 말려 죽이려는 줄 알았다.


거 왜 사람 불러놓고 아무런 말도 안하는 것이 정작 자리에 앉아있는 당사자를 얼마나 미치게 하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다들 한 번씩 겪었던 일일 것이니 어떠한 기분인지는 따로 설명을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더 첨언 하자면, 지금 저를 이리도 미치게 만드는 이가 다른 이도 아닌 조등이라는 점이니 엄청난 사람을 앞에 두고 있다는 점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왜 그랬나?”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한다 생각했던 것일까, 무던한 표정으로 저를 잠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조등이 다시금 제 앞에 놓인 잔을 들이켰다.


“내 간간이 느끼기로 자네는 참으로 독특하이. 필히 아랫사람은 아랫사람인 것 같은데 의외로 제 웃전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듯해. 그렇다고 딱히 예의가 없거나 무례하고 무도하며 상하(上下)를 모르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그렇습니까?”


“아첨만 일삼는 자라면 소인배라 칭할 것이고 위아래 구분도 못하는 것들이라면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또 어디에서는 쓰이지도 않았어. 결국 사람도 나라도 다 상하의 구분이 있는 것 아니겠나? 한데 자네는 그 어디에도 딱히 속하는 느낌은 아니니 이걸 뭐라 해야 할까?”


진짜로 모르겠다.


남이 저를 보고 느끼는 것인데 그걸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도 이상하고 또 남이 저를 평하는 것이 어떠한 느낌인지 아직 잘 와닿지 않기도 하고.


“허나 여전히 부족해. 좋든 싫든 자네는 아랫사람이니까. 제 웃전의 기분이 어떤지 굳이 살피고 싶지 않으면 애초부터 그리 행동해선 아니 되고 그 무례 또한 그것이 용인이 되는 이의 앞에서 행해야 하지. 허면 이 늙은이는 그런 자네의 무례를 앞에 두고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리겠는가?”


“.......!”


말을 마치며 제 품으로 손을 집어넣는 조등을 보자마자 흠칫 놀라며 주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었다.


혹 저번마냥 또 방울을 흔들어 총관을 비롯한 제 사람들을 불러내면 어찌하는가?


요행도 한 번일 때나 주변이 받아들이는 것이지 저번 마냥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잘못했다 시인한다 한들, 눈앞에 이 늙은이가 저를 봐줄 확률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흐하하하하하! 그래도 호되게 당했던 기억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모양이로고. 어째 자네는 매번 이 늙은이를 웃기려고 작정을 한 것 같구먼그래? 그래도 뭐, 그 정도면 충분할게야. 본래 적당히 반항기가 있어야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이니까.”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던 것이 그에겐 재롱 정도로 보였나보다. 다만 그 뒷말은 조금 신경이 쓰였다.


“가문의 후계라는 말장난을 집어넣은 연유는 뭐 굳이 묻지 않도록 하겠네. 현실이 뒤바뀌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별다른 영향도 없으니까. 다만 내 궁금한 것은 자네가 내보인 그 행보가 궁금한 게야. 아무리 내 손주 놈이 가주가 내줄 법한 영패를 주었다 한들, 굳이 대놓고 조가의 사람인 척할 생각은 하지 못하지.”


그래도 이것으로 끝인 줄 알았것만 더한 위기가 제게 찾아와버렸다.


대체 조조는 어디까지를 제 할아비에게 말했던 것일까?


“그리 굳은 표정 지어 보일 것은 없네. 당연지사 이 늙은이가 아끼는 손주의 복직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으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그것도 고작 손주 놈에게 서찰을 보내 쟁송의 일을 물어보았을 뿐이니 따로 사람을 풀었다던가 아니면 감시를 했다던가 등으로 생각하진 말게나.”


저는 처음부터 조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조등은 다른 부분을 짐작했던 모양이다.


하긴 무려 두 번이나 조조에게 배신을 당했다 생각하니 감정이 조금 격해졌던 것인데 그것이 조등의 입장에선 그리 해석되었으려나?


뭐, 이해는 한다. 오랜 세월 윗사람으로 살아오다 보면 절로 타인을 감시하고 살피기 마련이니 당연 그쪽의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다만 의외로 신기한 것은 이리 사소한 부분에 있어선 조등도 제 생각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작은 희망이자 위로가 되었달까?


