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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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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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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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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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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영 vs 파리온

DUMMY

파리온과 무영 두 사람은 대결을 위해 한적한 공터로 나갔다. 파리온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었다. 무영은 그런 파리온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녀는 다리를 승마자세로 벌려 오른발을 앞으로 내맬인 채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검 끝으로 무영을 겨냥하고 있었다.


무영은 이 자세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펜싱의 갸르드 자세였다. 무영이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폭이 얇은 중국 검이었다. 그 순간 파리온이 공격을 시작했다. 앞무릎을 힘차게 펴 발바닥이 지면을 스치듯 낮게 하면서 뒷다리로 강하게 밀며 검을 들고 있는 오른팔을 가볍게 뻗었다.


펜싱의 아따크 자세였다. 동작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과연 그도스가 이 일대에선 적수가 없다고 칭찬할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이 들어가는 그 찰나의 시간에 무영은 확신했다. 그녀는 무영의 적수가 아니었다.


또한 병법에 이르길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싸움은 애초부터 무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영은 파리온의 기술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파리온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리온의 검이 빠르게 무영의 심장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하지만 무영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 순간 파리온의 검이 거의 그의 심장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바로 그때 무영이 자신의 검을 반월을 그리며 올려쳤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그 충격으로 파리온은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무영의 검이 그녀의 검 손잡이 바로 앞부분을 올려쳤기 때문이다. 무영이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파고들어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파리온도 그걸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뭐야, 왜 공격을 안 해?”

“저는 우터님같은 신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입니다. 낭자를 상대로 싸우는데 적어도 5수 정도는 양보해야지요. 이제 4수 남았습니다.”


무영이 생긋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파리온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어머! 꼴에 남자라고 자존심은 있는가 보네. 웃겨 그러다가 그 4수가 끝나기도 전에 져버리면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그러시나.”


왠지 그 미소가 영 어색한 것이 아무래도 무영의 그 말에 꽤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뾰로통한 얼굴로 눈의 쌍심지를 키고 무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무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파리온의 발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펜싱은 공격이 들어올 때 발과 검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의 발 움직임을 잘 지켜보면 다음 공격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파리온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굽혔던 왼쪽 다리가 일자로 펴지면서 오른 무릎이 앞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팔을 앞으로 뻗었다. 이번에는 무영의 배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무영에게 닿지 않았다. 무영이 몸을 가볍게 틀어 그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무영이 그녀의 품으로 파고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직 그가 약속한 4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3수 남았습니다.”


무영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셋을 표시하였다. 그 모습에 파리온이 더욱 씩씩거렸다. 이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저 얼굴에서 그 여유를 뭉개 주리라.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영의 다리로 그녀의 검이 날아들었다. 무영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회전하며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굽힌 오른 무릎을 바닥에 닿게 하고, 왼쪽 다리를 쭉 펴며, 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각선으로 내려 그었다. 다음 순간 쳉 하는 소리가 함께 부딪힌 두 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무영의 그 동작에 우터를 제외한 거기 있는 모두가 놀랐다. 그들로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동작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슈의 동작이었다. 하지만 동선이 지나치게 크고 동작이 화려해서 실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기술이었다. 즉 지금 무영에겐 그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2수 남았습니다.”


무영이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했다. 당사자인 파리온은 흥분으로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구경꾼들은 매우 흥미롭게 이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의 옆에서 이 대결을 지켜보던 그도스가 크게 감동한 듯 보였다.


“대단합니다. 아름다워요. 저도 저 자신을 스스로 무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저분이 보여주신 동작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우슈라는 무술입니다. 저야 이미 알고 있는 무술이고 실제로 대련도 해봤지만, 영주님께서 보시기엔 조금 생소하실 겁니다.”


우터가 나직이 말했다. 우슈···우슈. 그도스는 그 말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한편 그도스와 우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영과 파리온의 대결은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새 파리온의 전광석화 같은 공격이 두 번 더 들어왔다. 그리고 무영은 그 두 번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약속했던 5수가 끝났군요. 이제 저도 서서히 공격에 들어가겠습니다. 각오하세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영의 검이 허공을 갈랐지만, 이번엔 파리온이 재빨리 받아냈다. 그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좋군요.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겠습니다.”


