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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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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0.06.29 06:30
조회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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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7쪽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DUMMY

“문을 지키는 이를 보고 혹시나 했더니, 이것 참. 할아버님께서 내게 보낸 선물이 다른 이도 아닌 자네일 줄이야, 이것도 인연이라면 나름의 인연인가 보이. 헌데 조금 더러운 자리가 아닌가 싶어, 태평교의 간자인가?”


안으로 들어선 조조는 야견을 한 번 보고 제 앞에 자리한 핏기가 그득해진 고깃덩이나 다름이 없는 사람을 보았다.


“관직에 올랐으니 일을 시작해야지요. 어차피 당겨진 마당에 걸쳐진 살은 쏘아버려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서 어디다 쏘려고? 목표도 없는 활시위는 필히 엄한 곳에 꽂히기 마련이지. 목표가 있다한들, 제대로 살을 날리지 못해 엄한 이가 다치기도 하고.”


“목표는 정확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꿰어 맞출 곳을 정하였지요. 또한 소인의 살을 날리는 솜씨 또한 그리 나쁘지 않으니 믿고 지켜보시면 될 일이옵니다.”


“그런가......, 일이 틀어졌군.”


입으론 동의를 표하곤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조조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보였다.


대체 무엇이 틀어지고,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황문이야 되도록 건들지 않을 터이니 결국 물고 늘어지는 것은 태평도가 되겠지?”


“보고는 확실히 올리겠나이다.”


핏기가 어린 주먹에 뚝뚝 떨어져 내리는 붉은 핏물을 바라본 조조는 고개를 들어 그 주먹의 주인인 야견의 안색을 살폈다.


듬성듬성 붉은 핏물과 함께 드러난 인상은 흉흉했고 내비쳐진 안광 또한 살기가 어린 듯 했다.


그저 간간히 차오르고 내려가는 숨소리는 마치 짐승의 것 마냥 느릿하면서도 굵직했는데 터져 나오는 숨소리를 들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간자가 다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따로 할 말이라도 계신 것이옵니까?”


“차라리 내가 시어사가 될 것을 그랬군. 의랑의 직은 재미가 없으이.”


“의랑이란 자리가 딱히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하는 자리는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가? 허면 차나 한 잔 주게. 아주 뜨겁고 진한 것으로 말이야.”


뜬금없는 부탁이긴 하였으나 잠시의 정적 끝에 야견은 과희를 시켜 찻물을 내오게 했다.


한 반각 정도가 지났을까?


용암도 아닌 것이 부글부글 끊는 것부터 새하얀 백연이 증기마냥 치솟아 차가 아니라 온천수와도 같아 보였는데 누가 보아도 바로 마시기 힘든 주문했던 대로 팔팔 끓는 찻물이었다.


“음, 좋은 향이야.”


거기다 그 향 또한 보통 진한 것이 아니었던지라 어느새 모락모락 피어난 증기와 함께 진한 차향이 전각을 가득 채웠다.


뜨듯하면서도 청량한 향은 주변에 자리한 이들에게 퍼졌고 이는 야견을 비롯해 허유와 과희 그리고 고신을 받던 이에게도 묵직한 영향을 주었다.


청량한 향기가 하나, 둘 사람들을 일깨우기 시작한 것이다.


“내 젊었을 적의 이야긴데, 최소한도 고신을 받는 이들에게 있어선 한 치의 언사도 쉽게 내뱉지 않는 공통된 특색이 있었네. 누군가는 제 신념을 위해, 누군가는 제가 속했던 집단이나 세력을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그 입을 열지 않는 게지. 다만 이들에게서 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명료하고 간단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주문해야 하네. 자, 그전에 앞서 너무 뜨거워 마실 수 없는 차부터 잠시 식혀야겠군.”


- 끄아아아아악!


뜨거운 찻물이 담긴 자기가 의자에 결박된 간자의 허벅다리에 놓이자 그 고통을 참지 못한 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제아무리 흙으로 만든 자기라지만 그것을 넘어선 열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매, 맹덕!”


“자원. 지금은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조금만 참게. 하고, 이자에게서 알아내려 했던 것이 무엇인가?”


여전히 차분한 조조의 얼굴이었으나 그 차분함 속에 그가 벌인 행동은 가히 방금 전 야견이 보였던 폭행보다 더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이를 마주한 야견조차 조조가 내보인 그 행동에 놀랐으니 말이다.


“......한 사내를 찾고 있습니다. 도성 내에 자리한 이이고 남방의 보도를 차고 있으며 저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자인데 어디 있는 이인지 모른다며 장소를 불질 않아서 말이지요.”


“이 정도로 고신을 당했는데 불지 않는다면 진정 그 장소를 모른다는 뜻일세. 간자이긴 하나 모든 간자가 저들의 은거지를 아는 것은 아니질 않은가?”