그간 보여준 조등의 모습에 큰 압박을 느꼈던 것은 통찰과 혜안이었기에 마치 절대자의 일면을 마주하는 듯 했었던 것이 그 인간적인 면모로 인하여 조금씩 희석되고 있었다.


제아무리 노회한 정치가이자 권력자라도 그 또한 실수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상기된 것이다.


“그래도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야기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말입니다.”


어차피 화를 내도 변하는 것은 없고 아무렇지 않다 이야기하면 더한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


저번 마냥 반쯤 포기한 채로 제 속내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좋을 터.


저 또한 전생의 세월까지 합친다면 나름 정칫밥 좀 먹은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부분에서의 머리는 제법 잘 굴러가고 있었다.


“허허허, 자네의 입장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지. 다만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던가? 이 늙은이는 손주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제법 많은 사람이야. 가족의 일이니 더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하지만 너무하다는 소리는 빼주었으면 좋겠군. 이것이 자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 아닌가?”


“새로운 기회라니요......., 그 무슨?”


뜬금없는 조등의 말에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


대체 또 이번엔 무슨 일을 꾸미려고 그도 아님 무슨 일을 벌이려고.


이제는 진절머리가 날 지경인데 저리 저를 꼬드길 제안을 내놓으려 하니 어찌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


그가 내어놓을 제안의 가짓수가 너무나도 많아서 어느 것 하나 쉬이 추측할 수 없다.


사실, 권세도 세력도 힘도 인맥도 모든 것을 다 갖춘 그가 내어놓을 제안이라면 어느 것 하나 말이 아니 될 것은 없지 않은가?


이게 무슨 소리냐고?


힘 있는 이를 강력하다 평하는 이유는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그가 원하면 그것이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계집을 원하면 계집이 오고, 돈을 원하면 돈이 들어온다.


물론, 그것이 어찌 실현되느냐는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결과는 같은 셈이다.


그러니까 다들 출세하길 원하고 성공하길 원하지.


힘이란 제가 원하는 것을 가지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것이고 그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가짓수는 무한정으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저 또한 조등의 제안을 쉬이 추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네는 백덕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 그 이야기를 백덕에게 들었을 때 의외의 충정 어린 모습에 꽤나 놀란 적이 있었네. 대저 환관이 제 수족이라 부리는 것들은 다수가 쓰다 버려질 이들이거든. 주워 쓰다 버릴 칼, 급히 불을 붙이기 위한 불쏘시개, 뭐 다들 그리 쓰이다 죽는 경우가 많지. 오죽하면 그들이 아끼는 사냥개만 되어도 성공이라 표현할까? 물론, 곽승의 경우 본체 세력을 두지 않았기에 한 번 제 사람으로 들인 이를 제법 오래 쓰는 경유가 있다고는 하나 그건 세력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고, 지난날 그가 세력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 또한 제 수족이라 말할 수 있는 위장을 죽게 내버려 둔 것으로 보아 결국 환관은 쓰다 버릴 이를 제 아랫사람으로 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금 느꼈지.”


이제와 보니 조등이 꺼내든 패는 영입제안인가보다. 이리도 아픈 구석을 찌르는 것을 보니.


하긴 저 또한 그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바, 이래서 이 난세에 애초부터 타인의 밑 사람으로 남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무한한 충성을 바친다 한들 돌아오는 것은 그에 비해 적었고, 충신으로 후대의 만인에게 기억된 이들조차 윗사람으로 말미암아 그 최후가 좋지 않은 이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그 경우의 수만 따져도 짜증이 난다.


윗사람이 무능해서 같이 죽고, 윗사람이 시기해서 죽게 되고, 윗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죽임을 당하며, 윗사람이 저를 버리는 패나 미끼로 사용해서 죽을 자리에 놓이고, 윗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윗사람의 친족이나 지인이 저를 모함에 죽게 만드는 등 진짜 억울하다 못해 한이 맺힌 경우가 역사 속에는 다양한 사례로 이루어지다 못해 썩어 넘친다.