무영이 빙글거리는 얼굴로 여유롭게 말했다. 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뭐라는 거야?


정말로 무영은 그가 말한 방향을 검을 휘둘렀다.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가까스로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번엔 왼쪽. 그다음엔 아래쪽. 몸통. 위. 오른쪽.”


무영은 계속해서 그가 말한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덕분에 파리온은 그의 검의 궤도를 미리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공격을 피해내고 막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영의 몸놀림은 점점 더 빨라졌다. 파리온은 뒤로 물러나면서도 무영의 동작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영의 몸동작 하나하나가 그녀에게는 전혀 본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그의 몸동작을 자세히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그의 검술을 파악해내기 위해 애썼다. 무영의 몸동작은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에 반면에 그녀의 검술은 직선이었다. 즉 그녀와 무영의 싸움은 직선과 곡선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에 무영의 빈틈이 들어왔다. 이 대결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포착된 빈틈이었다. 그 빈틈을 놓칠 그녀가 아니었다. 다음 순간 오른 다리가 앞으로 나가며 그녀의 검 끝이 무명의 머리를 노리고 빠르게 쇄도해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에서 어느새 승리의 미소가 아로새겨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그 미소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무명이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젖혀 피해낸 것이다. 그녀의 검 끝은 무영의 얼굴을 지나 허공을 가로지었다.


“만약 이게 실전이었다면 낭자는 여기에서 죽었습니다.”


무영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뭔 소리야?“


파리온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녀의 복부에 무영의 검 손잡이 자루부분이 닿아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말처럼 그가 마음먹고 검 손잡이가 아닌 검 날로 이 같은 공격을 감행했다면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으리라. 아니, 애초에 그녀를 상대로 5수를 양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공격 궤도를 미리 알려주는 여유까지 부렸던 그가 아니던가? 마음만 먹었다면 대결은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방금 건 무효야. 내가 방심했어. 다시 해.”


생떼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알량한 자존심이 이대로 끝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해라. 이미 졌다. 여기서 더 해봤자. 결과는 같다는 걸. 이미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이 아비에게 더는 망신을 주지 마라.”


그도스였다. 아무리 팔불출인 그라도 지금 그녀가 얼마나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영에게 패배한 파리온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리스도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렇게 엄격한 아버지의 표정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들은


“아빠는 왜 끼어들고 그래? 완전 어이없어. 그치 파리스?”

“맞아 파리온. 나도 아빠 때문에 완전 빈정 상했어.”


이렇게 투덜대며 총총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퇴장하였다.


“죄송합니다. 다 아이들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 못입니다.”


그도스가 우터와 무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영과 우터가 손을 내저으며 황망해했다. 하지만 그도스는 자신의 미안함을 꼭 표시하고 싶다며 다시 또 우터와 무영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그도스는 무영에게 우슈에 대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물어봤고 무영은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그도스는 무영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까 봐 영주의 체면에도 불구하고 필기도구를 꺼내 받아 적는 성의를 보였다.


“외람되지만 그 우슈라는 무술을 여기 있는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도스가 물었다. 하지만 무영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주님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할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무영의 그 대답에 그도스가 풀이 죽었다. 그런데 그때 우터가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었다.


“이보게 무영.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그렇게 하세나.”


우터의 그 말에 그도스의 얼굴이 다시 펴졌다. 하지만 무영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섭게 따져 물었다.


“우터님은 지금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잊으신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하지만 사람은 은혜를 받았으면 갚는 것이 도리일세. 요 며칠간 영주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나? 게다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네. 그런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지 않고 바로 떠난다는 것은 무기를 들지 않고 전장에 나가는 것과 똑같은 거야. 영주님의 말씀대로 잠깐 우슈를 가르치며 여기에 머무는 동안 그것을 확실하게 알아두고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우터의 간곡한 설명에 결국 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이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우터의 말처럼 잠시 여기에 머물면서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분명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영은 뭔가 찝찝했다. 이러다가 혹 여기에 발목이 잡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무영이 우터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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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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