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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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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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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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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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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7화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DUMMY

다음날 유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버닝하트와 재민을 흔들어 깨웠다.


“이제 출발해야 한다.”

“10분만 더 자면 안 돼요?”


버닝하트가 침낭 안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뒹굴었다. 하지만 유신은 그런 버닝하트를 단호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냉정하게 윽박질렀다.


“아쉽지만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조금만요. 아주 조금만.”


버닝하트는 한 번 더 앙탈을 부려봤지만, 그런 것이 통할 유신이 아니었다.


“승태 네가 정히 일어나지 않겠다면, 내 다 생각이 있으니 마음대로 하여라.”


유신이 무언가 결심한 듯 무서운 얼굴을 하고 버닝하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버닝하트가 얼른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요. 알겠다고요. 일어나면 되잖아요?”


하지만 입으로는 계속해서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야영에 영향인지 온몸이 누군가에게 뚜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고 쑤셨기 때문이었다. 체력 좋은 버닝하트도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허약체질의 재민은 어떻겠는가? 예상대로 그의 옆에서 다 죽어가는 환자처럼 온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역시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유신이 그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는 마차 안에 있던 아리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어젯밤 유신의 배려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차 안에서 그것도 리루드 마을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 침대 위에서 잠을 청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귀하게 자란 그녀에겐 이곳은 편히 잠들기에는 부족한 환경이었다. 아무래도 여행용이 아닌 짐을 실어 나르는 마차다 보니 들어오는 찬 공기를 완벽하게 막아주지 못하였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마차 안의 광경은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벌겋게 충혈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유신은 결국 결심을 하였다. 그는 끙끙 앓는 재민을 쉬게 하고 그나마 체력이 버닝하트와 함께 남은 짐을 정리하여 마차에 실었다. 그리고 힘겹게 일어난 재민을 부축하여 마차에 태웠다.


“이제 출발하자.”


유신이 마차 운전석에 올라타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잠시 후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말이 말발굽을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을 더 달리자 드디어 숲을 벗어났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잘 정비된 돌길이 유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 돌길은 그들이 타고 있는 마차가 3대는 거뜬히 동시에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었고,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마치 풍경화를 그려놓은 듯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마차몰기 참으로 좋은 길이구나.”


유신이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들은 버닝하트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팔을 휘두르며 함성을 질렀다.


“그래요? 어디. 우···우와. 으하하 완전 멋지다.”

“멋져요. 마치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보는 것 같아요.”


재민 역시 그 옆에 있는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황홀한 눈빛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그는 잘 정돈된 길과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예전에 그의 아버지 상헌과 갔었던 그 길을 떠올렸던 것이다. 덕분에 난장이와 간달프를 따라 얼떨결에 여행을 떠났었던 빌보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끊임없이 샤이어를 그리워했듯이, 떠나온 집과 푹신한 침대, 그리고 가족들이 그리워졌다.


그때 아리엘이 어린아이를 혼내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말투로 두 사람을 나무랐다.


“아무리 그래도 마차고 달리고 있는데, 얼굴을 내밀면 안 돼요.”

“이렇게 넓은 길에서 달리는 건 우리뿐인데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버닝하트가 그녀의 충고를 귓등으로 흘리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마차가 덜컹하고 흔들리며, 버닝하트와 재민의 머리가 쾅하고 부딪쳤다. 두 사람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얼른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신이 쯧쯧 혀를 찼다.


“그러니 신녀님이 뭐라고 하셨느냐? 위험하니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형 솔직히 말해 봐요. 일부로 그랬죠?”


버닝하트가 원망의 눈초리로 그를 흘겨보았지만, 유신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능청을 떨었다.


“글쎄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구나.”

“이씨! 두고 봐. 복수할 거야.”

“그래 마음대로 하여라. 물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유신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버닝하트는 속으로는 너무 분했지만, 어쩔 수 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시점에선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막말로 말해 복수하겠다고 지금 마차를 몰고 있는 그에게 덤벼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30분을 더 달렸다. 그러자 드디어 저 멀리서 그들의 목적지가 눈에 보였다. 굉장히 투박해 보이는 성이었다. 높이는 어림잡아 10m 정도 되어 보였고, 성벽은 한눈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정면으로 6m 높이의 철문이 보였다. 그 철문 앞에는 사슬갑옷을 입은 경비병 두 사람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것 같구나.”


유신이 나직이 말했다. 그는 마차를 철문 바로 앞까지 몰고 갔다. 그러자 경비병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 그들의 마차를 세웠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소이까?”


유신이 일행을 대표해서 경비병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통행증이 필요합니다. 통행증을 갖고 계십니까?”

“물론 없소이다. 어찌하여 그런 것이 필요하오이까?”


유신이 그런 것은 전혀 금시초문이라는 어조로 물었지만, 경비병들은 단호한 표정으로 그들을 돌려세웠다.


“지금이 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통행증이 없다면 아무도 이곳에 함부로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통행증이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유신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어렸다. 그때 마차 안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순간 경비병들의 머리가 빛의 속도로 땅으로 향했다. 유신이 뒤를 돌아보니 아리엘이 어느새 마차에서 나와 생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다 못한 아리엘이 마차에서 내려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신녀님이 계신지는 저···정말 몰랐습니다. 부디 저···저희의 부···불충을 용서해주십시오.”

“일어나세요.”


아리엘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일어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바닥에 붙은 그들의 머리는 도통 떨어질 줄 몰랐다. 그들은 도리어


“아···아닙니다. 저···저희는 이 자세가 더 편합니다. 신녀님.”


이렇게 말하며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리엘이 직접 나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너무나도 황송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제 저희 들어가도 되나요?”


아리엘이 생긋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이에 병사 중 한 명이 여전히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서둘러 대답했다.


“아···아닙니다. 시···신녀님이. 겨우 저희 따위의 아···안내를 받으실 수는 없습니다. 제가 어···얼른 경비대장님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러고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 안으로 정신없이 뛰어들어갔다.


잠시 후 그 병사가 한 사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18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지닌 남자답고 호기로운 외모의 사내였다. 그는 잘 발달한 상체 근육과 웬만한 사람의 머리통만 한 허벅지를 지니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한가락 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아무래도 그가 병사가 말한 경비대장이 분명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신녀님 저는 이곳의 경비를 총 책임지는 경비대장 스트라토 페탈케스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 사내가 자기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빛의 속도로 고개를 숙였다.


“일어나세요.”

“아닙니다, 신녀님. 저는 이 자세가 더 편합니다.”


‘어! 이 상황 조금 전에도 본 것 같은데?’


버닝하트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차이가 있다면 그래도 경비대장이라고, 긴장하거나 말을 더듬지는 않는 것 정도?


“하지만 경비대장님이 계속 그렇게 계신다면, 대체 누가 저희를 안으로 안내하죠?”


아리엘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군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스트라토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정으로 그가 머리를 숙였을 때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신속하게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뒤를 돌아 병사들에게



“문을 열어라.”


라고 우렁차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구령과 함께 거대한 철문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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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2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7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7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9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43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7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6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9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6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8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30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9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43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4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3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8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3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4 0 12쪽
18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33 0 12쪽
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9 0 11쪽
16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6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6 0 17쪽
14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6 0 9쪽
13 13. 프로젝트 레인보우 19.02.14 32 0 13쪽
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4 0 10쪽
11 11. 알리바이가 필요하거든요. 19.02.14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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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사 vs 무사 18.08.24 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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