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버닝하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37
최근연재일 :
2019.04.23 11: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96
추천수 :
0
글자수 :
191,073

작성
19.02.19 18:49
조회
28
추천
0
글자
12쪽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DUMMY

유신과 버닝하트 그리고 재민은 도착한 곳은 숲 속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 같이 있었던, 다른 동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문을 걸어 들어갔을 때 그들이 이 세계 어디로 떨어질지는 알 수 없다던 상헌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닝하트는 괘념치 않았다. 상헌의 말대로 우리가 우리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으로 오게 된 것이라면, 정말로 서로가 필요한 순간에 다시 만나게 되지 않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니 숲에 유난히 바위가 많았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큼직큼직한 바위 중에는 거의 버닝하트의 키만 한 크기의 바위도 있었다. 그 바위는 만약 적이 있다면 훌륭한 엄폐물이 될 만 했다.


“숙여.”


그때 유신이 버닝하트와 재민의 머리를 누르면서 속삭였다. 버닝하트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거대한 크기의 오크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오크는 키가 2m 정도 되어 보였다. 허벅지가 아주 굵어서 통나무만 했고, 가슴 근육이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우람했다.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여 터질 듯했고, 마른 장작처럼 건조한 검은색 피부가 오랜 가뭄이 지나간 땅처럼 쫙쫙 갈라져 있었다.


그는 거대한 크기의 도끼가 들고 있었다. 그 도끼에는 누구라도 저기에 찍힌다면 반으로 쪼개질 것 같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 유신은 침이 바짝 말랐다. 각오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상대는 한눈에 봐도 강해 보였다. 물론 유신 역시 실력에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 실력이라는 것도 결국, 살전이 아닌 규칙이 있는 대련에서 통용되던 것이 아니었는가?


게다가 아직 이쪽 세계 사람들의 정확한 실력도 알 수 없었다. 잘 못 달려들었다간, 세상을 구하기 전에 저세상부터 구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유신은 몸을 낮추고 등 뒤에서 화살을 하나 꺼내 들었다. 한 번에 맞춰야 한다. 그는 국가대표 양궁 선수이자 화랑이었다. 과녁에 맞추는 것이라면 자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맞춰야 하는 과녁은 그가 평소에 맞춰야 했던 동그란 원이 아닌, 살아 있는 생명체의 심장이다. 그가 당긴 활시위를 놓는 그 순간, 하나의 지적 생명체의 삶이 거기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저 오크의 생살여탈권이 유신에 손끝에 달려 있었다.


잠자리를 잡은 어린아이는 잠자리에 생살여탈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우월감에 본능적으로 쾌감을 느낀다. 성인이라도 사이코패스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신은 어린아이도 사이코패스도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끊는다는 무게감은 그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심장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 일을 빠르듯 늦듯 언젠가는 그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일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이 두 손에 묻혀야 할지 모른다. 상대의 피를 내 손에 묻히지 못한다면 내 목숨을 상대에게 내줘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마다 이렇게 망설일 것인가? 그렇게는 안 된다.


유신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다. 드디어 결심이 섰다. 당긴 활시위에 더 힘을 주었다. 과녁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둘 셋 하면 놓는다. 하나. 둘. 잠깐. 그런데 아까부터 버닝하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불행히도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았다. 사라졌던 버닝하트가 어느새 당당히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가 오크에게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호흡이 흐트러졌다. 평소 절대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젠장을 외쳤다.




-------




"하하하. 재미있구나. 아주 당돌해."


버닝하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오크는 황당한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뭐야. 왜 웃어? 내가 우스워? 그렇게 웃다가 큰코다치실 텐데.”


오크는 대답 대신 들고 있던 도끼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버닝하트도 검을 꺼내 들어 맞불을 놓았다. 쇠가 서로 부딪히며 소름 돋는 쇳소리가 났다.


