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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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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91,073

작성
19.03.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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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DUMMY

리루드 마을의 시장은 마을 규모에 비해서는 그래도 꽤 큰 편이었다. 이곳 사람들이 세공품을 만들어 레이발도스 상외연합에게 그것을 팔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뛰어난 세공술사이면서 동시의 장꾼이었다.

 

 시장의 풍경은 평범했다. 마을 옆 공터에 천막을 줄지어 세워놓고 탁자 위에 물건을 팔았다. 재민은 이곳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달력가게를 찾았다. 지금 일행 중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그나마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가게로 들어간 재민이 주인에게 머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은 주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무엇이 필요한가요. 손님?”

“달력 사러 왔어요. 달력 얼마에요?”

 

 재민이 탁자 위에 놓여있는 여러 달력 중에 공책 크기만 한 휴대용 달력을 짚으며 물었다. 가게에는 큼직한 달력들도 많았지만, 이제 모험을 떠나야 하는 일행의 특성상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 그 달력이요. 400 리안입니다.”

 

 가게주인이 여전히 호탕한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리안은 이 세계의 화폐단위로 그 하위단위인 시드 10개가 모이면 1 리안이 되었다. 쉽게 말해 시드가 동전이라면, 리안은 지폐인 셈이었다.

 

 “400 리안이요? 여기 있습니다.”

 

 재민이 순순히 주머니에서 400 리안을 꺼내 계산하였다. 오늘 쇼핑을 위해 아리엘에게 3000 리안 정도를 용돈으로 받아두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재민은 그렇게 첫 거래를 시원하게 마치고 기분 좋게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영특하구나. 달력을 가장 먼저 살 생각을 하다니 좋은 선택이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재민은 반가운 마음에 얼른 뒤로 돌아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꾸벅 인사했다.

 

  “유신 형 오셨어요?”

  “오냐,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있어서 왔느니라.”

“저한테 물어볼 게 있으시다고요? 그게 뭐예요?”

 

 재민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유신이 앞장서서 가게를 나가며 담담하게 답했다.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재민이 네가 달력을 집었으니 날짜부터 시작하자꾸나.”

 “아! 날짜요? 안 그래도 달력을 사 가서 설명해 드리려 했어요. 그럼 설명 시작하기 전에 이 달력부터 봐주시겠어요?”


 재민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유신에게 달력을 건넸다. 유신은 그 달력을 건네받아 천천히 넘겨보았다. 그리고 무엇이 놀라운지 점점 동공이 팽창하였다.


 “이거 놀랍구나. 이 달력에 적혀 있는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냐?”

 “네. 아라비아 숫자에요. 더 놀라운 것은 이곳 역시 우리가 살던 세계처럼 1년을 12개월로 구분하고 있어요. 하루도 24시간이고요. 다만 우리와는 다르게 달마다 날짜가 30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죠.

 “오! 그것참 신기하구나.”


 유신이 관심을 보였다.


 “그죠? 신기하죠? 사실 저도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제게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지금 우리가 이런 날짜체계와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는 이유는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두 차원의 날짜 체계와 숫자의 표기가 같은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도 이곳에서처럼 그게 가장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재민이 신이 나서 설명하였다. 그 설명을 듣고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얘기구나. 과연 김상헌 선생께서는 대단하신 분이다.”


 유신의 칭찬에 재민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유신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래서 오늘은 며칠인지 내 너에게 묻고 싶구나.”

 “오늘이요? 오늘은 3월 23일이에요.”

 “고맙다. 그럼 이제 날짜를 알았으니 그 날짜에 따른 기상변화에 대해서도 알고 싶구나.”

 “역시 유신 형은 치밀하세요. 벌써 전략을 고민하고 계신 거예요?”


 재민이 싱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이에 유신이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상헌 선생의 아들은 다르구나. 오냐. 네 말이 맞다. 나는 지금부터 우리가 이 전쟁에 직접 간여할 때를 대비하려 한다. 병법에 이르길 전쟁의 승패에서 판단해야 할 5가지 책임요소 중 기상은 두 번째라 하였다. 그 중 첫 번째 요소인 백성과 군주를 일심동체로 만드는 일인 정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일단은 그 두 번째 요소부터 신경 쓰려 한다.”

 “왠지 형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어요.”


 재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씩 미소 지은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설명을 시작하였다.


 “흠 이곳 날씨는요. 한국과 비슷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뚜렷하고요. 물의 하상계수가 매우 큰 편이에요. 매년 5, 6월에는 지독한 가뭄 때문에 고생하고, 반대로 7, 8월에는 계속되는 장마로 고생하거든요. 이게 유난히 심한 지역에서는요. 가뭄 때는 말을 타고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지만, 한참 장마가 진행되고 나면 큰 배를 타고도 건너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강물이 범람하고 물결이 세지는 곳도 있어요.”

 “그런 곳이 있단 말이냐? 혹시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겠느냐?”


 유신이 재민의 말을 끊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민이 대수롭지 않다는 어조로 답변했다.


 “당연하죠. 그 강은 카이나르의 경계지역 가장 북쪽에서 안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러냐? 그거 참으로 잘 되었구나.”


 유신이 반가운 마음에 무릎을 탁 쳤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졌다.


 “그런데 그건 왜요?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생각나신 거예요?”

 “그래. 그 계책이 무엇인지는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만약 내 예상이 맞는다면 아무래도 이곳은 다른 문화에 비해 유난히 댐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을 것 같구나?”

 “네 맞아요. 우리가 살던 지구로 따지자면 15세기 정도의 수준은 될 걸요? 건축 양식은 노트르담 성당과 피렌체 대성당이 등장했던 12세기와 비슷하고요. 그에 반면에 무기체계는 5세기에서 6세기 사이 중세 초기 시절의 그것을 유지하고 있어요. 과학 발전의 수준은 그 중간에 해당하는 10세기 정도?”

 “재민이 너는 갈수록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내 안 그래도 그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유신이 기특한 마음에 재민의 정수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안 그래도 이곳의 무기체계는 얼마나 발달해 있고, 과학은 어디까지 발달하였는지, 그것을 파악해야 그에 맞추어 계획을 짜고 전술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민이 알아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것이다.


 유신의 계속되는 칭찬에 쑥스러웠는지 재민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귀엽게 혀를 베하고 내밀고는


 “에이 과찬이세요.”


 이렇게 겸양을 떨었다. 하지만 그의 광대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있는 대로 승천해 있었다.


 “그나저나 다른 문화 수준보다 유난히 무기 체계의 발전이 더디구나.”


 유신이 물었다. 유난히 무기 체계만이 발전이 더딘 이유가 궁금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그래도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심정으로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네 아무래도 1차 신마 전쟁이 발발한 이후 오랜 세월 평화가 지속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이곳의 무기 체계의 수준은 아버지가 이곳을 떠나기 전이었던 22년 전 정보에요. 22년의 전쟁이 이곳의 무기 체계를 어디까지 발전시켰을지는 저도 몰라요.”

 “그래. 당연히 그리할 것이야. 네 말대로 이런 큰 전쟁이 22년이나 지속하였으니 당연히 무기 체계도 그 세월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것이야. 그건 천천히 알아보자. 그보다 이제 우리는 마차가게에 가야 한다. 우리가 타고 떠나야 할 마차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걸으면서 계속 대화하자꾸나.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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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19.04.23 22 0 9쪽
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1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5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4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7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39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5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4 0 10쪽
»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7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2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5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25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7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37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2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2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4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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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5 0 11쪽
16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4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5 0 17쪽
14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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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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