“허면 어찌하면 됩니까?”


“다른 것을 물어봐야지 특색 같은 것들. 생김새나 습관 같은 것들 말이야.”


말을 마친 조조는 간자에게 다가가 허벅다리에 놓인 자기를 들어 올렸다.


“......가, 감사합니다. 가, 감사......, 흐하아아악!”


그리고는 들어 올린 자기를 간자의 얼굴 옆에 가져다대었다.


“고신을 받는 이는 손이나 혓바닥만 온전하면 돼. 물론, 글을 모른다면 손모가지를 날려버리고 혓바닥만 살리면 되고, 글을 알면 손을 살리고 혓바닥을 뽑아버려도 되지. 다만, 충심이다 뭐다 강직해서 제 혓바닥을 깨물 수 있는 것들은 본격적인 고신에 앞서 그 이빨마저 모조리 뽑아버리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 흠, 여전히 뜨겁구만.”


허벅지 위에 조금은 식었던 찻물이라고는 하나 그 열기는 여전했다. 그것이 볼에 닿으니 어찌 화상을 입지 않을까?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간자의 비명은 이전보다 더 처절했고 그 잔혹한 광경 속에 허유는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차란 본디 대접을 우선시 하네. 그보다 더 나아가서는 손님과 함께 나누어 마시는 법. 자네와 같은 필부가 들이키지 못할 귀품이니, 이렇게라도 그 맛과 향을 즐기도록 하게나.”


치이이이익-


하지만 두 눈을 감는다고 그 소리마저 사라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허유의 상상 속에는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는 찻물이 간자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끊이질 않고 떠오르고 있었다.


- 끄하아아......, 흐아아아악!


내질러진 사내의 비명 속에 한 차례의 고신이 끝나자 조조는 다시금 다기를 기울이려했다.


“귀, 귀가 찢어져 있......, 한쪽 귀가 찢어져 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 제발 살려......, 흐흐흐흑.”


“이런 운이 좋게도 제법 빨리 답이 나왔군 그래.”


쪼르르륵-


다기를 옆으로 치운 조조는 제 앞에 찻잔 놓고 사람의 생살로 식힌 미지근한 찻물을 따랐다.


그리고는 그 찻물을 단박에 들이켰다.


“향도 맛도 일품일세. 어째 북부위 시절이 절로 떠오르는 듯 해.”


싸이코패스와도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야견은 조심스레 제 떨리는 손을 뒤로 숨겼다.


들키고 싶지 않았고, 밀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요동치고 있었다. 저와는 다른 냉철함을 마주했고, 저보다 더한 광기를 마주했기에.


- 청 대에 이르러서도 사람이 죄를 지으면 생살을 베었다.


문득 떠오른 책 한 권의 문구였으나 그만큼 이 땅에 자리한 이들의 잔혹한 야만성을 잘 드러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눈앞에 자리한 맹덕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문구처럼 보이기도 했고.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고신에 대해 제각기 다른 잔혹함을 가지고 있긴 하나 그러한 문구가 떠오를 만큼 조조라는 이의 잔혹함에 스스로가 두려움을 느꼈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도성 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방의 보도를 걸친 것으로도 모자라 한쪽이 찢어진 짝귀라 함은 유달리 눈에 띄는 특색이지. 금세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너무 심했다는 눈으로 쳐다보진 말게. 자네가 지금 나를 보는 눈은 자네의 옆에 자리한 이들이 방금 전에 자네를 본 눈이었으이. 내 차를 주문한 것도 그런 살기를 잠시 지우기 위함이었네. 다만 내 실수로 자네를 도와준다는 것이, 내가 내비치지 않을 나라는 사람의 일면이 드러내 버렸으니 그에 대해 미안하지만 기왕 드러난 것을 뭐 어쩌겠는가? 이는 자네들이 이해를 해주었으면 하네. 그 당시, 북부위 시절의 나는 그 누구보다 악독해져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말을 마친 조조는 문을 열고 관사의 밖을 나섰다.


그 바깥에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는 태도로 경비를 서고 있는 황충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째 자네는 별다른 동요가 없군. 전각 내에 들려온 소리를 다 들었을 터인데.”


“무인이 쉽게 흔들려서야 되겠습니까?”


“괜찮은 겐가?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네의 주인 또한 나와 다를 바 없는 고신을 벌였는데도?”


