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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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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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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87,164

작성
20.06.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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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8쪽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DUMMY

“해서 느낀 말씀드리옵건데, 후회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늘 후회할 짓만을 골라서 하고 사는 것, 그게 바로 사람 아니겠습니까?”


“좋은 말일세. 꽤나 의미심장하구만.”


“그간의 세월이랄 것도 없으나 결국,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한때의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던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차별을 막기 위해서도, 제 스스로의 안위와 야욕을 위해서도 이런 저런 변명을 해가며 세력을 쥐려한 것도 그 때는 다 옳은 것이라 생각했지요.”


“해서?”


“비록 뒤틀려 버린 지 오래이나 조금이나마 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모두가 존재했던 처음의 그때로, 본래의 모습 그대로. 물론, 그저 조금일 뿐이지만 말입니다.”


“그때로 그리고 그대로.”


“돌이켜보면 미력한 제가 너무 제 입장만을 생각했다고나 할까요? 화도, 공도 스스로 불러낸 것이 아닐까 싶으니 이제야 여러 어르신들께서 언급해주셨던 부분들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 흐하하하하하!


닫혀진 전각의 문밖으로 들려오는 대소를 들은 바, 야견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제 옆에 자리한 왕위를 불렀다.


“하나는 끝이 났으니 다음 것을 준비해야지. 과희에게 부탁한 것은?”


“시어사는 휘하에 조사 밑 호위를 위한 일부 무리를 이끌 수 있지요. 아마 지금쯤 무관에서 따로 인원들을 선별하고 계실 것이옵니다.”


“내려보낸 편지는?”


“지금쯤이면 남양으로 편지가 날아갔을 것입니다. 검계주께서 계시니 빠른 시일 내에 답신과 함께 봉명이라는 이름이 주군의 앞으로 딸려올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야견은 원영을 시켜 제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상자들을 장양의 가노들에게 건네도록 했다.


“잘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다시금 욕망에 불을 붙이시고 더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위만 오로지 하늘만을 쳐다보십시오. 그래야 그 밑에서 일을 꾸미는 이 야견의 행보를 상시께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실 것이 아닙니까?”


상자를 옮기면서도 또 주위에 가노들이 북적대면서도 전각의 안에서 떠들썩하게 들려오는 이들의 웃음소리와 그 전각의 안을 들락날락거리는 주안상들과 술병들을 보며 야견은 다시금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저 속에서 곽승은 제가 부탁한 것들을 모조리 끄집어낼 터이다.


은연중에 제가 시어사직에 앉는 것을 조가의 입김 때문이니 슬쩍 밀어주고 그쪽에서 정보를 받아내겠다 말할 것이며, 제가 부탁한 대로, 조등이 내어준 계책대로 위계에 순응하며 다시금 장양의 권위를 세워주며 그에게 화해의 손짓을 건넬 것이다.


물론, 지금만 보아도 이미 일처리는 잘 진행이 되고 있었으니 애초에 장양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느꼈던 초조함을, 그에게 먼저 복종하는 것으로 해결하여 그의 눈초리 안에 드는 것을 막았다.


이제 조충과 장양은 봉서를 쥐 잡듯이 잡는데 혈안이 될 터.


그 앞에 움직이는 이는 다름이 아닌 하운이 될 것이고, 그 하운은 장양과 조충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것이 황건이 되었건 봉서와 그 휘하의 환관들이 되었건 이쪽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다만 이쪽은 노골적으로 태평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지. 문제가 될 일은 없다 한들, 조심할수록 더 좋으니.”


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궁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하긴 엄밀히 말해 궁에 들었을 당시에도 조가의 인물로 들어 쟁송에 참관했던 전력뿐이니 별다른 논란이 될 일도 없었고.


정 문제가 생긴다면 조등이 알려준 조언대로 여강의 존재를 곽승에게 언급해두었으니 문제가 생긴다면 그가 알아서 제 살길을 도모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대가 마음에 드는 것은 굳이 사람의 얼굴에 집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 집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긴 하겠다.


그러니까 전생의 기억과는 달리 소위 무슨 짓을 하건 이름이 팔릴 뿐, 얼굴이 팔리는 시대는 아니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과학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그러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범죄자를 잡기 위해 그 현상범의 얼굴을 그려놓은 것 또한 사실 실제 몽타주라기 보단 추상적이고 특징만을 내세운 어색한 모습에 가까웠다.


특히나 뒷배가 없거나 어중간한 명성을 지닌 이들 같은 경우 이름 없는 유랑객들이 스스로 그 이름을 팔며 세객이 되거나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이 또한 그러한 허점을 파고 들었던 경우다.