엄청난 힘이 버닝하트의 팔목으로 몰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버닝하트의 오른 무릎이 땅으로 닿았다.


오크의 내려치는 공격에 힘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버닝하트는 이를 악물었다. 더 싸워봐야 알겠지만 오로지 힘 그 자체로는 우터 에하드 그 이상이었다.


아직 제대로 힘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파고들어 막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그 공격을 막아내다니, 놀랐다. 훌륭하다. 지금까지 너를 무시한 것을 사과하마. 좋다. 나를 소개하마. 널 정식으로 내 상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나는 영광스러운 오크들의 대족장 두르가 비아스텐스의 셋째 아들 바가반 비아스텐스다. 이름이 무엇인가, 소년이여?”


오크가 내려친 도끼를 걷어 들이며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바가반 비아스텐스라고 밝힌 오크는 이 어린 소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굉장히 놀란 듯 보였다.


“내 이름? 그건 알아서 뭐하게? 하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듣게 될 이름이니, 들어 두는 게 좋겠구나. 좋아. 까짓것 인심이다. 잘 들어둬. 내 이름은 버닝하트다.”


버닝하트가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가반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바가반은 그런 버닝하트의 갑작스러운 공세에 당황했다.


거기에 힘을 얻은 버닝하트는 바가반을 계속 바짝 따라붙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앞으로 한 발 전진하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긋기도 하고,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가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수평으로 베기도 했다.


한편 그런 버닝하트의 공세에 놀란 것은 비단 바가반만이 아니었다. 그들 뒤에서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유신 역시 놀랐다. 지금의 버닝하트는 우터와의 대결때보다도 한층 성장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바가반과의 대결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실력은 계속해서 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할 작정이냐? 한승태.’


하지만 버닝하트의 가능성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의 현재 실력은 우터나 무영 그리고 유신 자신에 이르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그건 바가반과 버닝하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버닝하트의 잠시나마 공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의외의 실력에 바가반이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실력 차는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드러나는 법이었다. 다음 순간 드디어 바가반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가 몸을 옆으로 틀어 버닝하트의 공격 피하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 내렸던 도끼날을 강하게 위로 올려쳤다.


버닝하트가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 충격에 손목이 얼얼했다.


이번에는 바가반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의 공격은 버닝하트가 상대했던 강진우나 우터같은 상대보다는 속도가 느렸지만, 그들보다 강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은 버닝하트의 목숨을 노리고 들어오지 않았지만, 바가반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그의 목숨을 노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점점 어깨가 쑤시고 두 팔이 점점 무감각해져 갔다. 그나마 바가반의 공격이 자신을 향하기 이전에 미리 가서 방어하거나 흘려보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버티는 게 가능했지, 제대로 맞았다면 손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점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싸움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머리로 생각하면 몇 분 안 된 것 같은데, 몸은 마치 몇 시간이나 싸운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힘이 드는데, 상대는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순간 바가반의 도끼날이 수평으로 날아왔다. 그 공격을 피하고자 버닝하트가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도끼날이 버닝하트의 얼굴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훙 하는 바람 소리가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들렸다. 허리를 젖히는 시간이 조금만 늦었어도, 그 바람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아니, 그의 키가 조금만 더 컸어도 그리됐을 것이다. 이번 경우엔 그의 작은 키가 그를 살려준 셈이었다.


말 그대로 짧은 순간 죽음의 문턱을 왔다 갔다. 웬만하면 오금이 저릴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버닝하트는 오히려 거기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의 피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의지와는 달리 몸이 조금씩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고, 지금까지 버텨냈던 것도 그의 숭고한 정신력이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력으로 버텨내도 인간의 몸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는 아직 19살의 어린 나이가 아닌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의 육체는 그의 의지와는 달리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와 싸우고 있던 바가반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검과 도끼가 부딪치고 떨어졌다가 다시 부딪히는 과정에서 버닝하트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는 버닝하트를 유신과 재민이 숨어 있던 커다란 바위가 있는 쪽으로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마침내 호흡이 가빠오고 손발이 어지러워진 버닝하트가 발을 헛디뎠다.