“조가의 공자께는 송구하오나 고작 잔혹한 일면 따위로 제 주공을 평하라는 그 청은 받아들일 수 없나이다. 소인이 주공을 잘 아는 것은 아니오나 절대로 그 일면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는 과거의 인연도 연결이 되어있는 바, 주공께선 자신을 위해 희생당한 수하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함이니 소인 같은 수하된 이들 또한 그 은혜를 알기에 더더욱 주공께 충성하는 것이옵니다. 허니 그러한 질문에 답해드리지 못함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두터운 박도를 걸친 채 제 주인을 향한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황충의 모습에 조조는 부러움을 느꼈다.


허나 반대로 야견이 왜 저리 나오는 것인지 그 사연마저도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훌륭한 무인일세, 자네는. 그러고 보면 허 자원도 그러하지. 원소를 떠나 그의 수하가 되었으니까 전각 안에 저이는 참으로 복이 많아.”


“그들 모두가 주공에 의해 주공의 사람이 된 이들입니다. 주공의 인덕이지요.”


“인덕이라......, 그래 뭐 그 또한 인덕이 된다면 인덕이라 할 수 있겠지.”


은연중에 제 주인을 무시하는 것 같아 잠시 박도를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 황충이었으나 상대가 상대인만큼 제 주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써 예를 갖추는 그였다.


허나 반대로 조조의 입장은 달랐다.


“그렇구만, 허면 수고하게.”


제 도발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조조는 그 길로 황충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느새 조막만 해진 황충과 전각이 담장에 가려 더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될 거리에서 몸을 돌린 조조는 애꿎은 제 입맛만을 다시며 제 눈에 들었던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그 수하된 이의 원수를 대신 갚는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을 아닐 터. 적아의 구분이 확실할수록 좋으나 그 적아의 관계 또한 언제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저리 사리분별 못하고 다 쳐내다 보면 언제고 제 사람들이라 해봤자 별반 남지 않을 것인데......., 뭐. 나름 저들의 일면을 보았으니 좋다면 좋은 것이겠지만, 고작 저 정도에서 한계를 드러낸 어린 아해에게 밀리지 않겠다고 치졸하게 옛 모습까지 다 끄집어낸 이 맹덕도 아직은 수양이 부족한 셈이로군.”


자조적인 비난이었다.


못해도 대 여섯, 그 언저리의 차이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한데 그 어린놈 하나 이겨보겠다고 친우가 자리한 그 앞에서 제 잔학한 모습을 가감 없이 내비친 자신은 그보다 더 어이가 없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 사람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한 분풀이라도 해야 이 마음이 조금 풀릴 것인데. 따로 겁도 조금 집어먹게 해야 하고 말이야. 어린 것이 벌써부터 사람을 다 긴장시키게 하는 능력이 타고났어. 사람 하나 반병신을 만들어놓고 그 자리에 들어서게 만들다니, 쯧. 거슬리게 시리.”


사람이 살면서 긴장을 하거나 신경이 쓰이는 경우가 몇 가지가 있는데 특히나 사내들이라면 유달리 제게 위협이 되거나 제 목소리가 먹혀들 것 같지 않은 이에게 더한 신경을 쓴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빨리 서열이 정해지길 바라거나 은연중에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알리려 시도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다. 작금의 조조 또한 그와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


다만 조금 전의 경우는 조조가 살짝 오해를 했던 것인데 도리어 그것이 조조에겐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켰던 모양이었다.


결국 자신도 그 목숨이 하나뿐인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전각 내에 자리하고 있는 야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가 들어와 살기를 지워놓고서는 더한 살기만 남기고 가는구나. 자원, 맹덕이 원래 저러한 자였느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다만 간간히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날 때도 있긴 하였지요. 가끔 외방에 나가 사냥을 할 당시 왈자패나 도적놈들을 만날 때가 있었는데 굳이 맹덕은 그런 이들을 마주하면 싸움을 걸거나 그들을 상처 입히곤 했습니다. 무예실력도 좋았고 말도 잘 탔으니 작은 체구에 그저 부잣집도련님이라 생각하던 이들이 된통 당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탓인지 허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을 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기침과 함께 떨려오는 손은 그저 기침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 주인인 야견도 모자라 친우인 맹덕의 위험한 일면을 엿보았다. 그것도 기존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고, 칼부림을 하고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 특유의 끈적하고 흉측한 기분은 조금 전 벌어진 고신과 같은 자리에서만 드러나게 되는 법이니까.


“놀란 게로구나. 하지만 그리 나쁜 변화는 아니지.”


작금의 허유는 평상시와는 달리 제가 유달리 더한 예를 갖추고 있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듯 보였다.


물론, 이를 지켜본 야견으로써는 만족스러운 변화였고 말이다.


짝-


“자, 허면 맹덕의 일은 여기까지. 우리가 찾아야 할 이와 우리가 움직이는 목적은 정해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탓일까?


조용히 죽간을 써 내려가던 과희도 붓을 내려놓았고, 허유 또한 조용히 눈을 빛냈다.


