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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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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1,073

작성
19.02.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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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DUMMY

“선생께서는 역시 치밀하신 분입니다. 과연 그 방법이라면 진우형님께서 이곳에 없어도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죽음을 위장하고, 성형수술을 통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한다는 설정을 넣으면 되지 않겠소이까?”


유신이 탄복하였다. 그는 사망유희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상헌의 뜻을 알아차렸다.


사망유희는 연예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상습적으로 갈취하는 범죄 조직의 마수에 의해 가까스로 죽다 살아난 주인공이 자기 죽음을 위장하고 조직에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상헌이 사망유희를 찍겠다는 했을 때는 감정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주인공이 죽음을 위장하기 전인 영화 전반부에 몰아넣고, 진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액션 장면으로 채워 나가겠다는 뜻이리라.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또한, 이는 나아가서 여러분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사망유희의 라스트신은 주인공이 각층마다 기다리고 있는 세계 각지의 무술 고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린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여기 계신 분들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상헌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좀 더 말씀드리자면, 이미 여러분을 대신해 여러분의 목소리 연기해줄 성우들도 선별해두었습니다. 여러분의 실제 목소리와 성우의 목소리의 미세한 차이는 컴퓨터로 보정하면 완벽해질 것입니다.”

“사망유희라, 거 이름 한 번 의미심장하네. 쉽게 말해 우리가 저쪽 세계에 갔다가 요단 강 건너 안녕하면 사고사로 위장하겠다는 뜻 아닙니까?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사망유희의 저주다, 뭐다. 뭐 이딴 식으로 말을 꾸며댈 거고.”


진우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진우는 그들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꾸했다.


“거 왜들 그렇게 쳐다보시나, 그래?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꿈과 희망이 가득한 모여라 꿈동산은 아니지 않수? 지금 가겠다고 선언한 사람들 다 그런 거 고려하고, 목숨을 걸겠다는 거 아니었나?”

“네. 맞습니다. 그런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에게 이 일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보상을 약속한 것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보답은 그런 금전적인 부분 밖에 없으니까요.”


상헌이 한편으로는 엄숙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묻어나는 어조로 쓸쓸하게 말했다. 그러자 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요. 다들 보상이 으리으리한 게 장난이 아닌데. 나는 영화출연 한 편 딸랑입니까?”


순간 모두의 시선이 다시 그를 향했다. 진우는 민망해졌는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피곤하네. 거 민망하게 아까부터 내가 뭔 말만 하면 다들 왜 그렇게 쳐다보고 그러시나, 그래? 나는 속물이 아니라, 그저 당신들보다 솔직한 거라니까.

목숨 거는 건 나나 그쪽들이나 매한가진 데,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렇게 보상이 차이가 나면 곤란하지. 나 슈퍼스타 강진우야.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사람 차별하는 거, 그건 내가 못 참거든 내가.”


진우가 모두에게 이리저리 손가락질하며 투덜거렸다.


"실망이군. 아까 떠난 그 두 머저리와 다를 게 없어."


한조가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진우가 이 갑작스러운 불청객을 노려보았다.


"이런, 우라질. 뭐야 당신은?"

"네놈은 지금 시점에서 겨우, 그딴 게 중요한가?"

"그럼 중요하지.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빌어먹을 속물이라 그딴 게 졸라 중요하거든, 젠장."


진우가 기가 찬 듯 웃었다. 한조가 대답 대신 매서운 눈매로 그를 노려보았다. 진우도 지지 않고


"아 진짜."


이렇게 말하며 목 뒤로 두 손을 깍지 끼고 한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상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할리우드 영화 출연은 이 대회 참가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일을 부탁하니. 새로운 제안을 해야지요.

향후 이십 년간 열 편 이상의 영화에 할리우드 최고 출연료 보장 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사망유희의 공동제작자로 강진우 선수의 이름을 올려드리지요.”

“그렇지. 그래야 타산이 맞지.”


상헌의 그 제안에 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손뼉을 한 번 강하게 치며 외쳤다. 찌푸리고 있던 진우의 이마도 어느새 다림질이라도 한 듯 팽팽해져 있었다.


한조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더는 신경쓰지 않았다. 할리우드 톱스타의 출연료는 천문학적이다. 상헌은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앞으로 20년간 공무원처럼 때 되면 알아서 받는 조건을 약속한 것이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다른 이들이 퇴직금을 한 번에 받는다면, 그는 일종의 퇴직연금을 20년 동안 보장받은 격이다.