사실 그래서 조가에 한 발 걸쳐 둔 것이다. 쟁송에 그리 행동했던 연유 말이다.


불안해서라도 곽승은 제게 잘 해줄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그의 휘하에 능력 있는 인재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만큼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이가 많은 것도 아니니 그 두 가지를 충족시켜 줄 이는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설마 진짜로 이리 영입제안이 올 줄이야.


“소인을 원하십니까?”


“그렇네. 쟁송에서 자네가 보여준 일. 훗날 맹덕이 보낸 편지에 자네가 언급한 여러 연유가 담겨있었으나 그래도 이 늙은이는 그 부분이 걸렸어. 아무리 그렇다 한들, 대저 제 주인의 허락 없이 일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그랬고, 덩달아 애 닳은 곽승이 내 손주 놈을 몰아부쳤을 때에 그랬어. 그래서 생각했지. 자네가 지닌 가치와 자네가 이 조가의 사람이 되었을 때의 가치. 한데 그것이 제법 컸다는 말씀이야. 이 조등이 보기에도 말이야.”


대단한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뭔가 찌릿하고 심장이 요동칠까?


뭐, 사람마다 그 답은 다를 테지만 지금의 자신은 진정 그랬다. 찌릿하고 심장이 뛰었단 말이다.


특이한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 시대의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것을 힘들에 전생의 기억이라 포장한 채, 시대에 녹아들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한데 그 모든 것이, 시대를 대변한다 말할 수 있는 큰 인물의 평으로 인하여 단 한 번에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자 살았던 삶은 아니었습니다.”


“허나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삶이 헛되진 않았다는 사실은 깨달았겠지. 또한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테고. 그래서 자네의 삶은 가치가 있네. 스스로에게도 또 자네를 원하는 타인에게도.”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흘러나왔다. 허나 조등은 대수롭지 않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다고 가벼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농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아니다.


대범하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는 소리다.


“허나 등 어르신 또한 환관이십니다.”


“아니, 은퇴한 환관이지. 또한 지금의 나는 조가의 가주일세.”


“환관이나 가주나 결국 밑 사람을 부리는 것은 똑같지 않겠습니까?”


“자네는 밑 사람이면서도 밑 사람이 싫은가보군. 좋네, 허면 조가의 일원이 되는 것은 어떠한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그렇게 놀라는 게지? 조가의 사람으로 받아주겠다니까? 어디 보자 집안 내에 자식이 없는 이가 몇 있으니......., 양자도 좋고. 뭐, 챙길 가문이 있다면 혼인으로 연을 맺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먼.”


“저를 필요로 하시는 연유가 제가 밑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밑 사람이니까, 그것이 백덕이 되었건 맹덕이 되었건 앞으로 조가를 이끌어나갈 이에게 줄 선물 정도로 생각하신 것이 아닙니까? 어차피 천수는 넘으셨을 테니 살날도 몇 해가 전부시겠지요. 그러니 가주님의 수하가 된다 한들, 고작 두세 해 봉사하는 것으로 끝일 테니 이는 말이 아니 되고 말입니다.”


“흐하하하하하! 좋다, 좋아! 채워줄 것은 정치적인 식견과 안목 정도일 뿐 다른 부분에 있어선 부족함이 없구나!”


“저는 지금 등 어르신과 농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늙은이도 농이 아니야-!”


급작스러운 고함에 귓전이 울리는 듯했다.


진지하다 못해 굳어져 버린 그의 표정이 말해주듯 그는 심히 이에 몰입해있었다.


“밑 사람인 주제에 밑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하며, 밑 사람인 주제에 제 웃전의 눈치를 살피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하려 한다. 밑 사람인 주제에 웃전보다 제 안위나 살길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고, 밑 사람인 주제에 위에서 내리는 명에 반발한다. 이게 뭘 뜻하는지 아느냐? 너는 생각한 바가 있어 밑 사람이 되었을 뿐, 애초부터 밑 사람으로 남을 생각이 없었던 게다. 한데 왜 이 늙은이에게는 이를 감추려 하는고? 이 늙은이가 이를 알기에 도와주겠다 하지 않느냐? 세상천지 하늘을 빼고 비견할 수 없는 자리에 앉아있는 이 늙은이가 많은 것을 내어주겠다 하지 않더냐? 이를 알아들었으면 알아서 받아먹을 것이지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라고 찡찡대는 게야!”