“주군, 곽 상시 어른께서 나오셨습니다.”


언제 자리를 마친 것인지 상자를 내어주고 돌아온 왕위가 제 옆구리를 찔러 곽승이 전각문을 열고 나왔음을 알렸다.


언뜻 보아도 눈가에 그려진 호선 덕에 일이 잘 풀렸음을 알 수 있었고 말이다.


“내 없는 동안 곽승의 일거수일투족까진 아니라 해도 제법 많은 것을 살피고 들어둬라. 그리고 너는 내가 남긴 믿음직한 수하로서 곽승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그렇게 곽승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호위로써 또 그의 사병장으로서 일사천리의 움직임을 보이는 왕위를 내버려 둔 채, 야견은 몸을 돌려 상자를 날랐던 일꾼들과 함께 장양의 저택을 빠져나왔다.


“황충이 자리한 무관으로 간다.”


“존명.”


순식간에 무게감 어린 태를 갖춘 일꾼들은 어리숙했던 가식을 벗어던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야견과 그를 따르는 검계수들이 보이지 않는 낙읍의 뒷골목으로 사라질 무렵,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들이 또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최근 들어 그러한 황문의 움직임에 불을 켜고 뒤를 좆는 이들이 생겼다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벌써부터 수백은 되는 이들이 중상시들의 저택을 들락날락하는구나. 한데 같은 중상시끼리도 저리 인사라는 이름하에 재물과 사람을 주고받고 있으니 고인물이 조금씩 썩어 들어간다는 사실을 어찌 모르는 겐지.......”


“상고(上告)는 어찌 올려야 합니까?”


“충을 쫓는 이가 어찌 제 입맛에 맞춘 사실을 올리려 하느냐? 눈으로 담은 그대로, 귀로 들었던 그대로를 취합하여 올리면 되느니라.”


검은 머리 사이로 희끗희끗해진 백발이 무색하리만치 평범하고도 학사다운 복색을 걸친 사내의 목소리는 꽤나 멋들어졌다.


이제 막 노인의 소리를 들을 법했을까? 그의 손짓 아래 수십이 될 법한 이들이 사라졌다.


허나 그러한 그의 곁엔 여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 또 자리하고 있었다.


“하고, 여전히 궁(宮)으로 모이는 재물은 여전한가?”


“여전하다기보담도, 조금 다른 양샹이 나타나고 있나이다.”


“다른 양상?”


“예, 기존의 중상시들을 비롯한 이들의 여전히 매관이나 뇌물을 비롯해 재화를 불리는 것에 여념이 없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사오나 두 궁에서 반출되는 재물이 따로 존재하는 듯 합니다.”


“반출? 다른 곳도 아닌 궁에서 돈을 풀린다는 소리가 아니더냐?”


“아무래도 쟁송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을 비롯해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듯 보이니 휘하의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재화를 푸는 것이 아닌 듯 싶사온데......”


“아니다, 아니야. 엄밀히 말해 봉서를 비롯해 탁황과 연관된 이들만이 노출이 된 상황일 것인데 그 휘하에 벼슬자리를 사거나 뇌물을 바치는 이들이라 해봤자 별다를 것이 없는 것이지. 그들이 피해를 본다면 과는 어느 누가 저들의 탐욕을 채워주겠느냐? 되도록 아래에 자리한 이들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끝이 나야 지주, 부호 그리고 상공인들을 비롯한 사, 호족들이 뱉어낼 것이 많을 터.”


“허면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낸들 어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랴? 다만 늘어진 시위에 놓인 살은 쏴 보낼 수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봉서를 비롯한 탁황의 이들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는지부터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 지켜보다 보면 드러나지 않았던 일의 윤곽이라도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게야.”


조금은 평범하고 조금은 유약해 보이는 어린 사내들과 노인이 나누는 대화는 그러한 그들의 생김새와는 전혀 달랐다.


가히 일반인들이 나눌 법한 평범한 대화는커녕 그 어느 것 하나 중한 무게감을 지닌 것들이었다.


허나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황문의 움직임에 불을 켜고 뒤를 쫓는 ‘이들’이 생겼다고.


작금의 노인과 그를 따르는 사내들을 제외하고서도 또 다른 존재들이 황문의 움직임에 불을 켜고 주시할 수 없는 데에는 다 그러한 연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리 길모퉁이에 등을 기댄 채 별일이 아닌 듯 흘긋대는 눈길로 제 앞을 살피는 것 또한 그 흔적을 뒤따라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명 저리로 들어갔지?”


“두 눈으로 보셨으면서도 그리 의심을 하십니까?”