“누군가는 이곳 도성으로 상경하여 벼슬자리에 드는 것이 약속이었다. 누군가는 제 생에 무의 끝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약속이었다. 또 누군가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더러운 권력자들의 암투에 대하여 알아가는 것이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는 양겸이란 수하의 약속은 자신을 죽인 이를 찾아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


굳이 황충을 전각의 안으로 부르지 않았으나 딱히 방음이 잘 되는 공간도 아니니, 그 또한 듣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황충을 비롯한 이들이 충분히 듣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런 양겸의 칼을 지닌 이가 이곳 도성에 자리하고 있고 그는 태평도의 끄나풀이나 중진일 확률이 크다. 지난날 양성현의 환난에서 태평도의 두건이 보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무슨 연유가 되었건 황문의 권력쟁투 속에 저들이 발을 들였다는 뜻일 터. 사적인 복수도, 공적인 임무도, 드러난 대의도 모조리 하나로 합치되는 상황이다. 이 정도 호기를 그냥 흐지부지 날려버릴 수야 없는 일. 무관을 움직여 검계수들을 푼다. 조금이나마 특징이 닮은 이의 소재를 모조리 파악해라. 우리는 단박에 우리의 한을 풀고 원을 이루며 성세를 일군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 될 것이다.”


콰앙-


외진 곳에 자리한 낡은 전각의 문이 부서질 듯 강하게 열린다.


이를 듣고 있던 황충이 양손으로 문짝을 활짝 열어젖힌 탓이다.


“가시는 길, 이 한승이 가까이서 뫼실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주공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들. 이 한승의 칼 아래, 모조리 도륙이 날 것입니다.”


호기롭게 가슴을 치며 외친 황충에 반응에 허유와 과희는 이것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딱히 상황이 정해져 있지 않고서는 황충이 먼저 나서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저 또한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었다.


헌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대체 왜 그가 저리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실력 보여줄 일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아, 하후 가의 묘재와 칼을 나눈 뒤 깨달음은 얻었는데 딱히 보여줄 상대가 없어서가 맞으려나?”


“크흠,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러한 연유라 말씀드리겠나이다.”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고 어느새 허유에게 물들 것인지 저런 뻔뻔함을 다른 이도 아닌 황충이 다 보여줄 줄이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절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듯했다.


“양겸아, 나는 나를 위해 죽은 이를 절대 잊지 않는다. 너로 말미암아 낙읍으로 내가 상경하였으니 필히 네가 내게 맡긴 그 의뢰, 무조건적으로 완수해주마. 허니 조금만 더 참아라. 조만간 네 원수를 갚아줄 것이니......”


이 정도 맹세라면, 말게 갠 하늘의 위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도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맑은 하늘 위로 뻗어 올린 야견의 손가락은 마치 저 하늘에 자리한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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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외전 2장 5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5) 20.07.15 321 9 19쪽
160 외전 2장 4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4) 20.07.14 354 9 16쪽
159 외전 2장 3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3) 20.07.13 342 6 17쪽
158 외전 2장 2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2) 20.07.10 373 12 22쪽
157 외전 2장 1화 – 용이 사는 못에 이는 포말(1) 20.07.09 380 8 18쪽
156 외전 2장의 서 – 동 태후 20.07.08 419 8 21쪽
155 2장 61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에서 시발만이 남았다 20.07.07 464 8 23쪽
154 2장 60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7) 20.07.06 410 7 28쪽
153 2장 59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6) 20.07.04 429 9 28쪽
152 2장 58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5) 20.07.03 400 9 30쪽
151 2장 57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4) 20.07.02 400 9 22쪽
150 2장 56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3) +2 20.07.01 427 9 27쪽
149 2장 55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2) 20.06.30 412 8 23쪽
» 2장 54화 - 뒤섞일 인연들의 종착점과 시발점(1) 20.06.29 434 9 17쪽
147 2장 53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5) 20.06.27 432 7 17쪽
146 2장 52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4) 20.06.26 427 8 28쪽
145 2장 51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3) +2 20.06.25 409 7 23쪽
144 2장 50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2) 20.06.24 418 9 16쪽
143 2장 49화 – 각자가 제각기 활을 당긴다(1) +2 20.06.23 456 12 18쪽
142 2장 48화 – 알력의 예고와 연(3) 20.06.22 415 11 25쪽
141 2장 47화 – 알력의 예고와 연(2) 20.06.21 416 9 25쪽
140 2장 46화 – 알력의 예고와 연(1) 20.06.20 434 1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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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2장 42화 – 기승전결은 새로운 기승전결을 부른다(2) 20.06.16 463 9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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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장 40화 – 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그 누구도 쉬이 알지 못한다(4) 20.06.14 459 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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