“도움의 저의가 무엇입니까? 세간의 호의는 여러 가지라 하나 힘 있는 자의 호의는 필히 목적이 있는 법입니다! 한데 그 목적을 모르겠으니 그러는 것이 아닙니까?”


“도움의 저의가 무엇이냐고? 그 목적이 무엇이냐고? 나조차도 그 빌어먹을 연유를 이리 설명하지 못해 답답한데 내 어찌 네게 연유를 말할까!”


그답지 않았다. 정녕 그러한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대체 그가 왜 그러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작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것은 저인데, 성을 내며 씩씩대는 것은 그다.


그런 그의 진노에 당황한 것은 저였고, 조등은 어느새 본래의 이성을 되찾았는지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남은 노기를 마저 삼켜내고 있었다.


여전히 그의 숨결을 거칠었고 그의 어깨가 간간이 들썩이긴 하였으나 그의 봉안은 흔들림이 없었으니 그 동자에 정광이 깃든 것이다.


“......., 내 네게서 필히 한 가지를 받겠다 했다. 너는 이를 기억하는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의 깃발에 붙은 불을 삼켜 가문의 혈족들과 중한 인연들을 살려다오. 나는 그것을 받고자 한다.”


“그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립니까?”


“더 이상은 알 필요가 없으니 굳이 연유가 알고 싶거들랑 가서 여강이나 만나보아라. 내게 그 실없는 소리를 해몽이라면서 던져주고 떠난 이는 바로 그니까. 나 또한 이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만, 과거로부터 솟구친 기억이 이제와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이리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더 불편할 것이기에 네게 이러는 게다. 아니, 어쩌면 네가 아닐지도 모르지. 나는 너와 같은 이가 내 앞에 나타나면 다시금 이리할 것이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돌아가는 상황조차 이해가 아니 간다.


허나 그럼에도 그의 이성은 확연한 듯 보였고 온전히 진정이 된 지금은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고 아까 언급한대로 네 스스로가 밑에 있고자 하지 않음은 내 알고 있지 않았더냐? 네 놈은 필히 남 밑에 있을 놈이 아니야. 해서 도와주는 것이다. 대신 지금처럼 앞으로도 조가와 인연의 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라. 절대로 조가와 척을 져서는 아니 될 것이야. 어차피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이 이해가 아니 간다면 그거라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란 말이다.”


앞에 말은 모르겠으나 뒷말은 제게 도움이 된다. 어차피 조조라는 걸물이 있는 조가인데 굳이 척을 질 연유도 없이 척을 질 것은 또 무엇인가?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사오나 그것이면 충분하옵니까? 정녕, 조가와 좋은 연을 이어가는 것으로 족합니까?”


“족하진 않지. 적어도 최후의 순간까지, 그러니까 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가와 척을 질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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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외전 2장 6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6) 20.07.16 332 8 18쪽
161 외전 2장 5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5) 20.07.15 320 9 19쪽
160 외전 2장 4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4) 20.07.14 350 9 16쪽
159 외전 2장 3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3) 20.07.13 341 6 17쪽
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2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79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8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2 8 23쪽
154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09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8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398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399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4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1 8 23쪽
148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2 9 17쪽
147 2장 53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5) 20.06.27 430 7 17쪽
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6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8 7 23쪽
144 2장 50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2) 20.06.24 416 9 16쪽
143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5 12 18쪽
142 2장 48화 – 알력의 예고와 연(3) 20.06.22 413 11 25쪽
141 2장 47화 – 알력의 예고와 연(2) 20.06.21 415 9 25쪽
140 2장 46화 – 알력의 예고와 연(1) 20.06.20 432 12 21쪽
139 2장 45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5) 20.06.19 442 8 20쪽
» 2장 44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4) 20.06.18 427 12 17쪽
137 2장 43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3) 20.06.17 428 12 25쪽
136 2장 42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2) 20.06.16 462 9 25쪽
135 2장 41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1) 20.06.15 457 11 17쪽
134 2장 40화 –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쉬이 알지 못한다(4) 20.06.14 458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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