저벅저벅-


“쉿.......!”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숨어 서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내의 앞으로 일정하게 울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때아닌 발소리에 놀란 그들은 제각기 제가 몸을 기댔던 골목의 틈새로 기척을 숨겼는데 그 동작이 어찌나 재빠른지 마치 제 기척을 숨길 줄 아는 살객의 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저놈들은 또 무에야?”


“도성 중에서도 수도의 치안을 관장하는 집금오가 사무를 보는 관사가 이곳입니다. 허니 그러한 곳을 지키는 관병들 또한 제법 태가 자리하고 있는 게지요.”


빛이 바래긴 하였으나 여전히 기존과는 다른, 튼실해 보이는 반 갑주를 걸친 병사들의 움직임은 꽤나 화려하다 못해 대단하게 비춰질 정도였다.


거기다 그 무리가 근 일, 이백이 넘는 것은 물론, 그러한 이들이 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부터 남아있는 이들이 오직 정문 하나만을 지키고 서 있는 자태는 가히 천상의 문지기와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제기랄, 봉서 놈이 오갈 데 없는 상황에 놓였다더니 결국 일이 이리된 것이었어. 제깟 놈들이 제아무리 황문이라지만 황문을 등졌다더니......, 이제는 뭔 일이 터질 모양인지 관이 다 난리로구나.”


“겁이 없었던 것이지요. 주제를 모르니 이리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심기가 불편해진 복사는 제 노기를 삭이고자 고개를 돌렸으나, 정작 제 옆에 변복을 마친 채 술병을 비우고 있는 건석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술? 태평도가 위기에 놓이게 생겼는데 어찌 된 것이 네놈은.......”


“왜요? 이제와 태평도의 사람이 될 일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씨이, 아직은 태평교에 남아 간자노릇 해야 되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네놈이!”


“그래서 보여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뭐?”


“태평교에 가서 보고 하십시오. 최근 들어 관병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라고, 집금오가 따로 명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마치 일거에 누군가를 진압하기 위함인 것마냥 시시각각 모여들고 있으니 벌써 일백을 넘겼다고. 딱히 큰 규모의 사병을 둘 수 없는 도성 내에 자리한 저택이라면 못해도 오백 이내의 관병들이라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규모입니다.”


“쳇, 그래서 알려준 게지? 태평도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던 쟁송의 일도. 작금마냥 말이야.”


“예, 다만 쟁송의 일은 본인만 알고 있으라 했을 텐데요?”


“알아, 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딱히 알릴 필요도 없었어. 이미 다 회수하지 못했던 황건을 이야기했을 때, 마 방주는 이미 도성 내에 세력들과 간세를 모조리 정리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것도 정확히 쟁송이 벌어지기 이전에.”


“호오, 그래요? 역시 그 이름값이 어디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영민해요, 아니 이 사람보단 연배가 있으니 뛰어나신 분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 그러니까 나 또한 네놈을 만나기 전에 마 방주를 그리 대단하다 생각한 것이야. 물론, 네놈을 만나고 난 이후 나는 네놈을 더 높이 치고 있으니까 네놈에게 붙은 것이지만, 여전히 마 방주 또한 그 나름대로 뛰어난 인재야.”


“후후후, 그 외에 또 있을 텐데요? 제게 붙으실 수밖에 없는 연유.”


“아, 마 방주는 작금의 이 상황을 비롯해, 여러 방면의 황문에 일에 모조리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제 아무리 본단에서 각지에 방주들을 임명했다지만 엄밀히 말해 그 안에 뛰어난 놈이나 똑똑한 놈은 있어도 세상 굴러가는 이치를 알거나 무언가를 다스려본 놈들은 그 수가 매우 적어. 허면 그 모든 것을 계산하는데 있어 지금도 바쁜 이들이 바로 본교에 두뇌에 속하는 이들인데, 그들 중 가장 귀한 재원이자 대표적인 이가 바로 마 방주니까 아무래도 골치가 아프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뛰어난 사람이라 해봤자 머리 하나 몸뚱아리 하나뿐인 사람인데 그 또한 만능은 아니지. 거기다 일이 많으면 피로가 누적될 것이고 피로가 누적되면 필히 실수를 하게 되니 집단에서 중한 자리에 있는 이가 그 책임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실수에 대한 문책도 받게 될 것이고 그 결말은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야. 하지만 너는 네놈의 그 꿈인지 대망인지 네놈의 갈 길 이외에 다른 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따로 신경을 쓸 일이 없고, 네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나 말고 없다 했으니 내가 귀히 대접 받을 것이고. 딱히 책임지고 이것, 저것 들쑤시며 관여하는 부분도 없으니 벌써부터 꼬꾸라질 것 같지는 않고.”


