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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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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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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1,073

작성
19.02.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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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DUMMY

“다른 분들도 다 동의하신 겁니까?”


상헌이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는 그들 전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설명하자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상헌이 목소리를 정돈하기 위해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말을 이었다.


“태초의 빛과 어둠이 세상을 창조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한 천족과 마족에게 그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였지요. 또한, 인간과 오크로 하여금 그들을 보좌하게 하였습니다.

신들은 그들이 그 모든 것을 잘 이끌어, 조화로운 세상을 꾸려나가길 원했던 겁니다.

하지만 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반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우리의 신이 더 위대하다는 주제의 대수롭지 않은 충돌이었죠.

하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결국 전쟁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이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상헌은 목이 막혔는지 물을 한잔 따라 마시고 덧붙였다.


“이는 신들의 기대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지요. 하늘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빛과 어둠은 분노하였습니다. 그들은 천족과 마족과 함께 자신을 스스로 봉인해 버렸습니다. 전쟁 시작의 이유가 그들에게도 있으니, 스스로 책임감을 통감한 것이죠.

그 이후로 천족과 마족은 그들에게 허락된 한정된 땅덩어리에 갇히게 되었고, 마법은 태초의 강함을 잃게 되었습니다. 마법 자체가 신의 힘을 빌려, 그들의 권능을 행사하는 것이니 당연한 절차였지요.”

“뭔가 옛날얘기 듣는 거 같아서 재밌긴 한데요. 이거랑 아저씨가 여기 온 이유랑 뭔 상관이에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얘기를 듣고 있던, 승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본격적으로 본론을 얘기한다더니, 또 새로운 말을 길게 하는 상헌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야! 왜 때려요?”


승태가 두 손으로 정수리를 감싸 쥐고 진우를 흘겨보았다. 진우가 승태의 정수리를 꿀밤으로 쥐어박은 것이다.


“거 참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설명하실까. 누가 애 아니랄까 봐, 촉새같이 나서서 말이야. 안 좋아.”


진우가 승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승태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진우가 검지를 입술에 대며, 침묵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래. 승태야. 여기 있는 진우형 말대로 조금만 기다려 봐라. 조금만 더 들으면, 내가 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얘기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상헌이 입이 댓발은 나와서 툴툴대는 승태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다행히 승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도 아직은 지루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비장한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낮았으나, 그 안에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그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섬겨야 할 대상이 없어진 인간과 오크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헌데 1차 신마전쟁이 시작된 지 정확히 천 년이 되던 해에 문제가 생겼죠.

트리스탄이라는 젊은 마족이 신들의 봉인을 풀어 대륙으로 진출하자는 구호 아래, 다른 마족들을 빠르게 규합한 것입니다. 그는 추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자신을 스스로 마왕이라 칭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카이나르의 국왕이자, 인간 연합의 수장인 에쉴히트는 이를 막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크 대족장 두르가 비아스텐스는 그와는 생각이 달랐지요.

그는 오히려 마왕에게 동조하여, 1000년 전에 내지 못한 승부를 끝마치려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견해차가 전쟁으로 이어진 거죠.”


그 말을 하며 상헌이 잠시 착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였다.


“지금 그 말씀 굉장히 익숙하군요. 무언가 이번에 처음 들은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영이 물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이 분명한데, 기억이 날 듯 말 듯 어슴푸레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 게임 시작할 때, 나타나는 로브를 입은 마법사에게 들으셨을 겁니다.”


상헌의 그 말을 듣고, 무영이 아! 하며 무릎을 쳤다.


“그 마법사가 이와 흡사한 설정을 말해주며, 이 세계를 구원해달라고 하지요. 다음 순간 찬란한 마법진이 펼쳐지며, 게임의 접속을 하게 되고 말입니다.”

“지금 보니 그 모든 것이 사장님께서 의도하신 것이었군요.”