“오! 그럼 강진우 선수도 가시겠다는 뜻이군요.”


상헌이 반가운 마음에 강진우에게 한 걸을 다가가며 그렇게 물었다. 진우가 그 물음에 여전히 건들대는 몸짓으로 팔꿈치를 긁적이며


“뭐, 꼬맹이도 기꺼이 지 목숨 걸겠다는데, 쪽팔리게 뒤로 뺄 생각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나 사나이 강진우. 폼생폼사거든요, 제가.”


이렇게 말한 후 이어서 덧붙였다.


“물론 아직 몇 가지 조건이 남아있지만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상헌이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물론 그 조건이라는 것을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큰 산은 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누그러졌던 것이었다. 그러자 진우가 주먹 쥔 손을 들어 검지를 펴 보이며 말하였다.


“첫 번째. 장난이 아니라 내가 만약 거기 갔다가 요단강 건너게 되면요. 날 제2의 이소룡이자 제임스 딘같은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이소룡과 제임스 딘. 두 사람은 비록 짧은 삶을 살았지만,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전설적인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절권도의 창시자이자, 꺼지지 않은 카리스마의 상징으로, 다른 한 사람은 고독하고 반항적인 청춘의 영원한 우상으로 대중의 기억에 영원히 군림하고 있지 않은가?


진우에겐 기왕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죽은 후에 그들과 같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일단은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요. 하지만 만약 그리된다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건 강진우 선수의 부탁이 아니어도, 우리 회사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상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회사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진우의 부탁을 못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슈퍼스타 강진우의 유작이 주는 어마어마한 상업적 이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이야기만 첨가해준다면, 진우의 말처럼 그를 또 다른 젊음의 상징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DVD 블루레이 감독판은 물론이요. 10주년 혹은 2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버전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모형인형이나 격투 게임 캐릭터 같은 강진우를 이용한 2차 캐릭터 산업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진우가 이번엔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펴 손가락으로 2를 만들며 말하였다.


“네, 말씀하세요.”

“뭐, 그 정도면 저는 대충 만족하는데요. 아직 승태 녀석의 보상이 남아있습니다.”


진우가 그렇게 말하며 승태의 목을 잡아끌고 왔다. 갑작스레 끌려온 승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난 만족하는데?”

“야 이 천둥벌거숭이야! 까불지 말고 가만있어. 만족하긴 개뿔. 형이 너 챙겨주려고 그러는 거잖아. 하여튼 눈치가 없어요. 안 좋아.”


진우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승태는 영문도 모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상헌의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승태에게도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지요.”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승태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승태는 장래희망이 소설가지?”

“네.”


승태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마치 기합을 넣듯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 희망을 내가 이루어주마. 일단 네가 안전하게 돌아오면, 최고의 강사진을 꾸려 네가 최고의 소설가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이다.

그 후에는 그 소설을 원작으로 게임 개발과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을 할 것을 약속하마. 내 이름을 걸고 널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소설가를 만들어 줄 거야.”

“우와 정말요?”


승태는 그 말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방방 뛰었다.


“거 봐, 인마. 형이 챙겨준다고 했잖아. 형만 믿고 따라오라니까. 형만 믿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


진우가 한 손으로는 승태의 목을 옆구리에 끼고 강하게 쥐며, 다른 한 손으로는 승태의 정수리를 격하게 쓰다듬으면서 소리쳤다. 승태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캑캑 되며 눈을 흘겼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다면 다 끝났군요. 이제 유신군에게 안전하다는 증거를 보여 드릴 차례인가요?”


상헌이 유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이제 다시 모두의 시선이 유신에게 향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신은 다시 무겁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아직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남아있습니다.”

“아직 궁금증이 남아있으십니까?”

“진우 형님의 문제는 그렇게 해결한다고 해도, 아직 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아직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그런 제가 갑자기 훈련장에 두문불출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어찌 얘기가 새어나가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유신은 유력한 금메달 기대주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로 인기도 많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 파장은 강진우 못지않을 것이다. 상헌정도 되는 이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유신은 고개를 들어 상헌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대로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이미 거기까지 생각을 해두었음이 분명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언론에 손을 써두었습니다. 유신 선수는 이번 시합에서 심각한 어깨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도 올림픽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지요.