“똑똑해요. 훌륭하십니다. 그리 영민하시면서 왜 그간은 그리 투박하고 무식한 체를 하셨던 것입니까?”


“놀리는 것도 정도껏 해라. 다 네놈이 알려준 것 아니냐? 거기다 내가 부족하나마 연주에 작은 기반이라도 있으니까 따로 나를 따르는 아랫것들에게 물어보라며? 한데 그게 바로 세작질일 줄이야. 내가 미쳤지, 벌써부터 본교의 정보를 캐내서 네게 팔고 있으니.”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자책을 보이는 복사의 모습은 가히 한심스러웠으나 그 모두가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어디다 대고 하소연할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네놈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냐? 네놈도 황문, 그러니까 환관들 중에 나름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인데. 뭐, 조만간 봉서를 비롯한 이들 두들겨 잡는다며?”


“뭐, 별게 있겠습니까? 아직은 딱히 명이 내려오지 않았으니 조만간 명을 받은 다음 움직이면 되는 것이겠지요.”


“허면 명도 받지 않았는데 그게 보인다는 말이로군. 네놈도 참 대단한 놈이다. 내다본다고 진짜 앞일이 다 보일 줄이야.”


“참, 마 방주 말고도 다른 이가 함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남방까진 아니고 중원에서 나름 설치는 놈이 있다. 본래는 나와 엇비슷하게 하남(河南)에서 활동한 놈인데 아마 지금쯤이면 본래에 제 자리로 돌아갔을 터. 한데 이를 왜 물어보는 것이야?”


“혹 그자도 마 방주와 비슷한 수준의 지모가 있습니까?”


“웃기는 소리, 그건 진짜 개소리다! 제법 잔머리를 굴릴 줄 아는 것은 사실이나 그 심......., 어! 심모(深謀)나 원려(遠慮)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칼솜씨야 제법 좋긴 하다만 그도 엄청 좋은 것은 아니니, 만일 그랬다면 애초부터 내가 피가 말라 죽었을 것이야. 아니, 그 정도 머리라면 애초에 마 방주와 함께 붙여두지도 않았겠지. 막말로 본교에 일자무식인 신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대가리가 필요한 장소만 따져도 가히 백 곳, 천 곳은 될 것이다.”


“하긴 그렇겠지요.......”


“헌데 이를 왜 물어본 것이야?”


“많은 이들이 오해하기로 작금의 교가 내보이는 성세에 대하여 물경 백만에 달하는 신도들의 지극한 노력이 있었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 말인즉,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세파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민초들이 나름 제 뜻과 의지는 물론 성의를 보였으니, 그 딴에 주인 된 의식을 가지고 최소한도 제가 있었기에 이 정도 온 것이 아니냐는 일종의 오만이지요. 해서 따로 알아본바, 교내에서도 교인들에게 그러한 가치를 설파함으로써 더더욱 교에 충성을 다하도록 일종의 불가분의 관계를 만드는 듯 보이는데 이 사람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헌데 그게 그리 중한 게야?”


“매우 중합니다. 태평도의 이전에도 사이하고 사특한 이교라 할 수 있는 민초들이 믿을 법한 종교는 제법 많은 편이었으니 말입니다. 허나 그러한 그들을 배제하고 유달리 작금의 태평도가 성세를 보이는 연유는 딱히 설명이 되지 않아요. 해서 저는 그 연유를 종교를 만들어내고 이를 설파하여 만인을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는 사람. 즉, 지도자의 위치에 자리한 이들의 그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소위 현자, 양사, 성인 등으로 불리며 작금의 태평교를 세운 교주도 그러하고 그 교주를 뒷받침하는 의제들도 그러하고 거기다 작금의 마 방주와도 같은 이들도 그러하고. 어쩌면 몇 되지 않으나 제법 뛰어난 이들이 모였기에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들이 쏟아낸 것들이 시대적 부름과 맞물려 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지니 말입니다.”


“아! 그 지모 하니까 생각난 것인데 말이야. 내 얼마 전에 듣기로, 본교에 이름난 이가 하나 마 방주의 일처리를 돕는다 하여 조만간 이곳으로 온다고 들었거든. 뭐, 일단 네놈이 찾는 그 기준에 들지는 모르겠는데 오성이 뛰어나고 본교에서 촉망받는 인재라고 하는 소문이 있었으니 나름 머리가 좋은 놈이지 않을까?”


“그 자의 이름이 어찌 됩니까?”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당......, 그러니까 당 뭐라 했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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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2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79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8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2 8 23쪽
154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08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8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398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399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4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1 8 23쪽
148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2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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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6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8 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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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5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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