바가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버닝하트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소년은 그 충격으로 1m 정도 뒤로 날아갔다. 곧이어 소년이 뒤에 있던 바위에 처박히면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눈에 초점이 없었다. 이제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끝났구나. 바가반이 도끼를 들고 서서히 버닝하트에게 다가갔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실력이다. 그리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와 대결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력이 늘고 있을 정도가 아닌가? 어둠과 빛, 오크와 인간의 전쟁 그 모든 것을 제쳐놓고, 한 명의 무인으로서 소년의 그런 잠재력이 흥미로웠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던 대결을 이렇게 오래 끈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이 아이가 그를 뛰어넘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0년 후라면 어떨까? 과연 10년 후에도 이 아이를 상대로 승리로 장담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10년은 고사하고 5년만 지나도 이 아이의 잠재력이 그를 뛰어넘을지 모른다. 이 아이의 잠재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아이는 장차 오크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 자명했다.


무인으로써 이 아이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했지만, 대의를 위해 싹은 미리 잘라두어야 한다.


바가반이 그렇게 다짐하고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때 갑자기 화살 하나가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휑하고 지나갔다.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내 다음번 화살이 그대의 심장을 꿰뚫어 놓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닝하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37화 저도 통행증이 필요한가요? 19.04.23 22 0 9쪽
36 36.중요한 건 지금은 그 새장 밖으로 나와 있다는 거야. 19.04.23 22 0 13쪽
35 35.마법의 체계 19.04.04 36 0 8쪽
34 34.멧돼지 소동 19.03.30 14 0 11쪽
33 33. 신녀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이십니까? 19.03.21 37 0 13쪽
32 32. 아무래도 재민이 너는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19.03.08 39 0 8쪽
31 31. 대형4륜마차. 19.03.08 15 0 9쪽
30 30. 재민과 유신의 문답. 19.03.07 34 0 10쪽
29 29. 내 너에게 물을 것이 아직 산더미같이 남았다. 19.03.05 37 0 9쪽
28 28. 으하하! 양변기라니 이거 완전 멋지잖아. 19.02.28 32 0 7쪽
27 27. 소영주 론데모 헤일롯 19.02.28 15 0 14쪽
26 26. 무영 vs 파리온 19.02.26 25 0 12쪽
25 25. 우터와 무영. 19.02.26 37 0 13쪽
24 24.내 말은 나만 들리나? 19.02.24 38 0 7쪽
23 23. 나르실 팔레도. 19.02.22 22 0 14쪽
22 22. 강진우와 한조. 19.02.20 42 0 10쪽
21 21. 유신의 예측 19.02.20 34 0 8쪽
20 20. 신녀 아리엘 크리슈나 19.02.19 41 0 9쪽
19 19. 나는 돈키호테가 싫지 않구나. 19.02.19 21 0 12쪽
» 18. 어이! 거기 오크 아저씨 나랑 한 번 붙자 19.02.19 29 0 12쪽
17 17. 드디어 시작하는 모험. 좋아. 시작해 보자고. 19.02.17 65 0 11쪽
16 16. 불가능을 가능케 하다. 19.02.17 25 0 17쪽
15 15. 사망유희 19.02.17 25 0 17쪽
14 14. 차원과 차원 사이의 거대한 다리 19.02.17 46 0 9쪽
13 13. 프로젝트 레인보우 19.02.14 28 0 13쪽
12 12. 한 단계 진화한 증강현실 그리고 테슬라코일 19.02.14 41 0 10쪽
11 11. 알리바이가 필요하거든요. 19.02.14 33 0 13쪽
10 10. 대망의 결승전 19.02.14 41 0 13쪽
9 기사 vs 무사 18.08.24 49 0 11쪽
8 vs 태권도 18.08.16 45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