무영이 상헌을 조용히 응시하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의도한 것이었죠. 사실! 그 마법사의 모델이 바로 저였거든요. 물론 게임 접속할 때, 펼쳐지는 마법진도 우연이 아닙니다. 의미가 있지요. 이제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상헌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시계를 22년 전으로 돌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고문서를 연구하던 중 전란을 타계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마법진이었죠.

그 고문서에는 이 마법진을 연성하면 누구든지 신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그 도움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적혀있지 않았지만요.

저는 그것이 이 세계를 구원해 줄 9명의 영웅을 불러줄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전란의 순간에 어디선가 9명의 영웅이 나타나, 그 전락을 종식할 것이라 했으니까요.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의 나오는 수잔 여왕의 뿔나팔처럼 말입니다.”

“나 알아요. 캐스피언이 그 나팔을 이용해, 페번시가의 아이들을 불러서 삼촌인 미라즈에게 왕권을 되찾았잖아요.”


승태가 들뜬 얼굴로 손을 들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모처럼 아는 얘기가 나와서 신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상헌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맞다. 바로 그거야.”

“잠깐! 지금 선생께서는 그 9명의 영웅이 우리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어느새 승태의 옆으로 다가간 유신이 상헌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네. 염치없지만 그렇습니다.”

“그것은 불가합니다. 물론 선생께서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물체의 양자이동을 성공하셨습니다. 허나 어찌 한낱 미물에 불과한 물체와 만물의 영장인 사람 같을 수 있겠사옵니까? 살아 있는 사람을 자료화한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유신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였다. 상헌이 보여준 공간이동은 물체를 자료화해서 원하는 곳에 전송해 재구성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만약 상헌의 방법대로 사람의 공간이동을 시도한다면 일단 사람을 자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헌데 사람을 자료화를 하려면, 일단 그 사람을 분자단위로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 즉 그 순간 사람은 일시적으로 사망한다는 뜻이다.


이미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사람을 재구성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단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복제인간일 뿐이지 않을까? 유신은 바로 그 점은 지적한 것이다.


“그럴 리가요. 저도 살아 있는 생명을 자료화시킬 배짱은 없습니다. 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바로 웜홀을 이용한 방법이죠. 저는 웜홀을 통해 차원과 차원 사이에 거대한 다리를 놓을 것입니다.”


상헌이 말한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구멍을 뜻한다. 상헌은 이 웜홀을 이용해서 차원과 차원을 직접 잇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 역시 불가합니다. 일단 화이트홀의 존재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된바 없을 뿐 더러,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몸이 분자단위로 파괴될 것이 자명할진데, 그것이 사람을 자료화시켜 전송하는 것과 무에 그리 다르겠습니까?”


유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상식 내에선 이론적으로 웜홀을 이용한 여행은 오로지 수학적으로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유신군은 제가 왜 테슬라 코일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지. 자랑하기 위해서요?”


상헌이 유신을 응시하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요. 웜홀을 증폭시킬 때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섭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기조력 문제도 해결할 자신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절 믿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안전에 관한 문제입니다. 안전에 어찌···.”


그때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듣고 있던 우터가 나서 유신의 말을 끊었다.


“얘기를 끊어 미안하네만, 내 자네에게 한마디만 하겠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왜 자꾸 안 된다고만 하는 건가? 무릇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일은, 누군가 해내는 순간 가능한 일로 바뀌는 것일세. 우리가 즐기고 있는 가상현실게임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역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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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19.04.23 22 0 9쪽
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2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6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4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7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39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5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4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7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2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5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25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7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37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2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2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4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1 0 12쪽
18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28 0 12쪽
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5 0 11쪽
16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5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5 0 17쪽
»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6 0 9쪽
13 13. 프로젝트 레인보우 19.02.14 28 0 13쪽
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1 0 10쪽
11 11. 알리바이가 필요하거든요. 19.02.14 33 0 13쪽
10 10. 대망의 결승전 19.02.14 41 0 13쪽
9 기사 vs 무사 18.08.24 49 0 11쪽
8 vs 태권도 18.08.16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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