이에 좌절한 유신 선수는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하게 됩니다. 책임감을 통감한 저는 회사의 첨단 의료시설을 통해 유신 선수의 재기를 돕겠다고 선언하였고, 오랜 설득 끝에 유신선수는 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방법으로 잠깐은 세간의 의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선생께서 아무리 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흐르는 세월을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세상은 조금씩 선생의 대비책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불러 결국, 균열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유신이 상헌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그렇게 물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22년이나 지속한 전쟁이다. 즉 언제 끝날지는 기약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재활치료를 위해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짓을 과연 언제까지 세상이 용납하겠는가?


“네. 맞습니다. 확실히 제가 준비한 여러 가지 변명들은 세월이 지나면 무너질 것들이지요. 그래서 자동번역기의 수명을 2년으로 맞춘 것입니다. 2년까지는 제 자금력으로 어떻게든 그 의심들을 틀어막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 테니까요.”


상헌이 그 질문도 이미 예상을 했다는 듯이 빙글거리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2년 안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뜻입니까?”


무영이 물었다. 상헌이 그 질문에 에둘러 대답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웬만하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상헌의 웬만하면 이라는 말이 왠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 터라 유신이 그렇게 물었다.


“그때를 놓친다면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헌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이 역시 처음 듣는 얘기였다. 다시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들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진우는 대놓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돌아오는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들이 그 세계에 가기로 한 이유는 물론 정의감이나 영웅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상헌이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헌데 그곳에 발목 잡혀 이곳에 다시 오지 못하게 된다면, 상헌이 약속했던 그 많은 장밋빛 약속들에 무에 소용이 있겠는가?


“방금 그 말 좀 자세하게 얘기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유신이 잠시 할 말을 찾기 위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진우가 끼어들었다.


“얼마든지요.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상헌이 갑자기 끼어든 진우에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설명을 많이 들었는데, 까짓 것 몇 마디 더 들어보지요.”


진우가 팔짱을 낀 체 어디 한 번 얘기나 들어보자는 표정으로 상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상헌은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우주의 수는 무한합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다중우주 안에서는 우주들이 끊임없이 분열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마법 진을 연성하던 순간 아주 우연히도 제가 살던 우주와 이곳의 우주가 평행선에 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가 하루만 차이가 났어도 저는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떨어졌을 겁니다.”

“우리가 하필 오늘 이곳에 모이게 된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군요.”


이번엔 다시 유신이 끼어들었다. 상헌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후


“그렇습니다. 바로 오늘이 제가 살던 세계와 이곳이 아주 오랜만에 평행선에 놓이게 된 순간입니다. 유신군은 혹시 미시세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이어서 유신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그 이론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유신이 무리 없이 대답했다.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의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한 박사가 했던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여기 이 손바닥 위에 공이 있다고 칩시다.

지금 제가 여러분 앞에서 이 공을 던진다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제가 던진 공이 오른쪽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왼쪽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사라졌다가 갑자기 땅에서 솟구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예측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불가능을 선생께서 가능케 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유신이 그렇게 말하자 상헌이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제가 살던 세계에 갈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오늘이라는 것도, 여러분이 그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시기가 대략 2년 후라는 것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시점에선 거기까지가 한계입니다. 두 세계가 평행선에 놓일 다음 시기가 언제일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께선 우리가 어떻게 다시 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유신이 머뭇거림 없이 그렇게 잘라 말했다. 역시 이번에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확실히 유신의 지적대로 상헌의 설명은 그들이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되는지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들 중 아무도 그곳에서 어떻게 이곳에 다시 오게 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여러분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말해 줄 이곳에 오고 있는 숙련된 조교가 그 대답도 동시에 해줄 겁니다. 그럼 이쯤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상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받은 후, 어딘가를 향해 손짓하였다. 그러자 그들이 서 있던 자리 바로 뒤에서 8개의 원통이 솟아올랐다.


지름이 2m, 높이가 3m 정도 되어 보였고, 원통 입구가 검은색 천막으로 가려진 것이, 꼭 백화점 의류 판매장 탈의실 같은 모습이었다. 그 원통의 위에는 큰 글씨로 각각 그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제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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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2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6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4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7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39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5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4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7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2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5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25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7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37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2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2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4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1 0 12쪽
18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28 0 12쪽
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5 0 11쪽
»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5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5 0 17쪽
14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5 0 9쪽
13 13. 프로젝트 레인보우 19.02.14 28 0 13쪽
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1 0 10쪽
11 11. 알리바이가 필요하거든요. 19.02.14 33 0 13쪽
10 10. 대망의 결승전 19.02.14 41 0 13쪽
9 기사 vs 무사 18.08.24 4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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